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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238화 (238/277)

238화

'이게 무슨 소리지?'

조금 전 노인의 그 대사는 마치 내가 이 기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말이었다.

그래. 그 정도는 그럴 수 있다.

저 노인 정도라면 나라는 인간 자체를 뚫어 보는 일 따위는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나의 의문을 키운 건, 마치 이 기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듯한 저 말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기운이 폭주한 게 정확하게 저 노인이 웃음을 터트린 순간과 일치했어.'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연이라기에는 이 모든 상황들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게 문제다.

그리고 그런 나의 의문에 답이라도 해 준다는 듯, 노인이 다시 말했다.

"네가 그 기운을 통제할 자신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토해내거라! 쉽사리 다룰 수 있는 기운이 아니거늘! 괜한 욕심으로 그 기운에 손을 댔다가는 너는 곧 이 탑의 저주에 빠져 버리고 말 것이라!"

저 말까지 듣고 난 이상, 저 노인은 이 기운에 대해서 확실히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 기운이 바로 사념이 맞았다는 것까지도.

그리고.

콰콰콰콰쾅!

내 몸에서 얌전히 웅크려 있던 사념은 더욱더 미친 듯이 폭주하며 날뛰기 시작했다.

사념이었다.

이건 분명히 사념이다.

'설마… 연기를 하고 있었다는 건가?'

사념이 연기를 했다니.

내가 말하고 나서도 어이가 없는 발언이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수밖에는 없다.

내가 사념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차분하고 얌전하게 웅크리고 있던 그 사념이.

이 순간에 저 노인을 만남과 동시에 미쳐 날뛰고 있다고 말이다.

"몰랐느냐! 그 기운이 얼마나 영악하고 사악한 것인지 말이야! 고작 그런 알량한 이해로 그 기운을 품으려고 했다니! 포기해라! 네가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을, 네가 계획하고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해라! 그리고 떠나라! 당장에! 너 같은 녀석에게 이 세계의 운명을 맡긴다는 게 얼마나 가당치 않은 일인지 아직도 모르겠느냐!"

노인의 호통이 떨어졌다.

그 호통과 함께 사념은 다시 뻗어 나왔다.

이제는 내 온몸이 사념의 붉은 기운으로 뒤엉켰고, 오러와 렘, 용의 기운도 사념을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거세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 이런…!'

그때부터 사념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념은 저 노인의 말대로 내 안에서 웅크리며 나를 잠식하기 위한 기회를 노리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 저 노인이 나의 사념을 강제로 일깨웠고, 그 계획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서는 본격적으로 나를 집어삼키기 위해 날뛰기 시작한 것 같았다.

"두려우냐! 내게 말 해라! 내가 저 괴물 같은 그 녀석을 지금 당장 삼켜 줄 터이니!"

노인이 소리쳤다.

하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서는 사념에 저항하기 위해 온 힘을 다 쏟아부었다.

하지만 사념에 저항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나의 외부에 있었다면 렘의 기운을 통해 어찌 해봤겠지만, 내 몸속에 자리하고 있는 이 사념은 결코 쉽사리 저항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으윽…!"

내 입에서는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눈앞이 빨갛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념은 내 머리와 심장을 조여왔고, 점점 의식이 흐릿해지는 것만 같았다.

'정신 차려라. 버텨야 한다.'

그 와중에도 노인의 입이 열리고 무언가 소리치는 모습이 보였지만, 지금 노인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삐이이이-

어느새 내 청각은 완전히 마비된 채 불쾌한 이명이 나의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으니까.

'여기에서 물러선다면 죽도 밥도 되지 않을 거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지금 저 노인이 나를 테스트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

만약 내가 여기에서 저 노인에게 도움을 청한다면 지금 이 순간에는 편해질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것은 얻어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도.

'버텨야 한다. 저 노인은 고의로 사념을 깨워낸 거야.'

내가 사념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걸, 나를 본 순간부터 알아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나의 사념을 일깨워서 내가 어떻게 하려는가 지켜보려는 속셈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버텨야지. 아니, 가만히 버텨서는 안 돼. 내 힘으로 이 사념을 억눌러야 한다.'

그런 내 추측은 틀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노인도 더 이상 나를 향해 공격해 오지 않았다.

나에게 시간을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달라진 건 하나다. 사념이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는 것. 사념을 상대한 경험은 충분해.'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천천히 렘과 용의 기운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이 사념을 다룰 수 있는 두 개의 무기가 있는 한, 내 몸을 사념에게 쉽사리 내 줄 리는 없다.

콰콰콰쾅!

내 몸속에서 용의 기운이 가세한 렘이 사념과 충돌을 일으켰다.

머리가 아찔할 정도로 격렬한 충돌이었지만, 정신을 놓아 버릴 정도는 아니었다.

쾅! 쾅! 쾅!

그 후로 몇 번이나 충돌하기를 반복하고 난 뒤.

솨아아아아!

렘의 기운이 폭포수처럼 몰아치며 사념을 뒤삼키기 시작했다.

렘은 용의 기운과 함께 사념을 완전히 포위했고, 사념을 내 심장 부근으로 이끌었다.

사념은 홀린 듯 렘을 따라 심장으로 이동했고, 그 순간에 나는 렘을 재빠르게 컨트롤하며 벽을 만들기 시작했다.

렘은 내 의지에 따라 재빠르게 벽을 세워냈고, 사념을 가두기 시작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나는 오러마저 끌어 올린 채 렘의 밖으로 오러의 벽을 건설했으며.

결국 렘과 오러의 이중벽을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작업은 끝나지 않았다.

렘과 오러의 사이를 이어 줄 강력한 접합체가 필요했다.

그건 바로 용의 기운.

렘과 오러를 중화시켜주며 그 힘을 극대화해줄 수 있는 힘이 바로 용의 기운이었으니까.

콰르르륵!

용의 기운은 오러를 관통하며 자연스럽게 렘과 오러 자리에 자리하며 빠른 속도로 회전했다.

용의 기운이 두 기운 사이를 몇 바퀴 회전하며 두 기운은 점점 안정을 찾아갔고, 렘과 오러의 벽은 이전보다 훨씬 더 견고하게 사념을 감쌌으니.

세 개의 기운이 세워 놓은 탄탄한 벽 안에 완전히 사로잡혀 버렸다.

"허억…!"

그 순간 내 입에서는 거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짧은 순간 동안 격렬하게 세 개의 기운을 움직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숨쉬는 것조차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커다란 산을 하나 넘은 것 같다.

더 이상 사념은 날뛰지 못했고, 그저 벽을 깨기 위해 몇 번의 시도만을 반복하고 있을 뿐.

더 이상 나를 집어삼키지 못할 정도로 사념이 꽁꽁 묶여 있는 상태.

그때였다.

[능력 '사념의 지배자'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능력 '사념의 지배자'의 크게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능력 '사념의 지배자'의 아주 빠른 속도로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메시지가 떠올랐다.

수식어는 한 차례씩 변경되며 능력, 사념의 지배자의 숙련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려왔고.

쿵! 쿵! 쿵!

그 와중에도 사념은 세 개의 기운이 세워 놓은 벽을 강하게 두드렸지만, 벽은 결코 허물어지질 않았다.

사념이 벽을 두드릴수록, 세 개의 기운은 연합하여 더 견고한 벽을 세우기를 반복했으니.

쿵- 쿠웅- 쿵-!

어느새 사념의 움직임은 거의 다 멈출 정도로 잔잔해졌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이미 한 번 당했어.'

처음 사념의 연기에 깜빡 속아 큰일을 치를 뻔한 경험을 한 마당에, 이제 와서 또 긴장을 놓아 버리는 실수를 할 수는 없는 일.

그런데 그때였다.

"흐음…."

노인의 입에서 알 수 없는 탄성이 흘러나왔으니.

"어느 정도 된 것 같군, 그래."

그가 이렇게 말했다.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여전히 사념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동시에 노인을 바라봤다.

"솔직히 놀랍군. 이렇게 빨리 산념을 극복해 내리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말이야."

턱!

노인은 자신의 검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싸울 의지가 없다는 것 보여주는 것 같았다.

"뭐, 어쨌거나… 헤르야의 말이 전혀 허풍이 아니라는 사실은 증명한 것 같군. 하긴. 내가 키운 녀석인 만큼 헛소리를 할 만큼 가벼운 아이는 아니니까."

"…고맙습니다."

내가 말했다.

당연히 사념을 폭주시켜 준 것에 대한 감사다.

저 노인이 아니었으면, 내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사념에 나도 모르게 잡아 먹힐 뻔했으니까.

어쨌거나 노인 덕분에 사념을 내 심장에 완전히 가둬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마나하트의 형태로 사념을 묶어 놓았으니….'

이제는 이 사념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리라.

실제로도 사념을 조금 움직이자 사념이 렘, 용의 기운, 오러의 벽을 통과하며 자연스럽게 세 개의 기운과 뒤엉켰고.

이내 검 위로 뿜어져 나왔다.

내 두 눈으로 보면서도 꽤 묘하다고 느껴지는 장면이다.

사념이 다른 세 개의 기운과 얽혀 있을 수 있다니.

"핫! 감사라니. 이 노인의 괴팍한 취미에 무엇이 고맙다는 말인가! 혹 아직도 그 괴상한 기운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겐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얼토당토 않는 감사 따위는 집어치우시게. 내가 한 것이라고는 그대를 공격한 일 밖에는 없으니, 감사를 하고 싶거든 헤르야에게 하는 편이 낫겠지."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흐흐하하하! 재미있는 인간이로군. 아니지, 아니야. 이제 와서는 그대를 인간이라고 부르는 것조차도 망설여지는군!"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가 되묻자 노인은 껄껄껄,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지 않은가! 그대를 대체 어찌 인간이라고 부르겠느냐는 말이야. 고작 인간이 내 앞에 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일개 인간이 감히 나의 검을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말도 안 되는 소리!"

"……."

"그대는 인간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도 강하군. 인간이 가질 수 없는 힘들을 손에 넣었으니 그대를 어찌 인간이라고 부르겠는가!"

노인의 말은 결국 내가 인간 이상으로 강해졌다는 뜻이겠지.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채앵!

나는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내가 가진 모든 기운들을 일깨웠고, 검 위로 쏟아부었다.

콰콰콰콰콰!

더 이상 오러라고 부를 수도 없을 만큼 파괴적이고 폭발적인 오러가 검 위로 피어올랐다.

"호오…!"

그 모습을 본 노인이 짧은 감탄사를 흘려보냈으니.

"저는 아직 부족합니다. 더 많은 것을 주십시오. 가능하시겠습니까."

내가 물었다.

지금 나는 강해졌다.

하지만 저 노인 만큼은 아니다.

그건 내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나보다 강한 남자를 앞에 두고서 그냥 돌아가는 건, 내 성미에 맞지 않는 일이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당신을 넘어서야겠습니다."

그것이 내가 여기에 온 이유였으니까.

"흐흐흐흐흐…흐흐흐하하하하!"

내 말에 노인은 다시 한번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고.

번쩍!

순간 노인의 모습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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