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화
[새로운 동물을 발견했습니다.]
[새로운 식물을 발견했습니다.]
[새로운 지형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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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을 옮길 때마다 떠오르는 메시지들.
여기는 발레하드 왕국에서도 제대로 탐험하지 못했던 장소이기 때문에 개척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다.
어느새 0.5%에 가까워진 개척률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고.
"도착했군."
나는 협곡 바로 앞에 서 있었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몬스터의 습격은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저 안에서 몬스터의 기척이 느껴지고 있다.
'저게 협곡 아이든이라는 녀석들일 테지.'
초감각으로 파악한 결과 아이든이라는 몬스터는 쉽게 말하자면, 허수아비와 같이 생긴 몬스터였다.
다리는 한 갈래로 길게 뻗어 있었고, 그렇게 길게 뻗은 한 개의 다리로 협곡 사이를 빠르게 오가는 몬스터.
'아무래도 기사들이 상대하기는 쉽지 않았겠어.'
기사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협곡 사이를 빠르게 오가는 아이든을 처치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해츨링의 능력을 한 번 시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협곡 내에는 꽤 많은 아이든이 있었다.
어림잡아도 족히 수백 마리에 이를 정도로 많은 숫자다.
나는 해츨링을 바라봤다.
"꾸우웅?"
해츨링은 커다란 눈을 껌뻑이며 나를 바라봤다.
그런 해츨링을 바라보며 나는 말했다.
"한번 날뛰어 봐라, 해츨링."
그 순간.
"꾸우웅!"
해츨링이 콧김을 내뿜었다.
자신 있다는 듯이 가슴을 내밀고 씩씩대는 모습이 꽤 귀여웠다.
해츨링의 코에서 미세한 불길이 치솟았다.
펄럭!
해츨링이 날개를 퍼덕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해츨링의 육중한 몸이 천천히 하늘 위로 날아올랐고.
퍼덕! 퍼덕!
빠르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하늘로 날아오른 해츨링.
그와 함께 해츨링의 몸 주변으로 마력의 유동이 느껴졌다.
'…정말 미치겠군.'
해츨링의 귀여운 모습 속에서 나도 잠시 해츨링이 드래곤의 새끼라는 사실을 잊었던 것인지.
해츨링의 마력이 움직이는 순간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제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새끼가 이토록 거대한 마력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지.
구구구구!
해츨링이 마력을 끌어 모으기 시작하자 땅이 작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오오오!
해츨링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뿜어져 나왔고.
"카아아아아!"
해츨링이 전방을 향해 포효했다.
그 순간.
콰륵! 콰르르륵!
협곡의 초입 부분을 가득 메우며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5서클 – 블레이즈 필드]
그렇게 일렁이던 작은 불꽃들은.
콰아아아아!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갔다.
순식간에 협곡의 입구 부분이 완전히 불길에 휩싸였다.
"카아아아악!"
"키에에에엑!"
"키륵! 키르르르륵!"
아이든들의 괴성이 사방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초감각으로 파악해 낸 결과, 수십 마리의 아이든들이 해츨링이 뿜어낸 마법에 타들어갔다.
불길은 맹렬하게 치솟았다.
블레이즈 필드라는 그 이름에 걸맞은 마법은 5서클의 마법이라는 사실이 무색하리만치 거칠게 협곡을 불태우고 있었으니.
[민첩성 1.53를 포식했습니다.]
[민첩성 1.25를 포식했습니다.]
[체력 1.21를 포식했습니다.]
[힘 0.96를 포식했습니다.]
[힘 1.34를 포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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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를 가릴 정도로 많은 스탯 포식 메시지들이 쏟아져 내렸다.
한 번에 포식하는 스탯이 높은 수치는 아니다.
다만 그 수가 너무 많은 나머지 내가 포식한 스탯의 총합은 감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의 위력이다.
개인대 개인의 전투라면 모를까, 지금의 상황처럼 한 번의 다수의 적을 쓸어버리는 데 있어서는 나보다도 해츨링의 마법이 몇 수는 더 위다.
분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고.
동시에 해츨링이 나의 펫이 되었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만 했다.
그리고 결국.
"꾸우우웅!"
불길이 사라진 뒤, 해츨링이 다시 땅으로 착지했다.
블레이즈 필드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이든의 잿가루조차 남아 있지 않았고.
협곡의 초입은 완전히 검게 그을려 있었다.
확실히 상상 이상의 위력이다.
해츨링은 조금 지친 표정으로 커다란 머리를 내 몸통에 부볐다.
나는 그런 해츨링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꾸우웅!"
해츨링이 혀를 내밀고 헐떡거리면서도 신난다는 듯이 폴짝대고 있었고.
"우아아아! 대단해! 멋있어어!"
그 옆에서 몰른도 폴짝폴짝 뛰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조금 전 그렇게 끔찍한 마법을 펼쳐낸 새끼 도마뱀이 맞는 건지.
나조차도 조금 헷갈리고 있을 무렵.
'…….'
저 멀리.
초감각의 범위 내에 조금 커다란 몬스터 하나가 감지됐다.
아직 거리는 꽤 멀었지만, 놈은 내가 있는 방향으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놈의 정체를 즉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이든 우두머리.'
즉, 내가 노리고 있는 이 협곡의 네임드 몬스터였다.
'한 번에 그렇게 많은 아이든들이 사라졌으니 우두머리가 움직이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나는 옆에서 폴짝대고 있는 해츨링과 몰른을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가자.'"
그렇게 협곡 안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
쿵! 쿵! 쿵!
협곡 안으로 진입한 순간, 저 먼 곳에서부터 아이든들이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자신의 동료들을 죽인 게 나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 수는 헤아릴 수조차 없을 만큼 협곡 전체를 빼곡히 메우고 있었고.
쿠우웅! 쿵! 쿵!
협곡 사이를 오가며 달려오는 아이든들 덕에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협곡이 크게 울리고 있었다.
스릉!
나는 나에게 달려오는 녀석들을 보며 검을 뽑아 들었다.
해츨링은 아무래도 조금 전과 같이 광범위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아무래도 아직 새끼이다 보니 큰 마력을 연속해서 뽑아내는 데에는 무리가 있겠지.
'5서클 정도가 아직 해츨링의 한계인가 보군.'
아쉽다는 게 아니다.
5서클임에도 저 정도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놀라웠고.
저 이상으로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해츨링은 조금이나마 마력을 끌어모으며 아이든들을 향해 쏘아내고 있었다.
쿠웅! 쿠우우웅!
파이어 볼, 파이어 볼트와 같은 기본적인 화염계열의 마법들.
하지만 그 위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으니.
"키르르륵!"
"키에에엑!"
파이어 볼트과 파이어 볼이 스쳐 지나간 곳에서는 굉음과 함께 한 번에 열 마리도 넘든 아이온들이 재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든든해 미치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몰른을 바라봤다.
"연주를 부탁한다, 몰른."
"예에에!"
내 말에 몰른이 자신의 악기를 꺼내들었다.
[승리의 노래의 버프 효과가 적용됩니다.]
[바람의 노래의 버프 효과가 적용됩니다.]
[영웅의 찬가의 버프 효과가 적용됩니다.]
세 개의 버프 효과가 적용됨과 동시에 나는 검 위로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냈다.
어느새 지척으로 가까워진 아이든들을 바라보며 나는 달려들었고.
콰아아앙!
아이든들의 한가운데에서 지휘관의 외침을 사용했다.
"크아아아악!"
"키에에에엑!"
순식간에 많은 수의 아이든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저 먼 곳으로 날아가 협곡의 벽에 처박혔으며.
"키르르륵!"
"카르르륵!"
놈들이 커다란 양손을 뻗어 든 채 나를 향해 휘둘렀다.
족히 50cm는 넘을 것 같아 보이는 손톱들이 위협적인 자태로 뻗어 나왔지만.
터엉! 카앙! 카직!
내 몸에 닿자마자 놈들의 손톱은 산산이 박살난 채 허공에 날아올랐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피해 반사의 효과로 인해서 놈들은 나를 공격함과 동시에 자신의 몸을 뒤틀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수십 마리의 아이든들이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부우우웅!
나는 검을 휘둘렀다.
굳이 생각을 할 필요도 없었다.
검을 휘두르는 족족 오러 블레이드의 끝에 아이든들이 걸렸고.
일격에도 다섯, 여섯 마리의 아이든들이 잘려나갔다.
콰아앙! 콰르르륵!
그 사이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해츨링의 마법은 나의 공격과 함께 아이든의 수를 빠르게 줄여가는 중이다.
'이제 남은 아이든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협곡에 진입한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서 이뤄낸 쾌거였다.
아이든의 시체는 산처럼 쌓인 채 협곡 한 구석을 가득 메웠으니.
"앞으로 가자!"
내가 해츨링과 몰른을 향해 외쳤다.
지금 저 먼 곳에.
쿠우우웅!
다른 아이든에 비해서 몇 배나 거대한 아이든 한 마리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녀석이 바로 네임드 몬스터, 아이든 우두머리였다.
'자, 와라. 네놈은 나에게 무엇을 줄 테냐.'
하지만 놈은 나에게 있어서 조금 커다란 선물 보따리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
"……."
강민이 떠나간 뒤.
기사들은 묵묵히 협곡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과 같이 들뜬 기색은 없다.
오히려 그들은 조금 침울해진 상태였다.
'…….'
그들도 알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자신들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는 것을.
그럼에도 밝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강민을 맞이했던 건, 자신들의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국왕 전하께 충성을 맹세한 몸. 우리가 침울해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국왕도 마찬가지다.
강민 앞에서 조금 경박스러울 만큼 호쾌했던 게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런 국왕의 마음을 알고 있는 만큼 기사들 역시 결코 주눅들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모험가가 도착하길 기다렸다.
그들이 어비스라는 곳에 도착한 뒤, 그들에게 전해진 하나의 메시지.
[너희를 구원할 모험가가 도착할 것이다.]
누가 보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신인지, 악마인지.
그런 것을 분간할 여력은 없었지만 그들로서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험가는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스스로의 활로를 뚫기 위해 주변을 탐색하고, 근방에 다른 왕국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그 협곡을 넘어설 수 없었다.
번번이 계속되는 패배.
재빠른 아이든의 공격에 기사와 마법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해갔고.
어느새 왕국의 기사 절반 이상이 괴멸됐다.
그렇게 그들은 희망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 저 협곡을 향해 당돌하게 걸어간 모험가를 바라보며 기사들은 생각했다.
'정말로 우리에게 희망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조금 전.
강민이 협곡으로 다가간 순간, 협곡 전체에서 터져 나온 불길.
그리고 이곳까지 울려 퍼진 아이든들의 괴성.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고작 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라니.
그동안 오랜 시간, 셀 수 없는 병사와 기사들이 목숨을 잃으면서도 뚫어내지 못한 저 협곡을.
'고작 한 사람이….'
하지만 이것 역시 명백한 사실이다.
그들의 상식으로는 감히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결국 그들 앞에 나타난 모험가 한 명이 만들어낸 사실이라는 점은, 결코 부인할 수 없었으니.
'우리는… 살 수 있다.'
마음속에서 희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진짜다.'
'저 모험가는… 우리의 희망이다.'
'전하. 우리는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기사들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물론 협곡 너머에 존재하는 왕국이 자신들에게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한 가지.
새로운 곳으로 나아갈 길이 열렸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들에게는 희망이 주어진 것이었으니.
'모험가님 힘내십시오!'
'모험가님! 부디 우리를 구해 주십시오!'
그들은 마음을 다해 강민을 응원하고 있는 중이었다.
쿠우웅! 쿠우우웅!
그 순간에도 저 협곡 안에서는 쉴 새 없이 폭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