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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82화 (82/277)

82화

"마, 맛이 없어요오…."

울상이 된 몰른의 앞에 놓인 건 개미들의 특식이다.

그들로서는 강민을 자신들의 귀빈으로 여기기로 했으니, 나름 신경을 써서 대접한 셈이었다.

하지만.

꿈틀 꿈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괴상한 음식이었다.

다시 한번 음식을 본 순간 몰른이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우, 우에에엑!"

그 모습을 보며 개미들은 난처한 기색을 표했다.

"여, 역시…. 인간에게는 맞지 않는 음식인가 봅니다."

"어떡하면 좋겠는가. 우리에겐 인간이 먹을 만한 음식이 없는 것을."

"좀 참고 먹어 보시오. 어쩔 수 없소. 당신의 동료가 도착하기까지는 앞으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인데."

개미들이 몰른에게 특식을 제공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강민은 몰른이 먹을 수 있을 만한 음식을 남겨 두지 않았다.

하지만 개미들이 생각하기로, 강민이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며칠이 걸릴 것이 분명했으니까.

"며칠을 쫄쫄 굶을 생각인가? 우리 개미와는 다르게 인간들은 하루, 이틀만 굶어도 움직이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먹어라. 너의 동료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더니 흘끗 주변을 살핀다.

여왕이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여왕이 이 자리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개미가 말했다.

"사실 다시 못 올 것 같기는 하지만…. 쯧."

"아, 아닙니다요! 주인님은 꼭 돌아오실 겁니다아아!"

몰른이 소리쳤다.

하지만 장군 개미는 오히려 코웃음을 쳤다.

"이봐들! 정말 그 녀석이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해? 아무리 강해 봐야 인간이야. 고작 인간이 사자 개미들과 혼자 싸우겠다니! 허!"

그가 주변의 장군 개미들을 둘러봤다.

다른 개미들도 머뭇대고는 있지만 딱히 반박하지는 않았다.

그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기도 하다.

애초에 개미들의 입장에서 인간이란 육체적으로 한참이나 떨어지는 열등한 종족이다.

자신들도 칼날 개미는커녕 사자 개미들에게 밀려 이곳까지 밀려났건만, 어떻게 인간이 그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낸다는 말인가.

그런데 그때.

저벅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

개미의 발걸음 소리가 아니다.

이건 분명 인간의 발소리였고.

"여왕은? 여왕은 어디 있지?"

강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맙소사. 거짓,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한나절도 채 되지 않아서 사자 개미들의 전초기지를 휩쓸고 왔다고? 그걸 지금 믿으라는 말인가?"

장군 개미들이 나를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나는 그저 팔짱을 끼고 앉은 채 여왕개미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장군 개미들의 언성에는 그저 피식, 웃으며 대꾸해줬다.

동시에 저 녀석들 도움 없이 개미굴을 클리어하기로 했던 나의 결정이 옳았음을 다시 한번 확신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상황이 진행 되지 않을 것 같으니.

"그렇게 내 말을 못 믿겠으면…."

내가 입을 열자 장군 개미들이 조용해졌다.

여왕개미가 조심스레 눈을 들어 나를 바라봤다.

아직 개미굴의 진행도가 변하지 않는 걸 보니 여왕개미도 내 말을 온전히 믿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너무 빨리 왔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내가 저들 입장이었다고 해도 내 말을 믿지 못했을 거다.

그만큼 지휘관의 외침의 효과가 뛰어났고, 사자 개미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약하기도 했다.

어쨌든 나는 녀석들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가서 확인해 봐도 괜찮겠군."

"뭐, 뭣…!"

"그렇게 내 말을 못 믿겠으면 가서 확인해 보라는 말이다. 내가 여기에 앉아서 뻔뻔한 얼굴로 구라를 치고 있는 건지 말이다."

"구, 구라가 뭐지?"

"구라? 그게 무슨 뜻이야?"

"조용, 조용!"

다시 한번 술렁이는 개미들을 여왕개미가 진정시켰다.

그리고 내 눈앞에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개미굴의 진행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개미굴 진행도 : 14%]

'한 번에 14퍼센트.'

'대폭'이라는 말이 조금도 아깝지 않은 수치다.

층으로 따지자면, 단번에 한 층을 올라 32층에 도착해서 절반을 돌파한 수준이다.

내 전생에서 개미굴을 클리어할 때 1%의 진행도를 상승시키기 위해서 한 달이 넘게 걸린 적도 있었다.

물론 그 당시의 내가 눈에 띄지도, 강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지만.

다른 플레이어들도 1%를 올리기 위해 몇 날 며칠을 뼈 빠지게 고생했다는 걸 생각해 본다면, 고작 몇 시간 만에 14%의 진행도를 달성한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는 쉽게 알 수 있으리라.

어쨌든, 이 수치로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다.

'여왕이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거다.

여왕의 저 눈빛을 보라.

그녀는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기 시작했으며.

여왕이 나를 신뢰하니, 다른 장군 개미들 역시도 어떤 반박도 하지 못한 채 입을 꼭 다물 수밖에 업을 테다.

'좋군.'

나는 다시 한번 장군 개미들을 둘러봤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장군 개미들이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이제 어느 정도 서열 정리는 확실히 된 것 같으니.

'명령을 내릴 차례군.'

내가 입을 열었다.

"자, 내가 너희에게 임무를 하나 주겠다."

"이, 임무라니!"

"거, 건방…."

하지만 거기까지.

여왕이 손을 들자 장군 개미들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가서 사자 개미들의 동향을 살펴서 내게 보고하도록."

그 말을 남긴 채 나는 몸을 일으켰다.

저들의 도움을 받지 않기로 했지만, 이건 도움을 받는 게 아니다.

내가 저 녀석들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지.

***

"그게 무슨 소리야! 전초 기지가 박살이 났다니?"

"바, 박살은 아니고… 조금 소란이…."

"그거나 그거나! 우리 병력이 삼백에 가까이 몰살당했다고 하지 않았나!"

삼백.

번식력이 뛰어난 개미들에게 삼백이란 숫자는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닌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사자 개미들이 크게 당황한 건, 적이 누구인지 감조차 잡을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아직도 파악이 안 된 것인가?"

"예. 그렇습니다. 대충 증언으로 확인해 보건대 개미의 소행은 아니고 모험가라고 했지만… 모험가의 수가 고작 한 마리라는…."

쾅!

지휘관 개미가 탁자를 강하게 내리쳤다.

"한 마리? 그딴 허무맹랑한 소리를 나더러 믿으라는 소리야?!"

빠직!

지휘관 개미가 그의 앞에 서 있는 부관의 턱을 내리쳤다.

"커흡!"

개미의 뻗어 나온 턱이 박살이 난 채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그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바에는 이 자리에서 네 놈의 남은 턱도 떼어 버릴 것이야!"

턱을 떼어 버린다는 것은 개미들에게 있어서 사회적인 죽음을 의미했으니, 부관 개미는 안색이 파랗게 질린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얼토당토않는 식으로상황을 무마할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지휘관 개미는 도저히 인간 한 명에게 전초기지가 뒤집어 졌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고.

다시 한번 엄포를 놓았다.

"확실하게 진상을 규명해서 내게 전해! 다시 한번 같은 일이 벌어졌다간…"

그는 말을 멈췄다.

'칼날 개미들이 우리를 그 자리에서 집어삼킬 것이다.'

라는 말을 억지로 삼키면서.

그 말만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혹시 이번 소행이 호랑 개미들의 소행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 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 그러니 미끼를 뿌리는 거다."

"미끼라면?"

"본진 우측의 병력을 비워라."

"하지만 그렇게 쉽사리 미끼를 물겠습니까?"

부관의 물음에 지휘관 개미가 눈을 번뜩였다.

"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녀석들은 이미 궁지에 몰릴 대로 몰려 있어. 그런데 이런 달콤한 미끼를 보고서 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니, 물지 않으려 해도 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게 놈들에게 남겨진 마지막 희망이라는 것은 본인들이 더 잘 알 테니까."

부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즉시 지시하신 대로 병력을 배치하겠습니다!"

***

나는 내게 배정된 개인 막사에 누워 있었다.

참모 개미들에게만 주어지는 개인 막사가 내게도 주어졌다는 건, 이미 호랑 개미들 사이에서 나의 입지가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확연히 보여주는 증거다.

그러던 중.

쿵! 쿵!

개미 한 마리가 내 막사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수색 개미다.'

수색 개미가 내 막사에 들어왔다는 건, 사자 개미들의 동향을 파악했다는 뜻이리라.

"사, 사자 개미들의 동향을 파악해 왔습니다!"

역시.

내 예상대로였다.

내가 사자 개미들의 전초 기지를 휩쓸고 온 지 이틀이 지난날.

드디어 수색 개미로부터 사자 개미들의 동향이 파악된 것이다.

나쁘지 않은 속도다.

물론 내 생각보다는 조금 느리지만, 호랑 개미들의 미천한 실력을 감안한다면 만족스럽다.

"말해 봐."

내가 말했고.

"혀, 현재 전초 기지에 더 많은 병력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기존보다 두 배 이상은 많은 병력이고…."

그렇다는 말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 열심히 살펴본 결과 사자 개미 본진의 우측의 병력이 약해졌다는 징후를 포착…."

"됐어. 그거면 아주 충분해."

나는 수색 개미의 말을 끊었다.

더 들을 필요도 없다.

"우측으로 가시겠습니까? 그렇다면 저희가 빠른 길로 안내를…."

"아니. 좌측. 본진의 좌측을 친다."

"……?!"

수색 개미가 화들짝 놀란 채로 나를 바라봤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놈들을 빨리 박살 내려면 당연히 더 큰 혼란을 야기해야지. 그렇다면 당연히 병력이 집중된 좌측이다."

"하, 하지만…."

"놈들이 바보라서 우측의 병력을 약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나?"

내가 물었다.

그 말에 수색 개미가 흠칫 놀란다.

"뻔하지. 그 녀석들이 너희 같은 머저리가 아닌 이상, 병력을 고의로 그렇게 배치했을 거다. 들어오라고 미끼를 뿌린 거지."

"아아…."

아아, 라니.

너무도 뻔하고 쉽게 도출해 낼 수 있는 결론이지 않은가.

개미들이 병력이 부족한 것도 아닐 텐데.

어쨌든, 이번에 칠 건 놈들이 미끼를 뿌린 우측이 아니라 좌측이다.

그렇게 내가 놈들 본진의 우측을 다시 한번 뒤집으면.

"그 때에는 사자 개미 놈들은 아마 머리가 터져 나갈 수밖에 없을 거다."

당연한 일이다.

호랑 개미라면 당연히 약해진 우측을 노리리라 생각할 것이다.

호랑 개미의 전력으로 병력이 약해진 틈을 노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리고 그게 현실이기도 했다.

현재 호랑 개미의 전 병력을 동원해도 본진의 좌측은커녕, 병력이 텅 비었다는 우측을 공략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분명하니까.

그런데 좌측을 휘젓고, 뭉개버린다면.

자신들을 공격한 세력의 목록이 호랑 개미가 아닌, 다른 개미들로 채워질 것이고.

그들의 머리가 복잡해지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아, 알겠습니다!"

저렇게 말은 했지만 개미 놈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내가 알 바는 아니다.

이제는 계획한 그대로 놈들 품에 달려가 신나게 휘저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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