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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102화 (102/277)

102화

"치르르릇!"

"키아아아악!"

전장에서 솔져 개미들을 공격하던 칼날 개미들이 허공에 괴성을 내질렀다.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왜 그러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본능적인, 혹은 직감적인 무언가가 그들의 마음을 옥죄고 있었다.

당연히 그 이유는 칼날 개미의 여왕 때문이었지만.

본인들은 인지하지 못 할 뿐이다.

정신으로 연결된 개미들에게 칼날 개미의 위험 상황은 그들에게 큰 압박감으로 다가온 것이다.

"무슨 일인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야!"

"알 수 없어! 분명 본진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은 분명하지만…."

장군 개미들이 바쁘게 모여 현재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대화를 보면 알 수 있듯, 뾰족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상황이 불리하다면, 후퇴라도 하겠지만 지금까지 칼날 개미들은 솔져 개미들을 몰이 붙일 대로 몰아붙이던 상황이었다.

만약 큰 문제 없이 전황이 유지된다면, 칼날 개미의 승리로 결판이 맺어질 것은 자명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갑자기 이런 변수가 끼어들게 되었으니.

장군 개미들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해야 하나!"

"젠장… 이 녀석들이 날뛰는 건 분명 여왕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인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 더욱더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장군 개미들의 혼란이 더해지며 전투 개미들의 혼란은 더더욱 커져만 갔다.

"어쩔 수 없다! 지금 몰아치지 않으면 그동안 우리의 모든 노력들은 거품이 되어 사라질 거야!"

"그렇겠지…."

오랜 고민 끝에 결론은 곧 한 곳으로 향했다.

"지금 본진이 공격받은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미 예상한 상황이 아니었나!"

"맞아. 어차피 본진에도 병력은 남아 있어. 웬만한 병력을 움직이지 않은 이상 본진이 궤멸되는 일은 없을 거다. 심지어 열이 넘는 장군 개미들이 여왕님을 지키고 계시니…."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다.

총공격.

이미 불태우고 있지만, 더더욱 전의를 불태우며 솔져 개미들을 몰아치는 것뿐이다.

"가라! 앞으로 가라! 여왕님께 승전 소식을 전해 드려라!"

"솔져 개미들을 단 하나도 남겨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장군 개미들이 칼날 개미들을 향해 외쳤다.

그들의 공명이 전장을 가득 메웠고, 하늘을 울렸다.

하지만 그때.

"……!"

"이 무슨…!"

장군 개미들의 전신에 소름이 돋아났다.

그들이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그런 느낌이었지만.

지금의 이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그들의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을 통해 알아챌 수 있었다.

"마,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장군 개미 한 마리가 경악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때부터였다.

칼날 개미들이 전의를 상실한 채, 솔져 개미에게 압도적으로 공격당하기 시작한 것이 말이다.

***

그 뒤로 펼쳐진 장면은 굳이 말할 것도 없을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칼날 개미의 여왕의 모든 공격 패턴은 이미 꿰뚫고 있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날카로워지는 초감각의 예리함은 칼날 개미의 모든 공격을 간파해냈다.

여왕개미의 최후의 발악조차도 모조리 막아냈고, 파훼했다.

여왕개미는 말 그대로 절망에 빠졌다.

분노와 뒤엉킨 절망감은 끔찍한 절규가 되어 성 내부를 울렸다.

그럼에도 여왕개미를 지키기 위해 달려드는 개미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캬아아아아!"

여왕개미가 다시금 포효했다.

의미 없는 포효였으며.

처절한 절규였다.

"끝내자."

나는 여왕개미를 향해 다가갔다.

이미 은신은 풀린 상태였다.

내 모습을 두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이렇다할 반격조차 하지 못하는 여왕개미.

저벅

나와 여왕개미가 가까워졌다.

검을 들어 올렸고.

부웅!

휘둘렀다.

검 끝에 여왕개미의 칼날이 닿았다.

파직!

칼날은 이렇다할 저항도 못 하고 박살이 났고.

오러 블레이드는 멈추지 않고 여왕개미의 목을 향해 내달렸다.

그리고 결국.

콰직!

"……!"

오러 블레이드가 여왕개미의 목을 가르고 지나갔다.

푸학!

잘려 나간 여왕개미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고.

툭!

여왕개미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여왕개미를 지키고 있는 칼날 개미는 하나도 없다.

장군 개미도 마찬가지다.

그토록 위엄 넘치던 여왕개미의 몸이 고꾸라졌고.

풀썩

개미들의 전장을 지배하던 칼날 개미 여왕의 초라한 최후였다.

그런데 그때.

[개미굴의 최강자를 처치했습니다.]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업적입니다.]

[당신의 업적으로 인하여 개미굴의 역사가 크게 뒤틀립니다.]

[추가 스탯 포식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올 스탯 + 30]

맙소사.

올 스탯 30이라니.

설마 이런 보상이 주어질 거라고는 나조차 생각하지 못했다.

'올스탯 30이라면… 한 번에 40레벨을 올린 것과 같은 효과다.'

사실상 말이 안 되는 수준의 보상이었지만.

내가 해 낸 일이 그만큼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뜻이기도 하겠다.

'어쨌든 이것으로 오러 블레이드 5단계로 훌쩍 다가간 것도 사실이지.'

감탄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보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솔져 개미와 칼날 개미의 싸움도 곧 끝나겠군.'

나는 미련 없이 칼날 개미들의 성을 벗어났다.

***

나는 전쟁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더 멀리 돌아갈 수도 있었다.

어차피 이제 내 목적은 달성했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굳이 전장 옆을 가로지르는 이유는 하나다.

현재 전장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역시 칼날 개미들이 수세에 몰렸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여왕개미가 사라진 녀석들에게 더 이상 싸울 힘 따위는 남아 있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놀랍군.'

솔져 개미가 칼날 개미를 몰아치고 있다고는 해도, 솔져 개미의 남은 병력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내가 여왕개미를 처치하기 전까지 칼날 개미를 그만큼 궁지에 몰아넣었다는 뜻이리라.

'다시 한번 피바람이 몰아치겠어.'

내가 처음 개미굴에 도착했을 때만 하더라도 세력의 균형은 정확히 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칼날 개미와 솔져 개미의 세력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약해졌고.

이제 곧 그 사이를 거북 개미들이 비집고 들어 올 것이다.

'그리고 호랑 개미는….'

알 수 없다.

거기까지는 내가 신경 쓸 부분도 아니었으니, 이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굳이 생각해 두지 않았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호랑 개미를 돕는 게 아니다.

그저 나의 보상을 위해 내 할 일을 했을 뿐.

'남은 일은 이제 개미들과 앞으로 개미굴에 도착할 플레이어들의 몫이겠지.'

그렇게 나는 전장의 옆을 가로질러 다시 돌아왔다.

호랑 개미들의 반군 아지트.

그리고 내가 다시 돌아온 호랑 개미들의 아지트는 꽤 달라져 있었다.

'이제 정신을 차린 건가.'

그냥 그 정도의 감회가 잠시 떠올랐을 뿐이다.

***

"오셨소."

호랑 개미의 여왕이 나를 반겼다.

분명 이미 상황을 파악해 놓았을 텐데도 들 떠 있는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확실히 정신 차린 모양이야.'

들뜨지도 않고 좌절하지도 않는 정신상태.

그것이야 말로 어쩌면 군주가 가져야 할 최적의 마음가짐일 지도 모른다.

상황을 냉철히 파악하며 현실을 온전히 직시하여 나아갈 길을 찾아내기 위한 가장 적절한 마음가짐일 테다.

"어쨌든. 나는 내 약속을 지켰다."

"알고 있소."

여왕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업적 – 이룰 수 없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뤄낼 당신을, 호랑 개미들은 영원토록 기억할 것입니다.]

[당신의 업적에 힘입어 호랑 개미들의 전체 사기가 한 달간 2배 증가합니다.]

[당신의 업적에 힘입어 호랑 개미들의 전체 전투력이 한 달간 2배 증가합니다.]

뭐, 이런 걸 바란 건 아니었다.

내게는 크게 의미가 없기도 하고.

내가 기다리는 건….

[호랑 개미의 여왕이 당신에게 줄 보상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보상을 당신에게 제공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다.

호랑 개미의 여왕이 내게 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것.

여왕개미는 내 두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투둑

"……?"

내 두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믿을 수 없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여왕개미는 자신의 턱뼈를 뜯어냈다.

"이 무슨…."

"그대 모험가들은 가지고 있는 무기에 따라 전투력이 크게 좌우된다고 들었소."

"……."

자신의 턱뼈로 무기를 만들어 사용하라는 말인 것 같았다.

물론 좋다.

개미의 등껍질과 마찬가지로 개미의 턱뼈는 훌륭한 무기 재료다.

'심지어 여왕개미의 턱뼈라면. 오리하르콘보다도 훨씬 더 훌륭한 무기 재료다.'

내 전생에서도 여왕개미의 턱뼈로 만든 무기가 거래된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옵션을 보고 검술 명가에서 천문학적인 액수를 주고 여왕개미의 턱뼈로 만든 검을 사 간 적이 있었다.

'그 무기의 주인은 김준석이었지.'

현재 검술 명가의 실세로 군림하는 플레이어.

그는 여왕개미의 턱뼈로 만든 검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삼을 정도였다.

그만큼 여왕개미의 턱뼈는 희귀하고, 훌륭한 재료였다.

하지만 개미의 턱은, 곧 개미의 상징이었고 개미의 턱이 사라지는 걸 죽음과 같이 수치스럽게 여기곤 했는데.

여왕개미가 자신의 턱뼈를 내게 직접 줄 줄이야.

'심지어 자신이 직접 뜯어 줬으니 조금도 손상되지 않은 상태야.'

만약 해밀턴이 이 턱뼈를 만지게 된다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무기가 탄생하게 되리라.

"받으시오."

여왕개미가 자신의 턱뼈를 건넸다.

일말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초연하다고 말하는 쪽이 맞을 거다.

그만큼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결의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거절할 이유는 없지."

나는 여왕개미가 건네는 턱뼈를 받아 들었고.

[재료 아이템 – 호랑 개미 여왕의 턱뼈]

>등급 : 초월

이런 메시지가 떠올랐다.

초월 등급의 아이템.

"잘 쓰겠다."

"고마웠소."

여왕개미와의 인사는 그것이 끝이었다.

그녀도 나도 서로에게 해 줄 것을 다 해 줬으니, 뒤끝도 미련도 없이 떠날 수 있었다.

[개미굴의 진행도가 100%가 되었습니다.]

[40층을 클리어했습니다.]

[41층으로 올라갈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이제 길고 길었던 개미굴 스테이지가 막을 내린 순간이다.

***

나는 잠시 후 몰른이 쉬고 있는 막사에 도착했다.

삐릭~ 삐리릭~

그 안에서는 피리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몰른이 피리도 불었던가,'

아직 미숙하기는 했지만, 나름 들을 만한 정도는 되는 연주 솜씨였다.

어쨌든 내가 막사 안으로 걸음을 옮겨 들어갔고.

"주인니이이이임!"

몰른이 소리쳤다.

"피리는 왜 부는 거지?"

"심심해서 연습하고 있었어요오오! 주인님이 저만 버리고 혼자 놀러 다니시니 할 게 없었습니다요오!"

"……."

놀러 다니다니.

내가 몰른을 칼날 개미의 성에 데려갔으면 저 녀석은 벌써 나자빠져 눈물을 쏟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굳이 타박하지는 않았다.

몰른의 저런 모습들이 외로운 탑 안에서 나름의 힐링거리기도 했으니까.

"몰른. 이제 가자. 개미굴을 떠날 때가 됐어."

"좋아요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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