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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83화 (83/277)

83화

'저기다.'

이번에도 역시 몰른은 데려오지 않았다.

아쉽기는 하지만 개미굴에서 몰른의 역할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개미굴의 개미들은 소리에 굉장히 민감한 녀석들이었으니.

몰른이 버프를 위해 노래라도 시작하면 한 번에 과도하게 많은 개미들이 몰려 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당장은 문제없다.

이미 내 스탯도 크게 증가했고, 오러 블레이드도 4단계에 이르러서 당장 전투를 하는데 스킬의 지속 시간이 부족한 경우는 사실상 없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지금 목표도 역시 놈들을 완전히 박살내는 게 아니니까.'

이번의 목적도 녀석들의 본진을 휘저어 놓는 것이다.

놈들과 전면전을 시작하는 건, 놈들의 본진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

이런 식으로 놈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킨다면 결국 사자 개미는 다른 개미들과 싸우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본진을 움직이게 되는 것도 당연할 테고.

'그때 놈들의 본진을 박살내면 된다.'

이게 나의 계획이다.

당연히 녀석들의 칼날이 어떤 개미들에게 향하게 될지는 모르겠다만.

누구든 상관은 없다.

나는 어서 사자 개미를 끝내고, 개미굴의 최종 목적인 칼날 개미들을 박살내는 것이니까.

'가자.'

나는 몸을 날렸다.

이전에 이야기했던 그대로, 개미들 본진의 좌측.

한눈에 봐도 수천 마리 이상의 개미들이 득실대고 있었다.

수는 많지만 오히려 긴장감은 다소 느슨해 보였다.

은연중 녀석들도 당연히 병력이 많은 좌측보다는 우측을 치리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고마운 일이지.'

내가 생각한 대로 일이 진행된다는 건 상대에게도, 또 나에게도 늘 감사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우우웅!

충격파를 사용했고.

검이 공명하기 시작했다.

공명을 느낀 개미들이 조금은 부산스러워졌다.

하지만 아직도 내 존재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 위로.

파지직!

뇌전검의 전류가 흩뿌려졌고.

그 다음은.

화륵!

오러 블레이드가 화염처럼 검 위를 타고 피어 올랐다.

파앗!

땅을 디디며 도약했고.

그제야 개미들은 나의 위치를 파악했다.

"갸아아아악!"

"그아아아아!"

개미들이 소리쳤다.

내 존재를 알리는 것이리라.

하지만 의미 없는 짓이라는 걸 녀석들은 알게 되리라.

'지휘관의 외침.'

콰아아아앙!

나를 중심으로 굉음과 함께 거센 파동이 개미들을 한차례 휩쓸었다.

카드드득!

쿠쿠쿠쿵! 콰앙!

순식간에 백 오십 마리의 개미들이 바닥에 나자빠졌다.

그 위를 휘저으며 나는 검을 휘둘렀다.

충격파의 위력으로 개미들의 두꺼운 껍질이 박살나고 뭉개졌다.

콰직! 콰드득!

그런 녀석들을 짓밟으며 다시 도약했고, 몸을 날렸다.

오러 블레이드는 사자 개미의 두꺼운 몸을 수수깡처럼 베어 념갔다.

파지지직! 파직!

개미들의 몸을 타고 흐르는 전류는 놈들의 움직임을 둔화시킨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 위로 충격파의 파동이 놈들의 내장을 헤집었고.

'이번엔.'

돌아온 지휘관의 외침.

콰아아아앙!

다시 한번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개미들의 몸이 허공 위로 튀어 올랐다.

후두둑!

터져나간 개미들의 몸뚱이가 우박처럼 떨어져 내렸다.

수천 마리의 사자 개미들이 패닉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나와 근접했던 녀석들은 순식간에 일어난 충격적인 장면 때문에.

내 모습을 보지 못한 녀석들은 원인조차 알 수 없는 동료들의 괴성과 고통에 몸부림치는 공명 때문에.

'더. 더 혼란에 빠져서 허우적대라.'

나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몸을 움직였다.

휘릭!

카가가가각!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족히 열 이상의 개미들이 베어져 넘어간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족히 오백은 넘는 개미들이 내 손에 죽어갔다.

하지만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진짜는 이제부터다.

'이번에 최소 지휘관 한 마리는 족치고 돌아간다.'

그게 아니라면, 놈들의 본진에 들어 온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그러던 중.

'저기군.'

유난히 독특한 공명을 뿜어내며 개미들을 움직이는 녀석.

지휘관 개미가 눈에 들어왔다.

***

"뭐, 뭐라! 우측이 아니라 좌측을 공격했다고?"

지금 사자 개미들의 본진에서는 큰 동요가 일어났다.

그들은 지금 자신들을 습격했던 세력이 호랑 개미일 것이라고 70% 이상 확신하고 있던 중이었다.

모든 게 강민이 예측했던 그대로다.

"놈들이 좌측을 때렸다! 그렇다는 건 이번 사태의 범인은 호랑 개미가 아니라는 것인데…."

더욱더 머리가 복잡해진다.

호랑 개미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인가.

칼날 개미일 리는 없으니.

솔져 개미거나 거북 개미 둘 중 하나라는 뜻이다.

"현재 솔져 개미들은 칼날 개미들과 전쟁을 치르는 중입니다. 두 세력 중 그나마 우리를 공격할 가능성이 높은 녀석들은 아무래도 잠시 웅크려 세력을 키우던 거북 개미 쪽이 맞지 않겠습니까?"

"아니지! 거북 개미들은 칼날 개미를 두려워해. 그 겁쟁이들이 감히 우리를 공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칼날 개미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솔져 개미 쪽이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누가 자신들을 습격했는가.

이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첨예하게 의견들이 대립했다.

양쪽 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발언들이었으니.

쉽사리 진상을 규명해 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렇게 됐으면…."

장군 개미 하나가 몸을 일으켰다.

"직접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몸을 일으킨 장군 개미가 여왕개미를 바라봤다.

"하지만 아직 정체도 모르는 세력을 파악하기 위해 너를 보낼 수는 없다."

그는 사자 개미들의 대장군이라고 불리는 개미였다.

사실상 사자 개미들이 보유하고 있는 최강의 전력 중 하나인 셈이다.

"그렇다면 누가 가겠습니까. 이 겁쟁이들 중 이 사태의 진범을 가려낼 녀석들이 있기나 하겠습니까!"

몸을 일으켰던 개미가 여왕개미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리고 다시 장군 개미들을 바라봤다.

"나 대신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한 몸 바칠 자가 있는가!"

우렁찬 외침에 장군 개미들이 몸을 움츠렸다.

같은 장군 개미라고 할지라도, 존재감 자체가 달랐던 것이다.

잠시 고민에 빠진 여왕개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대라면 믿을 만하다. 다녀오도록."

"반드시 이 사태의 범인을 잡아서 그 배후를 밝혀내겠습니다."

쿵!

장군 개미가 육중한 몸을 움직였다.

***

콰콰콰쾅!

지휘관의 외침 한 방에 지휘관 개미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단순한 데미지를 떠나서도 지휘관의 외침과 함께 터져 나오는 강렬한 파동은 지휘관 개미를 몸 안에서부터 뒤흔들었다.

"커헙!"

지휘관 개미의 입에서 녹색 피가 한움큼 쏟아져 내렸다.

놈은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고.

"가아아아악!"

공명을 울리며 개미들을 결집시켰다.

하지만 지금 당장 주변에 나를 향해 달려들 만큼 멀쩡한 녀석은 없다.

당황한 녀석이 다시 한번 괴성을 내질렀다.

나는 망설임 없이 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카아앙!

놈이 단단한 주먹으로 내 검을 한 번 쳐냈다.

솔직히 놈의 반격에 조금 놀란 것도 사실이다.

아직도 저런 힘이 있다니.

하지만 그게 전부다.

내 검을 막아낸 녀석의 팔은 뒤틀린 채 흐느적거리며 더 이상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였으니까.

파각!

놈의 몸을 베어 냈다.

지휘관 개미의 잘려나간 상체가 바닥에 떨어졌다.

'지휘관 개미를 처치했으니….'

우선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지휘관이 사라지자 안 그래도 혼란스럽던 개미들은 더욱더 전열을 잃었고.

사방팔방 날뛰기 시작했다.

'활로를 뚫어야 한다.'

이미 생각해 놓은 구멍이 있다.

나는 다시 호랑 개미들이 기다리고 있는 반군 아지트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런데.

'…….'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흐트러졌던 개미들의 전열이 다시 질서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지휘관 개미가 있던 때보다 훨씬 더 군기가 잡힌 상태다.

고오오오오!

그리고 저 먼 곳에서 강렬한 공명이 느껴졌다.

이건 분명 장군 개미 수준이 되어야 뿜어낼 수 있는 공명이다.

호랑 개미들의 장군 개미와 만나봤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다.

'이럴수가.'

장군 개미라니.

여기에서 장군 개미가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걱정되냐고?'

그럴 리가.

'땡큐지.'

지휘관 개미 하나 때려잡고 돌아가려던 찰나, 내 눈앞에 장군 개미가 절로 나와 준다면.

그거야말로 내가 바라던 바다.

게다가 장군 개미라면 이미 한 번 상대해 본 적 있다.

내가 처음 호랑 개미들의 아지트에 도착했을 때 말이다.

'물론 지금 다가오는 녀석은 호랑 개미보다는 강해 보이지만.'

큰 의미는 없다.

그래 봐야 사자 개미다.

사자 개미라면 호랑 개미와 전투력 자체로서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1대 1의 전투에서는 호랑 개미가 더 우수할 정도였으니까.

'어디냐.'

나는 장군 개미가 뿌려대는 공명의 방향을 찾았다.

그리고 잠시 후.

쿵!

내가 방향을 찾을 필요도 없었다.

이미 저쪽에서 거대한 신형이 모습을 드러냈고, 전장을 가득 메우고 있던 개미들이 장군 개미를 위해 길을 터주고 있었으니까.

"거어어어어…."

놈이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여댔다.

그래도 대충 유추는 할 수 있다.

어디서 왔느냐, 뭐 이런 말이겠지.

"호랑 개미 쪽에서 왔다, 이 새끼야."

나도 대답해 줬다.

입꼬리를 한껏 비틀어 준 채로.

어차피 놈은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나의 시스템은 오직 호랑 개미들에게만 연결되어 있을 뿐이니까.

"가아아아아!"

놈이 다시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였다.

이런 의미 없는 대화를 더 이상 이어갈 이유는 없다.

안 그래도 장군 개미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다른 개미들의 공세가 더욱 거세졌다.

시간이 더 지난다면, 여기를 빠져나가기 더 힘들어질 것이다.

'최대한 빠르게.'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오우거의 신체.'

장군 개미를 쳐부수고 활로를 뚫는 것도 훨씬 쉬워질 것이다.

고오오오!

오우거의 신체를 사용하자 근육이 꿈틀대며 형용할 수 없는 에너지가 몸속에서 느껴졌다.

"……!"

장군 개미도 급격한 변화를 눈치챈 모양이다.

놈의 눈빛이 미세하게,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게 보였다.

하지만 제 놈도 체면이 있는 모양이다.

주변에 깔린 자신의 따까리들을 인식했는지 금세 기도를 가라앉혔고.

콰아앙!

장군 개미가 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주변을 둘러싼 수백의 개미들 역시 한 번에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멍청한 것들.'

고오오오오!

바람이 불었다.

"……!"

쿠웅!

발을 내디뎠다.

단순히 발을 디뎠을 뿐이건만 폭탄이 떨어진 것 같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내가 서 있는 땅에 커다란 구덩이가 파일 정도로.

검을 한 번 휘둘렀다.

증폭된 오러가 허공에 진한 잔상을 남기며 개미들을 베어 넘겼다.

"카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아!"

"키에에에엑!"

한 번에 전방을 가로막고 있던 수십 마리의 개미들이 산산조각 난 채로 바닥을 나뒹굴었고.

'지금.'

다시 한번 발을 굴렀다.

쿠웅!

장군 개미가 나와 지척으로 가까워졌고.

놈의 거대한 주먹이 나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멍청한 새끼.'

제 놈이 아무리 발악해 봐야 내게는 한 방 거리밖에는 되지 않는다.

눈을 마주친 순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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