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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136화 (136/277)

136화

북동쪽.

잘 됐다.

이번에도 역시 북쪽 방향이었고, 그렇다면 마법 명가 녀석들과 다시 한 걸음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깔끔해.'

이대로 의뢰의 조건을 수행해 낸 뒤, 곧바로 마법 명가 녀석들이 숨어있을 곳으로 움직일 생각이다.

나는 몰른과 함께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방금 전 전투를 벌였던 모양이야.'

현자가 말한 곳으로 움직이는 중간에 많은 야만인들의 시체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조금 전 족장이 싸우고 왔다는 장소가 바로 여기였던 모양이다.

나는 쓰러져 있는 야만인들을 살폈다.

역시나 내가 마차를 타고 움직이며 만났던 산적들과 비슷한 상태다.

그리고 나는 몸을 일으켜 툰테른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야만인들이 살고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아직 초감각의 범위가 닿지 않아 그들의 상태를 살필 수는 없다.

'무작정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갈 수는 없다.'

혹시 그 안에 마법 명가의 플레이어들이 숨어 있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가의 직계가 숨어있을까?'

이 정도면 마법 명가의 직계들 활동 반경 안에 포함되어 있을 확률이 크다.

'한 번 만나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지.'

검술명가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마법 명가라면 크게 두렵지 않다.

놈들의 본진에 쳐들어가기 전, 준비 운동 정도로는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조금 더 걸어 움직였을 무렵.

'나타났다.'

초감각의 범위에 한 무리의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그 중에는 마법 명가의 플레이어로 느껴지는 인물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직계는 아니다.'

마력의 양이 직계라고 하기에는 하잘것없이 미약했다.

하지만 그는 여러 야만인들을 이끌고 어디론가 바쁘게 향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그들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지켜봤다.

그 결과 놈들의 의중은 대충 알 수 있었다.

역시나 북쪽 땅을 떠돌아다니는 야만인, 혹은 도망자들을 납치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듣기로는 그 야만인들의 세력을 키우고 있다고 했던가.'

툰테른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다.

그들의 세력을 키우고, 그들을 이용해 북부의 다른 야만인들과 도망자들을 실험체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것만은 아니겠지.'

놈들이라면 분명 야만인들을 이용해 북부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같은 일들을 벌이고 있으리라.

'어쩌면 내가 만났던 산적들이 이 야만인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기도 하다.

어쨌든, 내가 싸워야 할 야만인들의 세력이 꽤나 크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툰테른들과 맞설 수 있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조금 더 움직이자 곧 초감각의 범위 내에 내가 처치해야 할 야만인들의 거점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툰테른들의 거점보다 훨씬 넓고 많은 야만인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다만 그들의 거점은 툰테른들과는 다르게 넓은 평야에 펼쳐져 있었으니, 아무래도 툰테른들에 비해서는 방어에 있어서 취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한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만약 그들의 거점이 툰테른만큼 외진 곳에 숨어있었으면 꽤나 골치 아파졌을 것이다.

그럼 이제 내가 파악해야 할 건, 저 내부의 구체적인 병력 상황과 마법 명가 플레이어들의 수.

이 부분에 대해서는 툰테른들도 전혀 알고 있지 못했다.

그들로서는 이 녀석들의 공격을 수비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다고 했으니까 말이다.

'만약 내가 여기에서 개입하지 않았으면, 툰테른은 사라지게 됐겠지.'

아무리 툰테른이 북부에서 나름 강성한 세력을 일궈냈다고는 해도 마법 명가들에게 저항할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나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은 있다는 뜻이야.'

내가 마법 명가를 건드렸고, 그들이 여기에 숨어들게 되면서 툰테른이 위협당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이제 대충 파악은 끝났다.

야만인의 숫자는 어림잡아 400.

툰테른의 3배 이상이었고.

마법 명가의 플레이어로 추정되는 이들의 숫자는 대략 열 명.

'한 명은 심상치 않아.'

다른 플레이어들에 비해서 압도적인 마력을 지니고 있는 플레이어도 한 명이 그 안에 배치되어 있었다.

'직계일지도 모르겠군.'

그러면 이제는 진짜 움직일 때다.

나는 몰른에게 버프를 받은 뒤, 몰른을 이곳에 두고 놈들의 본거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 무렵 강민이 노리고 있는 야만인들의 본거지에서는 계속해서 야만인들을 통해 사로잡은 실험체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리고 신분의 고하롤 막론하고 그들에게 걸린 모두가 실험체가 되어 잡혀 온 것이다.

"살려주세요!"

"제발 저를 돌려보내 주십시오!"

"조용히 해, 이 자식들아!"

사로잡혀 온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북쪽의 야만인들의 부족으로 끌려왔으니 그들이 느끼고 있을 공포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 마법사의 탑에 소속된 마법사들마저 그들의 실험체로 끌려왔을 지경이다.

"꺄아아아악!"

"이게 어디야, 대체 나를 왜 이런 곳으로 끌고 온 것이야! 이러고도 너희가 멀쩡할 수 있을 것 같은가!"

"내 지금 당장 마탑에 연락을 넣어서 너희의 정체를 밝혀낼… 커헉!"

시끄럽게 떠들던 마법사의 가슴팍에 발길질이 쏟아졌다.

"닥쳐, 이 개새끼들아! 너희는 어차피 이제 곧 뒈질 거다. 고통스럽게 뒈지기 싫으면 다 가만히 있어!"

그들을 통제하는 마법 명가의 플레이어가 고함을 내질렀다.

그의 고함에 사로잡혀 온 이들은 잔뜩 겁을 먹은 채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마법사의 숲의 마법사만은 예외였다.

적어도 마법사의 숲에서만큼은 마법사의 위상에 그 누구도 비할 바 없었으니, 그로서는 결코 이 사태를 눈감아 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았다면!"

마법사는 즉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고, 자신의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지팡이를 중심으로 마력이 몰려들며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준비가 시작됐다.

"감히 마탑의 마법사를 위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마법사가 다시 소리쳤고.

그가 마탑의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은 안도의 한숨과 존경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마법사를 바라봤다.

그들에게 있어서도 마법사라는 존재는 든든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때.

"어…?!"

마법사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의 지팡이에 모여들던 마력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마력이 사라진 지팡이의 끝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이게 대체…."

마법사는 크게 당황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현상이었으니까.

검게 피어오른 알 수 없는 기운은 순식간에 마법사의 지팡이를 타고 흘렀다.

"커헉!"

그때 마법사의 입에서 고통이 가득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른 마법사의 얼굴과 그의 눈, 코,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꺄아아아아악!"

"이게 무슨 일이야!"

"마, 마법사니이이임!"

그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던 이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때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얀…. 어디 벌레만도 못한 것들이 이곳에서 소란을 벌이는 것이야."

노인의 목소리였다.

"허, 허억!"

그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고함을 내지르던 마법 명가의 플레이어들의 자세가 바뀌었다.

이마에서는 땀이 삐질삐질 흘러나올 지경이었으니.

"자, 장로님…!"

그는 바로 마법 명가의 장로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주 박호량과 마법 명가의 실세인 박승균과 함께 기거하고 있던 장로가 결국 여기까지 내려오게 된 것이다.

장로가 직접 움직여야 할 만큼 마법 명가의 상황이 좋지는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대체 일을 어찌 진행하는 것이야…. 아직도 그들을 사로잡는 일은 멀었는가?"

장로가 마법 명가의 플레이어들에게 물었다.

그들은 바로 툰테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 그것이…."

"가주께서도 그들을 원하고 계신다. 저 멍청하고 아둔한 야만인이 아니라, 바로 그들을 원하고 계신다는 말이다!"

장로의 호통에 마법 명가 플레이어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는 일인 것을!"

장로의 말 대로였다.

툰테른들은 다른 야만인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들은 제대로 사용하고 있지 못하지만, 마법 명가들이 본 툰테른은 특이한 체질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천부적으로 마검사의 자질을 타고 난 이들이야. 이 북쪽의 풍부한 마력을 태어나는 순간부터 잔뜩 머금고 태어나는 존재라는 말이다."

그것 때문에 마법 명가가 툰테른을 노리고 있는 것이었다.

툰테른들이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갖는 이유.

그들은 단순히 하나의 전설로 치부하는 그들의 천부적인 재능은, 마법 명가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실험을 완성시킬 마지막 열쇠와도 다름없는 소중한 재원이었다.

"반드시… 반드시 조만간 일을 끝마치겠습니다!"

마법 명가 플레이어는 군기가 바짝 든 목소리로 외쳤다.

"시간이 없다. 이번에도 일을 그르친다면… 우리 명가는 끝이라는 것을 반드시 머리에 기억에 둬야 할 것이다. 이제 두 번은 없어."

장로가 말했다.

그 말에 명가의 플레이어들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고.

"어서 따라와!"

그는 야만인들을 통해 납치해 온 인간들을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쿠우우웅!

어디선가 커다란 폭발음이 일어났다.

"음…?"

장로는 미간을 좁히며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봤고.

"뭐, 뭐야!"

당황한 마법 명가의 플레이어들이 고함을 쳤다.

"어서 가서 살펴봐!"

"알겠습니다!"

마법 명가의 플레이어들은 다급히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크아아아악!"

"크어어억!"

검기의 파동 한 번에 야만인들의 전초기지의 입구가 초토화되었다.

그곳을 지키고 있던, 세뇌된 야만인들은 한순간에 시체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방금 일어난 굉음과 함께 전초기지 중앙에서 큰 혼란이 일어났다.

초감각의 범위 안에 포착되기로, 굉음이 울려퍼짐과 동시에 다수의 인원이 이쪽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 나는.'

즉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시 혼자서 다수와 싸울 땐, 혼란을 일으켜 진형을 붕괴시키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

야만인만 있으면 굳이 필요 없는 작업이겠지만 저 안에는 마법 명가의 플레이어가 있다.

그것도 직계로 추정되는 미지의 인물까지 말이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

그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의 양은 그동안 내가 만났던 그 모든 플레이어들을 한참이나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그동안 명가의 플레이어도 몇 번 만났으나, 확연하게 그들 이상이다.

그만큼 강한 녀석이 여기에 있다는 말이다.

나는 금세 전초기지의 우측 방향에 도착했다.

입구는 없었지만, 방벽 너머로 어슬렁거리는 야만인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우우웅!

검 위로 검기가 치솟았고.

'검기의 파동.'

높게 치솟은 방벽을 향하여 검기의 파동을 쏘아 보냈다.

응축된 검기가 공기를 가로지르며 방벽을 쳐부쉈고.

콰아아아앙!

다시 한번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번에도 굉음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입구 쪽으로 향하던 마법사들은 화들짝 다시 내가 있는 곳으로 다급히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앙에서 얼타고 있던 몇 명의 마법 명가의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로 내 방향으로 다급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여기가 제 놈들의 무덤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우습군.'

나는 입꼬리를 비튼 채, 놈들이 다가오길 기다리며 다시 검기의 파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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