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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207화 (207/277)

207화

[상태창]

>이름: 한강민

>레벨 : 160

>스탯

-육체

힘 : 5739.639

[2차 초월 – 방어 무시 75%]

민첩성 : 5374.64

[2차 초월 – 치명타 확률 70%]

체력 : 4912.645

[초월 – 피해 반사 50%]

-정신

마력 : 5274.456

[2차 초월 – 마법 보호막 물리/마법 피해 75% 흡수]

렘 : 122.17260

>마력 저항력

+ 80%

체력을 제외한 모든 스탯들의 2차 초월 돌파에 성공했다.

그리고 새로운 장비를 착용한 동시에 마력 저항력이 80%에 올라섰다.

'이제 남은 포식 슬롯 빈칸만 채우면 되겠군.'

그 빈칸도 이제 머지않아 채우게 될 것이다.

'블러드. 놈들이 움직일 테니까.'

그 녀석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무엇이든 내 마음에 든다면 빼앗으면 그만이다.

'든든하군.'

나는 내가 착용한 장비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금속임에도 불구하고, 착용감이 말도 안 되게 편안했다.

가벼운 것은 둘째치고서도 가죽처럼 탄성이 느껴지는 금속이라니.

'역시 세상은 넓어.'

그때였다.

"뭘 한 거지?"

옆에서 내 모습을 바라보던 레이먼드가 말했다.

"뭐가 말인가."

"지금… 네가 들고 있던 파편에서 막대한 기운이 흩어졌어."

"아, 그런 게 있다."

"……."

레이먼드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나와 파편을 바라봤다.

"설마, 그거… 창공의 군주를 쓰러트리고 얻어낸 파편인 건가?"

"그래."

제법 눈썰미가 있다.

"그것을… 그 짧은 시간 동안 완전히 정화했고?"

"그렇다."

"그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한 거야? 족히 1년은 걸릴 만한 양의 사념이었는데…."

"다 방법이 있지."

"알려줄 순… 없나?"

"알려줘도 못 할 거다."

"젠장…."

레이먼드는 부러워 죽겠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해 줄 순 있지만, 굳이 말해 줄 생각은 없다.

어차피 말해줘도 따라할 수도 없을 테고.

"마음에 드오?"

하든이 물었다.

"말할 것도 없지."

"다행이군.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이라는 생각에 혹시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그때였다.

"레, 레이먼드!"

누군가 다급히 달려와 레이먼드의 이름을 불렀다.

'후안?'

그는 바로 후안이었다.

드넓은 공방을 가로지르며 다급히 레이먼드를 향해 달려온 그는.

"허억… 허억… 크,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래?"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나는 쾌재를 불렀다.

타이밍이 이렇게 절묘하게 떨어지다니.

아니, 어쩌면 놈들은 지금을 노렸을지도 모르지.

마침 내가 레이먼드와 접촉한 이 틈을 말이다.

"그래.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어."

레이먼드 역시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그래서. 누구지? 아레스? 아니면 제네시스?"

"그, 그게…."

후안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순간,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낀 건 아마 나 혼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서 말해, 후안."

"둘 다입니다."

"……!"

레이먼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레스와 제네시스, 두 길드가 동시에 우리 길드를 향한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대체 무슨 명분으로!"

"그것이…."

***

"오랜만이군."

"그래. 너와 내가 이렇게 손을 잡게 될 줄이야. 생각도 못 했던 일이었는데."

"어쩔 수 없지.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경쟁자를 없애기 위해선 잠시 손을 잡을 필요도 있는 법이야."

"명분 하나는 괜찮았어."

"명분이 아니다. 이것은 대중이 원하는 바지."

아레스 길드의 길드장인 톰과 제네시스의 길드장, 조지의 만남이 성사된 순간이었다.

그들은 지금 막 오디세우스를 향한 전쟁을 선포한 참이었다.

그 명분이란, 당연히 한강민이라는 '아시아'의 플레이어와 손을 잡았다는 것.

"지금 많은 플레이어들이 두려워하고 있어. 특히 유럽 대륙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지, 그렇지 않아?"

톰이 조지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그래. 사실이지. 이미 아시아의 플레이어는 고작 한 명이라는 사실이 널리 퍼진 마당에, 저 말도 안 되는 개척률을 보고 있자면… 두려운 게 당연하지."

그렇지 않아도 빠른 속도로 아프리카에게 추격당하고 있는 유럽 대륙이었다.

그런 와중에 고작 '한 명'이 미친 듯이 모든 대륙을 추격하고 있었으니, 그 불안감은 몇 배로 불어날 수밖에.

"그런데 마침 오디세우스가 그런 한강민이라는 아시아의 플레이어와 손을 잡았다는 건…."

"놈이 큰 실수를 한 것이지."

"하하하!"

톰이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안 그래도 눈에 거슬리던 오디세우스와 한강민.

둘을 동시에 지워 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 않은가!

동시에 톰은 자신의 옆에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네 공이 컸어."

"별 말씀을."

여자는 그저 옅은 미소를 띠어 보일 뿐 이렇다 할 감정은 드러내지 않았다.

"아니지. 네가 아니었으면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뻔했잖아. 게다가 나도 이렇게 조지가 내 응답에 빠르게 응답해 줄 줄은 몰랐고."

조지라는 남자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이는 톰.

"저 여인의 화술이 대단하더군. 마치 지금 너의 제안에 수락하지 않으면, 정말 우리 유럽 대륙이 무너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래. 그게 에이미의 능력이야. 비상한 두뇌와 사람을 홀리는 혀. 우리 아레스가 지금의 아레스가 될 수 있기까지 큰 공헌을 했던 것도 바로 에이미니까."

"그런가…."

조지가 에이미를 바라봤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지라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얼핏 비쳐 보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미녀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왠지 기분이 나빠.'

조지가 생각했다.

너무 차갑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인간 같지 않아도 해야 할까.

그 순간.

싱긋

에이미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

조지는 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래. 어쨌든 이번 기회에 레이먼드와 한강민. 두 자를 어비스에서 지워낸다. 한강민 한 명만 없어져도 아시아의 모든 개척률은 무로 돌아갈 테니까."

"아프리카쪽에서는 참여하지 않는 건가?"

"그들은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더군."

"그렇군."

조지와 탐이 잠시 침묵을 지키던 중.

"어쨌든, 우리가 이야기했던 그대로. 카론 평야로 오디세우스 길드를 불러낼 거야. 레이먼드는 안 나오고는 못 버티겠지. 길드의 명예가 걸린 일이니까."

"하지만… 우리 둘이 길드 하나를 공격한다면 오히려 우리의 치욕 아닌가?"

"그럴 리가. 이미 대세는 우리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걸."

"크흠…."

조지가 침음을 삼켰다.

아레스 길드는 이미 진즉에 여론을 선동해 놓은 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해하는 미대륙의 플레이어들의 마음의 불을 지핀 것이다.

현재 모든 대륙 중 최상위를 달리는 미대륙의 존립을 위협하는 악의 중심, 한강민과 그런 한강민과 교섭하는 오디세우스.

이미 두 세력은 미대륙에서 공공의 적이 되어 있었다.

"만약 오디세우스가 우리의 전쟁을 피하고 숨어든다면, 놈은 더 이상 미대륙에서 활동할 수 없을 거야."

"무섭군."

"어쩔 수 없지. 여기는 어비스니까."

"좋다. 그럼… 내일 보도록 하지."

"조심히 가라고."

톰과 조지는 인사를 나눴고, 조지는 금세 모습을 감췄다.

***

[알렉스 : 이번 싸움은 중요할 겁니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주세요. 반드시 아레스나 제네시스 중에 숨어 있는 블러드를 파악해 내겠습니다.]

템플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후안이 두 길드의 선전 포고 소식을 전하기가 무섭게 이런 메시지가 내게 도착했으니까.

[알렉스 : 현재까지 파악하기로는 확실히 두 길드장은 아닙니다. 그들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는 뜻이죠. 아직 그게 누구까지인지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번 싸움을 통해 확실히 꼬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듯한 메시지들이다.

과연 알렉스라는 남자가 괜히 템플이라는 집단의 수장이 된 건 아닌 모양이다.

내가 묻지도 않았건만 벌써부터 한발 앞서 나가며 자신의 목적을 위해 접근하고 있는 그 모습이 내심 혀를 내둘렀다.

"젠장!"

하지만 정작 이쪽의 분위기는 심각했다.

"우리로서는 두 길드를 동시에 감당할 수 없어. 게다가 분명 그 안에는 블러드들이 숨어 있을 거다."

레이먼드가 분개했다.

"차라리 아레스 하나였다면, 어떻게 해 볼 수 있었을 텐데…."

레이먼드의 시선이 향한 곳은 나였다.

아무래도 나의 힘을 빌린다면 아레스 정도는 충분히 어찌해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틀린 말도 아니다.

아니, 정확히 파악한 셈이지.

하지만 반만 정확했다.

"둘 다여도 문제는 없다."

내가 말했고.

"뭐?"

"아레스, 제네시스 둘 다 덤벼도 문제없다는 말이다. 혹시 피해가 두렵다면 너는 빠져도 좋다."

"아니, 그게 무슨…?"

"자신감이지."

만약 새로운 장비를 받기 전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나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두 거대 길드와 나 혼자 맞선다고 해도 두렵지 않을 정도로.

'당연하지. 체력을 제외하고 모든 스탯이 2차 초월 돌파를 성공했다.'

그뿐인가.

80%에 달하는 마력 저항력과 말도 안 되게 뛰어오른 방어력까지 생각해 본다면.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 믿지 못하겠으면 믿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네가 믿지 않는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지는 않아."

"……."

레이먼드의 복잡한 시선이 나와 오디세우스의 참모진들 사이를 오갔다.

그때.

"거짓말… 같지는 않습니다."

후안이 말했다.

"같이 보지 않았습니까. 던전에서요."

"……."

레이먼드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내 왼쪽에 있는 몰른을 바라보더니 다시 오른쪽에 있는 해츨링으로 향했다.

"하…!"

레이먼드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랬지. 너는 인간이 아니었지."

"인간이다."

"아니야. 내가 그동안 학습해온 '상식'이라는 범주 내에 너와 같은 인간은 존재할 수가 없어."

"그런가? 교육이 부족했던 모양이군."

"그 말이 아니잖아."

나는 팔짱을 끼며 레이먼드를 바라봤다.

"나는 네가 이번 싸움을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레이먼드는 쉽사리 대답하지 않았다.

끼익-

"알다시피 우리 길드의 명운이 달린 순간이다. 이미 너와 접촉했다는 것으로 우리 길드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분명 아레스의 여론 공작 때문일 거다."

물론 나도 저런 레이먼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아니, 백 번 공감한다.

그는 나처럼 개인으로 움직이는 상황이 아니니까.

그에게 달린 목숨이 몇 개인가.

이런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않는 게 오히려 당연한 일.

저렇게 망설이는 마음에 불을 한 번 지펴줄 타이밍이 된 것 같은데.

"그럼 그놈들이 블러드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만 밝혀 준다면 여론을 역전시킬 수 있겠군."

"……."

"그렇지 않은가. 너희의 명분도 세울 수 있을 테고, 이번 싸움만 끝난다면 너희는 다시 올라설 수 있을 거다."

레이먼드의 눈빛이 흔들렸고.

그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했군."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몸을 돌렸다.

"나는 먼저 칼론 평야라는 곳에 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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