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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98화 (98/277)

98화

"커헉!"

오러가 놈의 복부를 파고들고 놈의 내장을 태웠다.

놈의 입에서는 피가 쏟아졌다.

하지만.

꽈아악!

"……!"

놈은 오러를 맨손으로 붙들었다.

나도 솔직히 적잖이 놀랐다.

그리고 검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젠장.'

나도 온 힘을 다해 저항했지만, 기어코 놈은 검을 완전히 뽑아냈고.

빠악!

나의 배를 걷어찼다.

그 충격에 나는 뒤로 조금 밀려났고, 놈과 나의 거리가 벌어졌다.

"허억…. 허억…."

놈은 거친 숨을 내뱉었다.

아직도 입에서, 그리고 검에 찔린 배에서 피가 쏟아져 내렸다.

괴물 같은 녀석.

설마 배에 오러가 박힌 상태로도 저런 괴력을 내뿜다니.

명가의 직계라는 것들은, 확실히 급이 다른 괴물들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놈의 상처가 회복되고 있었다.

혈계 파생 능력인 '자기 회복'이라는 능력 때문이다.

나도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하나 꺼냈고.

벌컥

한입에 모조리 삼켜버렸다.

뒤틀렸던 근육과 관절들이 회복기 시작했다.

"누, 누구…냐. 어디 소속인 것이야!"

놈이 소리쳤다.

대답해 줄 이유가 없다.

솔직히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것 같지는 않다.

놈의 목적은 하나겠지.

'시간을 끄는 것.'

몸이 회복시키기 위한 속셈이라는 말이다.

그런 틈을 줄 생각은 없다.

[03:21]

앞으로 남은 시간은 3분 남짓.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지 않은가.

타앗!

다시 발을 굴렀고.

놈을 향해 날아들었다.

놈은 궁신탄영을 사용해 나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커읍!"

몸을 구부려 그 폭발적인 추진력을 이용하는 궁신탄영이다.

제아무리 놈이라고 해도, 복부가 관통된 상태에서 궁신탄영을 제대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기어코 놈은 궁신탄영을 시전했다.

배를 부여잡은 상태로.

그렇다고는 해도 고작 2m 정도 이동한 게 전부였다.

그 사이에 뇌전검의 쿨타임이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다시 뇌전검을 사용했다.

이 순간을 위해 조금 전 다시 사용하지 않고 아껴 둔 것이다.

치지직!

오러 블레이드 위로 다시 한번 전류가 솟아났고.

타아앙!

나는 금세 놈과 거리를 좁혔다.

"……!"

놈의 눈이 커졌다.

휘이익!

검을 휘둘렀고.

카아아앙!

놈은 팔목을 들어 내 공격을 방어했다.

하지만 놈은 지쳤다.

"크흡!"

기함을 터트렸고.

놈의 균형이 흐트러졌다.

빠악!

나는 놈의 하체를 걷어찼다.

마치 쇳덩이를 걷어찬 것만 같았다.

아프다.

아마도 녀석은 고통을 느끼지 못할 거다.

그렇다고 내가 손해를 봤다고는 할 수 없다.

내가 놈의 발목을 걷어찬 순간, 흔들리던 놈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으니까.

"크아아!"

놈이 괴성을 내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고꾸라지는 녀석을 향해 다시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아래에서 위로.

내 검이 향하는 방향으로 놈의 상체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닿았다.

푸학!

조금 전, 정확히 오러 블레이드가 관통했던 그 부분.

"커허억…."

이번에는 버텨내지 못할 거다.

아직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고.

같은 곳을 두 번이나 오러 블레이드에 공격당했으니.

제아무리 체술 명가의 플레이어라고 해도 버텨낼 수는 없을 것이 확실하다.

촤학!

나는 검을 뽑아 들었다.

풀썩!

놈이 무릎을 꿇었다.

한 손으로는 다시 관통당한 배를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몸이 쓰러지지 않도록 바닥을 짚은 채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있는 방향을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보이지도 않을 것인데, 내 위치를 정확히 파악했다는 뜻이다.

심지어 이제는 두 눈을 뜨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놈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투기는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다 죽어가는 이 시점에서 오히려 더 거세게 전의가 타오르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집념이다.'

평범한 플레이어였으면 이미 모든 전의를 상실한 채 생명을 구걸할 텐데.

과연 명가에서는 도대체 후계자들에게 어떤 훈련을 시키는 건지 궁금해질 정도다.

'그렇다고는 해도.'

더 이상 가망은 없다.

놈의 생명의 불꽃은 점점 꺼져가고 있었고.

싸우기는커녕, 몸조차 움직이기 힘들 테다.

[01:54]

남은 시간은 2분 남짓.

저벅

놈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고.

은신을 해제했다.

"……!"

내 얼굴을 확인한 놈의 동공이 흔들렸다.

물론 나를 알아본 것 같지는 않다.

내 이름은 알려졌지만, 아직 내 얼굴은 드러나지 않았으니까.

"마지막 예우라고 생각해라."

내 얼굴을 보여준 것 말이다.

얼굴도 못 본 사람에게 죽는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는가.

검을 들어 올렸다.

"감히, 감히… 감히이이이!"

파각!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는지는 듣지 못했다.

놈의 마지막 한 마디가 끝나기 전, 오러 블레이드가 녀석의 심장을 관통했으니까.

"꺼어…."

놈의 몸이 기울어졌고.

"억…."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놈의 숨은 끊어졌다.

['궁신탄영 – 혈계 파생'의 포식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궁신탄영 – 혈계 파생'을 포식하시겠습니까?]

[필요 포식 포인트 : 80,000p]

'이 정도 능력에 8만 포인트라면 거저나 다름없지.'

[포식 포인트 80.000이 차감됩니다.]

['궁신탄영 – 혈계 파생'을 포식했습니다.]

['궁신탄영 – 혈계 파생'이 플레이어 '한강민'의 상태창에 각인됩니다.]

첫 번째 혈계의 능력을 손에 넣은 순간이다.

'파생이긴 하지만. 충분히 훌륭한 능력이지.'

이걸로 칼날 개미를 무너트릴 새로운 무기를 손에 넣게 된 셈이다.

***

"아까 저기에서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요?"

"그런 것 같긴 한데…. 싸움이 벌어졌나 보죠, 뭐."

몇몇 플레이어들이 조금 전 특임대가 떠났던 방향.

그리고 최연빈과 강민이 전투를 벌였던 그곳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눴다.

이미 칼날 개미들과 솔져 개미들의 싸움은 벌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플레이어들은 싸움을 시작하지 않았다.

플레이어가 싸움에 임하는 것은 조금 뒤다.

그들은 야구로 치자면 마무리투수다.

그건 여왕개미의 지시 사항이었다.

아직은 싸움의 상태를 관망하며 그들이 개입할 타이밍을 재고 있던 중이었다.

"하긴. 최연빈 씨가 있는데 무슨 싸움이 났더라도 상대는 개박살이 났겠군요."

"의심할 필요도 없지, 뭐. 하여간 대단하긴 하네. 어떻게 적이 습격할 위치를 정확히 알고 간 걸까요."

"명가잖아요. 체술 명가가 명가 중에서 떨어진다고는 해도…. 비교 대상들이 워낙 말도 안 되는 것들이니까."

"쩝…."

그 이후로 이런저런 푸념들이 이어졌다.

그들에게 있어서 명가의 플레이어들이란 너무도 독보적인 존재였고.

감히 닿을 수조차 없을 만큼 높은 곳에 군림하는 이들이었으니까.

"다들 너무 그렇게 생각하진 마요. 그래도 우리가 여기까지 올라왔으면 꽤나 잘 한 거니까요. 앞으로 계속해서 올라가 보면 우리도 빛 볼 날이 올 겁니다."

그렇게나마 스스로를 위로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조금 더 시간이 흘렀을 때.

"집중! 이제 곧 우리가 진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 본대의 리더를 맡고 있는 사람의 외침이 들려왔다.

'드디어….'

'하나 제대로 해 보자.'

'인생역전 해 보자고.'

누군가는 생존을 위해.

누군가는 성공을 위해.

다시금 자신의 무기를 고쳐 잡고,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플레이어들이 개미들의 전장터를 향해 몸을 내던졌다.

***

나는 곧바로 칼날 개미를 치지 않았다.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드디어 그 때가 왓다.

싸움이 본격적으로 불을 붙고, 뒤를 따르던 플레이어들마저 싸움에 뛰어든 지금 이 순간.

'아직도 본진에는 병력이 남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동안 지켜본 결과 저 병력은 움직이지 않을 병력이라는 게 확실해졌다.

칼날 개미 측에서도 온 힘을 다한다고는 하지만, 본진을 지킬 병력은 남겨둬야 할 테니까.

'아직도 꽤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만 해줘도 감지덕지지.'

게다가 궁신탄영이라는 능력이 생긴 이상, 나의 기동력은 이전과 비할 바가 아니다.

거기에 은신 능력까지 더해진다면, 본진에 남아 있는 병력 정도로는 절대로 나를 추적할 수 없으리라.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이제야 칼날 개미와의 싸움을 위한 준비 작업이 끝났을 뿐이다.

칼날 개미는 알다시피 개미들 중 가장 강성한 세력.

여왕이 있는 곳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관문들을 통과해야 한다.

'저 성.'

성이다.

칼날 개미의 왕국은, 말 그대로 왕국이었으니.

사자 개미나 호랑 개미의 허름한 본진 따위와는 궤를 달리하는 방어력을 자랑할 것이다.

'이제 움직이자.'

은신을 사용하기 위한 모든 마력이 재충전됐다.

오우거의 신체를 다시 사용하기 위해서는 대략 30분의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여왕개미를 만나기 전에는 오우거의 신체의 쿨타임도 다시 돌아올 테다.

그렇게 나는 칼날 개미들의 본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가장 앞에 보이는 건, 거대한 성벽이다.

웬만한 물리력으로는 감히 무너트릴 엄두도 나지 않는 성벽.

먼저 초감각을 통해 성벽 위의 병력 상황을 체크했다.

'비어 있는 곳이 있다.'

나는 은신을 사용한 채 병력이 비어 있는 위치로 움직였다.

그 아래에 도착한 뒤 나는 몸을 굽혔다.

그리고.

타아아앙!

내 몸이 하늘로 솟구쳤다.

궁신탄영이다.

궁신탄영이라면 이 정도 성벽 따위야 어렵지 않게 넘어설 테니까.

그리고 예상대로 내 몸은 한순간에 하늘 위로 치솟았다.

타앗

가볍게 착지했다.

최대한 병력이 비어 있는 곳으로 올라왔지만, 청각에 예민한 개미들은 내 기척을 느끼고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나는 숨조차 쉬지 않은 채로 내 모든 기척을 지웠다.

잠시 주변을 경계하던 칼날 개미들이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갔다.

나는 다시 몸을 움직였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성벽 위를 지키고 있는 지휘관 개미의 근처로 접근한 순간.

푸학!

놈의 가슴팍을 꿰뚫었고.

[마력 2를 포식했습니다.]

"키야아아악!"

"키에에엑!"

다시금 개미들이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며 습격당했다는 사실을 다급히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은신을 사용한 채로 정벽 위의 개미들을 하나씩 베어 넘겼다.

내가 개미들을 베어 넘기는 도중에도 성벽 먼 곳에서부터 지원 병력이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곧바로 나는 한 곳을 바라봤다.

이쪽으로 병력이 몰리면서 자연스레 병력의 공백이 생긴 장소다.

'그럼….'

다시 나는 몸을 굽혔고.

콰아아앙!

궁신탄영을 사용했다.

내 몸이 총알과도 같은 속도로 병력의 공백이 생긴 위치로 날아들었고.

쿠웅!

자세가 조금 흐트러진 나머지 착지하며 약간의 데미지를 입었다.

'확실히 컨트롤하는 게 쉽지는 않아.'

처음이라서 그렇다.

몇 번 쓰다 보면 적응이 될 것이다.

그보다 궁신탄영 자체도 몸에 큰 무리가 가능 능력인 것 같다.

아무래도 신체의 근육을 순간적으로 압축과 팽창시키는 능력이기 때문이리라.

이걸 그렇게 무식하게 사용해대는 체술 명가 놈들의 몸뚱이는 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건지.

잠시의 푸념과 함께 나는 개미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조금 전 내가 습격했던 곳에 모였던 녀석들은 내가 사라진 뒤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대고 있었고.

방금 착지와 함께 일어난 소음 덕에 몇몇의 개미들이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어쨌든 이것으로 성에 잠입하는 1차 관문은 통과한 셈이다.

나는 그 다음 목적지를 바라봤다.

'이번에는 성 내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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