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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한 번만 해요, 그거-79화 (79/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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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쎄요? 그런 건가……?”

괜히 모르는 척 의문문으로 대답하자 내 뒤통수를 한 손으로 감싸 쥐고 다시 침대 위에 나를 눕혀놓는다. 오싹, 소름이 일 만큼 서늘하게 가라앉은 선홍빛 눈동자를 내리까는 무시무시한 파이의 시선이 딱 마주쳤다. 나는 잔뜩 긴장한 어깨를 살짝 움츠리며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우리 치즈가… 나를 떠나 홀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나 몰래 계획하고 있었을 줄은… 정말 예상도 하지 못했다.”

어, 음. 차마 부정할 수 없어서 뭐라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는 걸 보아하니 꽤 기분이 상한 것 같기도 하고.

“나도, 흠흠, 나만의 생각이라는 게 있다고요. 미래는 스스로 개척하는 거라고…….”

“나 몰래 도망을 쳐서 너만의 미래를 개척하려 했다는 거잖아?”

“…꼭 그렇게 삐딱하게 말해야 합니까?”

“미안하다고.”

…네?

그의 입에서 뜬금없이 사과의 말이 흘러나와 나는 두 눈을 둥그렇게 뜨고 느리게 끔뻑거렸다. 그러자 그가 두 팔을 내게 뻗어 나를 조심히 끌어안아 품에 밀착시켰다. 내 어깨에 코를 파묻고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뱉었다.

뜨거운 숨결이 얇은 피부 아래에 내려앉아 간질거려서 어깨를 바짝 모았다. 그랬더니 파이가 더 세게 끌어안는 바람에 내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윽! 아파!”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무슨 일이든 나와 상의하도록 해. 네가 하고 싶은 건 뭐든 들어줄 테니까.”

“가장 중요한 거 빼고요?”

일부러 혼인 이야기를 꼬집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물론 파이는 잠시 입을 다물다가 크게 한숨을 내쉬며 내 목덜미에 쪽, 입을 맞춘다.

“꼭. 이렇게 붙잡지 않으면 어디론가 사라질 것 같아서 불안하다. 이렇게까지 애가 탔던 적이 여태 한 번도 없었는데… 돌아버리겠군.”

“숨, 막혀요!”

“나도 숨이 막혀. 치즈 너 때문에.”

내 등을 감싼 팔로 몸통을 더 바짝 조여 대서 갈비뼈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 내가 부서질까 망가질까 전전긍긍하면서 섬세하게 굴던 그 남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그래서 허리를 확 비틀어 버둥거리다가 또 우뚝 멈추고 그대로 얼어버렸다. 아랫배에 꾹 눌리는 익숙하고 단단한 살덩이의 느낌이 갑자기 내 온 신경을 찌릿하게 만들어서. 동시에 파이의 입술 사이로 거친 숨이 터져 나와서 더 놀랐다.

“치즈…….”

“으… 아, 안 돼! 아!”

한쪽 팔로도 충분히 나를 제압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드래곤을 내 힘으로 밀어낼 수는 없었다. 또 그의 다른 손이 등을 파고 들어와서 드레스 끈을 풀어내는 걸 막는 것도 불가능이지.

안 돼! 이렇게 허락할 수는 없어!

“더 기분 좋게 해줄게. 밀어내지 말고.”

“힉! 잠깐, 잠깐! 잠깐만… 흐, 아니 잠, 파이!”

익숙하게 드레스를 벗겨낸 그가 빠르게 속옷도 제거했다. 덕분에 순식간에 알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내 허벅지를 파고들어 온 그의 손가락이 거침없이 밀부를 슥슥 문질러온다. 이미 아까부터 애액이 흘러나와 젖어있는 채다. 미끈하게 움직이는 손끝이 또 아찔한 자극을 선사했다.

녹녹하게 젖은 꽃잎은 가르고 말랑한 속살을 살살 긁어대자 아랫배에 뜨끈한 열이 올랐다.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이 바짝 굳는다. 심장을 할퀴어대는 야릇한 쾌감을 이기지 못하고 허벅지를 바짝 모아 붙였으나 소용없었다. 그런다고 손을 멈출 파이가 아니니까.

“으… 흐, 아… 아앙, 흡!”

꽃잎 사이의 울퉁불퉁한 속살을 어루만지는 그의 손가락 하나에 피가 들끓는 기분이다. 잘게 경련하는 하체를 평온하게 점령하는 손길에 시야가 파르르 떨려왔다.

그의 품을 벗어나야겠다던 생각이 짜릿한 쾌감에 덧칠되어 사라진 지 오래다. 숨을 할딱거리면서 제멋대로 오물거리는 여성지가 내 의지와 다르게 그의 손길을 반기고 있었다. 그제야 파이가 나를 옭아매던 팔을 풀어내고 젖가슴을 한가득 잡아 쥐었다.

“파이……”

“안된다던 말도 다 거짓말이었군. 네 몸은 이렇게 솔직하게 대답하고 있어.”

가슴을 조물거리는 그가 바짝 세워져 단단해진 유두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 꽉, 조였다. 미약한 통증에 실린 짙은 쾌감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는 기묘한 자극이었다.

머릿속에 조각조각 둥실둥실 떠다니는 단어들을 뱉어내며 파이를 말려보려 했으나 실패. 그가 속살을 감추고 있는 꽃잎을 활짝 벌려 그사이를 비집고 밀착해 조금 더 위로 올라온다. 그리고 작게 솟아있는 클리토리스를 손끝으로 콕콕 찌르듯 자극을 해온다.

“학! 아흣!”

그냥 스치듯 만졌을 뿐인데도 금세 흥분을 머금은 작은 돌기가 피부 위로 도드라졌다. 내가 숨을 할딱거리는 사이에 클리토리스를 지분거리는 손가락이 조금 더 여유롭게 깔짝깔짝 움직였다. 순간 급격하게 치밀어 오르는 짜릿한 전율을 맛보며 허리를 파드득 떨었다.

단단한 손가락 끝이, 자그마한 성감대를 감싸서 덮고 있는 피부를 밀어낸다. 그 얇은 피부 아래 숨겨진 돌기를 살살 문지르기 시작해서 정수리가 찌릿찌릿할 정도다. 이를 악물고 버티려고 해도 자꾸만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신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좋아? 네가 좋으면 나도 좋다. 하지만 혼자 가면 곤란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문제였으면 애초에 이렇게 느끼지도 않았어!

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내 목구멍에서는 연신 말이 되지 않은 신음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하앙! 으으응! 흑, 아……!”

간헐적인 숨을 토해내며 앓다가 지독한 쾌감을 이기지 못하고 허리를 비틀기만 수십 번. 피부에 내려앉는 공기가 서늘해질 만큼 전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더불어 정수리까지 치달아 오르는 전율과 함께 시야가 갈 길을 잃고 크게 뒤흔들린다.

그건 집요하게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파이가 묵묵히 제 할 일을 열심히 한 결과였다. 순식간에 치달아 오르는 절정에 전신을 잘게 떨었다. 허리가 부러질 듯 둥글게 휘어지면서 엉덩이를 들썩거리자 하체에 머물던 그의 손이 빠져나갔다. 동시에 내 뺨을 감싸 쥐고 옆으로 비스듬히 숙여와 내게 입을 맞춰왔다.

“으… 흐응…….”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느낌이다. 가벼운 키스인데도 한번 절정에 올랐던 터라 신경이 예민해져서 또 온몸이 찌르르 울렸다. 입술이 닿아 눌리는 것도, 그의 촉촉한 혀가 내 입속을 부드럽게 휘젓는 느낌이 평소보다 과했다. 정신이 붕 뜨는 기분. 차라리 그의 것이 내 몸 안으로 들어와 출납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쪽이 더 수월할 것 같다. 아니, 둘 다 힘들긴 하지만 방금 그건 너무… 순식간에 기운이 빠지는 일이라…….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입술을 떼어낸 파이가 다정하게 속삭이면서 다시 가볍게 입을 쪼옥, 맞춰오기를 세 번. 그때에도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아서 멍하게 그를 올려다보고 눈꺼풀을 느리게 팔랑거렸다. 살짝 흐릿해진 초점이 점점 맞춰오면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파이의 눈동자와 정확하게 마주쳤다.

그런데… 방금 뭐라고?

“나쁘지, 않다고요?”

“토끼같이 금방 훅 가버리면서도 늘 부족해 하니까. 이렇게 시작하면 나를 좀 더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네.”

그 말에 경악했다.

이 드래곤이 진짜 내가 무슨 자기처럼 철인인 줄 알아?

“자꾸 착각하는 모양인데, 나는 드래곤이 아니라고요!”

“알아.”

나는 기겁을 하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지만 파이는 숨을 쉬듯 태평하게 대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다시 커다란 손으로 내 아랫배를 부드럽게 매만져왔다.

또 시작인가보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호흡을 빠르게 골랐다. 이미 한번 달아올랐던 몸은 그의 가벼운 손길에도 쉽게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랫배에서부터 바람처럼 휘몰아치는 열기가 정수리까지 뻗어 올라가 머리가 빙글 돌았다. 뇌가 말랑해지는 뜨거움을 고스란히 느끼는 사이에 파이가 내 귓불을 입술로 살짝 깨물어왔다. 이어서 혀로 간질거리는 자극에 또 허리가 들썩거렸다. 말랑말랑한 살을 맛보듯 쪽, 가볍게 빨아내는 파이의 나직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알고 있어. 너는 드래곤이 아니지. 운이 좋지 못하면 쉽게 죽을 수 있는, 그저 수명만 늘어난 나약한 인간일 뿐이라는 것도 잘 알아. 그래서 조심, 아주 조심히, 갓 태어나 눈도 뜨지 못한 아기를 다루듯 조심스럽게 다루는 중이야.”

“흐… 아… 아닌 것 같은데…….”

“이런. 내가 늘 이만큼 소중히 여기고 있는 걸 몰라준다니 섭섭하군.”

말하면서 내 등을 팔로 감싸고 밀착해 나를 안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갑자기 침대에서 나를 일으키는 그의 행동에 어리둥절했다. 일단 나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그의 커다란 가슴팍에 달라붙어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싸고 한껏 매달렸다. 그러자 파이가 내 엉덩이를 한 손으로 받쳐 미끄러지지 않게 고정한다.

아직 완전히 벗겨지지 않은 드레스가 허리 부근에 우그러져 있는 상태다. 속옷은 벗겨진 채고. 그래서 느낌이 이상하다.

“뭘 하려고요?”

조금 전의 매우 아찔했던 쾌감이 아직 온전히 사라지지 않아서 축 늘어진 상태로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작게 코웃음을 치는 그가 벗겨지지 않은 드레스를 마법으로 가볍게 제거한다. 곧 파이 역시 간단하게 제 옷을 벗겨내 우리는 서로 알몸이 되었다.

이젠 빼도 박도 못 하게 되는구나.

“마침 괜찮은 방법이 하나 생각나서.”

“괜찮은 방법?”

“일단 눈 감아봐.”

대체 무슨 수작질인지. 그래도 나는 두 눈을 꾹 감고 두근두근 뛰는 심장을 여지없이 느꼈다. 슬프게도 한번 얕은 절정에 머물렀던 내 몸이 내 이성과 다르게 잔뜩 기대하고 있었거든.

아아, 너무 울적해진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야한 몸이 되었을까?

“됐어.”

그 말에 한쪽 눈꺼풀만 살짝 들어 올렸다. 그러자 바뀐 장소가 한눈에 들어왔다.

“숲?”

새까만 하늘에 둥실 떠 있는 뽀얀 달이 한눈에 들어오는 통유리. 튼튼한 나뭇가지에 매달려있는 투명한 유리의 반구. 파이가 내 생일선물로 만들었다는 반구 안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늦은 밤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유리 너머의 숲이 어두컴컴하고 고요했다. 슬그머니 불어오는 바람에 나뭇가지들이 이리저리 어지러이 흔들렸다. 그저 새까만 실내에 어스름한 달빛이 전부다. 그리고 구석에 놓인 침실을 보자마자 마른 침이 꼴깍 삼켜졌다.

지난번에도 저기서… 흠흠, 그랬는데.

“여기는 왜 온 거예요?”

민망함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나를 향해 파이가 피식 웃으며 나를 한쪽 팔로 고쳐 안아주었다. 그러더니 반대쪽 손가락을 공중에 휙휙 돌렸다.

곧 어디선가 사락사락 천이 스치는 소리가 들려와서 고개를 돌렸다.

우와……!

“요정이다! 응? 나비인가?”

작은 날개를 연신 팔랑거리는 수많은 나비가 어디선가 하늘하늘한 천을 이끌고 나타나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 네모난 천을 돌돌 말아 길고 조금 넓적한 끈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양쪽 끝을 천장 중앙에 매달린 동그란 고리에 걸자, 마치 그네 같은 모양이 완성되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나는 그네처럼 생긴 장식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자 파이가 내 엉덩이 한쪽을 조물조물 주물러대면서 나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네가 좋아하는 걸 만들어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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