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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240화 (240/277)

240화

"끄으…!"

얼마를 누워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눈을 떴을 때는 내가 처음 노인이 만들어 놓은 공간으로 들어갔을 때 비해서 많은 시간이 흘러 있는 상태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해는 중천에 떠 있었지만, 지금은 밤이었으니까.

그때였다.

"오, 일어나셨는가."

내가 눈을 뜨자마자 들려온 건, 헤르야의 목소리다.

그 긴 시간 동안 저 옆에 서 있었던 모양이다.

"후우…."

나는 짧은 한숨을 토해내며 이마를 짚었다.

마지막 느꼈던 그 충격에 아직도 머리가 지끈거려왔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금방 일어났군. 며칠은 더 누워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칭찬인가?"

"물론일세. 그대도 느꼈을 테지만, 그분 앞에서는 나도 쉽사리 정신을 부여잡기 힘들 정도로 강하신 분이니까."

"……."

궁금한 게 많았다.

그 노인에 대해서.

이전에 이야기했을 때는 헤르야가 용인들 중에서 가장 강한 이인 줄로만 알았는데.

저런 노인이 숨어 있을 줄이야.

하지만 그런 궁금증은 묻어 두었다.

그 노인이 누구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용검술. 그리고 변화한 검의 속성.'

마지막에 내가 보았던 그 메시지가 아니었다면, 노인의 브레스는 나를 향한 공격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위한 선물이었을 테고.

나에게는 또 하나의 변화가 생겼을 테니까.

"나는 괜찮으니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확인해 보아도 좋네."

헤르야가 말했고, 나는 내 검을 꺼내 들었다.

그 순간.

[눈을 뜬 탑의 장검 – 대성공]

>에인션트 드래곤의 축복 효과 적용!

-효과 : 용검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능력 부여 : 용의 포효

>공격력 : 323

>추가 능력치 : 힘 + 100 민첩성 + 100 체력 + 100 마력 + 100

>대성공 추가 공격력 + 100

[용의포효]

>전방에 있는 적을 향해 에인션트 드래곤의 브레스를 발사할 수 있다. 에인션트 드래곤의 브레스의 위력은 힘과 마력 스탯에 비례한다.

>재사용 대기 시간 : 60분

[용검술]

>공격력+1000

>공격속도+50%

>관통효과+30%

'이게 대체 무슨….'

가장 큰 변화는 검의 이름부터다.

알 수 없는 장검이라는 이름이었던 검은, 눈을 뜬 탑의 장검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바뀐 건 당연히 이름뿐만이 아니었으니.

칠흑색이었던 검의 표면에는 비늘 모양의 무늬가 새겨 있었다.

'이건… 조금 전 에인션트 드래곤의 비늘이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잊을 수 없었던 에인션트 드래곤의 모습.

그 드래곤의 비늘이 지금 내 검에 새겨진 것이었으니.

'…드래곤의 축복이라는 게 이것을 두고 말하는 거였나.'

역시나 무늬뿐만이 아니었으니.

내가 사용하고 있던 검은 이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한 성능을 지닌 검으로 진화했다.

그렇지 않아도 해밀턴의 솜씨로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무기를 손에 넣게 되었다고 생각했건만.

'…좋군.'

새로운 검을 통해 나는 한층 더 강해질 수 있었다.

"표정을 보니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일세."

헤르야의 너스레에 나는 그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런 것을 손에 넣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을 리가 없지.

"고맙군, 덕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괴물을 없애 주겠다."

헤르야의 소원.

이 숲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기쁨과 행복, 그리고 자유를 선물하는 것.

그 소원을 내 손으로 이루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

"여기인가."

그 무렵, 알렉스는 템플 플레이어들 몇 명을 이끌고 발레하드 왕국에 도착했다.

대한민국의 플레이어들이 도착하게 될 바로 그 왕국이고, 강민이 처음 어비스에 등장했던 그곳 말이다.

'듣던 것과는 꽤 다른데.'

일전에 알렉스가 들었던 발레하드는 산 중턱에 놓인, 말 그대로 겉모습만 왕국을 하고 있는 조금 큰 마을 수준의 왕국이라고 했었지만.

'이건… 누가 봐도 꽤 규모가 있는 산악 국가이지 않은가.'

알렉스는 저 먼 곳에 보이는 발레하드 왕국의 국경을 보며 내심 감탄했다.

국경은 누가 봐도 튼튼해 보였고, 산악 지대의 특성을 살려 쉽사리 그 누군가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굳건해 보였다.

'이것 역시 강민씨 덕분이겠지.'

그 누구에게 어떤 말을 들은 것도 아니지만, 알렉스는 스스로 그런 결론을 내렸다.

근거는 충분하다.

자신이 들었던 보고와는 너무도 다를 만큼 발전해 버린 국가와.

강민이 한 번 다녀간 적이 있다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지. 한강민 그 사람이 발을 디딘 곳이라면 그것이 어디가 되었건 달라지기 마련이니까.'

파괴되어 세상에서 사라지거나, 거듭된 발전을 거치며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거나.

그렇게 생각하니 그닥 놀랍지도 않았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생각만이 들 뿐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저곳을 통과하느냐는 것인데.'

그들이 처음 발레하드를 발견했을 때와는 달리 이제 더 이상 저 국경을 넘어가기란 쉬운 일이 아닐 테니까.

'물론 그것을 위해서 이분을 모셔 온 것이지.'

알렉스는 한 곳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오호호호! 이곳은 오랜만이군요오오오!"

오랜만에 방문한 발레하드를 보며 괴상한 웃음소리를 터트리며 기뻐하고 있는 몰른이 서 있었다.

'몰른씨라면 충분히 우리를 저 국경 너머로 인도해 줄 수 있을 테지.'

강민은 아니지만, 강민의 최측근인 몰른이라면 걱정할 것이 없을 테니까.

"가시죠."

알렉스는 몰른을 바라보며 이야기했고, 몰른은 기세등등하게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곧 머지않아 국경을 지키는 요새 앞에 도착했으니.

"멈춰라! 누구냐!"

요새를 지키고 있던 병사 한 명이 크게 소리쳤다.

그의 외침이 들려온 즉시, 템플의 플레이어들은 싸울 의사가 없음을 보이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다.

"몰른씨, 부탁드리겠습니다."

"오호호호호호!"

알렉스의 부탁을 들은 몰른이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렸다.

그 순간.

"……?"

병사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런 뒤 그들은 무언가 숙덕이기 시작했고.

잠시 후.

끼기기기긱-

요새의 커다란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알렉스는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과연… 웃음소리 하나로 저 단단한 문을 열어 버리다니. 보통 인물은 아니야.'

몰른의 트레이드 마크인 저 웃음소리가 아니었다면, 조금 더 길고 복잡한 과정이 이어졌을지도 모를 일이었을 텐데.

알렉스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

"그 말이 사실이오!"

머지않아 알렉스와 플레이어들은 왕궁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들이 별다른 검문도 거치지 않은 채 왕궁에 도착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몰른의 웃음소리 덕분이었다.

병사들이 막아설 때마다 몰른이 특유의 웃음을 터트리기만 하면 그들은 화들짝 놀라며 길을 비켜 주기 바빴으니까.

"오호호호! 정말이지요오오오! 우리 주인님께서 나쁜 녀석들을 모조리 무찔러 버렸어요오오오오!"

몰른이 크게 소리쳤고, 그 말에 국왕은 역시나 크게 기뻐했다.

"그렇지! 그렇지 않아도 레미드 족의 수상 역시 이곳을 뒤덮고 있는 사악한 기운이 크게 사라졌다고 하였소!"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손뼉을 마주치며 크게 외치는 국왕의 반응에 알렉스는 이미 자신의 계획이 절반은 성공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 그러면 그대가 바로 지금 우리의 영웅과 함께 이 세계의 적들과 마주하는 집단의 수장이라는 말이오?"

"예, 그렇습니다. 전하."

알렉스가 공손히 예를 갖춰 답한 그 순간.

"무, 무엇하느냐! 어서 영웅의 친구들을 위한 만찬을 준비하라!"

국왕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알렉스가 한 것이라고는 몇 마디의 말 밖에는 없었지만 한강민이라는 이름 한 마디에 모든 일들이 술술 풀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알렉스는 속으로 일이 이렇게 빨리 풀려도 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이 상황을 충분히 누리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먼 길을 오느라 다들 지쳐 있는 상태였고, 이 정도 규모의 왕국에서 준비해 주는 만찬이라면 내심 알렉스도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내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알렉스는 그 순간에도 들뜨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국왕을 바라봤다.

알렉스가 발레하드에 온 목적은 만찬을 즐기기 위함이 아니었으니까.

'박명철. 그 사람을 만나야 해.'

그렇게 생각하며 알렉스는 다시 국왕을 바라봤고.

"전하."

"말씀해 보시오."

국왕의 인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것이 아니라, 저는 지금 위대한 영웅 한강민의 동료를 찾아 이곳으로 왔습니다."

그 말에 국왕은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더니.

"혹 박명철이라는 자를 찾고 있는 거요?"

국왕의 입에서는 알렉스가 찾고 있던 그 이름이 흘러나왔으니.

알렉스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속으로 열 번도 넘게 만세를 불러야만 했다.

"그, 그렇습니다. 혹시 그 사람이 이곳에 도착했습니까?"

"물론이오! 현재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이 주변을 수색하기 위해 잠시 떠난 참인데, 어찌 이토록 시기가 절묘하다는 말이오!"

"아아아…!"

알렉스는 눈물을 글썽였다.

이제나마 자신이 강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뭉클해 진 것이다.

"호, 혹시…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야 하겠습니까!"

알렉스는 만찬에 대한 이야기도 잊어버린 채 박명철을 만나러 가고 싶었다.

국왕은 잠시 고민하더니 알렉스를 향해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보시오. 그렇지 않아도 이제 곧 그가 도착할 시간이…."

국왕의 말이 끝나기도 전.

끼이이이익-

왕궁 중앙홀의 거대한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국왕과 템플 길드원 모두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고.

거기에선 발레하드 왕국의 기사 몇 명과 동양인 몇 명이 이야기를 나누며 중앙 홀 안으로 걸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 알렉스와 동양인 남자의 눈이 마주쳤으니.

'저 남자다.'

알렉스는 직감적으로 지금 눈이 마주친 저 남자가 알렉스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생각했다.

'과연… 강민씨가 그토록 칭찬할 만한 인물이다.'

박명철의 눈에서 빛나는 총기와 뚜렷한 이목구비를 통해 알렉스는 그가 과연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으니.

"모, 몰른씨!"

알렉스가 입을 열기도 전, 박명철은 템플 플레이어들 사이에 끼어 있는 몰른을 바라보고 소리쳤다.

박명철의 외침에 몰른 역시도 박명철을 바라보며 크게 손을 흔들었다.

"우아아아아아!"

이곳에 왕이 있다는 사실도 잊은 두 사람은 한달음에 서로를 향해 달려갔고.

"대, 대체 어떻게 이곳에 계신 겁니까, 몰른!"

"오호호호호호!"

몰른은 대답 대신 알 수 없는 웃음만을 터트릴 뿐이었고.

박명철은 급하게 시선을 돌렸다.

저곳에 모여 있는 서양인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끼어 있던 몰른.

'아…!'

박명철은 그제야 이 상황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강민씨. 강민씨가 보낸 사람들이다!'

그토록 그립던 이름, 한강민.

그 사람과 만날 수 있는 날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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