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화
우우우우웅!
그때 다시 한번 뿜어져 나오는 빛 무리.
회복 마법이 시전됨과 동시에 놈의 드래곤 하트가 크게 진동했다.
눈이 멀어 버릴 것만 같은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역시 놈은 자신의 마력을 제대로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상태다.
초감각으로 파악되는 마력의 양은, 그동안 놈이 회복 마법을 위해 사용하던 마력에 비해서 훨씬 더 과도한 양이었다.
또 한 번 수정체가 진동하며 강렬한 화마가 내 전신을 휘감았다.
놈은 아예 작정하고 자신의 몸속에서 나를 태워 죽일 작정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자신의 장기를 녹이면서 나를 함께 녹여내겠다는 속셈일 것이다.
망가진 자신의 장기 따위야 회복 마법으로 회복하면 그만일 테니까.
그 정도로 드래곤의 회복 마법의 회복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이 정도 회복량이면… 정말로 죽지만 않으면 모든 걸 살려낼 수 있겠어.'
하지만 놈이 잘못 생각한 게 있다.
놈의 회복력만큼은 아니지만, 지금 나의 체력 회복 속도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나는 그 사이에 대용량 체력 회복 포션을 세 개나 더 복용했다.
대용량 회복 포션을 급격하게 복용한 덕분에 지금 내 몸 상태도 말은 아니지만….
그런 회복량에 더해서 마력 저항력과 대미지 흡수라는 옵션이 내게는 있지 않은가.
결국 나는 놈의 공격을 버텨내며 결국 드래곤 하트에 도달한 것이다.
쿠쿠쿵!
하지만 놈 역시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놈이 또 마력을 끌어올리며 드래곤 하트가 크게 공명했다.
드래곤 하트가 공명할 때마다 놈의 신체 내부에서 강렬한 파동이 터져 나왔다.
"크윽!"
그 진동이 얼마나 거대한지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다.
안 그래도 엉망인 상태에서 이 강한 공명을 그대로 받아내기란 정말이지 고역이었다.
그럼에도 놈 역시 슬슬 한계를 드러냈다.
아무리 회복 마법이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도 급격하게 녹아내리고 회복되길 반복한 나머지 놈의 신체 내부도 엉망진창이 되었다.
'확실히 놈도 엉망진창이군.'
저 앞에 보이는 드래곤 하트가 내부에서부터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마력이 새어 나왔고, 속에서부터 균열이 일고 있었다.
'끝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
팟!
달리기 시작했다.
고작 해봐야 10m도 안 될 거리였지만, 놈이 몸을 격하게 떨고 있는 바람에 드래곤 하트와 쉽사리 가까워질 수 없었다.
하지만 역시 시간문제일 뿐.
나는 결국.
부우웅!
드래곤 하트 앞에 도달했다.
그와 동시에.
검을 역수로 고쳐 잡았다.
파앗!
허공에 뛰어올랐다.
머리가 아찔했지만, 나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고.
오러 블레이드를 놈의 드래곤 하트를 향해 내리찍었다.
콰직!
오러 블레이드가 드래곤 하트를 파고들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드래곤 하트는 내 생각 이상으로 단단했다.
내 몸 상태도 정상은 아닌 탓에 오러 블레이드의 위력도 많이 약해져 있었으니.
몇 번은 더 공격해 할 것으로 보였다.
그때까지 내 몸이 버텨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
"젠장."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어쩌랴.
포기할 순 없다.
그리고 다시 오러 블레이드를 작은 틈새로 내리찍었다.
콰아아앙!
두 번 연속 내려찍었다.
이미 내부로부터 파괴되기 시작한 덕에 작게 생긴 균열은 빠르게 번져갔다.
희망이 보인다.
'이번엔 진짜로…!'
벌어진 틈 사이로 오러 블레이드를 다시 쑤셔 넣었다.
콰드득!
오러 블레이드가 조금 더 깊숙이 드래곤 하트 내부를 파고들었다.
쿠아아아아아!
드래곤이 포효했다.
놈의 내부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커다란 공명이 내 전신을 뒤엎었다.
장기가 뒤틀리고, 뇌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쿨럭!
내 입에서 피가 한 움큼 쏟아져 나왔다.
코에서도, 그리고 귀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귀에서는 이명이 들려왔다.
꽈아악!
온 힘을 다해 하체를 고정했다.
"끄으으으윽!"
나는 신음을 쏟아내며 오러 블레이드를 더 깊숙이 박아 넣었고.
드래곤 하트의 균열이 점점 더 번져가기 시작했다.
나는 괴성을 내지르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이제는 정말, 나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한계에 도달했으니.
반드시 끝내야 한다.
충격파를 사용했다.
충격파의 파동이 손끝을 간질였다.
우우우웅!
이미 드래곤 하트 내부를 파고든 오러 블레이드에 더해진 충격파의 파동에 드래곤 하트가 크게 흔들렸다.
그럼에도 아직 깨어지지 않은 드래곤 하트.
이번엔 뇌전검이다.
내가 가진 마력의 밑바닥까지 긁어모아서 겨우 시전해낸 뇌전검이었다.
파지지짓!
뇌전검의 전류가 드래곤 하트 전체를 타고 흘렀다.
드래곤의 몸이 또 한 번 크게 흔들렸다.
놈의 신체 내부에서 울려 퍼지는 진동이 내 뇌를 흔들었다.
머리가 아찔했다.
현기증이 올라왔고, 헛구역질이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더! 더! 더어어어!"
나는 그 와중에도 마력을 끝없이 쏟아부었고.
결국.
쩌어어엉!
드래곤 하트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균열은 빠르게 번졌다.
어느새 드래곤 하트 전체가 갈라지기 시작했고.
쩌저적!
드래곤 하트가 쪼개져 내리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거대한 몸체가 크게 흔들렸다.
나는 그대로 균형을 잃은 채 드래곤 몸속의 내벽에 내동댕이쳐졌다.
저항할 힘도, 균형을 잡을 에너지도 남아 있지 않았으니.
그 흔들림에 따라 사정없이 내벽에 몸이 처박히고 다시 날아가길 반복했다.
결국.
콰아아아앙!
드래곤 하트가 터졌다.
그 폭발에 다시 한번 휘말렸다.
드래곤의 방대한 마나가 나를 강타했다.
"커허억!"
또 한 번 피가 쏟아져 나왔다.
이대로라면….
정말 뒈질지도 모르겠다.
눈앞이 아찔해졌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 순간.
[레드 드래곤 카이락카스의 드래곤 하트를 파괴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
[레벨이 올랐습니다.]
[업적 '드래곤 슬레이어를 달성했습니다.]
[업적의 포상을 획득합니다.]
[올스탯 300을 획득했습니다.]
[두 번째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업적 '드래곤 하트의 첫 번째 정복자'를 달성했습니다.]
[두 번째 업적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드래곤의 알을 획득했습니다.]
내 눈앞에 헤아릴 수조차 없을 만큼 무수한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그 메시지들을 보며 나는 결국 시야가 완전히 점멸됐다.
***
쿠우웅!
"허윽!"
강한 충격과 함께 눈을 떴다.
드래곤의 몸은 어느새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고.
그 몸속에 있던 나는 그대로 바닥에 추락한 모양이다.
"크아악!"
몸을 움직이려던 순간, 끔찍한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아직도 울렁거리는 속과 정신이 아찔할 정도의 현기증은 고통을 몇 배로 더했다.
"우웩!"
나는 다시 헛구역질을 해 버렸다.
정말 못 해먹을 짓이다.
저 괴물같은 도마뱀 몸속에서 그렇게 날뛰었으니….
헛구역질뿐만이 아니라 장비 사이사이로 파고든 점액과 내 몸 전체에서 흘러나오는 악취에 나조차도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허억… 허억…."
확실히 내가 생각해도 미친 짓이다.
저 괴물 같은 놈의 몸뚱이 속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다니.
살아나온 것으로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지.
보상을 확인할 여유도 없이 나는 누운 채로 천천히 호흡을 골랐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내 몸상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었다는 것 정도.
마지막 순간에 레벨업을 하지 않았으면, 나는 정말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아직 남아 있는 포션의 회복력과 오크 좀비의 회복력이라는 능력의 효과도 나를 살린 데에 큰 몫을 했겠지.
그때였다.
"주, 주인니이임!"
몰른이 다급히 나를 향해 다가왔다.
저 외침만으로도 골이 울릴 정도로 내 몸상태는 망가져 있었다.
"괜찮으세요? 죽지 마세요! 죽지 마요오오오!"
몰른이 소리쳤다.
헛구역질이 또 한 번 올라왔다.
"주인니이이임! 안 돼요오오오!"
시끄러워 죽겠네, 정말.
"몰른. 정말 내가 걱정되면 소리 그만 지르고 악기라도 연주해라. 조용한 음악으로."
누워서 간신히 한 마디 내뱉었다.
저 한마디를 내뱉고는 다시 거칠게 숨을 몰아쉬어야만 했다.
"아, 알겠어요오오!"
몰른이 다급히 류트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버프 효과가 적용되는 음악은 아니었다.
마치 자장가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고요한 음악이다.
확실히 몰른의 연주 솜씨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그렇게 몰른의 음악을 들으며 호흡을 고르자 빠르게 몸 상태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
그렇게 대략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후우…."
그제야 간신히 몸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구역질과 현기증이 사라졌다.
"정말… 뒈지는 줄 알았군."
진심으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전생에서나 느꼈을 법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다시 한번 느꼈을 정도니까.
나는 고개를 저으며 상태창을 펼쳤다.
이제 조금 여유가 생겼으니 드래곤을 처치하고 획득한 보상들을 되짚어 볼 생각으로.
[이름: 한강민]
>레벨 : 135
>스탯
-육체
힘 : 3914.976
[초월 - 방어 무시 50%]
민첩성 : 3418.234
[초월 – 치명타 확률 70%]
체력 : 3481.342
[초월 – 피해 반사 50%]
-정신
마력 : 3401.644
[초월 – 마법 보호막 물리/마법 피해 50% 흡수]
>마력 저항력
+ 50%
>능력
1. 포식자 (S)
2. 뇌전검 (S)
3. 충격파 (AA)
4. 오우거의 신체 (AAA)
5. 오러 블레이드 (R)
6. 아이언 바디 (S)
7. 지휘관의 외침 (S)
8. 초감각 (S)
9. 은신
10. 궁신탄영 (혈계 파생)
11. 육체 개조 (???)
12. 툰테른의 가호 (S)
13. 저주 받은 홉 고블린의 외침 (AAA)
14. 오크 좀비의 재생력 (S)
15. 지배자의 권능 (S)
16. 천골지체 (혈계)
17. Empty
레벨이 무려 15개나 더 올라 있었다.
덕분에 내 레벨은 120에서 단번에 135로 뛰어올랐고.
이제 모든 스탯은 3500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와중에 힘은 혼자서 4000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
'이런 스탯으로도 드래곤을 그렇게 힘들게 사냥했을 정도인데.'
과연 이 탑의 다른 플레이어들이 드래곤을 사냥할 수 있을지.
그것에 대해서는 나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설계자도 생각이 있다면, 드래곤의 난이도를 조금 조정해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지금 내게는 또 하나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드래곤의 알.'
드래곤을 처치하며 획득했던 드래곤의 알은 어느새 내 인벤토리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인벤토리에서 드래곤의 알을 꺼냈다.
어느새 내 앞에 드래곤의 알이 놓여 있었다.
"와아아…."
몰른이 눈을 빛내며 드래곤의 알을 바라봤다.
드래곤의 알은 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커다랬다.
높이는 대략 1m에 가까울 정도로 거대했다.
'하긴. 드래곤의 덩치가 여간 큰 게 아니니까.'
조금 전 상대했던 드래곤을 생각해 보면, 이 정도의 크기가 오히려 작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그렇고.'
[레드 드래곤의 알]
>알을 일깨우면 레드 해츨링이 태어난다.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서는 드래곤의 알에 마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알에 대한 설명은 이게 전부였다.
'꽤 많은 마력을 써야 할 것 같은데 말이지.'
조금 전에 느끼지 않았던가.
드래곤 하트에 얼마나 많은 마력이 담겨 있는지 말이다.
아무리 새끼 드래곤이라고 하더라도 웬만한 인간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마력을 가지고 있을 테지.
나는 내 몸을 살폈다.
그동안 내 몸은 빠르게 회복되어 마력은 충분히 모여 있었다.
'그러면 한 번 깨워 봐도 나쁘지 않겠어.'
아마 드래곤이 부화한다면, 내 펫이 될 것이다.
나는 손을 뻗어 알 위로 얹었고.
마력을 불어 넣기 시작했다.
그 순간.
"허읍!"
내 몸 속에서 방대한 양의 마력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내 예상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는 마력과.
[부화를 시작합니다.]
[부화도 : 0.05%]
고작 0.05%밖에 오르지 않은 부화도를 보며 나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손을 떼지는 않았다.
아직은 여유가 있었으니, 지켜볼 생각이다.
도대체 내 마력을 얼마나 집어 먹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내 마력 역시 엄청난 속도로 소진되기 시작했다.
무려 3500이 넘는 마력임에도 어느새 절반이 넘게 소모되었고.
[부화도 : 65.43%]
부화도는 이제 막 65%를 넘어선 순간이었다.
'마력 처먹는 돼지… 아니, 왕 도마뱀이로군.'
다시금 이를 악물었다.
우우우우웅!
그 순간에도 내 마력을 집어삼키며 드래곤의 알은 가늘게 떨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