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화륵!
나는 먼저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냈고.
뇌전검과 충격파를 동시에 활용했다.
싸움의 서막을 알리자 우주적 존재들의 후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직 싸움을 시작도 안 했건만 후원 액수는 10만 포인트에 가까워질 지경이다.
"……!"
최준혁 역시도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낀 모양인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하지만 놀라긴 이르지.
나는 놈을 바라보며 몸을 살짝 굽혔고.
"……?"
놈의 미간이 조금 좁혀졌다.
익숙한 자세라 그렇겠지.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도약하며 궁신탄영을 사용했다.
"뭐, 뭐야!"
최준혁의 입에서 기함이 터져 나왔다.
그의 눈이 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한 번 입꼬리를 비틀어 웃음을 지어 보여줬고.
검을 크게 휘둘렀다.
본격적인 공격은 아니다.
일종의 위협사격이지.
최준혁도 그리 어렵지 않게 건틀렛을 들어 내 검을 막아냈다.
쩌어어어엉!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일격만으로도 최준혁의 건틀렛이 크게 일그러졌다.
무기의 공격력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이다.
"너, 너…. 너 뭐야, 이 새끼야!"
최준혁이 다시 소리쳤다.
하지만 들려줄 대답은 없다.
그 대신 다시 궁신탄영을 사용해 뒤로 물러섰고.
"이거. 너희가 자주 사용하는 기술이지?"
곧바로 궁신탄영을 사용해 최준혁이 있는 방향으로 크게 도약했다.
역시나 사색이 된 최준혁의 얼굴을 보며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부웅-
이번엔 위협사격 따위가 아니다.
놈이 막지 못한다면, 놈의 팔이나 다리가 하나 정도는 잘려 나갈 거다.
놈도 그 사실을 눈치챘는지 다급하게 방어 자세를 취했다.
"이, 이… 미친 새끼이이이!"
하지만 놈의 방어를 피해 빈틈을 찾아낸 나는 그 사이로 검을 비집어 넣었고.
쿠우우웅!
오러 블레이드가 놈의 몸통을 가격했다.
"커헉!"
금강불괴를 뚫고서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는지, 놈이 괴성을 내질렀다.
실제로도 놈의 몸통을 내 검이 파고 들었다.
개미굴에서는 금강불괴의 방어력을 뚫어내지 못했지만, 역시나 바뀐 무기의 성능 덕분이다.
최준혁의 입가에 피가 한줄기 흘러 내렸다.
나는 멈추지 않고 그 자리에서 검을 다시 움직였다.
오러 블레이드가 푸른 호를 그리며 놈의 몸통에서 발목을 향해 쇄도했고.
콰아아앙!
오러 블레이드가 놈의 발목을 강타했다.
금강불괴의 무지막지한 방어력에도 불구하고 놈의 발목이 기괴하게 뒤틀렸다.
그리고 놈의 발목에서는 피가 솟구쳤다.
"크아악!"
최준혁은 다시 비명을 내지르며 몸이 앞쪽으로 고꾸라졌다.
부웅- 빠아아악!
나는 그런 최준혁의 발목을 다시 한번 걷어찼다.
물론 내 발등에도 엄청난 충격이 전해지긴 했지만.
쿠우웅!
발목이 완전히 부러진 최준혁은 결국 바닥에 나자빠졌다.
"크으으아아악! 이 개새애애애끼이이!"
최준혁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콰드드드득!
오러 블레이드로 한참 약해진 놈의 발목을 잘라냈기 때문이다.
충격파의 파동이 놈의 발목을 완전히 짓이겼고, 피가 튀어 올랐다.
"크아아악!"
최준혁이 처절하게 발버둥쳤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그리고 내 손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조금 잔인한 장면이지만, 오히려 우주적 존재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저들에게 인간들이랑 유흥거리일 뿐이고.
인간이 고통을 느끼는 건, 저들에게 있어서 더 큰 즐거움이다.
심지어 지금까지 열다섯 명을 죽인 최준혁이 이토록 무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더더욱 흥분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일 테지.
당연히 나를 향한 후원이 쏟아졌다.
어느새 30만 포인트가 훌쩍 넘어선 액수다.
"X새끼, X새끼야아아아! 너,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이, 이러고도… 이러고도 멀쩡할 것 같… 커헉!"
콰직!
나는 놈의 뒤통수를 짓밟았다.
"어쩔 건데, 네가."
내가 다시 물었고.
"죽, 죽여 버릴 거야! 죽여 버릴 거라고오오오!"
최준혁이 다시 소리쳤다.
웃기지도 않는군.
나는 발을 뗐다.
그리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말했다.
"해 봐라."
"뭐, 뭐?!"
"해 보라고.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면 말이다."
"이, 이이이…!"
최준혁이 이를 악물었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어떻게든 안간힘을 써서 몸을 일으켰지만, 제대로 서 있을 리가 만무하다.
벌써 발목은 잘려 나갔고, 뼈가 으스러진 상태일 테니까.
"할 수 있겠나? 조금 힘들어 보이는데 말이지."
"으아아아아!"
최준혁은 달리기 시작했다.
한쪽 발목이 없음에도, 그저 악에 받쳐서 말이다.
당연히 속도도 느렸고, 위협적이지도 않았으니.
[우주적 존재 '광기의 삐에로'가 웃음을 터트립니다.]
[우주적 존재 '종말의 문지기'가 조소합니다.]
[우주적 존재 '환몽의 말'이 플레이어 '최준혁'을 보며 경멸의 시선을 보냅니다.]
폭발적인 우주적인 존재들의 반응.
대부분은 최준혁에 대한 조소와 경멸, 비웃음이었다.
'슬슬 보내야겠군.'
이렇게 우주적 존재들이 열광하고 있을 때, 끝내 줘야 다음을 기다리게 마련이다.
언제나 아쉬울 때 떠나야 더 아쉬운 법이니까.
다시 한번 사용 시간이 돌아온 뇌전검을 활용했고.
콰아아앙!
궁신탄영과 함께 오러 블레이드의 푸른 기운이 최준혁의 전신을 크게 가르고 지나갔다.
촤아아아악!
피분수가 크게 뿜어져 나오며 허공을 뒤덮었고.
"크아아아악!"
'다시 한번.'
콰아아앙!
크게 도약하며 이번엔 최준혁의 등을 갈랐다.
이번에도 피분수가 솟구쳐 올랐고, 최준혁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마지막.'
콰아아아앙!
이번엔 오러 블레이드가 최준혁의 허리를 가르고 지나갔다.
이번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고.
"꺼어어억…."
최준혁의 입에서는 단말마의 비명만이 힘없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쿠우웅!
그리고 결국 최준혁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고.
[플레이어 '최준혁' 님이 사망했습니다.]
[체력 13을 포식했습니다.]
[플레이어 '이주성' 님이 대전에서 승리했습니다.]
[41층의 클리어 조건을 모두 충족했습니다.]
[42층으로 올라갈 자격이 주어집니다.]
'좋군.'
41층에 더 이상 미련은 없다.
여기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다 했으니까.
'포인트는….'
120만 포인트.
41층에서 세 번의 대전을 거치며 내가 모아 낸 어비스 포인트였다.
***
[42층으로 올라가기 전, 어비스 상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상점에 대한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굳이 여기에서 내가 구입할 만한 아이템은 없다.
더 이상 낭비할 포인트는 없다.
처음 구매한 외형, 이름 변경권이면 충분하다.
"필요 없다."
그렇게 말했고.
어비스 상점이 사라졌다.
상점이 사라지고 난 뒤, 나는 상태창을 펼쳤다.
'오랜만이군.'
[상태창]
>이름: 한강민
>레벨 : 69
>스탯
-육체
힘 : 741.56
민첩성 : 723.62
체력 : 734.15
-정신
마력 : 410.11
>마법 저항력
+ 65%
>능력
1. 포식자 (S)
2. 뇌전검 (S)
3. 충격파 (AA)
4. 오우거의 신체 (AAA)
5. 오러 블레이드 (S)
6. 아이언 바디 (AA)
7. 지휘관의 외침 (S)
8. 초감각 (A)
9. 은신
10. 궁신탄영 (혈계 파생)
11. 위엄 (S)
포식 포인트 : 130,212
어비스 포인트 : 120,403
'압도적이야.'
벌써 700을 훌쩍 넘어선 육체 스탯들.
물론 개미들을 그렇게 열심히 때려잡았으니, 사실 이상할 것도 없는 수치다.
게다가 레벨도 곧 70이다.
60레벨에 포식 슬롯이 열리지 않았으니, 70에는 한 번 기대해 볼 법도 하다.
'그보다 이제.'
오러 블레이드 5단계를 일깨우기까지 고작 마력 90밖에는 남지 않았다.
'육체 스탯으로 교환해서 500을 맞추려면 180의 육체 스탯이 필요한데.'
잠시 고민에 빠졌다.
180의 육체 스탯을 투자해서 마력을 500으로 맞출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기다려서 마력 스탯을 포식하며 500에 가까워질 때까지 기다릴 것인지.
하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여기는 어비스니까.'
적어도 51층에 도달하기 전까지, 앞으로 몬스터를 사냥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아무래도 어비스는 플레이어들과의 싸움이 주된 테마인 무대였으니까.
'플레이어를 통해서 포식할 수 있는 스탯은 그리 많지 않아.'
몬스터에 비교해서 그 수도 많지 않고, 한 층에서 포식할 수 있는 스탯의 양도 급격하게 줄어든다.
몬스터들은 수백 마리를 사냥하며 수치가 줄어도 소수점만큼이라도 꾸준히 오르지만 플레이어는 열 명이 넘어가면 사실상 오르지 않으니까.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마력에 투자하는 게 맞겠어.'
게다가 5단계에 이르게 되면, 그 위력도 차원이 달라질 테니 확실히 낭비는 아니다.
게다가 마력 스탯은 초감각의 성능과 뇌전검의 지속시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마력이 높아지는 건 동시에 내 전투력을 전반적으로 상승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럼.'
필요한 육체 스탯이 180이었으니, 힘, 민첩성, 체력에서 각각 60개의 스탯을 마력으로 전환했고.
[마력 410.11 -> 마력 500.11]
총 180의 육체 스탯을 이용해 마력 스탯을 500에 정확히 맞췄다.
[마력 스탯이 500이 되었습니다.]
[오러 블레이드 (4단계)의 단계가 상승합니다.]
[오러 블레이드가 5단계에 올라섰습니다.]
[오러 블레이드 – S]
>5단계 (5단계 해금 조건 : 마력 1000)
>육체 / 정신 복합계 스킬
-힘과 마력 수치의 영향을 받는다.
>추가 공격력 : 100.00
>지속시간 : 1200.00초
>5단계 추가 능력 부여 : 검기의 파동
'말도 안 되는군.'
5단계의 오러 블레이드.
바로 이것이다.
5단계의 오러 블레이드가 갖게 되는 진정한 힘.
'검기의 파동.'
오러 블레이드를 검에만 두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검기의 파동을 발산하여 공격할 수 있게 된다.
'이로서 내 전투 방식의 양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지.'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능력 중, 원거리 공격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스킬은 없었다.
물론 굳이 뽑자면 궁신탄영이나 지휘관의 외침 정도가 포함될 수 있겠지만.
분명 제약이 있다.
궁신탄영은 내 몸이 직접 움직여야 하고, 지휘관의 외침은 아무래도 범위가 짧으며, 난사할 수 없다.
하지만, 검기의 파동은 먼 곳에 있는 적까지 공격할 수 있는 원거리 능력이다.
'게다가 난사도 할 수 있으니까.'
물론 마구잡이로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 이거로 준비는 끝난 셈인가.'
이제는 42층.
피의 관문을 지나 그 다음 관문으로 걸음을 내디딜 차례다.
***
그 무렵.
다시 한번 놀라운 소식이 대한민국 탑 내부에 전해졌다.
[위드 길드, 62층 돌파!]
[위드 길드의 62층 돌파 소식에 각 거대 길드들의 촉각이…]
[위드 길드의 길드장 박명철, "62층을 돌파한 건, 모두 길드원들의 활약 덕분….]
[화랑 길드, "위드 길드의 62층 돌파에 무한한 경의를…]
탑의 모든 일간지에 대서특필 된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