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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81화 (81/277)

81화

사자 개미의 진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자 개미 역시 나름 큰 세력을 구축하고 있기는 했지만, 아직 왕국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칼날 개미들의 2중대 수준 정도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호랑 개미보다는 훨씬 나은 게 사실이지.'

그리고 여기가 바로 사자 개미들의 본진으로 뚫고 들어가는 입구다.

'우선 전초 기지를 혼란에 몰아넣은 다음, 호랑 개미들에게 돌아가야겠어.'

그것이 내 계획의 1단계다.

우선 큰소리치며 혼자 왔으니, 일단의 성과를 보고하고 저들에게 신뢰를 얻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을 떠나서도 사자 개미들을 박살 내기 위한 밑작업이기도 하다.

마음 같아서는 단번에 사자 개미들을 궤멸시키고 싶은 것도 사실이지만, 과욕은 언제나 화를 부르는 법이다.

게다가 호랑 개미들의 지원을 바라지 않기로 만든 이상, 처음에는 놈들의 혼란을 야기하며 조금씩 갉아 먹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이야, 조금 느려 보일 수 있겠다만.

어중간하게 호랑 개미들에게 되도 않는 도움을 받는 편보다는 이쪽이 훨씬 더 빠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쨌든.

나는 기척을 숨긴 채로 전초 기지를 향해 다가갔다.

초감각을 최대로 일깨우고 나니 눈으로 보는 것보다 놈들의 상황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전쟁 상황인 만큼 녀석들은 경비를 삼엄하게 세워 놨고, 경비를 서고 있는 사자 개미들도 군기가 바짝 들어 있었다.

얼핏 보면 빈틈이 없어 보일 정도로 철저한 경계다.

경비병의 수는 다섯.

나는 놈들을 향해 달려들며 오러 블레이드를 활성화시켰다.

내 기척을 느낀 사자 개미 경계병들이 전투태세를 취하기 시작했고.

콰직!

"커억!"

단숨에 세 녀석을 베어냈다.

두 마리가 남아있다.

베어내지 못한 게 아니다.

마음만 먹었으면 다섯 마리를 한 번에 베어낼 수 있었겠지만.

남겨 둔 이유가 있다.

"갸아아아악!"

"가아아아아!"

살아남은 두 마리의 사자 개미들이 다급하게 외치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침입자가 있다고 아군에게 알리는 다급한 외침이리라.

나는 뇌전검을 시전한 채로 속도를 높여 모습을 감췄다.

순식간에 내가 모습을 감추자, 혼란은 더욱더 가중되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자신들을 공격한 내가 누구인지, 또 어떤 세력에서 파견했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럴수록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지.'

게다가 사방에 적을 두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들이 느끼는 혼란은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혼자서 다수의 적을 상대해야 하는 나로서는, 하나하나 깨부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한 번에 불러내는 쪽이 수월하다.

몰려나온 다수를 감당할 능력이 될 때에나 가능한 이야기지만,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다.

잠시 후 내 예상대로 다수의 사자 개미들이 뛰쳐나왔다.

다시 한번 초감각을 이용해 놈들의 수를 살폈다.

'얼추 보기로는 50마리 정도.'

한순간에 뛰쳐나왔음에도 놈들의 진형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그만큼 잘 훈련된 병사들이라는 뜻이리라.

'아쉽군. 조금 더 나와 줬으면 좋았을 텐데.'

시작으로는 나쁘지 않다.

지금 여기에서 S등급으로 업그레이드된 지휘관의 외침의 성능을 시험해 볼 생각이다.

파앗!

나는 다시 놈들을 향해 몸을 날렸고.

놈들이 나를 발견하고 몸을 돌린 순간.

콰아아앙!

지휘관의 외침을 사용했다.

***

"저 위아래도 없는 태도는 대체 무엇이라는 말입니까!"

"여왕님. 정말 저 인간의 건방진 태도를 계속 두고 보실 생각입니까?"

"이봐!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더니 이제 와서 그런 말 해 봐야 우리 위신이나 깎아 먹는다는 걸 모르나?"

"뭐? 뭐라고! 다시 한번 지껄여 봐!"

강민이 떠나간 자리.

호랑 개미들의 작전 회의실은 한바탕 뒤집어졌다.

조금 전만 해도 강민의 기세에 짓눌려 있던 장군 개미들은 강민이 떠나가고 나서야 하지 못했던 말을 내뱉으며 저들끼리 싸우고 있었다.

"……."

그 가운데에 남겨진 몰른은 어쩔 줄 모르고 눈동자를 굴리며 벌벌 떨고 있었다.

강민은 우선 상대의 정황을 살피기 위해 몰른을 떼어 두고 간 것이다.

'무, 무서워요오….'

인간도 아닌, 낯설게 생긴 괴물들.

그것도 우락부락한 덩치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니 몰른은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그만!"

참다못한 여왕이 소리쳤다.

여왕의 외침에 장군 개미들은 다급히 자리에 앉았다.

아무리 세력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개미들에게 여왕은 절대적인 존재였으니까.

"나 역시 경들이 어떤 마음인지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여, 여왕님…."

장군 개미들의 얼굴이 침울해졌다.

그들 역시 여기에서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여왕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 너무도 혼란스럽습니다."

여왕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진심이었다.

여왕 자신도 지금 무언가에 홀린 것만 같았다.

강민 때문이다.

첫인상은 장군들과 마찬가지로 오만방자한 건방진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장군 개미 한 명을 압도하는 실력을 가졌다지만, 그래도 자신은 여왕이지 않은가.

하지만 강민과 대화를 나눈 짧은 순간, 여왕의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불꽃이 튀었다.

강민의 눈빛과 확신에 찬 어조 때문이다.

그건 결코 허세 따위가 아니었다.

칼날 개미들을 부수겠다는 말을 했을 때는 또 어떻던가.

자신조차 쉽사리 할 수 없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인간이라니.

어처구니도 없었지만, 왠지 믿어 보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차피 벼랑 끝에 서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지도 몰랐다.

이 상황을 가장 잘 알고, 또 느끼고 있는 것은 여왕개미다.

지금 자신에게는 어떤 희망도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여왕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직 칼날 개미들이 그녀를 살려뒀기 때문이었고.

칼날 개미가 그녀를 살려두는 건, 신경 쓸 가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도.

그래서 강민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고 싶었다.

알고 있다.

미친 짓이라는 것도.

하지만 어쩌랴.

그녀는 지금 강민에게서 알 수 없는, 근거조차 없는 깊은 신뢰를 느끼고 있었으니까.

여왕개미.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일종의 '격'이다.

여왕개미들에게는 다른 개미에게도, 또 인간에게도 없는 타고난 '감'이라는 것이 존재했으니.

강민은 그런 여왕개미의 본능적인 감각을 일깨운 것이다.

"아무튼 나는 그 자를 믿어 보고 싶습니다."

여왕개미가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여왕개미의 목소리는 조금도 떨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몰른을 바라봤다.

"모험가여."

"예, 에에에?!"

몰른이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당신과 함께 온 모험가는 믿을 만한 사람이오? 그자가 정말 살아서 다시 돌아올 거라고 확신하시오?"

모든 개미들의 시선이 몰른에게 향했다.

몰른은 눈동자를 굴렸다.

그리고 답했다.

"당연하죠오오!"

망설임 없는 대답이다.

몰른은 강민을 신뢰한다.

전적으로.

여왕개미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깊고 깊은 신뢰를 느끼고 있다.

강민과 함께라면 그 어떤 위험조차 자신을 피해 가리라는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거면 됐소."

여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강민을 믿어 보기로.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우리의 운명을 전적으로 인간에게 맡길 수는 없습니다."

여왕개미의 결연한 목소리가 장군 개미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여왕개미가 강민에게 잠시 숙였다고는 하지만, 그녀는 분명 여왕이었고.

자존심이 상했던 것도 맞다.

강민이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오리라고 믿기로 했으니, 그 다음에 대한 계획을 세울 차례다.

"다시 군의 기강을 세우고 다음 싸움을 준비합시다."

여왕이 말했다.

이전과 같이 무기력하고 패배 의식에 절은 눈빛이 아니다.

생기가 피어나기 시작했고, 먼 곳에 꿈틀대는 희망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정신적인 지주인 여왕이 각성했다.

그 한마디에 장군 개미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카아아아악!"

"키에에에엑!"

"갸아아아아! 갸아아아악!"

[힘 1.2를 포식했습니다.]

[힘 1.6을 포식했습니다.]

[민첩성 2.4를 포식했습니다.]

[마력 1.1을 포식했습니다]

.

.

.

수없이 떠오르는 스탯 포식 메시지.

싸움을 시작한 지 5분 만에 만들어 낸 결과다.

그리고 이런 장면을 만들어 낸 건, 9할 이상이 S등급으로 올라선 지휘관의 외침의 힘이었다.

'말도 안 되는 위력이다.'

반으로 줄어든 재사용 대기시간.

그리고 5회 중첩까지.

지휘관의 외침에 다섯 번 연속 공격당한 개미들은 온몸이 너덜너덜해졌다.

특별한 공격을 가할 필요도 없다.

내가 지나가다 톡, 하고 건들면 그대로 온몸이 무너져 내렸고.

충격파의 파동이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것만으로도 개미들은 숨을 거뒀다.

벌써 몇 번의 증원이 거듭되고 이백 마리가 넘는 개미들이 모여들었지만, 결과는 같다.

지휘관의 외침 한 번에 우수수 쓰러지는 개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시 한번 지휘관의 외침을 강화했다는 사실에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도 괜찮겠어.'

전초 기지의 입구에서 야기되기 시작한 혼란은 더욱더 거세게 번져가고 있다.

놈들은 아직도 내 정체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심지어 침입자가 단 한 명이라는 사실은 혼란의 불씨를 더욱더 거세게 태우고 있었으니.

.이제는 놈들의 단단하던 기강도 크게 무너졌고, 전열 역시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저 안으로 들어가서 한 번 휩쓸고 바로 빠진다.'

내가 그리고 있는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다.

순식간에 수백 마리의 사자 개미들을 휩쓸고, 그대로 모습을 감춘다면.

사자 개미들의 내부에서 발생한 혼란은 이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리라.

나는 뇌전검을 흩뿌리며 전광석화와 같이 전초 기지의 내부로 달렸고.

거기에는 전열을 갖추고 나를 찾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사자 개미의 무리가 보였다.

"그아아아아아아!"

다시 한번 알 수 없는 외침이 들려왔다.

동시에 나를 둘러싼 다섯 개의 분대가 달려들기 시작했다.

'수는 대략 이백에 가깝다.'

하지만 문제는 없다.

놈들의 3/4는 지휘관의 외침만으로도 초전박살을 내 버릴 수 있으니까.

지휘관의 외침을 다시 한번 사용했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개미들의 다수를 거친 파동이 스치고 지나갔다.

놈들의 몸 위에 달라붙어 있던 껍질이 후두둑, 떨어져 내린다.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고, 충격파의 파동이 개미들을 타고 번진다.

콰콰콰쾅!

다시 한번.

그리고 또다시!

콰아아아앙!

"캬아아아아악!"

"키에에에엑!"

사방에서 개미들의 괴성이 난무한다.

그때 마침 다시 지휘관의 외침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콰아아아아앙!

다시 한번 폭발이 개미들을 휘감았다.

개미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팔과 다리가 떨어져 내렸고, 몸 위를 두르고 있던 단단한 껍질이 박살났다.

'앞으로 1분 뒤에 빠진다.'

1분 동안 나는 사자 개미 무리를 휩쓸었다.

1분이 지났을 무렵.

내 입으로 말하기엔 민망하다만, 마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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