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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216화 (216/277)

216화

무려 두 개의 메시지가.

다른 두 사람에게서 도착했다.

그리고 마침 지난번 사건의 핵심 인물들에게서 말이다.

'…….'

무슨 일이지?

알렉스에겐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게 확실하다.

조금 전 대화를 마치고 온 참이었고.

알렉스나 템플의 플레이어들로부터는 아무런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으니까.

'블러드인가?'

그렇지 않아도 잠잠하다고 생각하는 중이었건만.

역시 안에서 무슨 꿍꿍이를 벌이고 있던 게 분명하다.

그리고 내 생각에 대답이라도 해 주듯.

[레이먼드 :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 길드의 길드원들을 습격했어.]

[톰 : 크, 큰일이다! 놈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어!]

레이먼드와 톰으로부터 긴급한 메시지들이 쏟아져 나왔다.

[피해 상황은? 상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겠나.]

나는 두 사람에게 동시에 같은 메시지를 전송했고.

[레이먼드 : 에, 에이미가…!]

뭐?

에이미?

레이먼드에게서 도착한 메시지를 본 순간 나는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에이미라니?

'죽은 게 아니었나?'

그리고 나를 더 놀라게 한 건 그 다음 메시지였다.

[톰 : 제네시스다. 제네시스가 우리 아레스를 공격하고 있어.]

'…….'

제네시스라면, 조지라는 녀석이 이끌고 있는 길드.

그리고 아레스와 함께 손을 잡고 오디세우스를 공격하려던 그 길드다.

'설마.'

좋지 않은 예감이 스쳐 지나간다.

'조지, 그 녀석이….'

블러드와 손을 잡은 건 아닐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애초에 플레이어들에게 상식을 바라는 게 문제일지도 모른다.

[조지가 그곳에 있나?]

[톰 : 그것까진 모르겠다. 현재 파악 중이기는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 중이야. 파악하는 즉시 너에게 알려주겠다.]

[그래. 최대한 서둘러 줬으면 좋겠군.]

그렇게 두 사람과의 대화를 끝마쳤다.

나는 다시 급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내 몸은 하나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두 곳에서 동시에 터져 나온 문제를 혼자서 해결할 순 없다.

그 순간, 나는 저 옆에 서 있는 몰른과 해츨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될까?'

물론 저 둘은 강하다.

지금 어비스에서 만나 봤던 이들 중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하지만 문제는….'

통제력.

저 둘은 아직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본질을 꿰뚫어 싸움을 정리해 낼 판단력이 없다.

당연한 이야기다.

스스로 싸움을 시작하고, 자신의 힘으로 싸움을 끝내 본 경험이 없으니까.

'경험이라는 게 하루 이틀 만에 쌓아 올릴 수 있는 건 아니야.'

그렇다면 누군가 저들을 통제해 줘야 한다는 말인데.

나는 곧바로 알렉스에게 메시지를 전송했다.

[현재 아레스와 오디세우스를 블러드가 침공했다. 동시에. 어쩔 수 없이 나는 한 곳으로 가야 해. 남은 곳은 네게 맡겨도 되겠나?]

곧바로 알렉스에게서 단장이 도착했고.

[알렉스 : 물론입니다.]

[몰른과 해츨링을 보내겠다. 네가 잘 컨트롤 해줘야 돼. 아직 저 둘은 스스로를 통제할 순 없다. 맡겨도 될까?]

[알렉스 :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동안 이 템플을 괜히 이끌어 온 건 아닙니다.]

[그래.]

알렉스라면 충분히 믿고 맡길 수 있을 거다.

'그러면 나는….'

이제는 내가 어느 쪽으로 움직여야 할지 판단해야 할 때다.

다시 살아서 돌아온 에이미에게로 가야 하는 건지, 아니면 혹시 있을지 모를 조지를 상대해야 할지.

'…….'

내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들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

"뭘 그렇게 쫄고 그래?"

"흠, 흐음…."

"어차피 네가 발을 들인 이상 빠져나갈 순 없어. 빠져나갈 이유도 없을 테고."

조지.

그의 옆에 서 있는 남자가 후드를 뒤집어쓴 채 그렇게 말했다.

"어차피 이런 현상이야 하루 이틀도 아니다. 우리 블러드가 어비스의 공적이라는 건 어비스에 이제 막 발을 들인 플레이어들도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니까."

"……."

실제로 지금의 블러드의 상황은 썩 좋지 못했다.

저렇게 태연하게 말은 하고 있지만, 블러드의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도 위태롭다는 건 본인들도 잘 알고 있는 이야기다.

"사실 뭐. 정곡을 찔린 것도 맞지. 우리 계획대로였으면 아레스가 무럭무럭 자라나 이 어비스를 집어삼켰어야 했을 텐데. 에이미 그 머저리 같은 녀석이 일을 그르쳐 버린 것도 사실이야."

그럼에도 위기감은 느껴지지 않는듯한 말투다.

"그를 믿어라. 그의 계획은 결국엔 모두가 결실을 맺어 왔으니까."

그 말에 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의 결정이었으니까.'

조지.

그는 직접 제 발로 블러드와 접촉했다.

솔직히 말해서 강민의 힘을 보고서 기가 죽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블러드. 이들은 진짜다.'

특히나 그는 자신의 길드인 오디세우스와 톰이 이끌고 있는 아레스에서 그렇게나 많은 블러드가 침투해 있었다는 사실에 기겁했다.

'충격적이었지.'

그가 두 눈으로 본 강민의 힘보다도, 블러드라는 집단의 침투력과 그 모든 것을 지금까지 행해 온 그들의 행동력에 더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한강민. 대단한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그는 강민과의 짧은 대화를 통해서 위기감을 느꼈다.

'이대로 가다간 나의 설 자리가 없어질 거야.'

실제로 어비스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사람을 꼽으라면 이제 누구도 주저하지 않고 강민의 이름을 꺼내곤 했으니까.

'어차피 이제 아레스는 당분간 힘을 쓰지 못할 거다.'

그나마 미대륙의 오디세우스는 아직 건재하지만, 이 속도라면 유럽 대륙의 위세가 언제 흔들릴지 모른다.

'내가 아니라면….'

이대로 유럽은 미대륙, 아니 더 나아가 아시아의 한강민 한 사람에게 뒤처져 버릴지도 모를 테니까.

그거야말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결과다.

어비스에 진입한 순간부터 매 순간을 유럽 대륙을 위해 헌신해 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동양인 한 명 때문에 일을 그르치게 될지도 모를 상황인데.

조지의 입장에서는 마음 놓고 강민의 활약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개척률조차 이제는 따라잡을 수 없게 돼버렸어.'

그런 열등감과 위기의식이 결국 그를 블러드로 향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유럽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길드를 이끌고 있던 조지는.

그렇지 않아도 미대륙에게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안고 있던 와중이었으니까.

'이대로는 위험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야.'

그에겐 커다란 한 방이 필요했다.

그러던 차에 블러드라는 집단의 진정한 힘을 깨닫게 된 것이다.

'사실상 아레스를 키운 건 블러드가 해낸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만약 그 집단의 힘을 빌린다면?

제네시스가 어비스의 정상에 올라서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아직까지 제네시스의 수뇌부 중에서는 블러드의 플레이어가 없다는 게 증명되었으니.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

블러드에게 충성을 다 해야 한다는 것쯤은 이미 각오했다.

'하지만 이들은 음지에서 활동하는 이들.'

음지의 세력은 블러드에게 넘겨준다고 하더라도, 겉으로 보이는 제네시스라는 길드는 결국 자신의 길드였고.

어비스의 플레이어들이 바라보는 건, '제네시스'라는 이름일 테니까.

블러드의 도움을 받아서 정상에 올라선다고 해도, 어비스의 플레이어들이 주목하는 건 결국 제네시스라는 이름이라는 말이다.

'기회다.'

조지의 눈에서 탐욕이 불타올랐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가슴팍을 어루만졌다.

'이런 엄청난 힘이라니.'

정화된 파편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패악하고 패도적인 사념의 기운을 다시 한번 느끼며.

"걱정하지 않는다."

조지가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이번에 반드시 오디세우스를 무너트리고 올라설 거니까."

"그래. 이쯤이면 놈들도 큰 혼란에 빠졌을 거다. 설마 죽어 버린 에이미를 사념의 힘으로 되살릴 줄이야."

후드를 쓴 남자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조차도.

아니, 블러드의 상위 랭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중요한 건 한강민 그자가 어디에 모습을 드러내냐는 것이다."

남자의 말에 조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이 제네시스가 습격한 아레스를 도우러 올 것인지, 되살아난 에이미가 공격할 오디세우스를 지원할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우리에게 유리하지?"

조지의 물음에.

"어느 곳이든 상관없다. 다만 우리 쪽이 아닌 게 더 낫지."

"이유는?"

"우리가 골치 아파질 테니까."

"그렇군."

조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이 자신들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이미 계산해 놓은 상황이다.

'놈이 우리를 공격한다면, 최대한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게릴라전을 펼쳐야겠지.'

말 그대로 시간을 끌며 강민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것.

그렇다면 중요한 건 강민이 없는 반대쪽이다.

'제 놈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두 곳에서 동시에 공격을 한다면 어쩔 수는 없을 테지.'

그것이 바로 그들의 계획.

이미 죽어 버린 에이미를 통해 오디세우스를 공격하여 첫 번째 충격을 주고.

그 뒤로 또 다른 세력이 움직이며 강민이 없는 곳을 박살 내는 것.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아레스나 오디세우스.

어쨌든 두 세력 모두 유럽 대륙의 패자인 제네시스가 무너트려야 할 잠재적인 적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

'오늘은 우리 제네시스에게 있어서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

***

"지금 상황은 어떻지?"

나는 아레스의 톰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움직였고, 지금 도착한 참이었다.

"아직 조지는 보이지 않아. 다만 지금 우리 길드원들 여럿이 제네시스의 습격에 공격당한 참이다."

"조지라는 녀석이 칼을 간 모양이군."

"그래. 놈의 입장에선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겠지. 나의 아레스나 레이먼드의 오디세우스가 무너진다면, 그 다음은 제네시스가 정상에 올라설 수 있을 테니까."

안 봐도 뻔한 수준의 계획이다.

물론 조지가 저런 계획을 세운 데에는 블러드의 세 치 혀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고.

멍청한 놈.

"그럴 일은 없을 거다."

"그래.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야. 특히나 블러드의 힘을 받은 길드가 어비스의 정상에 올라 선다는… 젠장."

톰이 말을 하다 말고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길드가 그런 처지였으니까 말이다.

"걱정 마라. 오늘 제네시스는 어비스에서 사라질 테니까."

"뭐…?"

"내가 놈들을 없앨 것이다. 동양에는 이런 말이 있다. 일벌백계."

"일벌…백계?"

"그래. 한 사람을 벌하여서 백 명에게 가르침을 내린다는 말이지."

"살벌하군."

"어쩔 수 없지. 확실하게 경고를 하기 위해선 조지는 오늘 희생되어야 한다."

모르고 한다면 실수지만, 알고서도 저런 짓을 벌인다는 건 고의다.

그렇다면 충분히 벌을 받을 만하다.

나는 오늘 제네시스와 조지를 향해 징벌의 회초리를 내릴 생각이다.

그리고 그 순간.

"나타났군."

초감각의 광범위한 포착 레이더 안에 조지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너는 여기에서 길드원들을 추슬러라."

나는 그렇게 말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지와, 정체 모를 블러드의 플레이어가 모습을 드러낸 곳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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