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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101화 (101/277)

101화

"대, 대체 저자는 누구라는 말이냐!"

"도, 도저히 파악할 수 없습니다…!"

여왕개미의 방.

그 안에 모여 있는 장군 개미와 여왕개미는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졌다.

분명 조금 전 침입자가 성벽 내부로 잠입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설마 성 내부에 잠입하는 것까지 성공할 줄이야.

충격은 그뿐만이 아니다.

분명히 보고로 듣기에는 '무리'라고 했다.

그 정체는 파악할 수 없지만 분명 다수가 성벽에 잠입해서 이곳저곳에서 소란을 벌이고 있다고 했었는데!

"한 명이지 않으냐! 고작 저 한 명을 막지 못해 성벽이 뚫리고, 나의 성이 이토록 망가진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말이야!"

여왕이 소리쳤다.

그 순간에도 여왕의 방 너머에서는 쉴 새 없는 굉음이 몰아치고 있었다.

칼날 개미들이 죽어가고 있었고, 저 밖에서 울리는 진동이 여왕개미의 방까지 전해졌다.

후두둑!

여왕개미 방의 천장에서 바위 파편들이 떨어져 내렸다.

정말이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믿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이제, 이제… 곧 나의 세상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솔져 개미를 쳐부수고, 그 기세로 거북 개미까지 정복한다면.

개미 세계를 일통하여 제왕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그 모든 게 무너져 버릴지도 모를 상황이다.

정체도 알 수 없는 '단 한 명'의 누군가 때문에.

도저히 납득 할 수 없었고.

납득해서는 안 될 일이다.

"내가, 내가 나서겠다!"

칼날 개미의 여왕이 외쳤다.

"아니되옵니다!"

"그것만은 아니되옵니다! 대업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여왕께서 부상이라도 당하고 만다면…!"

장군 개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여왕개미의 결정을 만류했다.

만약 여기에서 여왕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동안의 모든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어 버릴지도 모를 일이지 않은가.

하지만 여왕개미도 그만큼 필사적이다.

자신이 직접 낳은 개미들이 죽어가는 이 순간에 두 눈을 뜨고 그들의 아픔을 외면한다는 것은.

'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오랜 싸움에 많이 지쳐 있다고는 하나, 여왕개미는 여왕개미다.

여왕개미는 강하다.

그 어떤 개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지어 모든 개미들 중 가장 강성한 세력을 구축한 칼날 개미의 여왕이라면 두말 할 것도 없으니.

"나를 막을 것이라면! 너희는 이곳에 머물러 있으라!"

여왕개미가 소리쳤다.

그 말에 장군 개미들도 더 이상 여왕개미의 결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콰콰쾅! 쿠쿠쿠쿵!

그 순간에도 밖에서 쉴 새 없이 울려 퍼지는 굉음은 가까워지고 있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여왕개미의 방과 가까워지고 있으니.

여왕개미는 더 이상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반드시 저 괴인을 내 손으로 처단할 것이다."

여왕개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명을 일으켜 저 밖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칼날 개미들에게 말했다.

[도망쳐라. 살아남아라. 나의 아이들아!]

'……!'

하지만 들려오는 응답은 없다.

그 말은 무엇인가.

칼날 개미들이 여왕개미의 명령에 불복한다는 것인가.

아니다.

그럴 수는 없다.

개미들에게 여왕개미의 공명이 담긴 명령은 절대적이었으니까.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하나다.

살아 있는 개미가 없다는 것.

'그것이, 그것이….'

정녕 가당키나 한 말인가.

하지만 그 순간.

콰아아아앙!

다시 한번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이 일어난 건, 여왕개미의 방 바로 앞이었다.

쿠르르릉!

여왕개미의 방으로 향하는 문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저벅

발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누구도 서 있지 않았다.

아니, 서 있었지만 보이지 않았다.

***

드디어 도착했다.

그리고 길고 길었던 개미굴에서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시간이 도래했다.

'칼날 개미의 여왕.'

과연 그 위엄은 나조차도 조금은 위축될 정도였다.

단순히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이토록 강대한 세력을 구축하고, 또 수만, 어쩌면 수십만에 이를 수도 있는 병력을 혼자 이끄는 '거대 집단'의 지존이니까.

'대단하군.'

내심 감탄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키에에에엑!"

여왕개미가 소리쳤다.

당연히 무슨 말인지는 알아 들을 수 없었다.

"캬아아아아!"

다시 한번 소리치는 칼날 개미의 여왕.

그녀의 외침 한 번에 엄청난 풍압이 몰아쳤다.

온몸이 저릿할 정도의 풍압이다.

어차피 대화는 의미가 없다.

의사소통이 불가능한데 무슨 대화라는 말인가.

'한 시가 아까운 순간이다.'

이 시간에도 오우거의 신체의 지속 시간은 소모되고 있는 중이었으니.

'움직이자.'

나는 곧바로 검을 치켜 들고 달려들었다.

여왕개미 앞으로 열 마리가 넘는 장군 개미들이 움직였고.

동시에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귀찮은 것들.'

여왕개미는 몰라도, 장군 개미에게서는 조금의 위압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칼날 개미의 장군이지만, 지금 벌써 몇 마리나 어렵지 않게 처치해 온 참이었으니까.

콰아아앙!

먼저는 지휘관의 외침이다.

"치르르릇!"

지휘관의 외침의 파동이 놈들을 엄습한 순간 녀석들은 날개를 뻗치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놈들의 몸 위로 치솟은 칼날들이 맹렬히 진동했고.

콰아아앙!

검을 휘둘러 놈들을 강타했다.

앞에 서 있던 세 마리의 장군 개미들의 칼날이 산산이 박살 나고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몸을 비틀며 검을 휘둘렀다.

카아아아앙!

다급히 내 검을 막기 위해 칼날을 곤두세운 장군 개미들.

하지만 역시나 오우거의 신체가 더해진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 내지 못했고.

콰드득! 콰아아앙!

세 마리의 장군 개미들의 몸이 터져 버렸다.

그것이 시작이다.

장군 개미들이 나를 전 방위로 둘러싸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쏟아냈지만.

나는 이미 초감각을 통해 놈들의 모든 움직임을 꿰뚫고 있는 상태다.

감히 놈들은 내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었으니.

카아아앙! 콰아앙! 콰콰쾅!

내 검이 놈들의 몸을 한 번씩 강타할 때마다 굉음과 함께 커다란 폭발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허공으로 비산하는 놈들의 칼날 파편은 여왕의 방 벽을 향해 날아들어 박혔다.

어느새 여왕개미의 방 내부에는 무수한 장군 개미들의 칼날로 수놓아졌다.

그리고 다시 한번.

'지휘관의 외침.'

콰아아앙!

또 한 번의 폭발과 함께.

"캬아아아아아!"

"키에에에엑!"

버티지 못하고 반 이상의 장군 개미들의 몸이 터져 버렸다.

"치르르르…."

"키르르륵…."

남아 있는 장군 개미의 수는 고작 넷.

그마저도 간신히 서 있기만 하는 수준이다.

'아직 오우거의 신체는 10분 조금 넘게 남아 있으니.'

여왕개미를 쓰러트리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으리라.

부웅!

다시 검을 휘둘렀다.

서 있는 장군 개미들을 향해.

콰득!

놈들은 그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쓰러졌고.

"다시 해 볼까."

여왕개미를 보며 말했다.

내 말을 알아 듣지는 못했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 지는 분명 녀석도 느꼈으리라.

안쓰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동정심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애초에 인간도 아니었으니, 딱히 동정을 느낄 이유도 없었거니와.

내가 돕는 호랑 개미를 그토록 몰락시킨 것도 결국 칼날 개미의 여왕이지 않던가.

중요한 건 하나다.

약육강식, 강자생존.

그것 말고는 이 세계에서 그 어떤 논리도 통용되지 않는다.

***

여왕개미는 분노했다.

자신이 끼어들 틈도 없이 장군 개미들이 모조리 사라졌고.

자신의 방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는 역시 자신이 직접 낳았던 개미들이 온몸이 갈가리 찢긴 채 바닥을 뒹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자신 앞으로 누군가가 한 걸음 내디뎠다.

여전히 보이지는 않지만, 칼날 개미는 어렴풋이 상대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여왕개미의 극도로 발달된 오감 덕분이다.

우우웅!

'모험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존재는 모험가였다.

날렵하고 근육이 발달된 몸매에, 날카로운 이목구비.

개미에 비하면 왜소하고 허약하기 그지없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녀도 알고 있다.

'인간들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아무리 왜소하다고 해서, 혹은 몸집이 크다고 해서.

보이는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아무리 겉모습과 진짜 힘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저 인간이 보유한 힘은 여왕개미의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이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다.

저 인간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자신은 칼날 개미들의 지존이며 여왕이었다.

결코 무너질 수는 없었고.

온 힘을 다해서라도 저 인간을 죽이리라고 마음먹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도 강하니까.

그리고 그 순간.

콰드드드득!

여왕개미의 발에서부터 칼날이 무수히 치솟기 시작했다.

땅 속에서부터 솟구치는 칼날은 여왕개미의 방 전체를 가득 메웠고.

순식간에 강민을 향해 뻗어 나갔다.

그 순간 강민의 눈이 꿈틀댔다.

***

'이거다.'

이미 알고 있었다.

칼날 개미 여왕의 필살기.

그녀의 발길이 닿는 모든 곳에서부터 강철 이상의 강도를 자랑하는 칼날을 뽑아내는 능력.

알고 있다면, 당황할 이유는 없다.

이미 대책을 세워놨으니까.

지휘관의 외침으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나를 향해 칼날들이 쇄도하고 있는 그 사이.

콰아앙!

지휘관의 외침을 사용했다.

지휘관의 외침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숫자는 최대 백 오십.

칼날의 수는 백 오십을 훌쩍 넘을 테지만, 그 정도로 충분하다.

쩌저적!

지휘관의 외침의 효과 범위에 포함된 칼날들이 순식간에 균열을 일으켰다.

그리고 나는 한 점을 바라보며 검을 휘둘렀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쪽의 조건은 두 개다.

여왕개미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는 방향이고, 칼날들이 가장 많이 파괴되어 있는 부분.

쿠드드득! 콰아아앙!

순식간에 수십 개의 칼날이 산산이 박살났다.

여왕개미의 호흡이 조금 다급해진 것이 느껴졌다.

설마하니 내가 이토록 쉽게 자신의 공격을 파훼해 내리라고 생각하지는 못했겠지.

그리고 다시 몸을 날렸다.

이번에는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 상황을 대비하여 대용량 지속 회복 포션을 복용해 놓았으니 큰 문제는 없다.

타아앗!

말을 굴렀다.

여왕개미를 향해 내 몸이 쇄도했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나와 여왕개미.

물론 여왕개미도 그냥 당해 주지는 않는다.

그녀의 몸 곳곳에서 칼날들이 치솟았다.

치솟는 칼날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카아앙!

허공에서 불똥이 튀어 올랐다.

허나 여왕개미의 칼날은 결코 내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 낼 수는 없었다.

여왕개미의 몸에 돋아난 칼날이 잘려나갔고, 그 틈에서 여왕개미의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하지만 여왕개미는 당황하지 않은 채 양 주먹에서 2m에 이르는 칼날이 뽑아냈다.

휘이익! 휙!

여왕개미가 양손에서 치솟은 칼날을 휘둘렀다.

분명 위협적인 공격이기도 했지만, 내 눈에는 최후의 발악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내 위치도 볼 수 없는 상황일 테니, 여왕개미의 공격은 허공을 가로지르는 경우도 빈번했다.

그나마 나에게 향하는 눈먼 공격조차 어렵지 않게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러 여왕개미의 칼날을 쳐냈고.

콰직! 파지직!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여왕개미의 호흡은 더더욱 거칠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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