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화
쿠쿠쿠쿠쿵!
안면에 오러가 박힌 채 전신에 전류가 타오르니, 놈이 느끼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거다.
그리고.
부우우웅!
주먹이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와 함께.
콰직!
내 몸을 주먹으로 움켜쥐었다.
"크읍!"
손아귀의 힘이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나도 놈에게 한 가지 선물을 줄 생각이다.
'나와라.'
저주받은 홉 고블린의 외침과 지배자의 권능.
저주받은 고블린과 소환체.
총합 스무 마리의 소환체를 소환하는 그 능력을 사용했다.
위치는.
'벌어진 놈의 갑옷 틈새.'
조금 전 내가 놈의 몸을 타고 오르며 만들어낸 갑옷의 틈새 안으로 저주받은 고블린 열 마리가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소환된 열 마리는.
'용암 지렁이.'
역시 탑에 살고 있는 몬스터였고.
마침 틈새를 파고드는 데에 적절한 몬스터였다.
'좋아. 심지어 온몸이 불로 뒤덮여 있는 지독한 녀석이지.'
용암 지렁이는 그 말대로 전신이 초고온의 화염에 둘러싸여 있었으니.
"크아아아아아!"
놈이 더 격렬하게 몸을 뒤틀었다.
쿠웅! 쿠우웅! 쿵! 쿵!
자신의 몸을 두드렸다.
몸에 달라붙은 고블린과 지렁이를 떼어 내기 위해서겠지만.
'소용없을 거다.'
이미 저주받은 고블린과 용암 지렁이는 창공의 군주의 살점을 파고들기 시작했으니까.
놈의 벌어진 갑옷 틈새에서 하얀색 액체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크으아… 그으으으!"
고블린보다도 용암 지렁이는 빠른 속도로 놈의 전신을 타고 다니며 뜨거운 고온으로 놈의 신체 구석구석을 태워내고 있었다.
'그러게 틈을 주면 안 되지.'
물론 저 녀석이야 예상도 못 했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창공의 군주는 자신의 몸을 두드리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때.
홰액!
놈이 나를 집어 던졌다.
나는 허공을 향해 다시 부유한 채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콰아아앙!
"커헉!"
갑작스레 허공에서 내 몸이 무언가에 충돌하더니 전신에서 엄청난 충격이 느껴졌다.
'뭐지?'
분명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리고 다시.
콰아앙!
위에서부터 무언가가 내 몸을 강하게 내리쳤다.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초감각에서조차 포착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
'뭐지?'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땅으로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었다.
콰아아앙!
내 몸이 땅에 강하게 처박혔고.
"크학!"
신음을 토해냈다.
입에서 피가 한줄기 흘러내렸다.
끝이 아니었다.
다시 한번 무언가가 나를 강타했고.
콰아앙!
굉음과 함께 내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
그때부터 시작됐다.
콰앙! 콰앙! 콰콰쾅!
영문도 모른 채 허공에서 쉴 새 없이 무언가에 두드려 맞으며 나는 끔찍한 충격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은 몇 분이나 반복됐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대체 무엇인지 감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방어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던 중.
'설마.'
놈이 공간을 움직이며 나를 공격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 순간에도 신체를 타고 흐르며 자신을 괴롭히는 고블린과 용암 지렁이는 차치하고서.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놈은 자신의 공간을 움직이며 나를 공격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젠장!'
나는 욕지거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과연 놈은 덩치만 큰 머저리가 아니라는 뜻이겠지.
그리고 다시 한번.
콰아아앙!
내 몸이 땅으로 처박혔고.
전신의 뼈가 바스러진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통증에 나는 몸을 비틀었다.
'괴물 같은 놈….'
그때였다.
꿀렁!
허공에서부터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니, 착각이 아니다.
콰아아앙!
그 순간 역시나 내 몸을 무언가가 강타했으니까.
'뭐지? 조금 전만 해도 초감각에도 파악되지 않았었는데.'
나는 그 순간에도 초감각의 기운을 있는 그대로 끌어 올렸다.
그러자 다시 한번.
쿨렁!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 더 선명해졌고.
'움직여야 한다.'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고.
쿠우우웅!
그 자리에서 벗어나자 조금 전 내가 있던 곳에서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보인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간의 뒤틀림이 초감각에 파악되기 시작했다.
꿀렁!
또 한 번 공간의 움직임을 포착해낸 나는 다급히 몸을 굴렸고.
쿠우웅!
역시나 그 자리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아…!'
그제야 내 눈에 창공의 군주의 상태가 포착됐다.
엉망진창이다.
큰 부상을 당한 건 나 뿐만이 아니라, 창공의 군주도 마찬가지였으니.
놈 역시도 지금 사력을 다해 공간을 움직이며 나를 죽이기 위해 발버둥 치고있다는 뜻이리라.
'그래서 보이기 시작한 것이군.'
진짜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그 사실의 진위를 따지는 것 따위는 의미 없다.
나는 다급히 인벤토리에서 물약 하나를 꺼내 입으로 털어 넣었고.
파앗!
다시 몸을 날렸다.
콰아아아앙!
보스존 전체가 크게 흔들릴 정도의 강한 충격과 함께.
"크아아아아아!"
창공의 군주가 괴성을 내질렀다.
놈도 슬슬 한계에 봉착해 있다는 뜻일 거다.
그렇다면 간신히 잡아낸 기회를 허투루 날릴 수는 없지.
'슬슬 끝내줘야겠어.'
물약을 마신 동시에 신체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고.
점점 더 공간의 움직임이 초감각에 또렷하게 포착되기 시작했다.
콰아앙! 콰아아앙!
놈의 공격을 능숙하게 피해내기 시작했으니.
'더 괴롭혀라.'
나의 의지를 소환체들에게 전달했다.
콰직! 콰득! 콰콰콰!
여기까지도 고블린과 용암 지렁이들이 만들어내는 파육음이 울려 퍼질 정도였으니.
"이제 진짜로… 보내주마."
나는 입술을 악물고 검을 고쳐 들었다.
나는 재빠르게 다시 놈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내가 도착한 곳은, 놈의 발 아래.
콰아아앙!
가장 먼저 발목을 향해 검을 재빠르게 날렸다.
오러 블레이드가 갑옷을 파괴했고, 놈의 발목을 관통했다.
다시 한번 발목을 향해 충격파를 흘려보낸 그 순간.
콰콰콰쾅!
놈의 발목이 끊어지며 직각으로 꺽인 채 놈의 몸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빠아아악!
결국 놈의 발목이 완전히 꺾이며 둔탁한 타격음이 보스존 내부를 크게 울렸다.
"그으으아아아!"
굉음과 함께 창공의 군주의 몸이 쓰러져 내리기 시작했다.
기괴할 만큼 뒤틀려 버린 발목은 더 이상 회복할 수 있을 여지조차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으니.
'이제 놈의 공격도 멈췄어.'
더 이상 공간을 움직이며 나를 공격할 힘도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리라.
타앗!
나는 놈의 몸 위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놈의 몸 위로 올라탄 채 사정없이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콰직! 콰앙!
갑옷을 파괴하고, 놈의 몸을 찢어발기는 오러 블레이드와.
콰직! 콰직! 파가각!
놈의 신체 내부를 자유자재로 헤집는 고블린과 용암 지렁이.
파바밧!
더 빠르게 놈의 몸을 타고 올랐다.
결국 나는 놈의 가슴팍에 도착했으니.
토옹!
가볍게 몸을 점프했다.
오러 블레이드를 역수로 고쳐잡았다.
후우우욱!
다시금 놈의 가슴팍에 착지해 내리며 역수로 고쳐잡은 오러 블레이드를 놈의 가슴팍에 내리꽂았으니.
콰아아아악!
오러 블레이드가 가슴을 보호하고 있는 두꺼운 갑옷을 관통하며 놈의 가슴 깊은 곳으로 침범했다.
"크크으으으으아!"
창공의 군주가 몸을 뒤틀었다.
몸부림치며 어떻게 해서든 나를 떨쳐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미 놈의 가슴 깊숙이 침범한 오러 블레이드는 빠져나오기는커녕 더욱더 상처를 벌리며 놈을 괴롭혔고.
결국.
쿠우우웅!
창공의 군주가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내 눈앞에 수많은 메시지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창공의 군주를 처치했습니다.]
[힘 100을 포식했습니다.]
[민첩성 100을 포식했습니다.]
[체력 100을 포식했습니다.]
[마력 200을 포식했습니다.]
[막대한 양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
[믿을 수 없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업적 '창공의 군주의 유일한 적수'에 대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창공의 군주의 가슴 보호대를 획득했습니다.]
[창공의 군주한 사념의 파편을 획득했습니다.]
언제나 봐도 질리지 않는 보상 메시지의 향연이 펼쳐진 순간이었다.
푸학!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검을 뽑아 들었다.
어느새 오러 블레이드는 자취를 감췄다.
내가 없앤 게 아니었다.
내 기운이 다해 오러 블레이드가 저절로 사라진 것이다.
'젠장.'
아무리 물약을 통해서 몸을 회복했다고 해도, 놈의 공격을 통해 내 몸에 누적된 대미지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그건 그렇고, 나는 눈앞을 가득 채운 메시지를 보며 힘겹게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새로운 장비는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다.
지쳐있는 몸에 새로운 활력이 돋아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창공의 군주의 공간이 붕괴됩니다.]
[잠시 후 창공의 궁전으로 자동으로 이동됩니다.]
쿠르르릉!
메시지와 함께 공간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
'10레벨이 올랐군.'
역시 레벨업에는 잡몹을 사냥하는 것보다 큰 한 방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벌써 내 레벨이 150이 되었는데도 한 번에 10레벨씩이나 오르는 건, 이 정도 몬스터가 아니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의 레벨업.
'전생에서는 레벨 하나 올리기 위해서 몇 주는 쉬지 않고 몬스터를 사냥해야 했었는데 말이지.'
덕분에 한 층, 한 층 올라가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말도 안 되게 길어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이 아이템은….'
내가 착용하고 있는 미스릴 갑옷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훌륭한 갑옷이었다.
'창공의 군주의 가슴 보호대.'
[창공의 군주의 가슴 보호대]
>등급 : R
>방어력 : 236
>추가 능력치 : 힘 + 300 체력 + 250
>특수 옵션 : 3분간 모든 피해에 면역되는 방어막을 생성한다. 재사용 대기 시작 : 60분
>잠재 옵션 : 힘 + 280
어마어마한 옵션을 보유하고 있는 R등급의 갑옷.
혀가 내둘러질 지경이다.
심지어 잠재 옵션으로 포식할 수 있는 힘이 무려 280.
그 뿐이 아니다.
분명 금속이지만, 무게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미스릴 갑옷 역시 한없이 가벼운 금속이지만, 창공의 군주의 갑옷은 그런 미스릴 갑옷보다 한참이나 더 가벼웠다.
'이런 갑옷을 입고 있었으니 그 덩치에도 그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겠지.'
방어력 역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미스릴 갑옷의 방어력이 97의 방어력이었는데, 그보다 두 배 이상으로 높은 방어력을 보유하고 있어.'
그동안 한참동안 방어구를 바꾸지 않았던 이유는.
그만큼 미스릴의 성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비스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미스릴보다도 훨씬 뛰어난 금속을 발견하게 된 순간이었으니.
'기대가 되는군.'
벌써 레이먼드는 길드에 연락을 취해 던전 안으로 사람을 불러들이고 있었고.
'이곳의 재료로 장비가 완성된다면 어떤 물건이 나타날지.'
그 뿐인가.
아직도 잠재 능력을 포식할 수 있는 기회가 한 번이나 남아 있으니.
'이번에 확실히 힘이 5000을 넘을 수 있겠어.'
또 한 번 새로운 벽을 넘어 도약할 수 있는 순간이 다가온 셈이었다.
'그럼 이제 다시 블러드 놈들의 발버둥을 지켜볼 차롄가.'
내가 이렇게 확실한 액션을 취해 줬으니, 놈들은 결코 가만히 기다리고 앉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