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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한 번만 해요, 그거-121화 (121/132)

# 121화

농담을 모르는 그다.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이니까. 그것을 알기 때문에, 그가 어떤 마음으로 내게 마음을 고백하는지 이해가 된다. 순간 감격에 겨워 눈시울이 젖어 들었다.

“파이…….”

“미안했다. 네게 상처를 주고 너를 힘들게 해서. 그럼에도 다시 내게 돌아와 줘서 고맙다. 세상 그 어떤 사람보다 더 행복하게 해줄게.”

담백한 미소임이 분명한데, 그의 눈동자에 묘한 이채가 서려 바짝 긴장되었다. 반짝거리는 선홍빛 눈동자가 내 입술에서 멈췄을 때,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치를 채 버렸다.

왠지 느낌이… 오늘 잠은 다 잤구나, 싶다. 눈가에 맺혔던 눈물이 쏙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자, 잠깐!”

“내 몸과 마음을 다해 널 행복하게 해준다고 하지 않았나.”

기대하던 일이긴 하지만,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아주 약간 후회했다. 나는 그의 저돌적인 욕망과 지치지 않는 체력을 기억한다. 물론 그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면 이런 상황이 오게 될 거라는 확신이 있긴 했지만. 또 그게 할 때는 죽겠는데 하고 나면 또 아쉬워지니까 문제다.

내일… 아침에 멀쩡히 일어날 수 있을까?

“네가 방황한 만큼 쌓였던 사랑을 풀어내야지. 싫으면 말해. 네가 싫다는데 억지로 하고 싶지는 않다.”

“으… 시, 싫은 건 아닌데…….”

슬프게도 드레스가 순식간에 벗겨지고 속옷만 달랑 남아버렸다. 그리고 파이가 내 양쪽 다리를 덥석 잡아 아래로 끌어당긴다. 소파에 거의 반쯤 드러누운 상태로 나는 약간의 두려움에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내 뽀얀 허벅지 안쪽을 혀로 길게 핥아오는 그의 눈빛이… 서서히 흥분으로 가득 차오르고 있어서.

“저기, 나 아까 칠리새우도 먹다 말아서…….”

“내일 또 사줄게. 축제는 길어.”

“머리도 아직…….”

이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머리카락을 고정한 핀들이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참 세상 편하게 사시는 드래곤이다. 얼마나 마음이 급하면.

말랑한 허벅지가 그의 혀와 입술에 농락당해 아찔해졌다. 저번에 애무만 하고 끝나서 그런지 너무 쉽게 몸이 달아올라 벌써 뱃속이 뜨거워진다.

“잠든 너를 보면서 몇 번이나 위험했는지, 너는 모를 거다. 수도원에 들어가야 하나 싶을 정도로. 네 체취만 맡아도 아래가 서버려서 잘라낼까도 고민했어.”

“그건 안돼요!”

“조금만 더 늦었어도 실행에 옮겼을 거다.”

그런 각오를 했다는 그가 기특하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잖아?

그런데… 나를 위해 그만큼 참아줘서 고맙기도 한데, 대체 저 끝없는 성욕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혹시 사천 년간 쌓인 성욕을 내게 전부 풀어버리려는 건 아니겠지?

어쩐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다.

“파이, 그런데요. 이 자세 너무 불편해요. 목이 꺾이는데……?”

내 등은 소파의 앉는 부분에 닿아있었고 엉덩이는 소파 끝에 간신히 걸쳐있었다. 등받이에 쿠션 하나가 놓여 있어서 그나마 괜찮았지만.

그보다 그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서 있는 모습이 너무 야하다. 그의 손에 붙들려있는 내 다리가 허공에서 존재감을 보이는 것도 민망하고. 더군다나 잔뜩 벌어진 다리 사이의 속옷이 파이의 시야 범위에 놓여서 더 부끄러웠다.

한두 번 겪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익숙해질 날이 오기는 할까?

“여기 나를 앉힌 건 치즈 너다. 침대까지 가는 시간이 아까워.”

“마법 쓰면 돼… 읏! 하… 파이…….”

허벅지를 핥고 빨던 그의 입술이 속옷 위로 향했다. 뜨거운 숨결이 그 은밀한 부위에 닿으면서 말랑한 촉감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슬프게도 속옷 안쪽이 축축하다. 그걸 파이도 느꼈는지 작게 웃음소리를 흘리며 눈동자만 굴려 나를 쳐다본다.

“벌써 젖었어. 여기.”

그러더니 혀로 속옷 위를 가볍게 지분거린다. 붉은 혀가 뾰족하게 세워져 그 끝으로 부드럽게 쓸어 올리는 그의 시선은 여전히 나를 향해 있었다.

“아……!”

“향기도 점점 짙어져. 나를 기다렸나 보군. 이거 기쁜데?”

점점 안달이 난다. 속옷 위로 닿는 촉감이 아쉽다. 당장에라도 그 짜릿한 쾌감을 맛보고 싶은데.

“파이, 싫어… 아!”

“뭐가? 내가 싫어?”

“아니…, 그게 아니고…….”

이 남자가 정말! 다 알면서 또 나를 놀리려고!

나는 원망 섞인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울상을 지었다. 그러자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파이가 재빨리 하체를 가린 속옷을 벗겨내 주었다.

“재촉하지 마라. 이러면 내가 참기 힘들어져.”

확실히 그의 숨소리가 아까보다 거칠어지긴 했다. 하지만 그걸 신경 쓸 만큼 내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빨리 그의 단단하면서도 뜨거운 육체에 안기고 싶을 뿐이다. 그의 품만큼 내가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곳은 없으니까.

“향기로워. 치즈, 네 몸에서는 아주 군침이 돌만큼 맛있는 냄새가 나. 가끔 이성을 잃을 정도로 굉장히 맛있는 냄새가.”

“나는 먹을 게 아니라고!”

“알아.”

해맑게 웃는 그가 커다란 손으로 옆구리를 가볍게 쓸어 올린다. 속옷을 벗겨내서 내 하체부터 괴롭힐 생각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의 얼굴이 점점 내 배 위로 스멀스멀 올라와 허리 근육이 움찔 떨려왔다.

“뭐 하려고요?”

“생각해보니까 오늘 꽤 중요한 날이더군.”

“중요한 날?”

뭘까? 아직 내 생일은 조금 남았고, 딱히 연말 근처로 중요한 날은 없었는데.

내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 파이가 두 손으로 내 등을 감싸 쥐어서 일으켜 앉힌다. 그의 얼굴이 순간 가까워져서 또 뺨이 달아올랐다.

“너와 내가 완전히 하나가 되는 날. 서로의 마음이 하나가 된 날이니 중요한 날이지.”

“그게… 왜요?”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못하는 그가 내 얇은 코르셋 단추를 풀어내 벗긴다. 이제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완전한 나체가 되어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특별한 날이니만큼 순서를 갖춰야 할 것 같아서.”

“순서, 라니?”

바로 고개를 숙여오는 그가 입을 맞춰 와서 알았다. 우리가 첫날밤을 보내던 그때처럼, 키스부터 시작해 순서를 지켜 나를 잡아먹겠다는 의미다.

‘하여간 의외로 귀여운 면이 있다니까?’

입술 위로 내려앉은 뜨거운 숨결과 말랑한 감촉이 내 심장을 크게 울린다. 동시에 뜨거운 혀가 벌어진 입술 사이로 밀려 들어왔다. 나는 앞으로 벌어질 쾌락을 기대하며 허벅지를 파르르 떨었다.

“으, 흣!”

그러나 하는 말치고 섬세한 키스는 아니었다. 보아하니 잔뜩 흥분한 것 같다. 거친 숨소리도 그렇고, 내 가슴을 답삭 잡아서 조몰락거리는 그의 손놀림도 다급했다.

“으응…. 으, 흐읍… 하아…….”

두툼하고 축축한 혀가 거칠게 내 좁은 동굴을 유리했다. 뾰족하게 세운 혀끝으로 여린 점막을 휘저으며 치열을 훑는다. 그 거친 키스가 내게 얼마나 자극적으로 다가오는지, 나는 안다. 특히나 지금처럼 그가 흥분을 이기지 못해 잔뜩 안달이 난 상태가 좋았다. 그만큼 나를 애타게 기다렸다는 증거니까.

곧 가슴을 조물거리던 그가 손가락으로 내 유두를 잡아 비틀었다. 민감한 곳에서 퍼진 강렬한 자극에 온몸이 움찔거리며 정신이 혼미해진다.

“반응이 너무 좋은데? 말했지 이러면 내가 참기 힘들다고.”

“파이… 좀, 좀, 천천히요…. 아, 잠깐!”

그의 거친 숨결이, 그의 젖은 입술이 닿는 곳마다 녹아내려서 온 신경이 곤두세워진다. 입술을 벗어나 귓불을 입술로 잘근잘근 씹어대는 질척한 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어와 소름이 인다.

게다가 그의 말마따나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예민하게 느껴지는지.

그가 자신의 옷을 빠르게 벗기 시작했다. 그 행동에 온몸이 더 뜨겁게 느껴진다. 탈의하면서도 내 귓불을 입속에 머금어 혀로 굴린다. 귓바퀴를 가볍게 핥아 올리는 애무에 현기증이 일었다.

상의를 벗어 던진 그가 혀로 내 목덜미를 길게 핥아 올리고는 나를 다시 소파에 눕혀놓았다. 그리고 봉긋한 내 젖가슴을 한입 가득 집어삼킨다.

“아, 아응……!”자그마한 돌기를 능수능란하게 빨아내자 점차 붉게 물들고는 단단하게 세워진다. 빳빳하게 세워져 예민해진 유두를 혀끝으로 혀로 가볍게 둥글린다. 순간 짜릿한 자극이 온 신경을 강타한다. 시야가 흐릿하게 번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다정하면서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딘지 애매한 애무라서 조금 불안해졌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배와 옆구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다독여주었다.

“힘 빼. 왜 긴장을 하는 거지? 설마 내가 널 다치게 할까 걱정하는 건가?”

“다치는 것보다… 뼈까지 씹혀서 먹힐까 봐 무서운 거 아닐까 싶은데…….”

눈동자를 또르르 굴리며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놓자, 파이가 피식 웃는다.

“먹힌다고? 누가 봐도 두려워해야 하는 쪽은 나인 것 같은데.”

“…왜요?”

그 순간 두 손으로 옆구리와 골반을 타고 허벅지를 문지르던 그가 내 허벅지를 활짝 열었다. 이미 촉촉하게 젖어있던 여성지를 손가락으로 몇 번 쓸어내리는 느낌에 이를 악물었다. 달달 떨리는 손으로 소파의 손잡이를 덥석 잡자마자, 그가 바로 좁은 길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아읏! 하앙…….”

“봐. 지금 내 손가락을 먹고 있는 쪽이 누구인지.”

몇 달간 누구도 침입하지 못했던 질이 굵직한 손가락 크기만큼 벌어지는 것이 얼얼하다. 약간 불편한 이물감이, 곧 거침없이 내벽을 문지르면서 쾌감으로 덧입혀진다.

“달아오르는 것도 순식간이지. 이 열기가 나를 얼마나 미치게 하는지, 너는 모를 거다.”

손가락 하나를 더 넣어 조금 더 넓히려는 움직임에 끙끙 앓았다. 하복부가 욱신거리면서 애가 탔다. 질척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체가 젖은 만큼 온몸이 땀에 젖는다.

“하으, 흡… 아아…….”

납작한 배 위를 스치는 그의 입술이 크림색 음모 위에 내려앉았다. 질을 넓히려는 손가락이 세 개로 늘어나면서 빠듯하게 벌어지는 아릿함에 신음성이 한층 높아졌다.

“하체에 힘은 빼야지. 그렇게 꽉꽉 물어버리면 아무리 나라도 손가락이 아프다.”

“그게, 힉,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고!”

빽 소리를 지를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가 갑자기 혀로 자그마한 음핵을 아래에서 위로 할짝거리는 바람에.

절대 가볍지 않을 아찔한 감각에 허리가 크게 휘어졌다. 이어서 그가 혀끝으로 얇은 피부를 거둬내고 그 속에 가려진 조그마한 속살을 꾹꾹 눌러온다. 심장에 응축되는 묘한 감각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움찔거려 숨을 헐떡거렸다.

“아! 아으읍!”

뼈조차 욱신거릴 만큼 거대한 쾌감을 알고 있다. 그 이기지 못할 전율이 곧 다가올 생각을 하니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뜨거운 욕망으로 들끓는 선홍색 눈동자가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 강렬한 눈빛에 아랫배가 바짝 긴장감으로 조여들었다.

순식간에 찌릿찌릿한 쾌감이 아랫배를 관통해 정수리까지 파도처럼 밀려와 나를 와락 덮쳤다. 쪼옥, 입술로 덮어 가볍게 빨아내는 자극에 눈앞이 번쩍하고 뒤통수가 저릿저릿하다. 가슴을 애무하는 것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한 쾌락의 늪에 빠진 기분.

허리를 들썩거리면서 어떻게든 피하려고 했지만 내 두 허벅지는 그의 손에 단단히 묶인 채다. 그리고 내 움직임을 따라 더욱 집요하게 달라붙는 혀가 나를 미치게 하지.

“그만, 그만… 그, 흑… 그만, 해요오…….”

온몸이 달달 떨려와 목소리까지 파르르 떨려 나왔다. 잇새로 흘러나오는 가느다란 신음에 섞인 애원을 파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작정한 듯 단단하게 발기한 음핵을 사정없이 괴롭혔다. 또 이미 활짝 열려버린 질 속을 무자비하게 파고드는 손가락도 멈추지 않았다.

‘힘들어. 죽을 것 같아. 그런데도…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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