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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158화 (158/277)

158화

[업적 '미치광이' 달성에 대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미치광이라니.

조금은 값싸 보이지만, 마음에 드는 것도 사실이다.

미치광이.

얼마나 멋진 단어인가.

남들은 미쳤다고 생각할 만한 일을 해냈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이제는 그 보상을 확인해 볼 차례였다.

가만히 서 있는 내 눈앞에 또 하나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보상 '오크 좀비의 재생력'을 획득했습니다.]

['오크 좀비의 재생력'이 상태창에 각인됩니다.]

'능력이다.'

이번 업적의 보상은 아이템이 아닌, 새로운 능력이었다.

나는 곧바로 능력의 정보를 확인했다.

[오크 좀비의 재생력]

>등급 : S

>효과 : 전투 시작 후 5분 후 체력 회복 속도 100% 증가

맙소사.

무려 S등급의 능력이다.

게다가 그 효과 또한 혀를 내두를 정도로 뛰어났다.

전투 시작한 지 5분이 지나면 활성화 되는 스킬.

그 효과는 무려 체력 회복 속도가 2배로 빨라진다.

'전투의 지속력을 폭발적으로 증폭시킬 수 있는 능력.'

지금 내가 가진 능력들은 하나하나 파괴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들이다.

내 스탯 수치들이 폭증하고, 그에 따라 능력의 위력들은 더더욱 강해진다.

당연한 말이지만, 능력의 위력이 강해질수록 내가 감당해야 할 부담감 역시 커진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어디까지나 내 능력에 비해 상대들이 턱없이 약했으니 큰 부담감을 느낄 일은 없었지만.

'앞으로는 확언할 수 없지.'

당장의 검술 명가는 둘째 치더라도, 71층 이후로 만나게 될 타국의 플레이어들.

그리고 그 뒤를 넘어서 이 탑의 정상에 올라섰을 때 만나게 될 그 어떤 존재까지 생각해 본다면.

'이 능력을 손에 넣은 건 행운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지.'

싸움이 길어질수록, 체력의 소모는 커진다.

강한 상대와의 싸움이라면 말할 것도 없지.

그런 상황에서 체력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건, 확실히 싸움의 승패를 가를 만큼 큰 요인임은 확실하다.

'미칠 듯이 쏟아지는군.'

바로 이전 층에서도 한 개의 능력을 얻었는데.

62층에 올라서자마자 또 하나의 능력이 추가됐다.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아서 두 개의 능력을 획득하다니.

그것도 AAA등급과 S급.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설계자가 의도했던 그대로다.

타국의 플레이어들과 만나기 전, 간단하지만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매 층을 클리어하며 이전과는 비할 수 없는 속도로 강해지는 것.

'기다려라. 누가 됐든.'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플레이어들이 서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미친."

"내, 내… 10만 골드…."

"내 돈…."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골드와 함께.

"다들 준비하십시오. 곧 대기실로 갈 겁니다."

내가 말했다.

그 말과 함께 플레이어들의 표정에 무거운 긴장감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만나게 될 검술 명가의 플레이어들 때문이다.

"대기실에 도착하는 즉시 60층으로 내려가십시오. 저곳에는 나 혼자 남습니다."

플레이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62층의 클리어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잠시 후 대기실로 이동합니다.]

메시지가 떠올랐다.

***

그 무렵, 탑 전역은 크게 들썩이고 있었다.

"그 얘기 들었어? 63층에서 지금 검술 명가 애들 대기하고 있다는데?"

"뭐? 왜?"

"뭐겠냐? 지금 거대 세력들이 전부 위드 길드 견제하고 있는 거 알잖아."

"설마… 검술 명가가 위드 길드 견제하려고 거기서 죽치고 있는 거라고? '그' 검술 명가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서라도 이런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만큼 이 사태는 많은 플레이어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동안 검술 명가의 태도를 본다면 지금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파격적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탑의 절대자.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아니, 넘보기는커녕 감히 마주하는 것도 엄두조차 낼 수 없을 절대적인 위치에 군림하는 이들이 바로 검술 명가였다.

그런 검술 명가의 심기를 거스른 존재가 바로 위드 길드라는 것에 대해서 일차적으로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위드가 대단하다는 사실에 의심하는 플레이어는 이제 없다.

1위의 화랑을 이미 오래 전에 넘어섰다는 것이 현재 탑의 중론.

하지만 그동안 위드의 행보를 본다면, 이번 사태 역시 파격적이다.

탑의 일선에서 다수의 플레이어들을 위해 헌신하는.

일종의 '천사'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던 위드 길드가 검술 명가와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니!

그리고 더 놀라운 건.

"검술 명가가 반응하고 있다는 거지."

말 그대로다.

검술 명가가 위드의 행동에 반응한다.

이전의 검술 명가였으면, 이미 위드라는 존재는 탑에서 사라졌어야 정상일 것이다.

그것이 정상에 군림하는 검술 명가의 일처리 방식이었으니까.

하지만 위드는 아직 건재하다.

무너지키는커녕, 이 순간에도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며 화랑을 짓누르고, 다른 명가를 넘어서고 있었다.

마치 검술 명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해 볼 거면 해 보자. 끝장을 보자.'

라고.

그 말 뜻은 무엇인가.

검술 명가로서도 위드 길드를 건드리는 게 쉽지 않다는 말로 밖에는 설명되지 않는 것이다.

"설마… 위드 길드가 검술 명가 이기는 거 아니야?"

"쉿!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 끌려 갈 수도 있어."

"그래도… 지금 위드라면…."

꿀꺽

그렇다.

모두의 머릿속에 각인된 저 단어.

'지금의 위드.'

어쩌면 지금의 위드는 정말로 이 탑의 구도를 뒤엎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알 수 없는 기대감이 모두의 머릿속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변화의 움직임이 탑의 최정상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

슈웅!

63층의 대기실.

그곳에 빛무리가 쏟아졌고.

한 무리의 플레이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그 자리에 서 있던 검술 명가의 직계들이 눈매를 좁혔다.

지금 이 시점에 이곳에 나타날 사람은 단 한 사람밖에 없었으니.

'나타났군. 여기에 있었던 건가.'

한강민.

그들이 기다리고 있던 인물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는 뜻이다.

그들은 짧은 대화를 나눴다.

결국 강민과 그 옆의 한 악사를 제외한 모두가 급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검술 명가의 플레이어들은 개의치 않았다.

63층으로 향하는 대기실에 서있던 명가의 직, 방계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잘 되었어. 마침 내가 기다리고 있는 곳에 네놈이 나타났다는 걸 너는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의 이름은 김효석.

김준석과는 사촌 관계였다.

물론 검술 명가의 적통 직계는 아니라지만, 말했듯 검술 명가는 직계 혈통이 아니더라도 그 자부심이 직계에 못지않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방계'라는 한계를 가진 존재가 느끼는 열등감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검술 명가의 방계들은 더욱더 자신의 성과에 목을 매었다.

그래서 그는 검술 명가의 척후조에 지원했다.

가장 먼저 길을 개척하는 척후조라면 자신의 실력을 진정으로 증명해 보일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그동안 많은 업적을 이룩하며 가주 김원호에게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했다.

직계는 아니지만, 직계만큼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있어서.

가주의 눈에 드는 일이란 목숨을 버릴 정도의 가치가 있는 일이었으니.

'가문이 위기에 놓인 이 상황에서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척후조로서의 사명을 다 하는 것.

가장 일선에서 자신의 가문을 멸시한 적의 목을 베어 내는 것.

'그것이 나의 사명이지.'

김효석이 입꼬리를 비틀며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저벅

저 앞에 서 있는 강민은 무표정한 얼굴로 김효석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오만하구나.'

감히 자신 앞에서 저토록 오만방자한 표정이라니.

검술 명가의 핵심 전력으로서 현재 탑의 최전선을 넘나드는 자신이다.

65층 돌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도 본가의 특별한 지시로 62층에 내려와 있을 정도의 실력자.

'그래. 너와 같은 녀석들은 많았지.'

그동안 일반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나름 실력을 드러내고 이런저런 업적을 달성한 이들은 꽤 많았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결국 무릎 꿇었다. 검술 명가라는 김씨 가문의 검 앞에서.'

물론 알고 있다.

여기서 해야 할 일은 강민을 죽이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렇지만 다르게 말하면.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 아닌가.'

어차피 곧 무너지게 될 이들이다.

이제 곧 검술 명가가 65층을 돌파해 내기만 한다면, 그래서 검술 명가의 이름이 만천하에 그 위엄을 떨쳐낼 영광의 시대가 다시 도래한다면!

쿠우웅!

김효석의 몸에서 맹렬한 기세가 솟구쳤다.

탑의 최전선을 넘나들며.

수많은 사선을 거쳐 가며 쌓아 올리고 정제해 온 검술 명가 특유의 마력이 그의 전신에서 솟구쳤다.

빠득! 빠드득!

불끈 솟아오르는 힘줄과 함께 김효석의 전신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콰아아아!

그리고 동시에 김효석의 검 위로 솟구치는 검기.

직계의 검기에 비해서는 조금 투박하고 거칠었지만, 오히려 김효석은 자신의 그런 검기가 마음에 들었다.

거칠고 투박한 자신의 검기는 상대의 사정 따위는 봐주지 않은 채 손속 없이 찢어발기기 일쑤였으니.

'많은 이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이 검기 앞에서 죽어갔지.'

네놈도 마찬가지다, 라는 말을 삼키며 강민을 다시 바라봤다.

그리고 강민을 향해 한 걸음 내디디려는 그 순간.

"……?"

김효석은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강민의 검 위로.

익숙한.

익숙하지만 묘하게 다른 무형의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으니까.

"저, 저…."

"대체 저게 무엇…!"

놀란 건 김효석뿐만이 아니다.

그 뒤에 서 있는 검술 명가의 플레이어들 모두 강민의 모습을 본 순간 기겁하며 숨을 급히 들이켜야만 했다.

"뭐, 뭐, 뭐…."

김효석 역시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였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을 더듬으며 강민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저, 저건 분명….'

맞다.

그의 눈에 강민의 기술은 명백한 자신들의 '검기'로 비쳐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검기는 아니다.

'검기보다 훨씬… 흡!'

훨씬 뛰어나다, 라는 생각을 금세 지워 버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탑 안에서 검기보다 더 고강한 '기'를 이용한 기술이 존재할 리가 없지 않은가.

명가의 선조들이 이룩해 놓은.

사실상 현재의 검술 명가를 최고 명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고강하며 절묘한 심법의 결정체가 바로 검기인 것을.

'어떻게….'

하지만 그 역시 인정해야만 했다.

지금 강민의 검 위에 일렁이는 무형의 기운은.

자신의 검기보다.

아니, 검술 명가 그 누구의 검기보다 훨씬 더 순수한 마력의 응집체였으며, 감히 자신의 검기 따위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강하다는 것을.

그 순간.

"허, 허어억!"

김효석의 힙에서 괴성이 터져 나왔다.

그건 바로.

파지지직!

강민의 오러 블레이드 위로 튀어 오르는 전류 때문이었다.

'어찌 이런….'

그렇지 않아도 검술 명가 내부에서도 검기에 속성을 부여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검기 자체만으로 더 이상 파괴력을 높이기 어렵다는 판단 끝에 진행하고 있는 연구였건만.

'저, 전류를 검기 위로 피어오르게 한다고?'

믿을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순간.

"뭘 그렇게 놀라나."

강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 으아아아악!"

김효석이 비명을 내질렀다.

조금 전만 하더라도 저 먼 곳에 떨어져 있던 강민이 자신의 바로 옆에 다가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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