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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166화 (166/277)

166화

"이 무슨!"

콰아앙!

김원호의 능력들이 폭발하며 맹렬한 기세로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강민에게는 그 어떤 타격도 입힐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힘의 차이.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 쉴 새 없이 김원호의 뇌리에 각인되고 있었다.

후웅!

강민의 검이 김원호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김원호 역시 순순히 당해줄 위인은 아니었으니.

카아아앙!

김원호의 검강이 강민의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섰다.

하지만.

빠직!

"……!"

김원호의 검강의 일부가 깨어졌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 어떤 것이라도 어렵지 않게 베어내는 검강이 깨어지다니.

단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는 일이었다.

꽈아악!

강민이 힘을 줬다.

쿠우웅!

엄청난 무게가 김원호의 검을 짓눌렀다.

김원호의 발이 땅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버거운가?"

강민이 물었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김원호와는 반대로 너무도 차분하고 태연한 물음이다.

"크으윽!"

"꺼내 보거라. 네놈이 가진 모든 힘을 꺼내라. 혈계든, 혈계의 파생 능력이든. 뭐든지 말이야."

"닥치거라아아아!"

"네놈들의 혈계라는 것 역시 일개 능력에 불과한 것을!"

"닥쳐어어어어!"

대답할 여유조차 없는 김원호가 고함을 내질렀다.

타악!

강민의 검이 잠시 위로 들렸다.

휘청!

김원호를 짓누르던 엄청난 무게가 사라짐과 동시에 김원호의 몸이 잠시 균형을 잃었고.

"웃기지도 않는군."

"……?!"

강민의 건조한 한 마디와 함께.

서걱!

"커…헉!"

강민의 검이 움직임과 동시에 김원호의 왼팔이 잘린 채 바닥에 떨어졌다.

"죽기 전 뼈저리게 느껴라. 결국 네놈도 일개 플레이어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 혈계라는 게 결코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야."

강민의 눈꼬리가 가늘게 찢어졌다.

"너희의 그 혈계라는 게 얼마나 가증스러운 능력인지. 그것을 가지고 그리도 오만하던 네놈들이 얼마나 암적인 존재였는지를 말이다."

저벅

강민이 김원호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

솔직히 놀랐다.

김원호가 나의 공격을 이 정도로 받아 냈다는 것에 대하여 말이다.

61층에 올라서기 전이었다면 모르겠지만, 61층에 올라선 이후로 나는 강해졌다.

아니, 강해졌다는 단어로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검을 막아내고, 내 능력들을 받아내며 이 정도로 버텨낸 김원호에게 경탄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지.'

간신히 버텨내는 것뿐.

김원호는 어떤 수를 쓰더라도 나를 이길 수 없다.

그것만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보라.

"허어억…."

잘려나간 자신의 팔을 보며 쉴 새 없이 동요하고 있는 대 검술 명가 가주의 모습을.

"이, 이노옴… 이노오오오옴!"

김원호가 소리쳤다.

"네놈이이이…"

빠악!

"커헉!"

놈이 무언가 떠들기 전, 나는 놈의 가슴팍을 걷어차려고 했다.

하지만.

홱!

김원호는 내 공격을 피했다.

동시에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부우웅!

괴력이 담긴 그의 일격.

카아아앙!

나는 그의 검을 받아냈다.

묵직한 힘이 담겨 있었다.

이어서 그는 맹공을 펼쳐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을 꺼냈고.

쾅! 콰콰쾅! 콰아아앙!

나를 향해 쉴 새 없이 공격을 펼쳐냈다.

모든 공격들의 위력은 감히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고, 심오했다.

팔이 하나 잘려나간 상태로도 이 정도의 힘을 펼쳐낼 수 있다니.

역시 명가의 가주라는 말이겠지.

하지만.

콰아아앙!

그것뿐이다.

나는 그의 공격을 강하게 받아쳤고.

"크아아아악!"

김원호가 비명을 내지르며 피를 쏟아냈다.

피해 반사로 인해 누적된 데미지 덕에 이미 김원호의 내장은 뒤틀릴 대로 뒤틀렸으리라.

"커헉… 크허억…."

김원호가 거친 숨을 내뱉었다.

"강민…씨…."

"마, 말도 안… 돼…."

김민희와 박명철의 흔들리는 눈빛이 느껴졌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지금은 아니다.

저벅

어느새 쓰러져 있는 김원호의 목전에 도착한 나는.

빠직

반대쪽 팔을 짓밟았고.

뼈가 으스러졌다.

"크아아아악!"

김원호가 몸부림쳤다.

"너희들의 혈계의 시초가 된 선조들."

"……!!"

다시 한번 눈을 부릅떴다.

이들이 알고 있는 건, 본래의 역사와는 다르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면서도 자신들의 조상을 탑의 개척자, 혹은 선구자라는 이름으로 '신'과 같은 존재로 추앙할 정도였으니.

"그들이 탑에 들어서고, 모종의 이유로 탑에 오류가 생겼다더군. 재미있지 않은가. 네놈들이 그토록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그 혈계라는 것이 결국 오류의 일종이었다는 게 말이다."

혈계에 대한 진실을 김원호의 귓가에 속삭였다.

내가 이 사실을 알려주는 이유는 하나다.

놈의 마지막 자존심을 짓밟아 주기 위해서.

"아니다. 아니야! 그분들은 선구자셨다. 이 탑을 개척해낸 선구자! 그로 인해서 네놈과 같은 열등한 것들이 이 탑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을… 어찌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냐!"

김원호가 피를 쏟아내며 열변을 토했다.

아마 김원호는 진심으로 저 말을 믿고 있는 것일 테다.

그 역시 그의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를 통해 전해 온 이야기들을 전해 들었을 테니까.

"차라리 그랬으면 좋았겠지. 정말로 그들이 선구자였고, 정말 다섯 명이 탑을 개척해냈다면 말이다."

"……."

김원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내 말을 조금도 믿지 않는 모양이다.

사실 당연하다.

내 말에 설득력이 있을 리 만무하니까.

"그들은 선구자도 뭣도 아니었다. 동료를 내다 버리고 혈계라는 오류를 손에 넣은 가증스러운 것들이었지."

"거짓말… 하지 말아라. 네놈이… 어디서 나에게 그따위 거짓을…."

강하게 부정하는 김원호.

하지만 내 말을 믿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사실 김원호의 입장에서는 너무도 터무니 없는 말들일 테니까.

"그렇게 믿고 싶겠지. 하지만 사실이다."

"내, 내가… 그따위 망발을 믿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김원호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나는 입꼬리를 비틀어 웃어줬다.

못 믿을 테지.

아니면 믿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하지만 한 가지만 기억해라. 나는 너희가 갖지 못한 걸 가지고 있고,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있다."

"……."

"그래. 박호량. 그자도 너와 같이 발악했었지. 그 덕분에 나는 이 탑의 설계자와 만날 수 있었다.

"뭐, 뭣…!"

설계자라는 말에 드디어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김원호.

"보겠는가. 이 검이 설계자가 내게 준 금속으로 만든 무기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금속.

김원호 정도라면 이 검의 가치는 충분히 알 수 있으리라.

그제야 김원호가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마, 말도… 말도 안 되는…."

"진실이다. 이 갑옷도. 내가 가진 오러 블레이드도. 그동안 내가 달성해 온 셀 수 없는 업적과 히든피스들을 봐라."

"……!"

역시 김원호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동안 나와 싸우면서 내가 가진 능력들을 충분히 체감했을 테고.

내 말에 거짓이 없다는 건 김원호가 더 잘 알고 있을 테다.

"내 말에 거짓은 없다."

혼란스러워하는 김원호의 모습.

믿고 싶지 않을 테지만, 분명히 김원호는 동요하고 있었다.

"말도 안 된다. 그런 터무니 없는 말을 내가 믿을 리가 있느냐…. 아니다. 아니야. 그럴 수가 없어…!"

김원호가 고개를 저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명백히 괴로워하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일 테지만, 내가 보여준 것들을 직접 목격했다면 내 말에 막중한 무게감이 실릴 수밖에 없을 테니까.

"부정해라. 그렇게 끝까지 부정하며 괴로워해라. 네놈들 때문에 나 역시 마지막 순간 나 스스로를 부정하며 죽어야만 했으니까."

"죽, 죽어…?"

푸훅!

김원호의 가슴팍에 검을 내리 꽂았다.

더 말해 줄 생각은 없다.

내 할 일은 여기까지다.

그 알량한 자부심을 짓뭉개고, 적어도 죽기 전이라도 그 거짓된 선민의식의 실체를 까발리는 것.

"끄어어억!"

김원호의 입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잠시 후 김원호의 몸이 늘어졌다.

동시에 내 눈앞에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혈계의 습득 조건을 완수했습니다.]

[혈계 능력을 포식합니다.]

[혈계 능력 '천골지체'가 상태창에 각인됩니다.]

손에 넣었다.

현재의 검술 명가를 있게 해 준 능력인 천골지체.

'씁쓸하기도 하군.'

이미 혈계 능력을 포식한 경험이 있지만, 그때와 지금의 감정은 사뭇 다르다.

지금의 나는 혈계라는 것의 본질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래도.'

이 능력이 훌륭하다는 것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쿠득- 쿠드득

[천골지체]

>신체를 재구성하여 검을 다루기 가장 적합한 신체로 변모시킨다.

>효과 : 힘 + 500

>추가 효과 : 전투 돌입 시 전체 힘의 20% 증폭

이를테면 무협지의 환골탈태와 유사한 능력.

하지만 환골탈태와 같은 극적인 효과는 없었다.

그저 몸 내부를 무언가 간질이며 지나가는 듯한 오묘한 감촉만이 몇 분간 이어졌을 뿐.

주목할 건, 능력의 효능이다.

무려 힘을 500이나 증가시켜주는 괴물 같은 능력.

'이러니 검술 명가가 괴물들이라는 거지.'

태어나는 순간 혈계를 계승 받고.

그와 동시에 500이라는 힘을 손에 넣게 된다는 말이지 않은가.

'그 오만함이 이해도 가는군.'

얼마나 다른 이들이 우습겠는가.

남들은 평생 가도 손에 넣지 못할 수도 있는 스탯을 태어나는 순간부터 손에 넣을 수 있다니 말이다.

그 순간.

"아, 아버… 아버니이이이이임!"

저 뒤쪽에서 한 남자의 울음 섞인 괴성이 들려왔다.

***

"아…."

김준석의 입에서 한 마디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손발이 파르르 떨려온다.

언제나 거대했고, 언제나 두려웠으며 언제나 존경해왔던.

거대한 산이 무너져 내렸으니까.

"아아…."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도무지 이 상황을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리고.

툭-

무언가.

어떤 줄 하나가 끊어진 느낌이었다.

무수한 감정들이 솟구친다.

복잡하고 파괴적인 격류가 들이치기 시작했다.

알고 있다.

자신 역시 많은 이들을 죽여왔고, 멸시해 왔으며 경멸해 왔다는 것을.

하지만.

"으아아아아아아아!"

참을 수 없다.

'다르지 않느냐. 다르다. 그들의 죽음과 저분의 죽음이 어찌 같다는 말이냐.'

우리는 탑의 선봉장이며, 개척자의 자손이라는 그 굳건한 믿음이.

"네놈을… 네놈을…!"

김준석의 눈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의 전신에서 형용할 수 없는 힘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게, 이게 무엇이지.'

알 수 없었다.

그동안 천골지체의 효과는 수없이 봐왔지만,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빠직! 빠지직!

그의 뼈가 뒤틀리고 근육이 격동쳤다.

"끄윽… 끄으으윽…!"

전신이 끊어질 것처럼 아파왔다.

신음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에도 그의 온몸이 뒤틀리고 비틀리기를 반복했으니.

"끄아아아악!"

김준석이 괴성을 내질렀다.

"소, 소가주님!"

뒤에서 다급히 김준석을 불러왔지만 김준석의 귀에는 닿지 못했다.

그 대신, 목소리 하나가 김준석의 귓가에 스며들었다.

[너의 분노를 일깨워라.]

처음 듣는 목소리다.

하지만 어딘가 익숙했다.

마치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누군가가 자신을 찾아온 것만 같았다.

두근!

김준석의 심장이 격동 쳤다.

뒤틀린 뼈가 재구성됐고, 근육이 제 자리를 찾아갔다.

"쿨럭!"

김준석의 입에서 피가 한움큼 쏟아져 나왔고.

[처단하라. 나의 대적자를 처단하라.]

또 한 번 들려온 목소리.

삐이이이-

김준석의 시야가 점멸됐다.

하지만 김준석은 쓰러지지 않았다.

그 대신.

콰아아앙!

김준석의 몸이 도약했다.

엄청난 속도로.

"……!"

그런 김준석을 보며 강민은 눈을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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