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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한 번만 해요, 그거-5화 (5/132)

♬  #5

눈동자가 지진이 난 것처럼 방황했다. 창피해서 눈을 내리깔았는데도 민망함이 가시지 않아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러다가 팔뚝에 가슴이 스쳐서 또 흠칫. 한번 달아올랐던 몸이라 옅은 자극에도 허리가 바르르 떨려왔다.

“…흠흠.”

그 역시 민망한지 헛기침을 하면서 내 등을 손바닥으로 조심조심 쓸어내렸다. 어느새 슬립이 아랫배까지 내려간 채라 등이며 가슴과 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버렸다.

아이, 나도 참. 이제 와서 이러면 안 되지. 내가 쑥스러워하면 파이는 분명 안하겠다고 가버릴지도 몰라.

나는 다시 굳게 마음을 먹고 여전히 발개진 얼굴을 손가락 사이로 빼꼼 드러내면서 그를 흘끗 쳐다봤다. 역시나 얼굴은 평소와 같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무표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미간이 아주 살짝 좁아져서 조금 오그라든 걸 보니 내 반응을 살피고 있었나보다.

그래서 나는 한숨을 폭 내쉬며 두 손을 다소곳하게 내려 그의 허리를 조심스레 붙잡았다.

“아까… 말했잖아요. 나는 처음이라… 처음이라서 그래요. 하지만 느낌은 조, 좋았으니까. 파이가 가, 가, 가슴 빨아주는 것도 조… 좋았어요.”

“그런데 왜 울었지?”

당신을 떠날 생각을 하니까. 당신이 이렇게 나를 기분 좋게 해주는 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슬퍼서요.

하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어요. 내가 떠나겠다고 하면 당신이 순순히 날 보내지 않을 게 분명하니까.

나는 이 아픈 가슴을, 그리고 오늘의 이 기억을 안은 채 당신과 함께 있을 수가 없어요. 아마… 견디지 못하고 애를 태우면서 그렇게 서서히 말라 죽어갈 테니까요.

그 말 못할 속마음을 꾹꾹 눌러 담으며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고 떨리는 입술을 겨우 움직였다.

“파이가 나를… 안아줘서, 기뻐서 그랬어요. 너무 기뻐서, 감격에 벅차서.”

“…정말인가?”

“응. 나도 지금 알았는데. 정말 기쁘면 눈물이 난다고 했어요. 행복한 눈물이라고 하던가? 그거예요. 그러니까 다시… 키스, 해줘요. 파이.”

여전히 내 말을 믿지 못하는 표정이다. 의심이 간다는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보기만 한다. 어딘지 정체된 분위기가 너무 낯설어 목구멍이 바짝 말라온다.

행여 내 속마음이 들통날까봐 에라 모르겠다, 하고 내가 먼저 그의 입술을 덮쳤다. 입술을 꾹 누르고 혀끝으로 굳게 닫혀 진 그의 입술사이를 살살 문질렀다.

“응, 흐으…….”

먼저 키스를 한 쪽은 난데 내 정신이 순식간에 빼앗겨버리는 느낌이다. 그 비어버린 곳에 가득 채워지는 것은 섬뜩하리만큼 지나치게 실감나는 쾌감이었다. 그 순간, 다시 몸이 확 뒤로 넘어가버렸다. 다행히 그가 내 머리와 등을 손으로 받쳐줘서 아까처럼 놀라지는 않았지만.

동시에 닫혀있던 그의 입술이 열리면서 미끈한 혀가 내 입속으로 침범했다. 그래도 아까 한번 해봤다고, 생각만큼 낯설지는 않았다.

그건 그도 마찬가지였나보다. 그의 혀는 나를 달래기라도 하는 건지 아까보다 훨씬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래서 긴장한 내 혀를 움직여 그의 혓바닥을 슬쩍 건드렸다. 그러자 작게 웃는 그의 숨이 입 안으로 훅 들어와 또 어깨를 바짝 움츠리며 끙, 앓았다.

“아, 미안.”

짧게 사과한 그가 입술위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다시 키스를 퍼붓는다.

아까는 진짜 굶주린 늑대가 사냥감을 몰 듯 격렬해서 정신을 쏙 빼놨었다. 하지만 지금은 귓가에 대고 다정하게 속삭이는 것만큼 간지러움이 전해져왔다. 그 달콤한 키스에 흠뻑 빠져 기분 좋은 신음을 흘렸다. 발가락이 절로 곱아들 정도로.

부드러운 키스와 다르게 그의 손은 조급하게 느껴질 정도로 바쁘게 움직였다. 내 엉덩이를 조심히 들어서 허리에 걸쳐져있던 슬립을 완전히 벗겨내 주었다. 이어서 속옷도 거침없이 탈의를 시켜주는 바람에 완벽한 알몸이 되어버렸다.

은근히 민망해서 또 눈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고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옷감이 내 다리위로 스치는 걸 보니 그가 하의를 벗었나보다.

같이 목욕할 때도 나는 다 벗는데 파이는 꼭 하체를 수건으로 둘러서 가리곤 했다. 하지만 그 수건 위로 불룩하게 솟아오른 것이 무엇인지는 아카데미의 동기들을 통해 알게 되었지. 실체를 본 적은 없으나 그림으로는 대강 어떤 모양인지 이해는 하고 있었다.

사람마다 크기가 제각각이라고 하던데. 파이의 가려진 수건이 솟아오른 모양새를 봐서라도 절대 작은 크기는 아니었다. 크고 굵으면 좋은 거라고 했으니까. 저게 여자를 미치게 만드는 거라고 했던가.

어쩐지 기대가 되면서도 동시에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경험이 없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일을 도전한다는 거에는 큰 의지와 결심이 필요하니까.

“천천히 할게. 아프지 않게, 다치지 않게 최대한 조심히 하겠다.”

입술과 얼굴 여기저기에 입을 맞추는 그가 목을 혀로 길게 핥아 올리면서 천천히 아래로 내려간다. 그의 입술이 닿는 곳이 불에 지지는 것만큼 뜨거워졌다. 더불어 내 호흡마저 거칠어진다.

쇄골을 타고 쪽, 쪽, 입을 맞추면서 내려가자 어느새 가슴에 가까워져간다. 그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으려니 손가락이 파르르 떨려 다시금 침대시트를 꽉 부여잡았다.

겨우 피부에 입을 맞춰오는 것뿐인데 뇌가 말랑하게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연신 강아지처럼 끙끙 앓는 내 골반을 조심스럽게 감싸 쥔 그가 위로하듯 토닥토닥 가볍게 두드려줬다. 그리고 다시 가슴을 입에 머금어 부드럽게 빨아내는 짜릿한 자극에 호흡이 불규칙하게 터져 나왔다.

“아! 아으… 흐응.”

쪼옥, 쪽, 젖은 소리마저 음란하게 들려온다. 흐느끼듯 눌린 신음이 거칠어진 숨소리와 함께 새어나와 또 다시 정신이 어지럽게 뒤흔들렸다. 그의 입속에 빨려 들어간 유두에서 아찔한 전율이 폭포수처럼 온몸으로 퍼부어지니 멀쩡할 리가 없지.

그러던 찰나에 그가 내 무릎 아래에 손바닥을 껴서 양쪽으로 벌리는 바람에 두 다리가 허공에 뜨고 하체가 열렸다. 동시에 다리 사이의 은밀한 곳에 서늘한 공기가 닿는 야릇한 감각에 또 한 번 움찔 떨었다.

그런데… 이건 흡사 개구리가 아닌가. 아니, 이런 자세로 정사를 치른다는 건 그림으로 봐서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직접 이 자세로 누워있자니 민망해서 기절하겠다.

늘 조신한 귀족인 척 교육을 받아왔다. 기본적인 식사예절부터 우아한 손짓. 기품 있게 앉았다가 일어나는 방법. 그리고 세련된 걸음걸이를 어릴 때부터 간간히 배워왔다. 덕분에 아카데미에서도 어느 가문의 영애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아왔었다.

물론 나는 귀족 따위가 아니라서 그냥 웃어넘겼다. 물론 내게 친한 척 들러붙어 내 정체를 캐내려고 집요하게 캐묻던 사람들도 몇 있었지. 주말마다 나를 데리러왔던 파이를 본 여자애들이 은근슬쩍 더 친한 척 구는 것도 솔직히 조금 짜증나는 일이긴 했어.

아무튼 귀족 영애들이 가장 꺼려한다는 체육시간에 가끔 다리를 찢었긴 했었다. 그러나 적어도 이렇게 요상한 자세는 아니었다.

조금 긴장한 내 다리사이에 무릎을 꿇은 채 앉은 파이가 잔뜩 벌어진 허벅지를 감싸 쥐었다. 그러더니 뜨거운 눈빛으로 내 부끄러운 곳을 빤히 내려다봐서 얼굴이 금세 발개져버렸다. 그의 커다란 손에 잡힌 내 다리가 파드득 떨려왔다.

“그, 그렇게 쳐다보면 부끄러운데…….”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밀빛을 담은 음모가 수줍게 모여 있는 곳 아래는 사실 내 눈으로도 본 적은 없었다. 그것 역시 그림으로 봐서 알지.

‘그래도…….’

내 비밀스러운 곳을 처음 연 사람이 파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걸 다른 남자가 본다고 생각하니 조금 거부감이 들었으니까.

“움직이는군. 꼬물꼬물. 귀여워.”

빤히 내 밀부를 내려다보던 그가 작게 웃으면서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뭐, 뭐가?”

“너.”

얼굴이 타오를 듯 후끈거렸다. 뒤늦게 그가 귀엽다 말한 것이 다름아닌 내 다리 사이의 은밀한 부위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으… 나, 나는 몰라요. 나는 움직인 적 없다고.”

진짜 몰라. 그가 쳐다보는 눈빛이 너무 강렬해서 아래가 움찔거리는 것 같긴 했지만.

긴장해서 손바닥에 식은땀이 묻어나오는 것 같아 다시 침대시트를 바짝 말아 쥐었다. 그러자 그가 머리맡에서 베개를 끌어와 내 뒷머리를 들어 그 아래 넣어주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를 내 허리와 엉덩이 사이에 넣어준다. 몸이 둥글게 말리는 느낌이었다.

“편하게 힘을 빼. 허리 아프다.”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투덜거리는 내 말에 나른하게 웃는 그가 어깨를 조금 들썩거린다. 베개 덕분에 고개가 조금 앞으로 숙여져 그의 모습이 아까보다 잘 보였다.

그런데… 헉, 저게 뭐야?

나는 눈동자를 또르르 내리다가 경악해서 얼어붙어버리고 말았다. 무언가 대단한 것이 눈에 스쳤기 때문이었다. 그의 단단한 가슴팍을 지나 울룩불룩 오밀조밀 잘 잡혀있는 근육 아래로 드러난 그의 하체.

늘 수건에 가려졌던 그곳. 여성들은 다리 안쪽에 가려져있지만 남성들은 성기가 밖에 드러나 있다고 했지.

구릿빛보다 더 진한, 짙은 갈색을 넘어 고동색에 가까운 색으로 뒤덮인 그것은 마치 작은 몽둥이 같았다. 그 끝은 약간 촉촉해 보이는 투명한 무언가에 젖어서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 기세가 얼핏 보아도 매우 흉포해 보였다.

그런데 그 크기와 길이가… 내가 그림으로 봤던 그 귀여운 것이 절대 아닌데?

“아… 그, 저…….”

당황한 내 시선을 따라 고개를 내린 그가 헛기침을 하면서 뒤로 조금 물러났다. 그러자 그의 분신도 덜렁거리면서 움직이는 바람에 또 흠칫 놀랐다.

그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저게 내 몸에 들어온다는 거야? 나도 모르게 고개를 내저었다. 다 들어가기 전에 죽을 게 분명했다.

내 겁먹은 표정을 본 건지, 파이가 안심하라는 듯 입을 열었다.

“걱정 마라. 당장 넣진 않을 거다. 긴장 풀어.”

내 허벅지를 커다란 손바닥으로 천천히 쓸어내리는 그가 고개를 숙여 내 아랫배에 입을 쪽 맞춰왔다. 아까부터 감각에 날이 세워진 상태라 작은 입맞춤의 감각조차도 선연했다.

그의 입술은 더욱 아래로 내려갔다. 그가 이내 밀빛 음모를 입술로 지그시 눌러오자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발끝이 간지러워 발가락을 잔뜩 끌어 모았다. 그리고 그의 입술이 음모 아래에 가려져서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진다. 그러더니 아주 천천히, 느릿하게 밀부 위에 안착했다.

“아…….”

순간 따끔하면서도 기묘한 감각이 아랫배를 치고 올라왔다. 그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숨결이 예민한 곳에 내려앉자 오싹한 소름이 일었다.

정말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순간이었다. 그의 입술이 누구도 손대지 못했던 곳을 가볍게 눌러오는 감각에 달뜬 숨이 터져 나왔다. 게다가 목구멍에서 야한 소리가 나오는 것 같아서 황급히 손으로 입을 덮으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맙소사, 정말 맙소사! 지금 도대체 뭘 하는 거야?

달달 떨리는 허벅지를 다급히 오므리려 했으나, 그의 손이 내 다리를 옆으로 꾹 눌러 그마저도 실패다. 그리고 촉촉한 혀가 여성지의 갈라진 부분을 아래에서 위로 훑는 자극에 허리가 절로 들썩거렸다.

늘 얌전하던 정신이 심장과 함께 이리저리 날뛰기 시작했다. 마치 뱀처럼 미끄러지듯 여성지를 핥아대어 숨이 끊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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