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화
[상태창]
[이름: 한강민]
>레벨 : 160
>스탯
-육체
힘 : 5539.639
[초월 - 방어 무시 50%]
[2차 초월 가능]
민첩성 : 4954.64
[초월 – 치명타 확률 70%]
체력 : 4912.645
[초월 – 피해 반사 50%]
-정신
마력 : 4834.456
[초월 – 마법 보호막 물리/마법 피해 50% 흡수]
렘 : 39.17260
>마력 저항력
+ 50%
>능력
1. 포식자 (S)
2. 뇌전검 (S)
3. 충격파 (AA)
4. 오우거의 신체 (AAA)
5. 오러 블레이드 (R)
6. 아이언 바디 (S)
7. 지휘관의 외침 (S)
8. 초감각 (S)
9. 은신
10. 궁신탄영 (혈계 파생)
11. 육체 개조 (???)
12. 툰테른의 가호 (S)
13. 저주받은 홉 고블린의 외침 (AAA)
14. 오크 좀비의 재생력 (S)
15. 지배자의 권능 (S)
16. 천골지체 (혈계)
17. 텔레포트 (R)
18. 만리경 (AA)
19. 사념 흡수 (???)
20. EMPTY
갑옷에 달린 잠재 옵션을 포식하고 장비를 새로 착용한 뒤 나의 상태창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내 시선을 사로잡는 건.
'2차 초월.'
그렇다.
힘의 수치가 5000을 넘어서는 순간, 두 번째 초월이 가능해진 것이다.
[1차 초월 옵션의 효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2차 초월을 시도할 경우, 방어 무시 50%의 효과가 방어 무시 75%로 상승됩니다.]
[2차 초월 돌파를 시도하시겠습니까?]
망설일 이유가 없다.
나는 바로 2차 초월 돌파를 시도했다.
그런데 그 순간.
[힘의 초월 스탯을 2차 초월 돌파에 시도하기 위해서는 1000의 힘 스탯을 소모해야 합니다.]
'…….'
하지만 역시나 인생은 생각대로 되지만은 않는 법이다.
나는 힘 스탯이 1000이 필요하다는 소리에 잠시 멈칫했다.
'아무리 그래도 1000이라니.'
물론 내가 스탯을 포식할 수 있고, 내가 가진 힘의 스탯이 5000을 넘었다고는 하지만.
'여기에서 1000을 소모한다는 건….'
타격이 꽤나 크다.
당장 1000의 스탯을 포식하라고 해도 시간이 꽤 걸릴 수밖에 없으니까.
'젠장. 어떻게 해야 되지?'
아무리 나라고 해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방어 무시 75%라는 옵션을 포기하기엔 너무나 욕심이 나는 옵션인 것도 사실이다.'
상대의 방어구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사실상 방어력의 대부분을 무시할 수 있는 옵션이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우우웅!
'……?'
어느새 완전히 정화되어 있는 사념의 파편이 진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사념의 파편을 꺼내들었고.
그 순간.
[힘 900의 수치를 정화된 사념의 파편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응?'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사념의 파편을 스탯을 대체해서 사용할 수 있다니!
'이건 생각지도 못한 쓰임샌데?'
조금 전 말했던 것처럼 그저 나는 사념의 파편을 장비의 재료로 활용할 생각밖에는 하고 있지 않으니까.
'힘 900.'
지금 사념이 보유한 기운의 총량을 더해봐야 힘 900 정도 밖에는 안 된다는 뜻.
사념의 기운이 약하다는 게 아니다.
힘 900이라는 수치는 한 플레이어의 인생을 뒤바꿀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수치다.
'이렇게 된다면, 파편쯤이야 충분히 투자할 수 있어.'
그럼에도 100의 힘 스탯을 사용해야 하는 건 맞지만, 1000에 비하면 100 정도의 힘 스탯이야 크게 아깝게 느껴지지 않으니까.
'잘 됐어.'
나는 곧바로 사념의 파편을 들어 올렸고.
[정화된 사념의 파편을 힘 수치 900으로 대체하시겠습니까?]
'그래.'
[정화된 사념의 파편과 사용자의 힘 수치 100을 이용하여 힘 초월 스탯의 2차 초월 돌파를 시도합니다.]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힘 100이 감소했습니다.]
[힘 초월 스탯의 2차 초월 돌파를 성공했습니다.]
[방어 무시 75%의 효과가 사용자의 상태창에 각인됩니다.]
그렇게 나는 2차 초월 스탯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
>■■@@■■□■■
>■□■□■■■
내 손에 들려있는 또 하나의 사념의 파편 조각을 바라봤다.
조금 전 창공의 군주를 처치하고 손에 넣은 사념의 파편 조각이었으니.
내가 정화했던 사념의 파편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방대한 양의 기운을 보유하고 있는 조각이었다.
'이거라면….'
다음 스탯들을 초월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게 분명하다.
***
"……."
"나는 내 할 일을 다 했다."
말없이 서 있는 레이먼드에게 내가 말했다.
"그, 그래. 알고… 있다."
레이먼드는 조금 놀란 모양이다.
이해는 한다.
내가 고전했을 정도의 보스 몬스터였으니, 저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어떨지.
"너는… 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녀석이냐."
"별 것 없다. 그냥 조금 강해졌을 뿐이지."
이미 너무도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
굳이 고민해서 대답해 줄 필요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한 가지만… 물어도 괜찮겠나?"
"그래."
"혹시 이미 템플과 접촉한 거야?"
"그렇다."
"그렇군…."
레이먼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레이먼드의 표정을 통해서 나는 레이먼드가 템플 쪽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내가 명분을 제공해 준 셈인가?"
내 말에.
"으, 으흠."
레이먼드가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걱정 마라. 어디 가서 떠벌리고 다닐 만큼 입이 싸지는 않아. 그리고 나 역시 템플과 깊은 연관을 맺을 생각도 없고."
"뭐? 이미 접촉했다는 건 그들과 손을 잡았다는 말이 아니었나?"
"그럴 리가. 너희에게 말했던 것처럼 나는 템플에게도 똑같이 말했다. 내가 필요한 것만 취할 뿐, 어비스에 있는 어떤 집단에게도 속하고 싶지 않아."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이군. 그래 놓고서 블러드의 뒤통수를 그렇게 후려쳤다는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직접 놈들을 찾아다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니까?"
"……."
레이먼드가 혀를 내둘렀다.
"어쨌거나 너희 길드원들이 장비를 수집하게 되면 가장 먼저 연락을 줬으면 좋겠군."
내가 말했다.
그동안 수많은 몬스터들을 처치하며 획득했던 아이템과 아티팩트들.
아직 그것들을 확인한 여력은 없었으니 한데 모아 놓고 쓸만한 것들이 있나 살펴볼 생각이었다.
"그건 걱정 마. 내가 직접 네 실력을 봤는데 감히 너를 속일 생각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아."
"그렇다면 다행이고."
어느새 던전 내부에는 오디세우스의 플레이어들이 잔뜩 몰려와 죽어 있는 시체들의 잔해를 뒤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나와 레이먼드는 천천히 던전 밖으로 몸을 움직였고.
그러던 중.
[알렉스 : 강민씨. 급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알렉스로부터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
그로부터 이틀이 지났다.
알렉스는 내게 메시지를 보낸 이틀 뒤를 약속 날짜로 정한 것이다.
은밀하게 움직이는 만큼 약속 장소와 시간은 템플이 정하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뭐지?"
"우리가 블러드측의 이상 기후를 포착했습니다."
알렉스와 만난 순간, 알렉스가 내게 한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입꼬리를 비틀었다.
'낚였군, 드디어.'
당황할 이유는 없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고.
내가 계획했던 일이니까.
만약 놈들이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으면 오히려 내 쪽에서 서운할 뻔했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거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거대 길드들에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거대 길드?"
"예. 아무래도 이번에 강민씨가 오디세우스의 레이드를 도운 것을 보고 그것을 명분으로 그들이 무언가 움직이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너희가 예상하는 건?"
"가장 유력한 길드로는 아레스, 그리고 제네시스입니다."
아레스와 제네시스.
아레스는 랭킹 1위에 올라 있는 길드였고, 제네시스는 오디세우스와 2, 3위를 다투고 있는 길드.
제네시스는 다른 두 길드와는 달리 유럽 대륙을 기반으로 한 길드였다.
"재미있군. 그렇다면 두 길드의 수장이 블러드 소속이라는 뜻인가?"
"음…."
그 질문에는 알렉스도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것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저희라고 해서 그들의 모든 조직도를 꿰뚫을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그동안 그들의 행보를 비춰 보건대, 수뇌부 중에는 분명히 블러드의 일원이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중입니다."
"수뇌부라… 그렇다면 그렇게 거대한 길드를 움직이기란 쉽지 않은 일일 텐데?"
"문제는 블러드의 플레이어들이 '의도적'으로 정체를 숨기고 있다는 거지요."
"실세는 길드장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가?"
"바로 그겁니다."
알렉스의 말에 나는 짧은 탄성을 흘려보냈다.
그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정체를 숨기고 있다면, 아무리 내가 날뛰어 댄다고 해도 놈들의 중심부를 파고들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결국 그 길드를 박살 내는 것만으로는 벌레를 색출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군."
"예. 블러드의 플레이어가 멍청하게 거대 길드의 수장직을 맡고 있을 리는 없습니다. 분명 그들 중 한 사람일 것입니다."
"그렇다는 말이지…."
나는 잠시 생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블러드.
그들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음흉하고 음침한 놈들일 게 분명했다.
'하지만 방법은 있을 거다.'
차라리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고.
'나올 때까지 때려 부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일 테지.'
놈들이 이기는지, 내가 이기는지.
"너희는 무슨 일이 생기는 즉시 내게 말해 줘. 놈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손으로 뿌리를 뽑아낼 테니까."
"알겠습니다."
알렉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내 손에 들려 있는 새로운 파편 조각을 바라봤다.
'확실히 빨라.'
이전에 가지고 있던 파편에 비해서도 훨씬 거대했지만, 벌써 1/10가량을 정화했다.
어느새 100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렘 수치 덕분이다.
'슬슬 렘의 활용법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봐야 할 텐데.'
역시나 아직 오러로 만들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수치.
그렇다고 이렇게 대단한 렘을 가만히 놔둔 채 사념의 정화에만 사용하기는 너무 아까운 일이다.
"잠시 쉬고 계시겠습니까. 이 장소는 앞으로 24시간 뒤 파괴될 예정입니다만."
알렉스가 내게 말했다.
"그래. 그 전에 자리를 비켜주지."
"알겠습니다. 저는 그럼."
그 말과 함께 알렉스는 금세 모습을 감췄다.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자취를 감춘 알렉스의 모습을 보며 내심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저 정도의 철두철미함이 아니었다면 블러드 놈들로부터 살아남지 못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내 가슴 한켠에 자리해 있는 렘의 기운을 움직여봤다.
렘은 내 전신을 타고 흐르며 지쳐있는 정신과 마음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줬다.
이렇게 렘을 사용해서 내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키고 나면 싸움에 미쳐있는 나조차 평화에 깊게 묵상하게 될 정도였으니.
이 렘이라는 기운의 신비함에 더욱더 깊게 매료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순간.
"음?"
내 손 끝으로 뭉쳐 있는 렘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휘릭!
손끝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처음이다.'
심지어 사념을 정화할 때조차 형태를 이루어 내 몸 밖으로 벗어난 적은 없었건만.
'잠깐만. 다시 해 보자.'
나는 렘을 움직이며 내 몸을 한 바퀴 회전시켰고.
휘릭!
손끝으로 다시 렘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조금 더….'
렘을 유지한 상태로 다시 한번 렘을 회전시킨 그 순간.
화륵!
렘이 마치 작은 불씨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