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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한 번만 해요, 그거-80화 (80/132)

♬  80

“내가 좋아하는 거?”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뭘까? 어쩐지 기대가 되면서도 불안함이 몰려오기도 했다. 지금 파이가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거대한 살덩이로 나를 집요하게 괴롭히기 직전이니 말이다.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제 할 일을 다 마친 나비들이 다시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이곳에 처음 왔을 때 파이가 했던 말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지금은… 널 어떻게 기쁘게 해줘야 할지 그 생각밖에 들지 않는데. 저 천장에 커튼을 묶어 그 위에 매달린 채로 하는 건 어때? 꽤 스릴 있는 걸 좋아했잖아?]

…내가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니길 간절히 빌어본다. 하지만 아니라고 하기에는 이곳에 그네를 만든 이유를 설명하기가 모호하다. 게다가 그네의 높이가 보통 그네들보다 유난히 높아 보였다. 딱 내가 그의 품에 매달려있는 높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서, 설마 진짜로 저기에 나를… 앉혀두고 하려는 속셈?’

나는 떨리는 숨을 조심히 흘려보내면서 물었다.

“그네… 맞아요?”

“응. 네가 좋아했잖아. 그러고 보니 아카데미에 입학한 뒤로는 레어에 있던 그네도 타지 못했군.”

레어에 파이가 만들어준 놀이터가 있다. 내가 일곱 살 때, 커다란 나무의 가지에 매달린 그네가 타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준 놀이터.

레어 자체가 동굴이다 보니 나무가 살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파이가 가짜 나무 모형을 만들어 바닥에 심어버렸더랬다. 그리고 튼튼한 나뭇가지에 그네를 매달아주었다.

물론 나는 그게 진짜 나무인 줄 알았다. 밖에 나가야만 볼 수 있는 나무를 동굴에서 처음 만난 그날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손뼉을 치고 환호를 하며 뛸 듯이 기뻐했다. 우리 예쁜 나무 잘 자라라고 물도 가져다 부어주고 이름까지 붙여주었지. 일방적이긴 했지만 서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었는데.

사시사철 푸르른 나무가 기특하다고 했더니 파이가 대수롭지 않게 물었었다.

[설마 아직도 그게 진짜 살아있는 나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 말을 듣고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번개가 내리치는 충격을 받은 것처럼 눈동자를 파르르 떨었었다.

그때가 열세 살이었나? 무려 6년이었다. 그간 내가 물도 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나무 앞에서 춤까지 춰주면서 얼마나 잘 가꿨는데! 그런 나를 보면서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을까 생각하면 저 못된 드래곤의 정강이를 걷어 차주고 싶기까지 했다.

하여간 진짜 못됐어!

“내가 그네를 왜 안 타는지 설마 모르는 건 아닐 테죠?”

입술을 삐죽 내밀고 퉁명스럽게 물었는데 파이는 모르겠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정말 순수하게 모르는 눈치라 또 괜히 심통이 나서 발뒤꿈치로 그의 엉덩이를 툭, 때려주었다.

“그게 살아있는 나무가 아니라고 나한테 진작 말해줬었어야지. 6년이 넘도록 내가 모형한테 얼마나 정성을 쏟아부었는지 직접 눈으로 봤잖아요!”

“알고 하는 줄 알았는데? 목욕할 때 오리 인형하고도 대화하니까 그 나무도 알고 하는 줄 알았지. 그 일이 내가 엉덩이를 맞을 일이던가?”

“우, 우리 오리들은 장난감이라는 걸 알고 하는 거고! 나무는 말 안 해줬잖아!”

그러자 파이가 작게 웃으면서 천장에 매달린 천 그네 쪽으로 다가간다.

“아이가 사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건 정서적인 교감 면에서 좋다고 했다. 내가 해 주지 못하는 것들을 스스로 해결하는 네가 참 대견하면서도 고마웠어.”

“하지만 속아서 느낀 배신감은 정신건강에 좋지 못하다고요.”

“순수한 거지. 나는 그게 좋았거든. 우리 치즈는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었으니까.”

파이가 나를 조심히 그네 위에 앉혀두고 내 손을 그네의 줄에 얹어두었다. 그의 뻔뻔한 말에 나는 아까보다 더욱더 입술을 불퉁하게 내밀었다.

“내가 그거 때문에 얼마나 놀림당했는지 알아요? 레이라가 내 말에 박장대소를 했다고요.”

“그래도 레이라는 나와 마찬가지로 순수한 너를 좋아하는 것 같던데?”

“그건 논외라고요! 그 얌전하고 고상한 레이라가 배를 잡고 웃었을 때! 나는 파이가 그 나무에 대한 진실을 말했을 때처럼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나는 그래서 네가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것을 꺼렸었다. 그저 그때처럼 좋은 것만 보면서 긍정적인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었다.”

나는 콧방귀를 뀌며 파이를 한심하게 올려다 봤다.

“그런 순수함 따위 인간세계에서는 필요 없답니다. 이용당하기 딱 좋은, 그야말로 사기꾼에게 덥석 잡아먹힐 아주 좋은 먹잇감이라고 했거든요.”

“상관없지.”

“뭐, 뭐라고요?”

순간 파이가 상체를 조금 낮춰서 내게 얼굴을 들이민다. 정말 조금만 움직이면 입술이 닿을 거리까지 다가온 그가 눈동자를 천천히 내리면서 작게 속살거렸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잖아? 네 곁에는 내가 있을 거다. 앞으로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영원히.”

꿈쩍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숨결이 내 입술 위로 내려앉아 말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닿았으면, 그러다가도 닿아버리면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리겠다는 걱정이 들기도. 내 표정이 웃겼는지 작게 웃는 그가 고개를 살짝 기울여 뺨 위에 쪽, 입을 맞춰온다.

“만약 네게 수작 거는 사기꾼이 있다면, 나는 그놈이 차라리 죽여 달라고 외칠 만큼 벌을 내릴 거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분명 존재하는지도 불분명한 사기꾼을 처단할 거라고 하는 건데, 왜 내 등에 소름이 돋아나는 걸까?

“일단 앞으로 천년까지는 나와 연애를 하기로 했으니 그때까지는 내게 집중하도록 해. 다른 생각은 하지 마.”

만약 다른 생각을 했다가는 나를 사정없이 괴롭혀주겠다는 속뜻이 담겨있는 듯했다. 나는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모른 척 그네의 줄에 시선을 돌렸다.

“그, 그런데 파이?”

“응?”

흔들흔들, 굵은 줄이 아닌 천으로 된 그네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매우 불안했다. 바닥에 발도 닿지 않고 대롱대롱 흔들리니까 어쩐지 툭, 끊어질 것만 같다. 물론 파이가 나한테 들러 붙어있긴 했지만.

그네에 앉아있는 내 다리 사이로 들어온 그가 가까이 밀착했다. 커다란 손으로 내 허리를 감싸 안고는 내 어깨 위에 입술을 가볍게 문질러왔다.

정말 딱 그 위치가 예상했던 그곳이었다. 촉촉하게 젖어있는 여성지에, 덜렁거리는 그의 살덩이 끝이 쿡, 쿡, 찔려온다. 심장이 살아있는 생선처럼 펄떡펄떡 뛰고 온갖 감정이 뒤섞여 괜히 울먹거렸다.

“진짜… 여기서 하려는 건, 아니죠?”

내 물음에 파이는 서서히 고개를 들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마주 본다. 그러더니 엉덩이를 한번 가볍게 튕기며 굵직한 남근의 뭉툭한 끝부분으로 내 클리토리스를 정확히 건드린다.

나는 다급히 허리를 바짝 세우고 엉덩이를 뒤로 쑥 뺐다. 아까 한번 그의 손가락에 농락당했던 곳. 덕분에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찌릿한 전율이 솟구쳐서 그랬다. 물론 반동으로 내 젖가슴이 그의 가슴팍에 짓눌려버렸지만.

“으흑!”

“왜, 불안해?”

“아니 너무… 그리고 줄이… 끊어질 것 같은데…….”

내가 불안해하는 만큼 더 생글생글 웃는 파이가 뒤로 물러난다. 그래서 아주 조금 안심했건만. 내 엉덩이를 한 손으로 감싸 잡아당겨서 제 하체에 밀착시켰다. 난데없이 그의 뜨거운 기둥이 예민한 속살을 짓뭉개듯 깊숙이 눌려온다. 순간 아랫배를 강타하는 뜨거운 열기에 선명했던 시야가 흐릿하게 번졌다.

“아…흐!”

“내가 널 다치게 할 이유가 없잖아. 코끼리가 앉아도 무너지지 않게끔 튼튼하게 해놨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보다… 그런 거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을 텐데?”

“응, 으응, 아… 파이…….”

한껏 벌어진 허벅지가 허공에서 달달 떨려왔다. 찌걱거리는 젖은 마찰음이 너무 야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진득한 애액이 더 흥건하게 흘러나왔다. 위기감이 느껴지긴 한다. 그의 거침없는 허리 움직임에 아랫배가 불길을 머금은 듯 뜨거워졌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자극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덕분에 그네의 줄을 바짝 쥐고 있는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우…흑, 아아응…….”

“나는, 치즈 네가 이렇게 내게 집중해주는 것이, 굉장히 좋아. 이 깜찍한 머릿속에 나만 있었으면 좋겠는데… 다른 것에 너무 관심이 많아서 탈이야. 욕심도 많고.”

욕심은 파이도 만만치 않아! 내가 무슨 사육당하는 동물도 아니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그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내 머릿속의 대부분에는 그가 늘 존재한다는 거다. 물론 겉으로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부분도 있지만.

“긴장 풀어. 무서워할 게 어디 있다고.”

“나, 나는… 드래곤이 아니라고, 흑, 이…렇게 떠 있으면 무서, 무섭… 아!”

겁을 내면서도 순간순간 불어 닥치는 쾌락에 일일이 반응을 보이니 나도 내가 참 한심해 보인다. 웅얼웅얼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면서 작게 흐느끼자 파이가 부드럽게 웃으며 내 손을 감싸 쥐었다. 그러자 손바닥에 끈적끈적한 이상한 느낌이 감돌아서 움찔 놀랐다.

“으, 뭐야?”

“손을 고정해놓으면 덜 불안해할 것 같아서. 이제 들어간다?”

…으응?

당장 찢어져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얇은 천과 손바닥이 접착제를 붙여놓은 듯 쩍 달라붙었다. 그 이상한 느낌에 당황하고 있는 사이, 파이가 손가락으로 제 남성의 기둥을 아래로 꾹 누른다. 그러자 잔뜩 젖은 여성지를 가볍게 쓸고 내려가는 뭉툭한 끝이 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는 입구에 정확히 닿았다. 그 익숙한 느낌에 안달이 나버린다.

‘오, 온다!’

나는 버릇처럼 바들바들 떨리는 두 다리를 그의 허리에 감아 고정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곧 질구 안으로 맹렬히 파고드는 굵직한 살덩이를 받아냈다.

“…끄으, 흣! 아……!”

늘 처음 그의 것이 진입해올 때는 침대 위에서 두 다리를 한껏 벌린 채로도 심히 버거웠다. 대체 왜일까?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는데, 자신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듯했다.

“다리를 편하게 둬.”

“어떻… 어떻게 하는 게, 편해요? 난 모르겠…는데?”

내 몸속으로 진입해오던 파이가 자꾸만 조여드는 내벽에 길이 막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러더니 제 허리에 감겨있는 내 다리를 풀어냈다. 갑자기 자세가 바뀌어 크게 휘청거렸다.

“파이?”

이미 반쯤 들어와 있던 남근이 쑥 빠져나가 귀두 끝만 걸쳐진 채다. 곧 그의 입꼬리가 매끄럽게 솟아오르면서 짓궂어 보이는 표정이 드러났다. 어딘지 조금, 위기감이 몰려온다. 거침없이 잡아먹힐 것 같은 느낌.

“날 믿어.”

대체 어딜 보고 믿으라는 건지.

순간 그가 두 손으로 내 허벅지를 잡아 양쪽으로 확 벌린 채 허리를 강하게 튕겼다.

“하악!”

단단한 기둥이 안으로 쑤욱 밀려 들어온다. 긴장으로 이완되어있던 내벽이 버티지 못하고 확장되는 아찔한 감각에 뒤통수가 아릿하다. 온몸의 솜털이 전부 돋아날 만큼의 소름이 인다. 너무 짜릿한 쾌감에 정신을 놓아버릴 것만 같았다. 심장이 폭발할 듯 뛰고 가쁜 숨이 턱 아래까지 차올라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이어서 조금 뒤로 물러났던 그가 몇 번 가볍게 쿡, 쿡, 박아 넣었다. 그리고 한껏 들려 있는 내 종아리에 입술을 파묻으며 혀로 할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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