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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208화 (208/277)

208화

[새로운 동물을 발견했습니다.]

[새로운 식물을 발견했습니다.]

[새로운 지형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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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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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론 평야라는 곳에 도착한 순간 역시나 익숙한 메시지들이 시야를 가렸다.

'이제 29퍼센트.'

30퍼센트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 머지않아 아프리카 대륙의 개척률을 추월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다들 분발하고 있는 모양이군.'

레이먼드에게 들었던 대로 최근 들어 타 대륙의 개척률의 진척 속도가 꽤 빨라진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봐야 나 혼자서 해내는 속도에는 한참이나 미치지 못한다는 게 문제지만.

'그나저나 벌써 이곳에서 움직이고 있군.'

템플의 플레이어들 말이다.

초감각의 범위로 파악해낸 결과지만, 도무지 육안으로는 그들이 이곳에 잠입해 있다는 사실은 알아낼 수 없었다.

'대단한 이들이야.'

그만큼 지금 그들도 아레스, 혹은 제네시스에 잠입해 있는 블러드를 색출해 내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이렇게 거대 길드들이 충돌하는 게 처음이라고 했었지.'

그동안은 암묵적으로 동맹 관계를 맺은 채 서로를 웬만해선 건드리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템플에게 있어서 이번 싸움은 그야말로 노다지나 다름없을 테지.

'놈들이 조급하긴 한 모양인데.'

블러드 말이다.

나의 등장으로 인해서 놈들도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꼈을 테고.

그러니 이런 유례없는 일을 벌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슬슬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선 것 같군.'

아마 위드 길드가 어비스에 진입할 때쯤이면 꽤 재미있는 형세가 벌어질 것 같다.

'우선 먼저 벌레를 수색한다.'

레이먼드 앞에서 큰소리를 치기는 했지만, 그들과 마구잡이로 전면전을 벌일 생각은 없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그건 무모한 짓인 건 맞지.'

질까 봐 걱정하는 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의 나를 객관적으로 봤을 때, 패배한다는 건 쉽게 떠올릴 수 없으니까.

'그보다는 귀찮아질 수 있으니까.'

두 길드 모두 각자의 대륙의 정상에 올라 있는 길드들.

내가 만약 그들을 한 번에 몰살시켜 버린다고 생각해 보라.

'끔찍하지.'

나 하나만이 아니라, 앞으로 어비스에 진입하게 될 대한민국.

더 나아가서는 모든 아시아의 플레이어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우선은 목표만 확실히 제거하는 데 집중하자.'

목표란, 당연히 블러드의 플레이어들.

물론 상황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아레스와 제네시스의 플레이어들도 다치거나 죽게 될 수도 있을 테지만.

웬만해서 무의미한 살상은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괜한 적을 만드는 건 나도 원하지 않으니까.

'아무래도 미리 고지를 선점하는 게 좋겠지.'

나는 이 지역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곳을 향해 움직였고.

내가 막 도착한 순간.

'나타났다.'

저쪽에서 큰 무리의 플레이어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수가 꽤 많군.'

한눈에 봐도 날을 갈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느낌이 좋지 않아.'

제네시스의 길드장, 조지는 생각했다.

'그 여자는 보이지도 않잖아.'

자신에게 아레스와의 동맹을 제안했던 에이미 말이다.

정작 싸움이 시작되려는 이 순간 그 여자는 꽁무니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기분 나쁜 여자였는데.'

처음 만났을 때는 몰랐지만, 마지막 아레스와의 회담에서 봤던 그녀는 확실히 섬뜩한 무언가를 지니고 있었다.

'설마…?'

그녀가 블러드의 소속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놈들이야 어디에 숨어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없는 놈들이니까.'

그 역시 자신의 길드에 블러드가 충분히 잠입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선 색출해낼 수 있을 만큼 색출해 내기는 했지만.'

가슴에 보이는 붉은 문신.

그것을 통해 최대한 블러드를 걸러냈다.

하지만 문제는.

'간혹 문신을 숨길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거지.'

사념의 기운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가슴에 생긴 붉은 흔적을 자유자재로 숨기고 드러낼 수 있다.

'블러드의 상위 랭커라면 그런 것 숨기는 것쯤이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테지.'

실제로 블러드의 상위 랭커가 정체를 숨긴 뒤 길드를 파괴시킨 전적은 여러 번 있었다.

'오죽하면 모든 거대 길드를 움직이는 게 블러드라는 음모론까지 판치고 있을 지경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이제 와서 발을 뺄 수도 없다.

이미 일이 너무 많이 진척되기도 했을 뿐더러.

이미 유럽 대륙의 여론은 아레스를 지지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발을 빼면, 안 하느니만 못 하는 짓이야.'

조지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 그 여자가 블러드일 가능성도 높지는 않겠지만, 차라리 블러드라고 해도 잘된 일이야.'

아레스와 제네시스.

두 길드가 힘을 모았는데 오디세우스 하나를 쓰러트리지 못할까.

'게다가 아시아의 플레이어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 봤자, 일개 개인일 뿐이지.'

결국 자신들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설령. 정말 만의 하나라도 그 여자가 블러드라면, 바로 손절하면 그만이지.'

승리의 이득을 취하고, 돌아서면 제네시스에게 있어서는 어쨌거나 좋은 상황이다.

'그래. 이제 와서 후회할 이유도, 후회할 필요도 없다.'

"흠. 아무래도 여기가 좋겠군."

그의 옆에서 주변을 살피던 톰이 말했다.

"그나저나 아직 상대 쪽에서는 아무런 소식도 없나?"

"그래. 벌써 꽁무니를 뺏을지도 모르지."

"그건 아닐 거다. 내가 알고 있는 레이먼드는 결코 쉽게 꼬리를 내릴 사람은 아니야."

"그런가?"

"그래."

그렇게 말하며 톰이 소리쳤다.

"자, 다들 준비해라! 이제 곧 오디세우스와의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그 말과 함께 백 명도 넘는 정예의 플레이어들이 무장을 갖추기 시작했다.

***

'이상하군.'

분명 이곳 어딘가에는 블러드가 숨어있다.

하지만 문제는 어디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

'왜 그러지?'

이상한 현상이었다.

그동안 내가 만났던 블러드들이라면 응당 초감각의 감지 능력 안에 놈들의 위치가 정확히 포착되어야 정상일 텐데.

'공기 중에 사념만이 흩어져 있을 뿐, 도무지 놈들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어.'

사념을 숨기는 기술이라도 있는 것인가?

그렇게 된다면 일이 꽤 골치 아파질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저기에 모여 있는 녀석들을 전부 쓸어버려야만 할 테니까.

그때였다.

[알렉스 : 꽤 고위층의 블러드가 잠입해 있습니다.]

알렉스로부터 도착한 메시지.

[무슨 말이지?]

[알렉스 : 블러드라는 집단이 어떻게 지금까지 존속할 수 있었던 건, 놈들에게는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이지?

[그래서.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알렉스 : 아직 이렇다 할 방법은 없습니다. 상위 랭커로 갈수록 놈들은 가슴의 문신도 감추고, 사념의 기운조차 완전히 감출 수 있게 되니까요.]

[골치 아프군. 너희도 방법을 모른다는 거야?]

[알렉스 :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면 완전히 정화된 파편을 가공해 악세사리로 만들어 추적하는 것뿐입니다. 그나마도 사념에 민감한 이들만이 가능하죠. 저 같이요.]

[자랑인가?]

[알렉스 : 그럴 리가요.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지금 저와 추적팀이 바쁘게 놈들을 탐색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그렇다고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데.'

뭔가 또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을 무렵.

킁킁!

'……?'

해츨링이 코를 킁킁대기 시작했다.

"설마 냄새가 나는 건가?"

"꾸웅. 꾸우웅."

미간을 좁히고 코를 킁킁대는 해츨링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통통한 손을 들어 한 곳을 가리켰다.

'…저쪽은 아레스 길드의 진영인데.'

물론 해츨링이 그렇게 가리킨다고 해서 녀석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거리가 너무 멀었으니까.

'어쨌든 확실한 건, 저 안에 있다는 거지.'

"반대쪽은 어떤가."

제네시스의 진영을 가리키며 물었다.

"꾸우웅. 꾸웅."

해츨링은 고개를 저었다.

없다는 뜻일 거다.

'아레스쪽에만 블러드가 잠입해 있다는 거지.'

어쨌든 이 정도나마 힌트를 얻었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능력을 써봐야겠어.'

그 능력이라 하면 바로 만리경이다.

어비스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내가 손에 넣었던 능력.

아직 한 번 밖에 사용해 보지 않았지만,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자면 정말로 훌륭한 능력이었다.

'여차하면 곧바로 텔레포트를 사용해서 이동해도 될 테고.'

나는 곧바로 만리경을 시전했다.

그 순간, 만리경으로 이동할 수 있는 범위가 내 시야에 펼쳐졌다.

당연하게도 아레스의 진영은 만리경의 범위 내에 포함되어 있었으니.

'가자.'

파짓!

스파크가 일어남과 동시에 아레스의 진영 내부가 한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대화 소리가 들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대화 따위가 아니다.

블러드의 위치.

그리고 나는 내 나름대로 블러드의 위치를 찾아낼 방법을 생각해 낸 참이다.

바로 렘이다.

이미 렘으로 사념을 잘라낼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낸 이상, 사념의 천적은 렘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리라.

'만리경을 통해 렘을 보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마력과 렘은 섞일 수 없다.

하지만 만리경은 어디까지나 관찰 수단일 뿐 공격을 위해 사용되는 마력이 아니었으니.

'자, 움직여라.'

만리경의 마력 틈새에 렘을 살짝 흘려보낸 그 순간,

'됐다.'

렘이 만리경을 이룬 마력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치직! 치지직!

스파크가 일었다.

만리경의 분신이 전달하는 시각, 청각의 정보가 흩어졌다.

'젠장. 제대로 융화되지 않았어.'

공격용도가 아니라도 마력과 렘은 역시 온전히 융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었고.

만리경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그 순간.

파앗!

누군가 만리경이 위치한 곳을 바라봤다.

마치 나를 바라보는 듯, 정확하게 만리경을 바라보는 남자.

우연인가?

아니다.

분명히 이곳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다.

저벅

만리경이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요한! 뭐 해?"

누군가 움직이고 있는 남자를 불렀다.

"아니, 잠깐만. 여기에 뭐가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요한이라는 그렇게 둘러대며 만리경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알아챈 건가? 아니면 그냥 수상해서?'

그 속내까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는 중에도 요한이라는 자는 천천히 내 분신이 만들어진 곳을 향해 움직였고.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

나는 만리경을 통해 렘을 흘려보냈다.

치지직!

역시나 스파크가 일며 만리경을 통해 전달되는 시야가 흔들리고, 음성들에 노이즈가 꼈다.

그 순간.

"뭐지?"

요한이라는 자가 말했다.

소리가 또렷하진 않았지만, 나는 똑똑히 들었다.

"분명히 뭔가 움직였는데…."

놈은 알아챈 게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히 렘에 반응했다는 건 확실했다.

'운이 좋았어.'

저 넓은 곳, 많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한 번에 블러드의 플레이어를 발견하게 될 줄이야.

'어쨌든 저 녀석도 꽤 고위층이라는 말일 테니.'

명분은 확보했다.

당장 이 거리에서 놈을 은밀하게 쓰러트릴 방법은 없지만.

'저 안에 블러드가 섞여 있다는 것만으로 내 공격의 정당성은 확보할 수 있을 테지.'

더 나아가서 아레스를 대중의 '적'으로 돌려낼 명분마저도 손에 넣은 셈이다.

그리고 그때.

"정말로 먼저 와 있었군."

레이먼드가 막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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