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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87화 (87/277)

87화

두 마리의 장군 개미.

놈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놈들 모두가 호흡이 거칠어졌고, 정신없이 주변을 살피며 공명을 터트려대고 있으니.

미쳐 날뛰는 개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쓰는 중이라고 유추할 뿐이다.

하지만 장군 개미 둘이서 잠재우기에는 너무 큰 혼란이다.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미들의 혼란은 조금도 누그러들지 않았으니까.

결국 참다 못 한 장군 개미 한 마리가 가장 날뛰는 사자 개미 몇 마리의 머리를 깨부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포효하며 광범위로 자신의 공명을 퍼트렸다.

그렇게 하고 나서야 혼란은 조금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대단하군.'

하지만 거기까지다.

아직도 나는 바위 위에 여유롭게 걸터앉아 있었건만.

내 존재를 발견한 사자 개미는 한 마리도 없었다.

'조금만 더 기다린다.'

두 마리의 장군 개미가 진정시킬 상황은 아니다.

그러니 놈들은 다른 장군 개미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리라.

적어도 하나.

아니면 두 마리의 장군 개미가 가세해 줘야 그나마 진정될 수 있는 혼란이었으니.

'많은 수가 와줄수록 좋다.'

내 먹잇감의 수가 늘어날 테니까.

잠시 후.

내 예상대로 장군 개미 한 마리가 더 포착됐다.

아니, 한 마리가 아니다.

'총 세 마리.'

세 마리의 장군 개미가 가세했다는 말이다.

추가된 세 마리까지 처치하면 총 여덟의 장군 개미를 처치하게 되는 것이고.

사자 개미들이 보유하고 있는 장군 개미는 순식간에 일곱밖에 남지 않게 되리라.

나는 다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장군 개미 세 마리가 모여 있는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제야 나를 발견한 사지 개미들이 다시 미쳐 날뛰기 시작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벌써 내 첫 번째 공격은 장군 개미 한 마리의 몸통을 가르고 지나간 뒤였으니까.

***

사자 개미의 진영.

"뭐, 뭐라!"

여왕개미가 소리쳤다.

지금 계속해서 들려오는 전황은 그녀를 큰 충격에 빠트렸다.

"다, 다섯! 다섯이 저항도 못 하고 죽었다는 게…! 그 말이 정말 사실이냐!"

"그, 그렇습니다.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사실 여덟이지만.

추가된 세 마리의 사망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만큼 강민은 빠른 속도로 사자 개미들의 수를 줄여가고 있었다.

여왕개미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 않는가.

분명 준비는 완벽했다.

호랑 개미가 지키고 있는 1차 완충 지대.

그리고 본진의 최전선에는 장군 개미와 통신 개미들을 곳곳에 배치해 놨으니.

칼날 개미, 혹은 솔져 개미가 아니라면 그 어떤 개미들의 공격이라도 방어해 낼 수 있을 만큼 훌륭하다고 생각했건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라는 말이야.'

여왕개미의 시선이 갈 곳을 잃었다.

급격하게 현기증이 밀려 올라왔다.

"아, 아직도 침입자가 누구인지는 파악되지 않은 것이냐!"

"그, 그것이…."

파악이 됐을 리가 없지 않은가.

심문은커녕 이 순간에도 사자 개미들이 셀 수 없이 썰려 나가고 있는 상황인데.

대체 어떻게 배후를 밝혀낼 수 있을까!

"호랑 개미 측의 피해 상황은?"

결국 여왕도 호랑 개미를 의심하게 되었다.

침입자가 너무도 쉽게 본진으로 진입한 이상, 호랑 개미를 의심하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무,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

"호랑 개미의 피해 역시 엄청나다고 합니다. 현재 호랑 개미 측의 병력이 급격하게 줄어 본진에서 다급하게 병력을 충원 중이라는…."

보고하던 사자 개미는 차마 말도 잇지 못했다.

여왕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여왕의 더 큰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호랑 개미의 병력까지 줄었다는 건… 호랑 개미도 범인이 아니라는 뜻이지 않은가.'

호랑 개미의 병력이 급격히 줄었다던 그 보고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결코 공격당해서 수가 줄은 건 아니다.

알다시피 강민을 들여보낸 건, 호랑개미였고.

강민 역시 호랑개미들의 털끝조차 건드리지 않았으니까.

이건 오롯이 호랑 개미 여왕의 계책이었다.

강민도 알지 못하는 계책.

설명하자면 이렇다.

여왕은 은밀하게 사자 개미의 진영으로 향한 호랑 개미들에게 지시했다.

강민이 통과하면, 그 즉시 병력의 다수를 후퇴시키고, 사자 개미들의 눈을 피해 숨어 있으라고 말이다.

그리고 강민이 통과한 즉시, 호랑 개미들은 여왕의 말대로 병력을 호랑 개미 진영와 먼 곳으로 숨겼고.

덕분에 호랑 개미의 병력에도 큰 공백이 생기게 된 것이다.

사자 개미들이 외곽에 호랑 개미만을 채워 놨기 때문에 실행 가능한 전략이었다.

만약 사자 개미 측에서 호랑 개미를 감시하기 위해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어도.

호랑 개미가 사자 개미들의 시선을 피해 병력을 숨기는 일은 불가능했으리라.

이것 역시 사자 개미의 실착이었고

사자 개미들은 더 커더란 혼란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그 이후로 쉴 새 없이 들려오는 보고는 처참하고 처참했다.

패퇴.

대패.

괴멸.

사자 개미의 전장 전역에서 지휘관 개미와 장군 개미들의 사망 소식이 속속들이 전해져 오고 있었다.

"아아아…!"

쿵!

결국 여왕개미는 몰아치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여, 여왕니이이이임!"

***

이렇게 쉬워도 괜찮은 건가.

내가 세웠던 계획보다 너무 일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벌써 열 마리.'

내가 처치한 장군 개미의 숫자다.

너무 빠르게 사자 개미들을 학살하며 움직인 결과, 미처 도망치지 못한 장군 개미들은 결국 내 검 앞에 전장의 이슬이 되어 흩어졌다.

'그래도 이제 슬슬 한계에 봉착했다.'

내 체력도 체력이지만, 남은 다섯 마리의 장군 개미들은 더 이상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디 숨어 있는지 코빼기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럼 이제 나도 선택을 해야 한다는 말인데.'

오늘과 내일, 이틀에 걸쳐 사자 개미를 쓰러트릴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무리를 해서 오늘 여왕의 목을 베어 버릴 것인지 말이다.

'아까 먹어 놓은 스태미너 물약 덕분에 아직 움직일 여력은 충분하다.'

그렇지만 이제 문제는 여왕개미의 성 안에 잠입해야 한다는 거다.

더 이상 장군 개미들은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았고.

지금의 상황에서 여왕개미가 직접 제 발로 걸어 나올 일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내 마음대로 날뛸 수 있는 비교적 넓은 전장에서 싸우는 것과 비좁은 성 내부에 잠입해서 싸우는 건 명백히 다르다.

성 내부에서 훨씬 더 움직임의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 좁은 공간에 전장에 모여 있던 수많은 사자 개미들이 밀려 들기라도 한다면.

'초감각으로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

하지만 내일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사자 개미들의 수는 많지만 내게 쫓기는 입장.

그 말은 즉, 녀석들은 밤새 언제 내가 공격할지 모른다는 압박감에 시달려야 한다는 뜻이고.

나는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놈들을 공격할 수 있게 되리라.

'조금 고생하고 시간을 아끼느냐, 아니면 시간이 걸려도 더 편한 길을 가느냐는 건데….'

그때였다.

"캬아아아아아!"

"갸아아아아악!"

개미들의 괴성이 다시 한번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뭐지?'

호랑 개미에서 공격한 건가?

아니다.

그럴 리는 없다.

녀석들은 지금 병력을 하나라도 아껴야 할 상황이었고.

나에게 온전히 맡기기로 한 입장에서 굳이 싸움을 벌일 필요는 없다.

'그러면 혹시….'

거북 개미.

어쩌면 거북 개미가 사자 개미를 공격한 것일지도 모른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추측이야.'

개미들은 전쟁에 전쟁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첩보망이 극도로 발달되어 있었으니.

현재 사자 개미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모든 개미들에게 전해졌으리라.

'그렇다면 거북 개미가 지켜만 보고 있을 리는 없겠지.'

거북 개미라는 확신은 없지만.

어쨌든 새로운 변수가 끼어들며 내 선택지는 빠르게 한 곳으로 쏠렸다.

'지금 여왕을 베어야 한다.'

거북 개미에게 여왕을 처치하는 공로를 빼앗길 수는 없다.

게다가 거북 개미들과 싸우게 된 이상 외부의 병력들은 성 내부로 들어 올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거북 개미들이 나를 도울 줄이야.'

예상 못한 호재다.

이렇게 된 이상 고민 할 이유는 없었고.

나는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

성문 앞에 모여 있는 사자 개미들을 베어 넘겼고.

성문을 박살냈다.

성 내부에는 오히려 병력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사자 개미의 왕국은, 명색이 왕국일 뿐 실상은 호랑 개미보다 조금 나은 수준에 불과했다.

간단히 말해서, 나를 막을 수 없었다는 뜻이다.

성 내부로 침입하고 오래지 않아 나는 성 깊은 곳까지 잠입할 수 있었다.

밖에서 벌어진 싸움으로 외부에서 유입되는 병력도 없었으니.

오히려 바깥에서 사자 개미들과 싸우는 것보다 더 간단한 작업이었다.

속으로 거북 개미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전했고.

'여기군.'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이 너머에 여왕개미가 있다.

초감각으로 확인했으니 확실하다.

'남은 다섯 마리의 장군 개미도 모두 이 안에 있고.'

여기에 모여서 소꿉놀이를 하고 있을 리는 없고.

결사 항쟁이라도 할 셈인가.

'자, 상판이나 한 번 구경해 보자.'

여왕개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우우우웅!

나는 검을 들어 올렸다.

오우거의 신체의 효과는 이미 한참 전에 끝났지만.

충격파 만으로도 이 문을 부수는 건 무리가 없으리라.

콰아아앙!

검으로 문을 내리쳤고.

충격파의 파동이 문을 타고 흐르며 문 전체에 균열을 일으켰다.

"캬아아아아아!"

"가아아악!"

문 너머에서 다급한 외침들이 들려왔다.

당연히 뭐라고 하는지는 알아 들을 수 없다.

다만 너무도 절박하다는 것.

그 마음만은 내 마음 깊이 와 닿았을 뿐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콰아아앙!

검으로 문을 내리친 순간.

콰지직! 쿠우웅!

문이 박살났다.

그 너머에는 사자 개미들 여럿이 모여 있었다.

초감각으로 확인했던 것 그대로.

'스물.'

여왕개미 하나와 장군 개미 다섯.

그리고 나머지는 여왕을 지키기 위한 병력들이겠지.

저벅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갸아아아악!"

"가아아악!"

장군 개미들 다섯 마리가 앞으로 나섰다.

여왕개미는 뒤로 물러섰다.

저벅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개미들이 뭐라고 열심히 떠들어 댔다.

시끄럽다.

저벅

다시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고.

쿵! 쿵! 쿵!

장군 개미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파각!

내 주먹질 한 번에 개미의 머리통이 터졌다.

쿵!

머리가 사라진 장군 개미의 몸이 고꾸라졌다.

[체력 0.02를 획득했습니다.]

놈이 남긴 건 0.02의 체력이 전부.

저벅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네 마리의 장군 개미는 서로 시선을 교환했고.

여왕을 향해 어떤 말을 열심히 떠들어 댔다.

그리고 동시에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열댓 마리의 개미들과 함께.

나는 오러 블레이드 위로 다시 한번 뇌전검을 중첩시키며 몸을 회전시켰다.

촤르르륵!

짙푸른 오러 블레이드와 전류가 허공에 푸른 원을 그렸고.

콰직! 콰득! 콰아앙!

나를 향해 날아들었던 스물에 가까운 개미들은 단숨에 반 토막이 난 채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저 앞에 여왕개미가 서 있었다.

여왕.

그 단어가 참 무색한 모습이다.

내 눈앞에 보이는 건, 여왕 따위가 아니다.

"갸아아아아아!"

악에 받쳐 알 수 없는 괴성을 내지르고 있는 처량한 개미 한 마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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