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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210화 (210/277)

210화

"전혀 알지 못했나? 아니면 알면서도 방관한 것인가. 똑바로 대답해라. 네놈의 대답에 따라 너와 네 길드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을 거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아레스의 길드장이 말했다.

조지는 그 옆에서 복잡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고, 레이먼드 역시 혼란을 감추지 못했다.

"저렇게 증거가 뻔히 있는데도 시치미를 뗄 생각인가."

어느새 길드원들이 끌고 온 요한과 존의 사체.

그들의 몸은 이미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으며, 가슴팍에서는 숨어 있던 붉은 흉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파편이다. 네 눈에도 똑똑히 보이겠지?"

내가 아레스의 길드장을 바라보며 물었고.

"나는 모르는 일이다."

그가 말했다.

시치미를 떼는 건지, 정말 모르는 건지는 내가 알 수 없다.

그의 속마음조차 꿰뚫을 능력은 없으니까.

'다만….'

정말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드장이라고 해서 그들을 모두 골라낼 순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모르는 것 역시 죄다.

결국 블러드에게 이용당해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건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책임을 져라. 네가 직접."

아레스의 길드장에게 말했다.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어떻게? 블러드를 색출할 수 있으면, 진즉에 색출했을 거다. 나도 이런 건 원하지 않았다고!"

얼굴이 벌게져서 소리치고 있다.

저 모습을 보니 정말로 몰랐던 것 같기도 하다.

"하나만 묻지."

내가 아레스의 길드장을 바라봤다.

놈의 의지를 확인해 볼 생각이다.

"뭐, 뭘 말이냐."

"정말로 기회가 있다면, 블러드를 색출해 낼 방법이 있다면… 색출해 낼 생각이 있는가?"

"다, 당연한 말 아니야?!"

망설이지 않고 확신하며 단언하는 길드장.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당연하지 않을 거다."

"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나는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

"만약에 말이다. 네가 아끼는. 그러니까 네 길드의 핵심 인물 중 한 사람이 블러드의 소속일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느냐는 말이다."

"……!"

길드장, 그의 입이 작게 벌어졌다.

"해 봤겠지. 안 해 봤을 리가 없을 거야. 너뿐만 아니라 여기 모인 다른 두 명의 길드장도 마찬가지지."

내가 다른 두 사람을 돌아봤다.

그들이 내 시선을 피했다.

결국 그거다.

필요악.

알고 있겠지.

그들이 암적인 존재라는 것을.

하지만 만약에, 정말 만의 하나라도 자신의 길드의 중역 중 블러드 소속의 플레이어가 있다면.

그리고 만약 그, 혹은 그녀가 자신이 크게 의지하는 존재라면?

"쉽지 않을 거다. 단칼에 그들을 내치고 잘라내는 게 말이야."

"……."

누구도 내 말에 부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책임을 지겠다면, 해야 하는 것도 맞지. 만약 책임을 지지 않겠다면, 내가 나서서 그 사실을 폭로해 낼 것이다."

"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의 길드에 블러드가 잠입했다는 그 사실을 폭로해 낼 것이라는 말이다."

"네가 어떻게? 누가 네 말을 들어 주기나 할 거라고 생각하나? 너는 아직 이 어비스의 이방인일 뿐이야!"

아레스의 길드장이 내가 성을 내기 시작했다.

궁지에 몰린 거겠지.

혹시 모를 누군가를 잘라내는 게 아쉬울 테고.

"템플을 이용하면 되겠지."

"뭐…?"

"말 그대로다. 템플. 그들을 이용해서 너의 치부를 낱낱이 까발리겠다. 하나부터 열까지. 벌써 너희 길드 소속이었던 블러드 플레이어 한 명의 시체를 그들이 수거해 갔을 것이다. 이미 나는 그들과 손을 잡은 상태다. 너희가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 그게… 그게 무슨…!"

나는 입꼬리를 비틀며 그를 바라봤고, 다시 물었다.

"어떻게 하겠나. 결정해라. 네 결정에 따라 네 길드의 운명이 달라지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을 거야. 그것이 길드장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니까."

그리고 나는.

홱!

파편 두 개를 집어 들었다.

"이건 내가 가져가도록 하지. 수고비로 말이야. 그리고…."

레이먼드를 바라봤다.

"상황이 정리되면 내게 알려줘."

"아, 알겠다…."

레이먼드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지금쯤 레이먼드도 꽤 머리가 복잡할 것이다.

그 역시도 열심히 블러드를 색출해 내겠다고 노력은 했겠지만, 결코 '확신'을 할 수는 없을 테니까.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라. 힘이 닿는 데까지 도와는 주지."

"……."

"가자."

나는 몰른과 해츨링을 이끌고 그곳에서 벗어났다.

동시에 손가락에 마나를 응축했다.

그리고.

퉁!

마나를 튕겨 보냈다.

내가 튕겨 보낸 마나는, 허공에서 무언가와 충돌했다.

패애앵!

허공에 날아다니던 작은 벌레 한 마리가 바닥에 고꾸라졌다.

'이쯤이면 됐나.'

***

파짓!

'……!'

한 여자가 눈을 부릅떴다.

'뭐야…!'

에이미.

먼 곳에서 이 모든 광경을 관조하고 있던 블러드의 플레이어이자, 아레스의 길드장 톰의 오른팔.

그녀는 지금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뭐 하는 녀석이지?'

믿을 수 없었다.

정확하게 세 명의 블러드의 플레이어를 색출했고, 모두 처치했다.

그뿐인가.

'마지막 그건….'

그녀가 미리 보내놨던 퍼밀리어였던 날파리 한 마리가 사라진 것이다.

그녀는 날파리를 이용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

'그것마저 꿰뚫었다고?'

웬만큼 마나에 민감하지 않고서는.

아니, 적어도 그녀가 알기로 자신의 퍼밀리어를 간파해 내는 플레이어가 있어서는 안 됐다.

그만큼 자신의 침투능력은 완벽했으니까.

그런데 강민은 자신의 퍼밀리어를 파악해냈다.

그뿐인가.

'마치 의도했다는 듯이….'

확실했다.

강민은 알고서 퍼밀리어를 방치해둔 게 분명했다.

마지막 그 살기 어린 미소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게… 가능한 일이라고? 아니, 그걸 떠나서 도대체 왜?'

자신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놔뒀다는 것 정도는 이미 에이미도 충분히 알아챘으니.

'단단히 미쳤군.'

결국 하나다.

정말로 자신들을 향해 칼끝을 겨눴다는 것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두 번째다.

첫 번째 자신들의 집회장소를 박살 냈으며, 에이미 자신이 보는 앞에서 톰을 향해 엄포를 놓았다.

'끝장을 보자는 거구나, 정말.'

더 이상 서로가 물러설 수 없다.

이미 톰은 강민에게 단단히 물렸다.

'톰도 결국 꼬리를 잘라내겠지.'

그럴 수밖에 없다.

그의 아레스라는 길드에 대한 애착은 에이미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거기에서 길드가 몰락하게 놔둘 사람이 아니야.'

그렇다면, 결국 아레스 내에 잠입해 있던 블러드는 결국 싹 물갈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녀 역시도 마찬가지다.

'욕심내지 마, 아레스에서 이미 해먹을 만큼 해 먹은 건 맞으니까.'

더 이상 아레스의 묶여 있다가는 에이미 자신의 입지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아쉽긴 하지만.'

아레스는 여기까지였다.

'한강민. 두고 보자.'

그녀가 이를 갈았다.

***

[어떻게 됐지?]

한적한 곳에 도착해서 알렉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알렉스 : 아, 심문 중입니다. 아마 곧 끝날 것 같습니다.]

[심문이라면… 고문이라도 하는 건가?]

[알렉스 : 고문이라뇨. 그렇게 미개한 집단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렇군. 얼마나 걸릴 것 같지?]

[알렉스 : 오늘 중으로 끝날 것 같습니다. 장소와 시간을 안내해 드릴 테니, 그곳에서 뵙죠.]

[그래. 아, 그리고 말이지.]

[알렉스 : 말씀하시죠.]

[…….]

나는 알렉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조만간 있을 대대적인 블러드 숙청 작업.

그 작업에서 알렉스의 도움이 필요할 테니까.

[알렉스 : 좋은 생각이군요.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

"결과는?"

"대충 꼬리를 잡았습니다."

"오…."

나는 작게 탄성을 흘렸다.

"강민씨가 건네준 녀석의 사념을 역추적한 결과, 그 근원을 대충 밝혀내는 데 성공했죠."

"과학적인 수사 방법이군."

"과학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 두죠."

"그래서 결과는?"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에이미라는 자의 사념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에이미?"

"예. 미국 태생의 플레이어로서 아레스 길드에 잠입해 있던 자죠."

"그렇군.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큰 성과라고 보기는 없지 않을까?"

내가 반문했다.

사실이지 않은가.

블러드가 정체를 알았다고 해서 어찌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까.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고, 최소한 얼굴이라도 알아야 할 텐데, 그것조차 쉽지 않다.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우리는 이미 꽤 많은 블러드의 표본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꾸준히 대조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근원까지 추적하는 방법을 고안해 낸 것이죠."

"쉽게 말해줬으면 좋겠어."

"조금 전 말씀드렸던 그것입니다. '역추적'."

그러면서 알렉스는 내게 파편을 건넸다.

"그 남자의 가슴에서 나왔던 파편입니다."

"이걸 통해서 뿌리를 찾아낼 수 있다, 뭐 그런 건가?"

"그렇죠. 제가 파악하기로 강민씨는 꽤 마력에 민감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편이지."

"그렇다면 더더욱 수월할 겁니다. 분명 에이미라는 여자가 다시 움직일 겁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당연한 이야기다.

내가 퍼밀리어를 남겨뒀던 것.

그건 이 일의 주동자의 시선을 내게 집중시키기 위해 벌였던 일.

그게 에이미라는 자의 짓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자가 이 사건의 주동자라면 분명 내 행동을 목격했을 테고.

"절대 가만히 있지 않겠지."

"예. 그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든 정체를 숨기고, 사념의 기운마저도 감출 수 있죠."

"하지만 이 파편을 가지고 있으면… 에이미라는 여자의 사념과 반응해서 그 자를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이겠군."

"정확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파편을 품 안에 집어넣었다.

인벤토리에 넣지 않은 건, 파편의 반응을 조금 더 빠르고 확실하게 느끼기 위해서다.

"일처리가 꽤 깔끔하군."

"그런 소리는 많이 듣습니다."

알렉스.

보면 볼수록 호감이 가는 인물이다.

필요 없는 말은 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일은 기대 이상으로 해낸다.

'박명철과 꽤 닮았어.'

만약 박명철과 알렉스가 만나게 된다면 꽤 흥미로운 장면이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스쳐갔다.

"앞으로도 많은 협조 바라겠습니다."

알렉스는 여전히 사무적인 말투를 유지하며 내게 말했고.

"나야말로."

내가 답했다.

"그럼 전 이만."

용건이 끝나면 곧바로 그 자리를 뜬다.

역시나 알렉스다운 태도.

나는 품에 넣었던 파편을 다시 꺼내서 어루만졌다.

다른 파편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파편이지만, 이 파편으로 에이미의 존재를 역추적 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자, 언제쯤 움직일 생각이냐.'

에이미.

그녀와 닿게 된다면, 블러드의 중심부를 파고드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점점 흥미로워지는군.'

대체 어떤 녀석들이 숨어 있는 곳일지.

중심의 중심에 있는 자는 어떤 자일지 너무도 궁금했다.

'블러드의 가장 중앙에 있는 자는 이 탑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겠지.'

아니, 어쩌면 이 탑 자체일지도 모른다.

억측일수도 있겠지만, 그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꽤 볼만하겠어.'

하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과한 음모론이지.'

아무래도 비밀에 감춰있는 집단이다 보니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마침.

[레이먼드 : 톰이 보자고 하는군. 아, 톰은 아레스의 길드장이다.]

레이먼드에게서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요즘 들어 꽤 바쁜 스케줄이 이어지고 있다.

[금방 가지.]

나는 레이먼드에게 답한 동시에 다시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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