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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244화 (244/277)

244화

"푸하하하하!"

그때 모여 있던 넷 중, 한 명의 여성이 웃음을 터트렸다.

"쟤가 하는 말 들었어?"

그녀는 주변을 돌아보며 강민이 한 말을 되새겼고.

"들었다."

"듣지 못할 리가 없지 않나."

"그런데… 안 웃겨?"

오히려 당황스럽다는 듯 되묻는 여성.

하지만 이제 막 몸을 일으키고 있는 한 명의 남성은 오만상을 찌푸린 상태였고, 남은 둘마저도 깊은 고심에 빠진 표정이었다.

"제르민. 결코 경거망동해서는 안 돼."

몸을 일으키고 있던 남자가 여자에게 말했다.

"경거망동? 네가 너무 약한 게 아니고?"

"그만."

여자의 말을 빠르게 끊어낸 한 남자가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그는 한 손에 자신의 키만큼이나 기다란 창을 들고 있었고.

창의 끝에는 길게 뻗은 곡선 형태의 날이 달려 있었다.

'언월도'의 형태를 하고 있는 긴 창은 검붉은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으니.

그 빛은 마치 그의 눈처럼 살기가 매섭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때.

"네가 대장인가."

강민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선 남자에게 물었다.

조금의 두려움조차 느껴지지 않는듯한 여유가 넘치는 말투였고.

'…강하다.'

남자는 직감했다.

저 앞에 있는 자는 분명 인간이지만, 인간이라고 하여 감히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존재라는 것을.

"저 미친…."

"그만!"

여자가 앞으로 뛰쳐나오려는 것을 막아 선 남자는 다시 강민을 바라봤다.

'측량할 수 없다.'

수많은 싸움을 거듭해 오며 승리에 승리를 이어왔던 마계의 패자의 수하로서 그 역시 무수히 많은 이들과 검을 겨뤄왔다.

덕분에 한눈에 상대의 강함을 측정하는 데에는 도가 터 있는 상태였음에도.

'보이지 않아.'

저 앞에 서 있는 남자가 얼마나 고강한지에 대해서 그로서도 도무지 측량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다.

아니, 물러서면 안 된다.

마계의 패자의 수하로서.

그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

그가 입을 열었다.

"모두 준….'

그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

"……?!"

"뭐, 뭐…!"

"커, 커어어억!"

모두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들이 그러는 이유는 자신들도 알 수 없었다.

그저 거대한 무언가가 자신들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심지어 저 앞에 서 있는 강민은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서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건만!

그때.

저벅!

강민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그 순간.

쿠우우웅!

"끄, 끄으으아아…!"

"커허억!"

"꺄아아아악!"

그들의 몸이 결국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하늘 위에서 무언가가 자신들의 몸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숨이 가빠왔고, 서 있기는커녕 팔다리가 후들거리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제야 그들은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기세다… 그저 기세 하나로…'

말 그대로.

강민은 그들에게 이렇다 할 공격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가진 기운을 끌어내어 그들을 압박하고 있을 뿐.

'마, 말도 안 되는...'

그중에서 가장 크게 놀란 건, 조금 전 강민과 잠시나마 몸을 맞대었던 남자.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

'애초에... 나와 싸울 생각조차 없었다는 말인가...!'

자신을 처치하기 위해 싸운 게 아니라는 것을 그제야 알아챈 그는 깊은 절망감에 빠져야만 했다.

조금 전 강민의 공격을 막아내고, 그와 응수했던 것이 아니라.

강민은 그저 자신을 가지고 놀며 요리하고 있었다는 말일 테니까.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수치심, 치욕감, 그리고 굴욕감.

부정적인 모든 감정들이 그를 잠식하기 시작했을 무렵.

"무, 무슨... 대체 너는..."

가장 앞에 서 있는 남자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는 다른 세 명과 다르게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서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상태 역시 감히 정상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서 있는 게 고작.

톡, 하고 건든다면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안색이 파리해져 있었으니까.

믿을 수 없었다.

대체 인간에게서 어찌 이런 무지막지한 기세가 뿜어져 나온다는 말인가!

그때 다시.

"대단하군."

강민이 입을 열었다.

대단하다니.

대체 무엇이 대단하다는 말인가.

어이가 없었고,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그의 그런 심정을 고려할 리 없는 강민이 다시 말을 이었다.

"칭찬받을 만해. 너희의 우두머리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인정을 받을 만한 자다."

"미, 미친…."

욕지거리를 내뱉고 싶었지만 그조차 할 수 없었다.

한 마디라도 더 내뱉었다가는 당장에라도 몸이 쓰러져 내릴 것만 같았으니까.

그리고 그 순간.

팟!

강민의 모습이 사라졌다.

눈 깜짝할 새 조금 전까지 차분히 걸음을 옮기던 강민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역시나 믿을 수 없는 속도다.

지금껏 자신의 시야를 속일 정도로 빠른 움직임을 보인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알 수 없는 세계에서 눈을 뜨자마자 저런 괴물을 마주하게 되다니!

그리고.

빠아아아악!

어디선가 둔탁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그는 다급히 시선을 움직였다.

분명 누군가가 공격을 당했을 테고, 공격당한 이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나머지 셋은 여전히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간신히 숨을 헐떡이고 있을 뿐이었고.

'그럼 대체 누가….'

라는 생각이 잠시 그의 머리에 스쳐 지나간 그 때.

"커… 커허억…!"

그의 전신이 마비될 정도로 엄청난 충격에 복부에서부터 올라오기 시작했다.

"뭐, 뭐…."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강민의 공격을 당한 게 나머지 셋이 아니라, 자신이었다는 것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자신이 감각을 느끼기도 전, 강민이 자신을 공격했다는 말인가.

대체 그게 무슨 얼토당토 않는 소리냐는 말이다.

믿을 수 없었고.

믿어서는 안 될 일이고.

동시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음에도.

콰아아아아앙!

그는 끔찍한 고통을 느끼며 먼 곳으로 날아가고 있는 자신의 몸을 발견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찰나.

자신의 의식이 따라갈 수조차 없는 말도 안 되는 속도였으니.

"아…."

그는 짧은 탄식과 함께 의식을 잃은 채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앙!

***

"싱겁군. 그렇지 않나."

나는 쓰러져 있는 셋을 내려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나름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이겠지만, 이들은 너무도 약했다.

아니, 내가 그만큼 강해진 것이겠지.

사념을 중심으로 새로이 형성된 나의 마나 하트에서 흘러나오는 나의 마력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만으로도 태산을 쓰러트릴 정도였으니.

이들이 나의 기세를 견뎌내기란 애당초에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지.

"자, 일어나 보아라."

나는 기세를 거뒀다.

그 순간.

"흐어어어어억!"

"흐아아악!"

"허어억!"

쓰러져 있던 셋은 다급히 숨을 들이켜며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저렇게 허약해서야 원.

나는 그들이 호흡을 고르기를 잠시 기다려 줬고, 이내 그들의 호흡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할 무렵.

"나를 봐라."

내가 말했다.

그들의 시선이 천천히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한 명과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 순간.

"허, 허어어억!"

그가 기겁을 하며 경련을 일으켰다.

"왜 그러나. 내가 너를 건드리기라도 했나? 나를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도 좋다."

"그, 그…."

잔뜩 겁을 먹은 상태다.

비에 젖은 작은 강아지의 모습이 저럴까.

'사념 때문인가.'

사실 이 정도까지 겁에 질리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만큼 사념의 강한 기운이 저들의 정신을 일부 망가트려 놓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래서는 곤란한데.'

차라리 몸을 망가트리고 대화를 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이 망가진 채 대화조차 불가능한 상황을 원했던 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이곳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고, 이들에게 어떤 정보라도 얻어내야만 했으니까.

"내 말이 들리는가."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드, 들려! 들린다고! 그만… 그만해!"

여자가 소리쳤다.

잔뜩 겁에 질린 듯한 눈동자.

"그래. 네가 가장 멀쩡해 보이는군."

나는 여자를 바라봤고.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여자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는 떨려오기 시작했다.

"떨지 말고 내가 묻는 것에 똑바로 대답해라."

"아, 알겠… 알겠어…."

여자가 답했다.

이 여자는 충분히 대화가 가능한 상태라는 것을 확인한 나는 질문을 던졌다.

"이곳에 대해서 무언가 알고 있나?"

"모, 몰… 몰라…."

거짓말은 아니었다.

지금 거짓말을 할 정도로 여유가 없다는 건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렇군. 그렇다면 다음."

"……."

"너희가 모시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 테지. 그렇지 않나?"

내가 물었다.

이번 질문은 그저 나의 직감에 따른 질문.

그때.

흠칫!

여자가 화들짝 놀랐다.

역시 내 감이 틀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맞는 모양이군. 잘 되었다. 그라면 너희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테지. 그는 어디 있지?"

내가 물었지만.

"다, 닥쳐!"

여자가 소리쳤다.

말해 주기 싫은 모양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스릉-

나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 순간.

"그, 그만해! 그만하라고!"

그 옆에 있던 남자가 다급히 몸을 일으켰고,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검붉은 빛이 어려 있는 검이 나를 향했으나 그는 감히 나를 향해 검을 휘두르지는 못했다.

"자신이 없다면 검을 꺼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후웅!

나는 놈의 검 위로 내 검을 슬쩍 움직였다.

그 순간.

서걱!

"어…?"

놈의 검이 반으로 잘린 채 바닥에 떨어져 내렸고.

콰아아앙!

놈의 몸통을 걷어찼다.

그 순간.

"커허억!"

놈이 피를 쏟으며 저 먼 곳에 날아가 처박혔다.

"또 덤벼 보겠는가."

남은 건 둘.

그들은 꼼짝도 못 한 채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

초감각의 범위 안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그것은 나만이 느낀 게 아니었는지.

"아, 안…."

"제, 젠장!"

남은 둘은 한 곳을 바라보며 다급히 탄식을 터트렸다.

"나타나셨군."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곳을 바라봤다.

어느 정도 나의 계획이 먹혀들어 간 모양이다.

이들이 말하지 않는다면, 직접 나를 찾아오게 만드는 것.

아무리 매정한 존재라도 자신의 수하들이 공격당하고 있으면 응당 모습을 드러내는 게 맞는 일이지 않겠는가.

"주, 주군!"

"주구우우우운!"

둘이 다급히 소리쳤다.

하지만 그들의 외침은 그저 허공에 흩날릴 뿐이었고, 나를 향해 다가오는 한 존재는 엄청난 속도로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을 뿐이었으니.

콰아아아!

검 위로 솟구친 오러.

그리고.

쿠구구구구!

작은 점 하나가 시야에 포착되기 시작했다.

그 주변으로는 검붉은 기운이 마치 거대한 용처럼 형상화되어 주변의 모든 것을 씹어 삼키고 있었고.

'진짜다.'

나는 생각했다.

바닥을 뒹굴고 있는 저 넷과는 달리, 지금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저 존재는 진짜였다.

두근!

흥분되기 시작했다.

블러드의 수장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수장 그 이상으로 강한 존재가 지금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흥분되게 만들고 있었다.

'제대로… 확인해 볼 수 있겠어.'

새로운 검.

그리고 용검술.

'와라.'

나는 검을 들고, 놈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며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번쩍!

눈이 멀 듯한 빛과 함께 마기의 폭풍이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될 정도로 포악한 기세가 나를 감쌌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그 대신.

휘릭!

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인션트 드래곤의 기억이 담긴 용검술.

그것이 내 몸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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