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
…정녕 방법은 그것뿐이 없는 건가. 조금 울적해지긴 하는데 그가 아프다니까… 어쩔 수 없네.
늘 내가 아플 때마다 조금도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지켜준 파이다. 태어날 때부터 체구가 굉장히 작아서 이 조그만 아기가 숨이나 제대로 쉴지 걱정이었다고. 아마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을 꼬박 채우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워낙 병치레도 잦고 환절기 때마다 감기를 달고 사는 터라 그가 늘 걱정이 많았었다.
매번 효능이 좋다는 값비싼 약을 구해와 먹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고열을 동반한 몸살감기를 피해갔던 계절이 없었다. 특히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에도 감기는 자기 잊지 말라고 꼬박꼬박 찾아오곤 했다.
아무튼 지금은 그가 아프다니까 내가 도와줘야 한다.
“알았어요. 대신 나랑 하나 약속해요.”
“약속?”
“한번만 허락할게요. 사정하고 나면 끝나는 거예요, 알았죠? 사정했는데 또 하기 없기.”
그러자 그가 내 허리를 감싸 안아 번쩍 들어서 제 허벅지에 앉혀놓는다. 또 아까처럼 마주본 자세가 되었다. 동시에 아까 그가 아찔한 전율을 선사해줬던 감각이 떠올라 등 근육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파, 파이! 대답은?”
나를 마주보는 그의 붉은 눈동자가 솜털이 확 돋아날 정도로 살벌해서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정말, 굶주려서 허기진 맹수가 눈앞에 있는 작은 토끼를 향해 이를 드러내는 느낌이다. 마치 어떻게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지 궁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그냥 했었어야 했나. 아니, 그렇게 은근슬쩍 당하는 건 싫어. 주도권은 내가 쥘 거야!
“아, 아까 내가 위에서 올라타는 게 좋다고 했잖아요. 내가… 흡?”
얇은 잠옷아래를 파고들어온 그의 뜨거운 손이 내 허벅지를 매만지면서 내게 입술을 맞부딪혀왔다. 지체 없이 진득한 키스로 밀어붙이면서 내 등을 감싸 안아 그대로 몸을 돌려 나를 침대에 눕혀놓는다. 그러더니 허벅지 사이를 무릎으로 밀어 벌리고 그 사이에 자리를 잡는다. 동시에 손으로 허벅지를 쓸어 올리면서 잠옷 치맛자락을 위로 올리고 아랫배를 슬쩍 어루만졌다.
“응, 으응… 흐…….”
질척한 혀가 농염하게 입안을 휘저으면서 내 정신을 쏙 빼놓았다. 그의 거친 숨이 내 호흡에 섞여 주변 공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몸이 달아오르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심장에서부터 퍼지는 저릿한 감각이 손가락 끝과 발가락 끝까지 닿아 찌릿찌릿했다. 키스만으로도 벅차서 그의 팔뚝을 꽉 잡아챘고, 절로 곱아든 발가락으로 침대 시트를 꾹꾹 눌렀다.
“읍, 하아, 하아.”
숨이 턱 끝까지 차서 헐떡거리며 손톱을 바짝 세워 그를 밀어내자, 그의 입술이 떨어져 나간다. 덕분에 공기를 크게 들이마셔 폐를 한가득 채울 수 있었다. 숨이 딸리니까 어지러워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그가 또 다시 고개를 반대로 비스듬히 숙여 키스를 퍼붓는다. 그런 파이 때문에 이성을 다잡는 건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였다.
“점점… 초조해져.”
입술이 붕어 입처럼 살짝 부어오를 때까지 거침없이 키스를 퍼붓던 파이가 작게 중얼거렸다. 뒷골이 짜릿하게 울리는 키스에 은근 기분이 좋아졌다. 온몸을 어루만지는 그의 야릇한 손길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옆구리를 지나 골반과 허벅지를 매만지고 다시 배를 어루만지는 그의 손이 지나간 곳마다 열꽃이 피었다.
천천히 위로 올라온 손이 젖가슴을 부드럽게 감싸 쥐어 허리가 살짝 떨렸다. 그가 손가락 끝을 세워 조금 말랑해져있는 유두를 살살 건드려왔다.
“아흥!”
찌릿한 자극이 가슴 아래로 전해져와 심장이 쫄깃하게 조여들었다. 그러자 작은 아치형을 그리면서 금세 단단하게 세워진 정점을 입에 살짝 머금어 가볍게 빨아냈다. 또 허벅지 안쪽 살이 잘게 떨릴 정도로 야한 감촉에 허리가 들썩거렸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신음이 제멋대로 흘러나온다.
“하아, 간지러워…….”
“…상당히 기분이 나쁜데.”
“흐, 으응?”
연신 손가락으로 가슴을 희롱하면서 혀로 유륜을 할짝거리는 파이가 고개를 가볍게 젓는다. 그때마다 그의 기다란 머리카락이 내 어깨와 가슴 쪽으로 흘러내려와 간질거려서 또 더운 숨을 훅 뱉어냈다.
그런데 뭐가 기분이 나쁘다는 거야?
“파이?”
“그 건방진 왕세자와 혼인을 하면, 이런 짓을 그 놈과 하겠다는 뜻이었나?”
“…당연한 거 아니에요? 혼인하면 부부가 되는 거고 그럼 합법적으로, 악!”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던 반대쪽 유두를 꼬집듯 잡아 비트는 통각에 허리가 절로 들썩거렸다. 아프긴 한데, 아픈데도 뭔가 묘한 자극이 뒤따라와서 눈물이 찔끔 배어나왔다. 그러더니 모른 척 다시 고개를 숙이는 파이가 이를 세워 가슴을 살짝 깨문다. 그 아찔한 통증에 고개가 절로 젖혀졌다.
“하악! 이 드래곤이, 지금 무슨 짓이야!”
찌지직. 동시에 내 얇은 속옷이 그의 손에 너무 간단히 찢겨져나가 순식간에 벗겨져버렸다. 그리고 촉촉이 젖어있는 밀부의 여린 속살을 무릎으로 꾹 눌러와 또 허리가 파드득 떨렸다.
“아응, 파이…….”
“지금 확고하게 말하자면 그 놈은 절대 안 돼. 그러니 생각도 말아.”
아니, 내가 언제 그 왕세자랑 뭐 한다고 했어? 뜬금없이 왜 이런담?
곧 제 옷을 훌렁훌렁 벗어버리는 파이가 두 손으로 내 허벅지를 잡아 벌린다. 그의 덩치만큼이나 크고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남근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대단한 살덩이를 내 다리 사이에 가져다 대고 굵직한 기둥을 엄지로 눌러왔다. 단단한 기둥이 금방이라도 내 안에 파고들 기세로 뜨거운 열기를 잔뜩 뿜어낸다.
그러더니 조금 거칠다 싶을 정도로 문질러와 끙끙거리면서 허리가 낭창하게 휘었다. 진득하게 들러붙어 움직이는 자극을 견디다 못해 피하려고 뒤꿈치로 침대 시트를 밀었다.
“으, 흑! 파이, 아!”
내 움직임을 눈치 챈 파이가 피식 웃으면서 상체를 숙여와 내 몸을 위에서 짓눌러왔다. 그리고 손으로 내 어깨와 머리를 감싸 안아주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군. 그렇다면 기대에 부응해야겠어.”
“아니, 아!”
내게 하체를 더 밀착해서 아까보다 더욱 꾹꾹 짓눌러온다. 예민한 속살을 자극하는 아찔한 감각이 온몸에 퍼졌다. 그러자 두 다리가 하염없이 오들오들 떨리고 욱신거린다.
분명 어제 다시는 정사를 시작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던 기억이 있는데. 왜 또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응, 으… 흐, 으응…….”
“이제, 들어갈 거야.”
“아… 시, 싫… 아! 아으응!”
단단한 근육질의 묵직한 무게가 나를 짓누른 채다. 그가 천천히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그리고 그 살덩이 끝을 애액이 잔뜩 흘러나오는 입구에 끼워 맞춰 가볍게 밀어 넣는다.
말이 가볍게지, 난 절대 가볍지 않다. 그 무식할 정도로 굵은 남근이 뻐끔거리는 질구를 한껏 벌리고 진입해온다. 질이 찢어질 것처럼 아릿하게 벌어지는 압박감에 턱밑까지 숨이 차올랐다. 게다가 좁아터진 속살을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는데 겨우 귀두만 진입하는 것도 버거웠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급한 건지 모르겠다. 꽉 막힌 곳에서 멈춰선 그가 숨을 헐떡거리더니 더는 진입이 힘들다는 듯 도로 빠져나갔다. 젖은 소리를 내며 예민한 속살이 비벼지는 쾌감에 또 울먹거리고 힉, 짧은 숨을 뱉어냈다.
“아으… 읍, 파이… 아파, 아파, 아프다고…….”
“천천히 하고… 있어. 괜찮아.”
“아니야, 아니, 으… 읍!”
허리를 바들바들 떨면서 어떻게든 그의 것을 받아내기 위해 힘을 최대한 빼려고 노력했다. 그의 어깨를 움켜쥔 손가락에 더욱 힘이 가해졌다. 한껏 벌어진 허벅지가 달달 떨려왔다. 어제 생긴 근육통이 아직 남아있어서 허리와 허벅지 근육이 쿡쿡 쑤셔왔다.
그러자 파이가 내 두 다리를 제 허리에 두르고 웃음기를 담아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나를 기쁘게 반겨주는 건 고마운데… 너무 조이면 내가 들어갈 수가 없어, 치즈.”
“아으… 흑, 그런 이상한 말 하지, 아… 으응, 아으응.”
“아래에 너무 집중하지 말고. 저녁은 뭘 먹고 싶지? 그러고 보니 후식도 즐기지 못했군. 아무튼 프리센 왕국의 축제의 꽃은 야시장이라던데.”
“야시장?”
“밤에 열리는 시장으로 길거리 음식이 제법 유명하다고 하더군. 그거 먹으러 갈까?”
“길거리… 음식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아! 많이 못 먹게 했, 으으, 파이 잠깐만요, 아!”
“왜?”
“너무, 느낌이… 흑! 아, 응, 읏… 과해…….”
대답을 하다가도 순간적으로 훅 치고 올라오는 전율에 발가락이 절로 오그라든다. 그럼에도 느릿하게 깔짝거리는 출납을 멈추지 않았다.
나와 무슨 대화를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지. 그가 연신 질문을 던지기는 하는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내 몸 속을 자유롭게 누비는 살덩이의 아찔한 감촉을 온몸으로 느끼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방금 말한 건데도 무슨 말을 한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대답은커녕 이를 악물고 신음을 참아보려 애를 썼다.
“응, 흐으… 아아앙! 하악, 파이… 잇!”
하지만 결국 참지 못해 폭발하듯 그의 이름을 몇 번이나 외치면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순간적으로 전신을 강타하는 희열에 순간 새까만 장막이 시야에 내려앉았다.
“크읏.”
하지만 파이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저돌적으로 움직여 빠른 출납을 이어갔다. 덕분에 가라앉지 못한 쾌감이 점차 상승하면서 제멋대로 절정에 이르러 비명 같은 교성을 내질렀다. 쌓이고 쌓인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둑처럼.
그제야 파이가 움직임을 멈추면서 나를 꼭 끌어안고 어깨와 목덜미가 닳도록 쪽쪽 입을 맞춰왔다.
“벌써 가버리니 큰일이야. 이렇게 예민하니… 맞춰서 사정하기도 곤란해지겠어.”
귀 뒤쪽에 입술을 묻고 키스하는 것처럼 가볍게 빨아들여 또 움찔했다.
“으… 하, 한번 했으니까 이제 그만 해요.”
“아니지. 목적은 내 사정이었잖아?”
“…그럼, 이걸 또 하자고?”
“또라니. 나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이성이 산산조각이 나서 부서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다시금 귓불을 이로 가볍게 잘근잘근 씹으며 혀로 핥아온 그가 나를 끌어안은 채로 엉덩이를 뒤로 쑥 빼낸다. 그러자 안을 가득 채우던 살덩이가 내벽을 긁어내리면서 빠져나가 또 끙, 길게 앓았다.
이어서 찌걱거리는 소리가 연달아 들릴 정도로 빠르게 하체를 움직였다. 한번 절정에 올랐던 몸은 마시멜로처럼 말랑하게 풀어졌다. 그의 살덩이를 품은 내 질 역시 녹진하게 풀어져 부드러워졌다.
“으, 응, 흐으… 응, 앗.”
“그렇게 좋아? 물 마실래? 목이 다 쉬겠군.”
두 팔로 나를 감싸 안고 번쩍 들어 제 허벅지 위에 앉힌 파이가 물 잔을 내 입에 가져다 대준다. 어디서 난 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목이 마르니까 조심조심 받아먹고 꼴깍꼴깍 삼켰다.
아, 시원해.
뜨거웠던 몸의 열기가 아주 조금 내려갔다. 하지만 하체에 담겨있는 그의 거대한 남근이 꿈틀거리면서 조금 더 안쪽으로 깊이 박혀와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하아, 하아, 파이… 흑, 하…….”
“천천히 움직여도 돼. 괜찮을 만큼만 조금씩 움직여봐.”
후들후들 떨리는 내 팔을 제 어깨에 걸치게 만들고 내 허리를 감싸 잡은 그가 나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린다. 이미 감도가 높아져 한껏 예민해진 내벽에 가득 품었던 남근이 쑥 빠져나간다. 그 뜨거운 살덩이가 부드럽게 속살을 긁어 대서 또 끙, 작게 앓는 소리를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