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화
[펫 '몰른'은 주인의 사랑과 애정에 힘입어 새로운 능력을 일깨웠습니다.]
[펫 '몰른'의 충성심이 더욱더 깊어집니다.]
[펫' 몰른'은 주인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낼 것입니다.]
'이건 대체….'
각성이라니.
이런 말은 듣도 보도 못했다.
새로운 능력이 추가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각성이라니?
나는 곧바로 몰른의 상태창을 펼쳤다.
[펫 – 몰른]
>등급 : R
>각성 단계
>특성 : 버프
>승리의 노래 : '몰른'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모든 스킬의 지속시간이 1.5배 상승한다.
>바람의 노래 : '몰른'의 피리 연주를 듣게 되면 20분간 모든 스킬의 사용 대기 시간이 50% 감소한다.
>영웅의 찬가 : '몰른'의 노래를 들은 순간, 1시간 동안 공격력이 50% 증가한다.
>각성 능력
1. 명사수
>패시브 스킬
>효과 : '활' 계열의 무기 사용 시 명중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2. 헤이스트
>패시브 스킬
>효과 : 펫과 펫의 보유자의 이동 속도를 50% 증폭시킨다.
3. 스트렝스
>패시브스킬
>효과 : 펫의 힘 수치가 50% 증폭된다. 펫의 주인의 힘 수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특이사항 : 펫의 스탯은 주인의 스탯에 영향받는다.
펫의 모든 육체 스탯은 주인의 육체 스탯의 50%를 공유한다.
펫의 정신 스탯은 주인의 정신 스탯의 25%를 공유한다.
위의 효과는 펫이 '활' 계열의 무기를 사용할 때에만 적용된다.
무언가 많이 바뀌어 있었다.
S등급이었던 몰른의 등급이 R등급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R등급에 걸맞게 그 이외에도 말도 안 되는 옵션들이 추가되어 있었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원래의 버프 능력들은 하나도 사라지지 않은 채, 새로운 버프가 두 개나 추가됐다.
물론 내게 적용되는 버프는 헤이스트 하나뿐이었지만.
'무려 이동속도 50% 증가라니.'
뇌전검의 효과와 더해진다면, 내 움직임을 따를 수 있는 플레이어가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게다가 몰른의 육체 스탯은 내 절반을 추종한다.'
그 말이 무엇이냐.
이제 몰른이 활을 사용할 때에 한해서는 평균 육체 스탯이 2000을 육박할 정도로 강해진다는 뜻이다.
'웬만한 플레이어들은 쌈 싸 먹을 수 있을 만큼 강해지겠군.'
평균 스탯 2000.
내가 처음 만났던 블러드의 플레이어들 정도는 몰른 선에서 충분히 정리되고도 남는다는 뜻이다.
'게다가 내가 더 강해지면, 몰른도 그만큼 강해진다는 뜻이다.'
여러모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몰른이 나를 바라봤다.
"힘이 넘치는 것 같아요오오오!"
몰른이 그렇게 소리쳤고.
"다시 한번… 쏴 봐라."
그렇게 말하며 나는 더욱더 먼 표적을 정해줬대.
대충 100m 떨어진 나무.
그 한가운데에 다시 한번 X자를 그려줬고.
몰른은 결국.
콰아앙!
화살로 나무 하나를 그대로 박살내 버리는 기염을 토해냈다.
'하하….'
그런 몰른을 보며 나는 힘없이 웃음을 터트려야만 했다.
***
더 이상의 연습은 의미 없는 일이었다.
각성을 하고 새롭게 생긴 능력, 명사수 덕분이다.
이미 내 스탯을 공유하는 이상 신체를 단련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명사수의 효과가 적용된 이상 명중율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테다.
'덕분에 시간을 아낄 수 있겠어.'
몰른을 꾸준하게 훈련시키면서 움직였으면 아마 두 배 이상은 지체될 수밖에 없었을텐데.
그 모든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된 이상, 내 첫 번째 목적지를 향해 훨씬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도 꽤 규모가 있는 도시였지.'
그들의 본거지 중에서는 산중이나 사막에 처박힌 곳도 있었지만, 나는 굳이 대도시에 위치한 근거지를 다음 목적지로 정했다.
'어차피 숨길 이유는 없으니까.'
그것도 그렇고, 내 추측대로라면 놈들은 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첫 블러드 녀석들은 내가 있는 곳을 정확히 찾아서 움직였어.'
템플보다 더 빨리 도착한 것만 봐도 그렇다.
나중에 듣기로 템플의 플레이어들은 '도박'을 했다고 했지만.
블러드 녀석들은 진즉 내 위치를 알고 있는 것마냥 정확히 나를 향해 움직이지 않았던가.
그런 마당에 은밀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지.
게다가 지금 놈들을 공격하러 가는 것도 '선전포고'를 위해서다.
정체를 숨기고 정상적인 플레이어들처럼 활동하고 있을 블러드의 수뇌부들을 자극하기 위해서.
'벌레들이 스스로 기어 나오도록 만들어 줘야겠지.'
내가 찾을 수 없다면.
스스로 나를 찾게 만들면 그만이다.
몰른과 해츨링까지 가세한 이상, 웬만한 집단을 거느리는 것보다 훨씬 더 든든해 진것도 사실이고.
'훌륭하군.'
모든 준비가 착실히 진행되고 있었다.
어느새 개척률은 10를 훌쩍 넘어 15%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지금쯤 다른 대륙의 플레이어들이 꽤나 조급해졌을 것이다.
벌써 개척된 지역임에도 다른 플레이어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요소들을 초감각이 발견해낸 결과다.
발레하드 인근에 비해서는 느린 속도지만, 엄청난 속도라는 건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
"여긴가."
그로부터 며칠을 더 걸어 도시에 도착했다.
항구 도시였다.
템플의 중앙 지부가 있던 도시와는 분위기가 꽤나 다른 도시였다.
조금 더 거칠어 보이는 뱃사람들과 바다의 짠내가 물씬 풍겨왔다.
그리고 저 먼 곳에서는 항구로 오가는 배들이 여러 척 보이기도 했고.
'어비스는 거대한 원 형태의 대륙이라고 했었지.'
그렇다면 내가 있는 곳은 현재 어비스라는 대륙의 가장 바깥쪽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 마을에서 가장 커다란 술집이라고 했는데.'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는 플레이어로 보이는 이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나를 알아보는 이들은 없었고, 시선을 잠시 주고 말 뿐이다.
이곳은 미대륙의 활동 지역.
특히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는 미국이 속해 있는 만큼, 동양인들도 종종 보였다.
'그것보다 워낙 다양한 종족이 뒤엉켜 있어서 내가 동양인이라는 게 묻혀 보일 지경이야.'
그 말대로.
어비스의 다양한 종족들이 항구 도시에 모여 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종족들도 잔뜩 뒤엉켜 있는 장면들이 꽤나 묘하게 느껴졌다.
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도시의 중앙부로 움직였다.
얼큰하게 술에 취한 뱃사람들과 열심히 손님을 끌어모으는 주점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군데군데에서 술을 마시며 회포를 푸는 플레이어들도 꽤 많았고.
그렇게 조금 더 걸음을 옮겼을 무렵.
'저긴가.'
내 눈앞에 술집이 하나 보였다.
그동안 쭈욱 훑어봤던 술집 중에서는 단연코 눈에 띌 만큼 규모가 커다란 술집이었고.
그 안에는 이미 수많은 뱃사람들이 모여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그리고 내 눈이 번뜩였다.
'직원들 모두가 블러드다.'
놈들의 가슴팍 어귀에서 어른거리는 사념의 기운들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걸로 확인은 끝났다.
저곳이 바로 블러드가 본거지로 삼고 있는 술집이었다.
'자, 그럼.'
나는 천천히 술집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기 맥주 하나."
마침 마지막 자리가 하나 남아 있었다.
'운이 좋았어.'
마침 딱 한 자리가 남아 있을 줄이야.
그 마지막 자리에 앉으며 나는 맥주를 하나 주문했다.
아직 움직이기 전, 초감각을 통해 이 내부의 구조를 꿰뚫어 볼 생각으로.
그런데 그때.
"허억… 허억…."
한 남자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젠장…. 나오르드의 유명한 술집이라고 해서 왔는데 자리가 없군. 혹시 괜찮으면…."
남자가 나를 바라봤다.
"앉아도 되겠습니까? 저는 플레이어입니다."
자신을 플레이어라고 소개한 남자는 간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앉으십시오. 어차피 나는 곧 일어날 거라서."
"으하핫! 감사합니다!"
남자는 앉아서 짐을 풀어놓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게오르트입니다. 그쪽은?"
"그냥 조용히 맥주나 마시고 서로 갈 길 갔으면 좋겠는데요."
"하핫…. 미안합니다. 내가 실례를 했군요."
남자는 슬쩍 해츨링을 바라보더니 입을 작게 벌리고 탄식을 쏟아냈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물어야 내가 대답해 주지 않으리라는 걸 이제 저 남자도 느꼈을 테지.
그렇게 내가 주문한 맥주가 나왔고, 그와 함께 소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다.
"아, 이건 제가 사는 겁니다. 드시죠. 꽤 유명한 안주라던데."
남자가 말했다.
넉살 좋게 말하며 소시지를 먹으라고 손짓했다.
확실히 냄새가 좋다.
맛도 있어 보였고.
"우와아… 맛있겠…."
"먹지 마라."
침 흘리는 몰른을 막아섰다.
공짜로 주는 음식을 먹을 생각은 없다.
그리고 술을 마시러 온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대신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넘겨 삼켰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맥주 안에 독 따위는 풀지 않았다.
그보다.
'대충 구조 파악은 끝났어.'
초감각으로 술집 내부를 샅샅이 뒤진 결과, 숨겨진 비밀 공간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숨어 있군.'
벽 사이에 숨겨진 공간이 있었고, 그 안으로 대략 열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오는 걸 알고 있었나 본데.'
역시 내가 예상했던 그대로다.
이들은 내 위치를 알 수 있고.
내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서 미리 대비를 하고 있던 모양이다.
그때였다.
"맥주 나왔습니다."
남자가 주문한 맥주가 도착했고.
"캬아아아!"
남자가 맥주를 한 모금 넘겨 삼키고는 감탄사를 쏟아냈다.
"후우. 정말 맥주 맛이 최고군요. 소시지도 맛있고요."
"……."
그리고 남자는 나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좌우를 바쁘게 살폈다.
그때 남자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가 눈에 들어왔다.
'템플의 문양?'
말 그대로.
남자의 목에 걸린 목걸이는 템플의 문양이 그려진 목걸이.
다른 템플의 플레이어들 모두가 착용하고 있던 그것이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남자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사실 저는… 템플의 플레이어입니다."
낮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그리고 이 도시에 블러드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놈들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숨어들었죠."
남자는 조심스레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놈들의 흔적을 찾는 게 쉽지는 않군요. 꽤 오랫동안 이 도시에 머물렀는데도 말입니다. 혹시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이 도시의 가장 큰 주점으로 온 것이었죠."
내가 묻지도 않은 말들을 떠들어대고 있었으니.
'우습지도 않군.'
나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코웃음을 칠 수밖에 없었다.
나를 너무도 얕봤다.
나는 그가 등장한 순간부터 정체를 꿰뚫었으니까.
'사념의 기운을 이렇게 풍기고 다니는데.'
다른 플레이어야 모르겠지만.
내 초감각은 이미 진즉에 놈이 가진 사념의 기운을 꿰뚫고 있었다.
나는 남자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내가 알고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내게 더 가까이 다가오라는 표시다.
"예?"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블러드를 찾고 있다고 하니, 나도 협조를 하고 싶습니다."
"……."
남자의 표정이 묘하게 흔들렸다.
"정말입니까?"
"물론입니다. 나도 그들의 뒤를 캐고 있었으니까요."
"……!"
끼익!
남자가 의자를 끌고 내가 있는 방향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남자의 몸에서는 은은한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남자가 내게 다가왔을 때.
"멍청한 새끼."
그렇게 말하며.
콰득!
나는 남자의 목을 붙잡았다.
"커, 컥! 무, 무슨…!"
"내가 뭘 알고 있는지 궁금한가."
"자, 잠시…."
"하나는 네 정체고, 다른 하나는 저 녀석들의 정체.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이 벽 속에 숨어 있는 열 마리 벌레들의 정체다."
"……!"
남자가 내 말에 눈을 부릅떴고.
카앙! 카카캉!
순식간에 종업원들이 무기를 뽑아들었다.
"뭐, 뭐야!"
"이, 이게 무슨!"
열심히 술을 마시던 손님들이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다 꺼져!"
종업원들이 소리침과 동시에 그들은 황급히 계산도 하지 않은 채 술집을 벗어나기 시작했으니.
"내려놔라!"
종업원들이 소리쳤다.
"그렇지 않으면 네 놈은 여기에서 죽는…."
호기롭게 외치던 종업원이 말을 멈췄다.
아마 이제야 그는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눈치챈 모양이다.
"꺼억… 어어억…."
내 손에 붙들린 녀석은 숨이 넘어갈 것처럼 꺽꺽대고 있었다.
저항은커녕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채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녀석.
"사, 살려…."
기어코 살려달라는 말을 힘겹게 내뱉고 있을 뿐.
"그 안에 숨어 있으면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
나는 플레이어들이 숨어 있는 벽 속으로 마력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때.
"크어어억!"
"크아아아!"
"크허억!"
벽 속에서 괴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나를 둘러싸고 있던 플레이어들이 사색이 된 채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