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화
[상태창]
>이름: 한강민
>레벨 : 117
>스탯
-육체
힘 : 3614.231
[초월 - 방어 무시 50%]
민첩성 : 3011.465
[초월 – 치명타 확률 70%]
체력 : 3073.89
[초월 – 피해 반사 50%]
-정신
마력 : 2993.21
[초월 – 마법 보호막 물리/마법 피해 50% 흡수]
>마력 저항력
+ 50%
>능력
1. 포식자 (S)
2. 뇌전검 (S)
3. 충격파 (AA)
4. 오우거의 신체 (AAA)
5. 오러 블레이드 (R)
6. 아이언 바디 (S)
7. 지휘관의 외침 (S)
8. 초감각 (S)
9. 은신
10. 궁신탄영 (혈계 파생)
11. 육체 개조 (???)
12. 툰테른의 가호 (S)
13. 저주받은 홉 고블린의 외침 (AAA)
14. 오크 좀비의 재생력 (S)
15. 지배자의 권능 (S)
16. 천골지체 (혈계)
69층을 클리어하고 난 직후의 내 상태창이다.
레벨은 117.
마력을 제외한 모든 스탯은 3000을 넘었다.
사실 마력도 이제 머지않아 3000에 도달하게 될 건 자명한 사실이다.
이토록 비현실적인 상태창을 보고 있음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제 내가 만나게 될 이들이 어떤 이들인지는 예측조차 할 수 없으니까.
'이 탑의 설계자는 분명 자신이 생각하는 성장에 있어서 최선의 방식으로 탑을 설계했다고 했지.'
그렇다면, 다른 설계자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그들의 나름대로 자신의 탑을 오르는 플레이어들을 최대로 성장시킬 수 있는 여러 스테이지를 구성했을 테고.
결국 그 모든 과정을 거쳐 아직 내가 이르지 못한 곳에 올라 있을 이들이 얼마나 강한 존재로 성장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들이 왜 경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설계자도 말해주지 않았고.
나도 미처 묻지 못했던 이야기.
설계자는 분명 내게 다른 설졔자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했다.
쉽사리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다.
굳이 왜?
같은 목적을 두고 있는 설계자들이 무엇을 위해 경쟁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
고개를 저었다.
언젠간 알게 될 이야기다.
지금 당장은 지금 당장 할 일에만 집중하는 편이 낫겠지.
"언제 오르실 겁니까."
때마침 박명철이 내게 물어왔다.
70층에 대한 말이겠지.
"……."
지금 막 69층을 돌파하고 온 참이었으니.
"내일. 내일 가겠습니다."
하루 정도는 휴식 시간을 줘도 나쁘지 않으리라.
떨리거나 걱정되어서는 아니다.
그냥 단지.
조금 조용한 곳에서 혼자 쉬고 싶다.
'아무래도 내 인생이 뒤바뀐 장소였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잠시."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나에게 배정된 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끼익-
문을 열고 방 안에 들어섰다.
창문은 암막 커튼으로 가려 있었다.
최대한 빛을 차단한 방이다.
당연히 내가 요구한 그대로였다.
게다가 방음 시설 또한 최대한으로 갖춰 놓은 덕에 밖에서 웬만한 소음이 일어나도 내 방으로는 흘러들어오지 못했다.
혼자 있기에 최적화된 공간.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온전히 내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곳이다.
풀썩
침대 위로 올라앉았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나 의식은 이내 내 내면의 깊은 곳으로 침전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하루가 지난 뒤였다.
잠을 잔 건 아니다.
이미 내 몸은 잠 같은 건 자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인간의 한계는 한참 전에 벗어 던진 상태였다.
'마음이 한결 가볍군.'
마음이 복잡하거나 잠시 생각을 해야 할 때.
언제나 이렇게 눈을 감고 명상에 빠지곤 했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앞으로의 계획이 조금 더 뚜렷해지곤 했으니까.
그리고 나는.
차르륵-
손 위로 붉은 금속 한 개를 꺼냈다.
김준석을 처치하고 손에 넣었던 그 금속이다.
'이 금속이 모습을 드러낸 건, 김준석뿐이었어.'
다른 명가의 플레이어들 역시도 이 검으로 처치했지만, 그들의 가슴에서는 붉은 금속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밀턴에게 보여줬지만, 해밀턴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훌륭한 재료가 될 만한 물건이었으면 해밀턴의 날카로운 촉이 금세 반응했을 테지만.
이 금속에 대해서는 그런 반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해밀턴은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인상만을 찌푸렸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
해밀턴은 이 탑의 본체에게 잡아먹힌 세계의 원주민이다.
해밀턴은 그런 사실까지는 모르고 있는 것 같았지만,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해밀턴은 붉은 금속을 보고 있는 것조차 힘들어했으니.
나는 더 이상 그에게 이 금속에 대해서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래도….'
우선은 진실에 한 걸음 나아갔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어쨌든 이 금속 덕분에 혈계라는 것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시작을 알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래도 아쉽긴 하군.'
내가 본 것을 그대로 다른 이들에게도 보여 줄 수 있었다면.
지금 탑 내부에서 들려오는 잡음들을 모조리 없앨 수 있었을 텐데.
실제로 명가가 사라졌다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갖고 있는 플레이어들도 꽤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명가라는 이름 아래 기생하며 많은 혜택을 누리던 건, 비단 명가 산하의 플레이어들 뿐만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그동안 내가 수집했던 마법 명가의 악행이라던가.
모든 명가들이 몰락한 뒤, 그들의 본당을 수색한 결괴.
그들이 부패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낼 수 있을 만한 물증들을 넘치도록 손에 넣은 참이었다.
'이 소란은 금세 잠잠해질 테지.'
이 정도의 변화를 겪은 뒤에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혼란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번 위드 길드와 박명철의 존재에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들의 도움 없이 나 혼자 이런 일을 벌였다면.
나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나 이런저런 귀찮은 일을 해내느라 골머리를 싸매야 했을 테니까.
'생각도 하고 싶지 않군.'
그런 귀찮은 일은 질색이다.
나의 그러한 성향을 잘 알고 있는 박명철은 나에게 귀찮은 일이 조금도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었고.
그의 놀라운 일처리 능력은 탑의 혼란들을 빠르게 정리해 가고 있었으니.
"그럼 이제."
탑을 오를 시간이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철컥- 철커덕-
그리고 장비를 하나씩 착용하기 시작했다.
지난번 해밀턴을 찾았을 때, 그가 다시 한번 손을 봐준 탓에 장비는 새것처럼 윤기가 맴돌았다.
몰른은 어느새 내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워 세상모른 채 잠을 자고 있었으니.
"몰른."
나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어, 어으어억!"
내 말에 몰른은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깼다.
그리고 입가에 흐르고 있는 침을 바쁘게 닦아냈다.
"가자."
"으헤헤…. 알겠어요오오…."
몰른 역시 바쁘게 옆에 놓여 있는 류트와 피리를 챙기고 내 뒤를 따랐다.
***
[70층에 입장했습니다.]
[탑의 마지막 스테이지에 진입했습니다.]
[업적 - '선구자'를 달성했습니다.]
[업적에 대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막대한 양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새로운 포식 슬롯이 개방되었습니다.]
"……."
70층에 입장한 순간 나에게 쏟아지는 메시지들을 보며 조금은 허탈한 웃음이 입가에 떠올랐다.
'좋은데.'
덕분에 포식 슬롯을 하나 개방할 수 있었다.
이제는 정말로 71층에 진입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부턴 내가 알고 있는 지식들은 거의 쓸모가 없게 되었어.'
그럴 수밖에 없다.
내 전생에서조차 70층은 미지의 영역이었으니.
이제부터는 나 역시도 하나씩 개척해 나가야 하는 순간에 도달한 셈이었다.
'그래도 뭐….'
문제될 건 없다.
이미 나는 그런 한계는 진즉에 초월했으니까.
[최후의 던전]
>클리어 조건 : 던전 내부의 모든 몬스터를 처치하라
동시에 던전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전생의 기억 그대로다.
너무도 단순하지만.
동시에 괴팍하기 짝이 없는 클리어 조건이다.
'이것 때문에 놈들이 나를 실험체로 사용했던 것이기도 하지.'
70층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종류는 다양하다.
같은 종류의 몬스터만이 등장하던 이전과는 다르게, 이곳에는 어떤 종류의 몬스터가 등장하는지 예측할 수 없다.
'공격 방식도, 몬스터의 약점도. 그 모든 특성도 제각각이지.'
그런 몬스터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은 채 모두 처치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아무 능력도 없이 순수하게 신체 능력 하나만으로 탑을 올라왔던 나는.
70층에 등장하는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들의 약점을 분석하기에 가장 적절한 실험 대상이었을 테지.
'그걸 떠나서도… 내가 가장 만만하기도 했을 테고.'
개같은 것들.
다들 이런저런 이해관계에 얽혀 있던 녀석들과는 별개로.
나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아웃사이더였으니까.
그저 하루하루 악착같이 살아남는 게 삶의 최우선 목표였던 나다.
'하긴. 그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가….'
물론 위드라는 소속이 있기는 하다만 굳이 따지고 본다면, 나는 위드 길드에서조차 아웃사이더다.
박명철이나 한동희, 김민희 이외에의 플레이어들과는 전혀 교류조차 없었고.
현재 복잡하게 얽혀있는 탑의 이해 관계에서도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으니까.
껍데기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나라는 본질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아직도 악착같이 탑을 오르고자 하는 한 명의 플레이어였으며.
여전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영 어색한.
조금은 사회성이 부족한 한 명의 미숙한 인간일 뿐이다.
까득
검을 다시 고쳐 잡았다.
그리고 그때.
띠리링~
몰른의 연주가 시작됐다.
[승리의 노래 버프 효과가 적용됩니다.]
[모든 스킬의 지속 시간이 1.5배 상승합니다.]
[바람의 노래 버프 효과가 적용됩니다.]
[20분간 모든 스킬의 사용 대기 시간이 50% 감소합니다.]
[영웅의 찬가 버프 효과가 적용됩니다.]
[1시간 동안 공격력이 50% 증가합니다.]
내 눈앞에 쏟아지는 버프 메시지들.
그래.
분명 그런 나에게도 달라진 게 있다.
아직도 미숙하지만, 완전히 고립된 혼자는 아니라는 것.
콰르르륵!
[오러 블레이드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그리고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는 것.
백색의 오러가 검 위로 치솟았다.
그와 동시에.
쿠우웅! 쿵! 쿵!
나의 기운을 포착한 몬스터들이 이곳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우우웅!
놈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기의 파동.'
강하게 응축된 백색의 기운들이 전방의 몬스터들을 향해 쏟아졌다.
"크륵…?!"
몬스터들이 검기의 파동을 바라보며 눈을 부릅떴다.
콰아아아아아!
검기의 파동이 놈들을 한 번 스치고 지나간 순간.
[힘 11을 포식했습니다.]
[민첩성 9를 포식했습니다.]
[마력 13을 포식했습니다.]
[체력 10을 포식했습니다.]
.
.
.
스탯 포식 메시지가 쏟아짐과 동시에 폭풍 같은 기세로 달려들던 몬스터들이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
'나쁘지 않군.'
나는 다시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