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호랑 개미 여왕의 턱날 검 - 대성공]
>공격력 : 130
>추가 능력치 : 힘 + 51 민첩성 + 44 체력 + 41
>추가 공격력 + 50
[대성공 효과 적용]
>추가 능력 : 위엄
[위엄]
>등급 : S
>효과 : '위엄'에 노출된 상대는 신체의 능력치가 30% 감소됨
>조건 : '위엄'에 노출된 상대의 모든 육체 스탯의 총합이 시전자의 육체 스탯의 총합보다 낮을 경우.
>범위 : 시전자를 중심으로 반경 10m 이내
'맙소사.'
과연 여왕개미의 턱뼈로 만든 아이템이다.
이 전에 내가 쓰던 오리하르콘 검의 기본 공격력이 70에 추가 공격력이 30이었다.
하지만 이 무기는 기본 공격력이 130에 추가 공격력이 50.
'단번에 80의 공격력이 추가됐어.'
공격력 100의 오리하르콘 검 하나만으로도 내 공격을 막아낸 적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체술 명가의 금강불괴마저도 조금은 힘들었지만 뚫어낼 정도였는데.
'130의 공격력이라면 이제 금강불괴도 무섭지 않을 거다.'
물론 개미굴에서 만난 체술 명가의 플레이어는 그쪽 명가에서도 그리 강한 수준은 아니었을 테고.
앞으로 만나게 될 체술 명가의 플레이어들의 금강불괴는 그 녀석보다 훨씬 강하리라는 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훌륭한 건 부정할 수 없어. 심지어 대성공 추가 옵션까지….'
위엄이라는 능력.
이 능력은 전생에서 여왕개미의 턱뼈로 만든 검을 사용했던 검술 명가의 '김준석'에게도 없었던 능력이다.
'그 녀석은 자신의 무기에 대해서 떠벌리길 좋아했으니까. 그중에 추가 옵션은 없었어.'
당연하다.
여왕개미의 턱뼈라는 생소한 재료를 이용해 '대성공'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낼 만한 대장장이는 해밀턴 말고는 없을 테니까.
어쨌든, 해밀턴의 손을 거친 여왕개미의 턱뼈는 가히 독보적인 아이템으로 탄생했다고 생각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
내가 입을 벌리고 무기를 관찰하고 있을 때, 해밀턴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어서 말해 주시오. 마음에 드는지, 아니면 부족한지."
이런 걸 질문이라고 하는 건가.
솔직히 말해서 조금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다.
이것도 대장장이의 자존심 같은 것일까.
"말이라고 하십니까. 이런 걸 만들어 놓고…."
"호, 혹시…."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정말…."
"마, 마음에 들지 않는…."
"더할 나위 없습니다. 내 평생에 구경도 못 해 봤을 정도로. 지금 내 손에 이런 무기가 들려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에 벅찰 정도로 말입니다."
"……!"
그제야 해밀턴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완벽한 무기입니다. 내 이름을 걸고 확언할 수 있습니다."
"으하하하! 고맙소! 정말 고맙소!"
고맙다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
'이제 어비스.'
해밀턴에게 무기를 받아 든 나는 몰른과 곧바로 어비스 앞에 도착했다.
손에 들린 새로운 무기가 검은빛을 발하며 번뜩였다.
'우선 41층은 일종의 통과 의례.'
41층에 올랐다고 곧바로 우주적 존재들의 유흥거리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주적 존재들은 웬만한 수준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니, 그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있는지 검문받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41층에서 시작되는 통과 의례였다.
41층에서는 플레이어들을 만날 수 없다.
혼자서 어비스가 준비한 싸움을 이겨내야 한다.
'대상은 몬스터.'
그 몬스터들을 선정한 존재들은 우주적 존재들이다.
당연히 그 난이도는 지랄 맞고, 가끔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41층에서는 포인트를 한 번에 크게 확보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기도 하지.'
포인트는 우주적 존재들의 후원을 받아야 하지만, 41층에서는 예외다.
이곳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이미 우주적 존재들이 소환한 몬스터였으니.
그저 사냥하는 것만으로도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다.
'41층의 통과 조건은 한 시간을 버티는 것.'
몬스터를 몇 마리 잡아야 한다거나, 몇 이상의 포인트를 모아야 한다는 조건은 없다.
그저 버티는 것이 전부다.
그 이유는 하나다.
버티는 것조차도 버겁다는 뜻.
버텨내기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우주적 존재의 마음에 흡족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단순히 버틸 생각은 없다.'
등장하는 모든 몬스터를 쓸어버리고, 내가 모을 수 있는 최대한의 포인트를 끌어모을 생각이다.
지혜의 수문장, 그 녀석과 만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포인트가 필요한 만큼.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와 능력을 동원해서 포인트를 쓸어 담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41층의 '어비스'로 진입하시겠습니까?]
내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고.
"그래."
[첫 번째 어비스, 시험의 관문으로 진입합니다.]
검은빛이 내 몸을 휘감았다.
***
[시험의 관문에 진입했습니다.]
[그 어떤 우주적 존재도 당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30초 후 시공의 틈을 떠도는 마수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 시간 동안 생존하시면 다음 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쏟아지는 메시지의 끝에 30초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드넓은 공간.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고, 눈앞에 펼쳐진 건 어둠뿐이었다.
30초는 순식간에 지나갔고.
쩌저적!
저 먼 곳에서 균열이 있었다.
저것이 바로 시공의 틈.
그와 함께 갈라진 틈 안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구구구!
손이다.
고작 손 하나가 뻗어져 나왔을 뿐이지만, 그 크기는 가늠할 수도 없을 만큼 거대했다.
'시작부터 쉽지 않은 녀석이 나와 버렸어.'
시험의 관문에서 등장하는 괴물들은 랜덤이다.
나는 전생에서 운이 좋아 간신히 버텨냈지만, 만약 전생에서도 시작부터 저런 괴물이 나타났으면 결코 시험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히려 반갑다.
시작부터 저렇게 거대하고 강력한 괴수라면, 분명 포인트도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지 않겠는가.
'시작해 볼까.'
나는 몰른을 바라봤고.
"몰른. 연주를 부탁할게. 피리부터 해줬으면 좋겠군."
"아, 알겠어요오오!"
몰른은 괴수를 보며 벌벌 떨면서도 피리를 꺼내 들었고.
연주를 시작했다.
[바람의 노래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20분간 모든 능력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50% 감소합니다.]
'좋아.'
피리 연주를 끝마친 몰른은 곧바로 류트를 꺼내 들었고.
[승리의 노래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모든 능력의 지속 시간이 1.5배 증가합니다.]
준비는 완벽하다.
단번에 내가 가진 모든 능력들을 활성화시켰고.
구구구!
몸에서 맹렬한 기운이 솟구쳤다.
쿠우우웅!
그때 괴수가 머리를 드러냈다.
나는 놈을 향해 몸을 날렸다.
궁신탄영을 사용해 순식간에 놈과 가까워졌고.
치지지지직!
엄청난 속도와 함께 허공에 뿌려진 전류는 수십 미터에 이르는 하얀 선을 그려냈다.
[그어어어어-]
이제 몸체의 1/3을 드러낸 괴수가 나를 보고 괴성을 흘렸다.
놈의 미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새로운 무기의 힘을 시험해 볼 첫 번째 순간.
콰드드드득!
'좋다.'
첫 느낌이었다.
괴수의 미간을 그 어떤 어려움도 없이 파고드는 새 무기의 날카로움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어어어어어-!]
괴수가 괴성을 내질렀다.
나는 마력을 더욱더 끌어올린 채로 괴수의 머리 내부에 전류를 내뿜었고.
파지지지직!
강렬한 전류가 검을 타고 흐르며 괴수의 뇌를 흔들었다.
아직도 균열 밖으로 채 나오지 못한 놈의 거대한 몸체가 경련을 일으켰고.
푸훅!
검을 즉시 뽑아냈다.
이번에 노릴 것은 놈의 눈.
팟!
검을 뽑아든 채로 놈의 눈을 향해 타고 달렸다.
아직도 뇌가 경직된 녀석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고 있지 않았으니.
파앗!
놈의 눈과 근접한 순간에 한 번 도약한 상태로.
'다시 궁신탄영.'
허공에서 궁신탄영의 탄력을 받아 놈의 눈알을 향해 내 몸이 날아들었다.
그와 함께 다시 한번 회전력을 더하며 푸른 오러가 원을 그렸고.
콰콰콰콰콰콰!
놈의 눈알을 오러 블레이드가 관통했다.
회전은 그 뒤로도 멈추지 않았다.
호랑 개미 여왕의 턱뼈로 만든 검의 날카로움과 오러 블레이드의 파괴력, 그리고 궁신탄영의 추진력이 더해지며 내 몸은 놈의 눈알을 지나 머리 내부로 진입했다.
그러는 순간에도 회전은 멈출 줄을 모르고, 놈의 두개골 내부를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콰드득! 콰득! 쿠콰콰쾅!
파육음과 폭발음이 무수하게 터져 나왔다.
검 끝에 걸린 놈의 머리 내부의 뼈와 모든 기관들은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분쇄됐다.
그리고 결국.
콰아아앙!
마지막 반대쪽의 단단한 두개골을 깨부순 나의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
눈알을 관통해 뒤통수로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3초.
엄청난 속도라는 건 부정할 수 없었고.
[그어어- 어….]
그토록 거대하던 괴수의 몸이 바닥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쿠우우우웅!
광대한 시험의 관문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떠오른 메시지는.
[마력 4.3을 포식했습니다.]
[2,000 어비스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대박이다.'
단번에 2천의 어비스 포인트를 획득하게 되다니.
전생에서는 42층의 끝 무렵에 올라서야 간신히 모을 수 있었던 만큼의 많은 포인트였건만.
시험의 관문이 시작된 지 10초도 되지 않아 2000포인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제 시작이다. 시험의 관문에서 못 해도 십만 정도의 포인트를 손에 넣어야 해.'
이 정도 속도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리고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첫 번째로 등장한 거대 괴수 말고도 작고 날렵한 괴수들이 시공의 틈 안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 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많아졌고, 크고 작은 괴수들뿐만 아니라, 중간 크기의, 그리고 간혹은 첫 번째 괴수만큼이나 거대한 괴수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러는 중에 새로운 무기에 각인 된 능력, '위엄'이 제힘을 발휘했다.
나보다 스탯의 총합이 낮은 적의 능력치를 낮추는 사기적인 능력.
게다가 그 위로 쏟아지는 지휘관의 외침까지.
속이 뻥 뚫릴 만큼 화끈한 장면들이 쉴 새 없이 펼쳐졌다.
쩌저저적!
균열의 크기가 더욱더 커졌고.
더 많은 괴수들이 쏟아졌다.
[200 어비스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20 어비스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1300 어비스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
.
끝없이 쏟아지는 어비스 포인트에 대한 메시지가 시야를 가릴 정도였다.
이제 막 20분이 지났을 무렵, 나는 잠시 뒤로 물러섰다.
몰른의 버프인 바람의 노래의 효과가 끝날 시간이 되었으니까.
'벌써 4만을 넘었다.'
이제 20분이 지났을 뿐이지만 4만이 넘는 어비스 포인트를 획득했다.
이 속도라면 1시간 안에 충분히 10만 이상의 어비스 포인트를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
시공의 틈 앞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괴수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시공의 틈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괴수들은 채 10분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만큼 지금의 내 전투력이 막강하다는 뜻이리라.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괴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으니.
'맛있겠군.'
내 눈에는 놈들이 먹잇감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삐리리-
몰른의 피리 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메시지가 떠올랐고.
[바람의 노래의 버프 효과가 적용됩니다.]
그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나는 다시 괴수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궁신탄영과 함께 내 몸이 빠르게 회전했고.
콰콰콰콰콰콰!
오러 블레이드가 괴수들의 몸을 찢어발겼다.
어비스 포인트가 빠른 속도로 차올랐고, 다량의 스탯을 포식했다.
그런데 그 순간.
[우주적 존재 몇몇이 플레이어 '한강민' 님에게 관심을 기울입니다.]
내 전생에서조차 듣도 보도 못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