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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227화 (227/277)

227화

"그게 가능한 일이라는 말인가?'

나는 내 귀를 의심하며 헤르야에게 되물었다.

용의 힘을 내게 전해 주겠다니?

애당초 인간인 내가 용의 힘을 전해 받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일까?

"원래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나의 의문을 해결해 주겠다는 듯, 헤르야가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대가 가진 그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도 같아서 하는 말이다."

"렘 말인가?"

"그래. 그대가 이 숲으로 들어올 수 있게 만들었던 것도 그 렘이라는 힘 덕분이니, 그 힘을 잘만 이용한다면 인간인 그대가 용의 기운을 품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수 있다."

동시에 헤르야의 눈빛이 다시금 진지해졌다.

"다만 쉽지 않은 일임에는 분명하지. 하지만 약속하겠네. 그대만 견뎌 준다면 나는 나의 모든 것을 동원하여 그대에게 용의 힘을 건네주는 일을 완수하고 말 걸세. 어떤가."

헤르야의 물음을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럴 줄 알았네. 자, 나를 따라오게."

헤르야가 어디론가 걷기 시작했다.

해츨링을 이끌고 갔던 그곳이었다.

***

"여기는…?"

"이미 저 아이에겐 설명했지만… 그대에게는 처음이로군."

묘한 표정으로 헤르야의 설명이 이어졌고, 나는 이 장소가 헤르야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중요한 곳이라는 걸 머지않아 알 수 있었다.

"아무나 쉽사리 발을 들일 수 있는 곳은 아닐세."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겠어. 이것 참… 영광이군."

"나야말로 영광일세. 그대와 같은 인간을 이곳에 들일 수 있다니 말이야."

"말이라도 고마운걸."

내 말에 헤르야가 미소 지었다.

그러더니 나를 향해 손짓했고, 나는 헤르야가 있는 곳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헤르야가 있는 곳으로 다가갈수록 말로 설명하기 힘든 오묘한 기운이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포근하기도 했으며, 동시에 괴팍하기도 했다.

"앞으로 조금씩 고통스러워 질수도 있다. 애초의 용의 기운이라는 것은 용이 아닌 다른 존재를 거부하는 괴팍함을 가지고 있으니까."

"알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헤르야….'

문득 헤르야의 모습이 내 시선에 들어왔고, 헤르야라는 존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를 감싸는 기운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용의 기운은 나를 거부한다.

그럼에도 느껴지는 포근함은 분명 헤르야의 본성에서 기인할 것이 분명했다.

그때였다.

"흡!"

내 입에서는 절로 기함이 터져 나왔다.

조금 전 미약하게나마 느껴지고 있던 포근했던 기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헤르야가 움직이는 용의 기운은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버텨라!"

헤르야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와 함께 용의 기운은 더욱더 거세게 나를 몰아쳤다.

심장을 찢어발길 듯이 내 전신을 휘감으며 쇄도하는 기운들에 점점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올 지경이었다.

'상관없다. 이미 각오했던 일.'

헤르야가 경고도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 고통이 크다고는 하지만, 지금껏 내가 겪어왔던 고통들에 비하자면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을 만….

"커헉!"

아니다.

착각이었다.

조금 전까지 느껴지던 고통은 그저 시작을 알리는 서곡이었을 뿐이었다.

"버텨라. 온 힘을 다해서 버텨야 해!"

헤르야의 외침은 내 귓가를 스치듯 지나갔다.

"내 말을 하나도 놓치지 마라! 집중해서 내가 지시하는 바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돼!"

그 와중에도 나를 향해 소리치는 헤르야.

저 외침이 아니었다면 나는 정말 정신줄을 놓아 버릴지도 몰랐을 것이다.

헤르야의 외침에 힘입어 나는 온몸에 힘을 주어 고통을 참아내며 이를 악물었고, 헤르야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를 기다리며 참고 또 버텨냈다.

콰콰콰콰콰!

숲이 쏟아내는 기운은 더욱더 맹렬한 기세로 내 신체를 향해 쏟아졌다.

입에서는 피가 흐르는지 비릿한 향취가 코를 찌르고 있었고, 혈관을 향해 용의 기운이 폭포수같이 쏟아졌다.

그러던 순간.

"렘을 움직여라!"

헤르야의 외침이 다시 한번 들려왔다.

"렘을 이용해서 그 힘을 중화시켜라! 방법은… 나도 알 수 없다!"

이런 젠장!

방법이라도 알려 줬으면 모르겠지만, 방법을 모른다니.

결국 내가 스스로 렘을 이용해서 용의 기운을 정화하라는 뜻인데.

'젠장. 어떻게든 해 봐야지.'

나는 헤르야의 말대로 렘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내 몸속으로 치달리던 용의 기운이 렘을 만나며 화들짝 놀란 듯 펄떡댔다.

그렇게 서로를 향해 내달리던 두 기운은 한 지점에서 충돌했다.

"크읍…!"

엄청난 고통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고통은 적었다.

순간 내 시야로 얼핏 비쳐 보이는 헤르야의 얼굴.

내가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만큼이나 헤르야의 표정도 어두웠다.

아마 헤르야 역시도 자신의 나름대로 온 힘을 다해서 용의 기운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듯, 용의 기운은 렘과 빠르게 융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용의 기운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끄으읍…!"

헤르야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올 정도로 용의 기운은 내 몸속에서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고.

그런 용의 기운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렘 역시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이다.

쾅! 콰콰쾅!

내 몸속에서 마치 폭탄이라도 터지는 듯 굉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빠르게 혈관을 타고 질주하는 용의 기운을 추격하는 렘.

그러다 어느 한 곳에서 두 기운이 충돌이라도 한다면 그 부분의 혈관이 부풀어 오르며 끔찍한 고통이 느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용의 기운의 힘이 약해졌다.

헤르야가 용의 기운을 다스리고 있었기 때문이고, 몇 번이고 렘과 충돌하며 용의 기운이 점점 렘과 융화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놀랍군.'

고통이 줄어들며 내게는 천천히 지금의 내 상태를 돌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났다.

어느새 내 마력의 성질이 달라진 것이다.

'맙소사.'

내가 처음 느꼈던 용의 기운과 마찬가지로 마력은 이전보다 더욱더 강인한 힘을 품어냈다.

변화는 그게 다가 아니다.

내 마력에 렘으로 인해서 진정된 용의 기운이 섞이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이전에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모든 것의 본질.

너무 추상적인가?

하지만 진짜였다.

내가 보고 있는 것들의 '역사'와 그 역사를 통해 느껴지는 모든 것들의 '본질.'

'이게 무슨….'

말로는 쉽사리 형용할 수 없는 감각.

마치 내가 초월적인 존재가 된 것만 같았다.

내 눈에 보이는 나무와 헤르야와 해츨링과 몰른.

그 모든 존재들의 시작과 끝.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만들어낸 '본질'이 나에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다.

[용의 기운을 획득했습니다.]

[신체가 재구성됩니다.]

[모든 스탯의 수치가 1.5배 증가합니다.]

[상태창]

>이름: 한강민

>레벨 : 160

>스탯

-육체

힘 : 9112.639

[2차 초월 – 방어 무시 75%]

민첩성 : 8923.64

[2차 초월 – 치명타 확률 70%]

체력 : 9043.645

[초월 – 피해 반사 50%]

-정신

마력 : 9056.456

[2차 초월 – 마법 보호막 물리/마법 피해 75% 흡수]

렘 : 984.17260

>마력 저항력

+ 80%

>능력

1. 포식자 (S)

2. 뇌전검 (S)

3. 충격파 (AA)

4. 오우거의 신체 (AAA)

5. 오러 블레이드 (R)

6. 아이언 바디 (S)

7. 지휘관의 외침 (S)

8. 초감각 (S)

9. 은신

10. 궁신탄영 (혈계 파생)

11. 육체 개조 (???)

12. 툰테른의 가호 (S)

13. 저주 받은 홉 고블린의 외침 (AAA)

14. 오크 좀비의 재생력 (S)

15. 지배자의 권능 (S)

16. 천골지체 (혈계)

17. 텔레포트 (R)

18. 만리경 (AA)

19. 사념 흡수 (???)

20. EMPTY

'…….'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스탯이 미칠 듯이 폭증해 버렸군.'

1만이라는 수치를 코앞에 두고 있는 나의 스탯들.

심지어 렘마저도 900을 훌쩍 넘어섰으니.

한 간의 고통을 감내한 것 치고는 너무도 거대한 보상을 손에 넣게 된 것이었다.

그와 함께 전신에서 느껴지던 고통이 사그라들었고,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낸 헤르야가 나를 바라봤다.

"무엇이 보이는가."

헤르야가 물었고, 나는 답했다.

"모든 것."

"잘 되었군."

헤르야가 미소 지었다.

"고맙다. 상상도 못 했던 것을 손에 넣었어."

"그것을 손에 넣은 건 그대라네. 나는 조금 도왔을 뿐. 아무리 내가 도왔다고 해도 그대가 아니었으면 결코 그 힘을 손에 넣기란 불가능했을 것이야."

"그런가."

"그래."

그리고 나는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잠시 실례하지."

"얼마든."

그리고 검 위로 오러를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한동안 렘을 사용하느라 오래도록 한켠에 묻어 두었던, 나의 능력 오러 블레이드.

우우웅!

검 위로 마력이 감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전과 같은 오러 블레이드가 아니었다.

지금 내 검 위로 흐르는 오러의 색은 붉은색이었다.

'용의 기운이 섞인 오러다.'

헤르야의 머릿결과 같은 붉은빛이 검 위로 아른거리고 있었고.

동시에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오러 블레이드에 용의 기운이 더해집니다.]

[오러 블레이드의 위력이 증폭됩니다.]

'좋군.'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밖에는 없었다.

좋다.

그것도 더할 나위 없이.

***

"이대로라면 다시 한번 그 심장을 공략해 볼 수 있겠어."

"다행일세."

이 상태로 다시 심장으로 추정되는 그 씨앗 앞으로 갈 수만 있다면, 이번에는 기필코 그것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게 분명하다.

조금 전 느꼈듯, 지금의 나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어쩌면 그 녀석의 정체까지도 밝혀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확신은 할 수 없다.

아직도 이 탑은 미지의 영역.

설사 용의 기운을 손에 넣었다고 해서 그 존재의 본질을 꿰뚫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 몸에서 흘러 넘치는 강인한 힘을 생각해 본다면, 어쨌든 다시 한번 도전해 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타이밍이 중요해.'

이미 중앙섬에 도착했고, 내 추측대로 그 씨앗이 그 녀석과 관련된 무엇이라면, 그 녀석도 이미 내가 중앙섬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테니까.

'결국 전면전이라는 뜻이군.'

더 이상 기습 따위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된 이상 그 녀석도 가만히 앉아서 내가 자신을 공격하도록 지켜보고 있을 리도 없을 테고.

'알렉스를 만나봐야겠군.'

지금 당장 나 혼자 움직이기에는 너무 부담이 큰 상황이다.

그렇게 잠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알렉스 : 강민씨. 큰일 났습니다.]

알렉스로부터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알렉스 : 블러드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메시지였고, 내 입꼬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궁지에 몰린 모양이군.]

너무도 뻔하게 읽히는 수를 꺼내든 블러드와, 그 녀석.

[알렉스 : 그런 것 같습니다. 어쨌든… 지금 당장 돌아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비스 전체에서 블러드가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알겠다.]

내 고민은 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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