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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한 번만 해요, 그거-19화 (19/132)

♬  #19

그의 붉은 혀가 연분홍색의 정점을 핥고 빨았던 짜릿한 감각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걱정 반 기대 반. 손가락이 바들바들 떨리고 괜히 숨이 가빠졌다. 그랬는데 파이의 붉은 눈동자가 또륵 굴러 나와 마주쳤다.

“무서운 건 아니지?”

내가 겁을 먹은 줄 알았나보다. 나는 뻣뻣하게 굳은 목을 겨우 움직여 가볍게 도리질을 쳤다. 그러자 그가 안심한 듯 표정을 풀고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간다. 그러더니 가슴을 그대로 지나쳐 배에 입술을 비벼왔다.

어라? 가슴을 물고 빨려던 게 아니었어?

예상했던 일이 빗나가자 갑자기 굉장한 실망감이 찾아왔다. 아니, 파이가 실망스러운 게 아니라……. 그 막 기분이 너무 좋아서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느낌이 순간 그리워져서. 그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기대했던 마음이 실망한 거라. 차마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좀 웃기고. 하지만 어제 그 다리 사이를 핥아주던 것도 꽤 좋았으니까.

“응, 으응, 아…….”

배꼽 주위를 맴도는 그의 입술과 혀가 붉은 자국을 만들고 지나갔다. 뜨거운 온기를 머금은 그의 손바닥이 내게 닿는 그 감촉이 좋았다. 골반을 지나 허벅지를 가볍게 훑어 내렸다가 올라오는 그 느릿한 행동이 어쩐지 야하다. 완전히 밀착하지 않고 닿을 듯 닿지 않게. 마치 솜털을 어루만지는 것처럼. 그의 손이 살짝 접촉만 해도 뱃가죽이 움찔 떨려왔다.

“배가 진동을 하는군.”

“으… 자, 장난치는 것 같잖아요.”

“장난이라니. 진지하게 임하고 있어. 아주, 진지하게.”

두 번이나 강조를 하면서 배꼽을 혀끝으로 할짝거리기 시작하자 또 복부가 움찔. 내 피부 위를 기어 다니는 그의 혀에서 젖은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나는 막 간지럽고 온통 엉망진창으로 변하는 기분인데, 파이는 자꾸 웃기만 한다.

“귀여워.”

그러더니 이런 어이없는 말을 남발하고 있다.

“자꾸 그렇게 놀리… 악!”

왠지 놀리는 것 같아서 괜히 심술이 나,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골반을 잡아 쥔 파이가 나를 쑥 아래로 당기는 바람에 몸이 뒤로 훅 넘어가버렸다.

혼란을 틈타 두 팔로 내 허벅지를 잡아서 벌리고 그 사이에 자리를 잡는다. 푹신한 침대의 반동에 시야가 어지러워 빙글 돌았다. 그 찰나에 파이가 예고도 없이 허벅지 안쪽을 혀로 길게 핥아 올리면서 나직하게 중얼거린다.

“꿀맛이 느껴져. 아주 달콤해서… 이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워. 그러니까 그만 유혹해.”

“유혹이라니요? 내가 언제?”

“지금도 날 미치게 하잖아. 조심하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참 괴롭군.”

대체 내가 뭘 했다고? 아무것도 안했는데?

진짜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를 빤히 쳐다보자, 살짝 진동하듯 떨리는 붉은 눈동자에 묘한 광채가 돌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목울대가 크게 움직이면서 붉은 혀가 입술 사이에서 삐져나와 아랫입술을 길게 핥는다.

그게 또 얼마나 섹시하게 보이는지. 심장이 덜컹거리고 아랫배가 후끈 달아올라 또 허벅지가 바르르 떨렸다.

“치즈.”

“으… 왜요?”

“다시는 도망가지 마라. 만약 또 몰래 빠져나갈 생각을 한다면 족쇄를 차게 될지도 몰라.”

지, 지금 뭐라는 거야, 이 남자가?

“어차피 레어 곳곳의 길을 전부 폐쇄시켰으니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고 나가지도 못하겠지만 그래도 불안하군.”

“그거 지금 협박이에요? 너무하다고 생각…….”

어이없는 말에 두 눈을 부릅뜨고 따지듯 물었으나 그가 단박에 잘라버렸다.

“당장 몸을 꽁꽁 싸매고 싶은 걸 꽤 많이 참는 중인데? 내가 참지 않길 바라나? 나는 이래봬도 너에게 신사적으로 대하려고 하는데 말이다.”

“신사적이라는 사람이 레어에 나를 가둬놔요? 아니, 뭐 어차피 나는 이 방에서 자의로 단 한발자국도 나갈 생각은 없어요. 괜한 짓을 하셨네.”

내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 파이가 머리맡에 얌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던 기다란 쿠션 하나를 끌어온다. 그러더니 내 허리를 살포시 들어 그 아래쪽으로 넣어준다. 어제는 엉덩이에 넣어주더니 이번엔 좀 위쪽이다. 덕분에 허리가 절로 휘어지고 엉덩이는 공중에 뜬 상태가 되어버렸다.

부, 불편해.

나는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면서 투덜거렸다.

“아무튼 그건 그거고 이거 좀… 위치가 이상한데요?”

나는 손으로 정수리쯤에 있는 베개를 다시 잡아끌어 뒤통수에 대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하체가 높게 들린 자세. 왠지 민망해서 나는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물론 손가락 사이로 파이를 살짝 엿보기는 했지만.

곧 내 허벅지를 더 옆으로 벌린 파이가 고개를 천천히 숙여오면서 여상하게 입을 열었다.

“신사적으로 대해줄 테니까 떠나지 마라. 또 내 영역 안에서 사라지면 그때는 나도 내가 어떻게 변할지 장담할 수 없어.”

거친 숨을 내쉬면서 경고조로 중얼거리는 파이가 고개를 숙여온다. 그의 입술이 여성지에 닿으면서 순간 시야가 흐리멍덩하게 번졌다.

“아!”

조금도 지체 없이 활짝 열린 꽃잎 사이를 혀로 길게 핥아 올린다. 촉촉하게 젖어있는 밀부를 빨아낸 그가 혀끝으로 클리토리스 위를 지분거린다. 조금 아까 욕실에서 손가락으로 농락하던 곳이었다.

순간 배가 쑥 들어갈 정도로 소름 끼치는 쾌감이 하체에서부터 머리끝과 발끝까지 퍼져왔다. 아까와 다른 의미로 시야가 새하얗게 변했다.

“하앙… 흣, 으… 읍! 앗!!”

손톱만한 작은 성감대에서 전해지는 자극이 생각보다 과했다. 굵은 살덩이가 내 좁은 안쪽 길을 밀고 들어오는 것과 다른 종류의 쾌감이다. 아니, 그보다 더 자극적이었다.

목에 핏대가 세워질 만큼 온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버렸다. 헉, 헉, 폐의 공기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짧은 호흡을 가쁘게 쉬다보니 머리가 핑핑 돈다. 찌릿찌릿하고 화끈한 열통이 하체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게다가 할짝할짝 젖은 소리가 연신 허공에 퍼져서 귓가에 울렸다.

그 예민한 살점을 입술로 가볍게 덮어 쪽, 빨아낸다. 순간 따끔한 바늘 수십 개가 척추에 줄지어 콕콕콕 박히는 기분이었다. 그 짜릿한 전율에 순간 정신을 놓을 뻔했다.

“으으응. 하악… 파, 파이… 아!”

발가락이 절로 곱아든다. 땀이 가득 배인 손으로 침대 시트를 한껏 말아 쥐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신통치 않아 내 허벅지를 잡고 있는 파이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그가 클리토리스를 다시 혀끝으로 가볍게 문지른다. 피부를 벗겨내듯 아래에서 위로 핥아 올리면서 도톰하게 솟은 살점을 살짝 빨아낸다.

“아읏! 아!”

내 커다란 비명에 파이가 흠칫 놀라 입술을 떼어냈다.

“왜? 아파? 아팠나? 응?”

눈물이 찔끔 흘러나올 만큼 엄청난 쾌락에 정신을 온전하게 가다듬을 수가 없었다. 너무 생경한 감각이라 온몸을 잘게 경련하면서 훌쩍거렸다.

그러자 내 위로 올라온 파이가 목덜미를 감싸고 팔뚝을 쓸어내리면서 진정시켜주었다. 그러더니 내가 아파서 비명을 지른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방심할 수 없는 아이다. 아니, 늘 그랬지. 어리나 크나 신경이 쓰이는 건 마찬가지군. 예민한 줄은 알았지만…….”

“흐… 나, 나빠. 진짜, 정말 못됐어. 내가… 흑, 내가 어…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그렇게 잘 느낄 줄은 몰랐지. 거긴 서두르지 말아야겠군. 벌써 한번 절정에 올랐다가 내려왔으니 이다음부터는 조금 나아질 거다.”

“…절정, 이라고요?”

아직도 다리 사이가 아릿하고 복부가 꿈틀거리는 감각을 느끼며 미간을 확 좁혔다. 그가 내 입술에 쪽 입을 맞춘 뒤에 아랫입술을 살짝 핥아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르가슴이라고 하던가. 그래서 빨리 지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건 천천히 시간을 늘리면서 조금이나마 익숙하게 만들면 괜찮아질 것 같아. 시간이 좀 오래 소모되겠군.”

익숙하게라니. 이게 익숙해질 수 있는 자극이란 말이야? 절대 안 될 것 같은데.

아직 그 몰아치던 전율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는데 그가 고개를 아래로 내려 가슴 주위를 혀로 핥아왔다. 동시에 손가락을 아래로 내려 축축하게 젖어있는 입구를 살살 어루만지듯 둥글게 문질러온다.

“으, 읏, 아… 아!”

가슴과 하체에서 동시에 전해지는 자극에 환락의 세계로 한발 딛던 그 순간. 단단한 손가락 하나가 질구를 비집고 안으로 깊이 밀려 들어왔다.

아까부터 잔뜩 흥분해서 미끈한 액을 가득 품은 내벽이, 안으로 비집고 들어선 손가락을 반기듯 꽉꽉 물어댔다. 속살에 파묻힌 그의 손가락을 오물오물 맛보듯 꿈틀거리는 내 몸이 너무 낯설다. 마치 나와 다른 자아 같아서 당황스러우면서도 민망해 죽겠다.

어제도 느꼈지만 넌 정말 왜 이러는 거니?

“아… 으흐…….”

느릿하게 빠져나간 손가락이 다시 제멋대로 움직이는 속살을 비집고 진입해온다. 그렇지 않아도 쿠션에 의해 휘어진 허리가 더 들썩거리고 허벅지가 파르르 떨려왔다. 간질거리면서도 서늘한 공기가 피부에 스치는 것마저 짜릿할 정도로 예민해진 몸이 길을 잃고 헤매는 기분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도망치는 말의 엉덩이가 떠올랐다.

아, 맞다. 릴리는?

“파이… 하아, 릴리는요? 릴리가… 그때 그냥 도망갔, 아, 읍!”

“집사가 알아서 처리했겠지. 신경 쓰지 마.”

“으, 릴리 혼내 줘야, 하는데… 아, 아, 앙.”

주인의 말을 듣지도 않더니 위기의 상황에서 저 혼자 꽁무니 빼고 도망친 릴리의 뒷모습이 아른거린다. 하지만 곧 생각을 포기했다. 그가 속살을 손가락 하나로 헤집어놓는 그 감각을 온전히 견뎌내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부들부들하게 녹아내린 내벽을 손가락으로 둥글게 문질러왔다. 질구를 넓히려는 움직임이 너무 낯설어 발끝이 절로 곱아들었다. 얇은 피부가 벌어지는 감각이 통각인지 쾌감인지 모르겠다. 예민한 신경이 뇌를 들쑤셔서 정확한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게 어쩐지 무서우면서도 싫진 않았다.

“하아, 흐으응…….”

끈적한 물기가 질척거리는 소리도 야하다. 내 목구멍에서 흘러나오는 새된 신음이 귀를 어지럽혔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감각도, 전신의 피부가 뜨거운 느낌도 민감하게 전해져온다.

손가락 끝까지 깊이 넣었다가 뱅글뱅글 돌리고 다시 젖은 소리를 내며 빠져나가기를 몇 번. 손가락을 하나 더 추가해서 안으로 밀어 넣는 묵직한 감각에 또 허리가 파드득 경련했다.

“힘들어?”

“…어제보다, 낫긴 한데… 아으으… 히, 힘들어요…….”

“익숙해져야지. 괜찮아. 몸에 힘 빼고.”

힘드냐고 물어봐서 힘들다고 대답했는데 왜 괜찮아, 라는 대답이 나오는 거야?

막 뭐라고 따지고 싶지만 숨을 고르기도 벅찰 만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후우, 후우.

일부러 더 숨을 크고 천천히 쉬려고 노력했다. 그랬는데 몇 번 출납하지도 않던 두 개의 손가락이 세 개로 늘어났다.

“아! 아앙, 잠깐!!”

팽팽하게 벌어지는 질구가 한계치까지 벌어지는 느낌. 나는 살기 위해 몸에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그가 느릿하게 진입하면서 손목을 천천히 돌려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동시에 내 가슴을 잡아 쥐고 있는 반대 손으로 유두를 살살 괴롭혀왔다.

차곡차곡 쌓아져 가는 쾌감이 한계점에 다다르려고 할 때쯤, 그가 손가락을 전부 빼냈다. 그리고 허리 아래에 넣어둔 쿠션을 빼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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