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이 달라졌다-61화 (61/277)

61화

[민첩성 5를 포식했습니다.]

[민첩성 3.6을 포식했습니다.]

[민첩성 4.2를 포식했습니다.]

.

.

.

'됐다.'

오러 블레이드와 뇌전검.

두 능력이 합쳐지니 단 한 번에 열 명의 흑암파를 베어내는 것을 성공했다.

'놀랍군.'

그만큼 해밀턴의 장비는 말도 안 되는 성능을 보여줬다.

만약 그를 설득하지 못하고, 그의 장비를 착용하지 못했다면.

이런 결과는 절대 만들어지지 않았으리라.

'심지어 해밀턴은 아직도 성장 중이라는 거지.'

말도 안 되는 재능이다.

십 년.

아니, 몇 년만 지나도.

얼마나 괴물 같은 대장장이가 탄생하게 될 것인지.

그와 만나서 좋은 관계를 맺은 것은 위드 길드를 만난 것만큼이나 훌륭한 선택이었다.

나는 뒤에 있던 몰른을 불렀다.

그는 잔뜩 겁 먹어 있기는 했지만.

조금 전보다는 한결 편해진 표정이었다.

"나만 믿으면 돼. 그러면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몰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한고비는 넘겼다.

이제는 저 내부로 들어가야 할 것인데.

'단순히 문이 열리지는 않겠지.'

마법 명가 녀석들이 멍청이가 아닌 이상, 벌컥 연다고 문이 열리도록 만들어 놓지는 않았을 거다.

'위드 길드가 넘겨준 정보에서도 문을 여는 방법은 없었지.'

아무리 위드 길드라고 한들, 거기까지 알아내는 건 불가능했을 테니까.

나는 천천히 문 앞으로 걸어갔다.

커다란 문이었고.

전체가 쇠로 만들어진 철문이었다.

그 위로 손을 올려다 댔다.

부수는 게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문을 부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오우거의 신체를 사용해야 해.'

그러기엔 리스크가 크다.

우선 한 번에 많은 적들이 몰려올 것이고.

여기에서 오우거의 신체를 사용한다면, 쿨타임 때문에 이번 싸움에서는 더 이상 그 능력을 사용하지 못한다.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나는 다시 신중하게 철문을 살폈고.

그때 내 눈에 무언가 눈에 들어왔다.

'이거군.'

그곳에는 마력 인식 장치가 있었다.

마법 명가와 흑암파의 마력으로만 통과할 수 있는 인식 장치겠지.

다행히 놈들 중 아직 숨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은 녀석이 있다.

'저 녀석을 이용하면 통과 할 수 있을 거다.'

마력이란 탑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근원.

죽지 않는다면, 의도하지 않더라도 마력을 내뿜는다.

나는 쓰러져 있는 녀석을 데려왔고.

놈의 손을 마력 인식 장치 위에 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마력을 인식합니다.]

[입력된 마력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마력이 일치합니다.]

끼기기긱-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

"대단하군."

실험실 내부로 진입한 순간.

나는 진심으로 충격에 빠졌다.

밖에서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실험실의 규모는 커다랬고.

이곳저곳에서 수많은 인체와 골렘의 잔해들이 가득했다.

'이렇게 많은 인간을 대체….'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곳에서 실험체를 매매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많은 수를 설명할 수 없을 거다.

'더러운 새끼들.'

저들 모두가 탑에 살아가던 이들이었을 텐데.

그런 이들을 오로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실험체로 사용하고 있다니.

그뿐인가.

놈들의 최종적인 목적은 결국 탑의 정상에 군림하는 것.

더 많은 이들을 착취하기 위해서.

'당장에 뽑아 버려야 할 싹이다.'

더 이상 이런 짓거리를 두고 봐서는 안 된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이 장면을 목격한 순간 더욱더 확실해졌다.

당장 내부로 들어오자 당장 흑암파나 마법 명가의 플레이어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긴장을 늦출 순 없다.

언제 어디에서 흑암파 녀석들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가자."

조심스럽게.

신중을 기하며 내부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5분 정도를 더 걸었을 무렵.

"끄아아아아아!"

"아아악! 살려, 살려어어어!"

비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커다란 공간에 실험실이 여러 개 나뉘어 있었다.

나는 멈춰 서서 주변을 살폈고.

'왼쪽에 둘. 전방에 다섯. 그리고 오른쪽에 여덟.'

각 실험실 앞에는 실험실의 규모에 따라 흑암파들이 지키고 있었다.

'과연 철저하게 막아 놨어.'

그렇다면 우선.

'가장 가까운 곳부터.'

나는 몰른을 자리에 놔둔 채 가장 가까운 왼쪽 실험실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두 녀석. 이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다.'

나는 순식간에 두 명의 흑암파를 처치했고.

실험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안에는 마법 명가의 플레이어로 보이는 남자 세 명이 있었고.

"뭐, 뭐…."

"치, 침입…."

"자, 잠까아…."

[마력 2.1을 포식했습니다.]

[마력 1.5를 포식했습니다.]

[마력 3.3을 포식했습니다.]

투두두둑!

세 명의 플레이어가 순식간에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모두를 처치한 뒤.

나는 천천히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혹시 무언가 챙겨갈 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그러던 중.

'이거 괜찮겠어.'

놈들이 작성해 뒀던 실험 보고서.

그 안에는 실험에 사용된 이들의 인적사항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것을 보던 중.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실험에 사용된 건, 탑의 원주민들 뿐이 아니었다.

그 중에는 플레이어도 존재했으니까.

놈들의 행태에 이가 갈린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확신했다.

'너희는 끝이다.'

이 종이 한 장이면.

이 녀석들을 파멸로 몰고 가는 일을 가속시킬 수 있으리라.

나는 이것 말고도 다른 자료들을 샅샅이 뒤졌다.

쓸만한 것들이 꽤 많이 있었다.

모조리 아공간 안에 집어넣었다.

'자, 그럼….'

나는 실험 데이터를 쭉 읽어 내려가며 여기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우선은 동선.'

각 실험실의 배치와, 또 이 연구소 전체의 구조를 살피며 내가 나아가야 할 동선을 파악했다.

'계획은 지하 3층까지 만들 생각인가 보군. 아직은 1층까지밖에 완성하지 못했지만.'

역시 이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시설을 갖추기란 불가능했던 모양이다.

놈들의 계획은 이제 1/3 정도가 완성된 상태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성과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에 경외심이 들기도 했지만.

'다행이기도 하지.'

만약 정말 놈들이 지하 2층, 3층까지 연구소를 완전히 설립했다면.

나 혼자의 힘으로는 감당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테다.

'다행이야.'

어쨌든 지하 1층에 존재하는 실험실은 총 10개.

각각 실험실에서는 골렘 투사와 인간을 결합하는 실험이 진행중이었고.

가장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실험실에서는.

'골렘 백인장과 플레이어의 결합….'

놈들이 지닌 비장의 카드인 셈이다.

존재만으로도 이미 강력한 골렘 투사 백인장과 능력을 보유한 인간이 합쳐진다면.

끔찍한 인간 병기가 탄생하게 될 테니까.

'우선은 중앙에 있는 회의실까지 도달하는 게 급선무다.'

회의실.

모든 연구성과를 종합하여 명가에 보고하는 장소.

그곳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플레이어들은 숙식을 해결하는 모양이다.

그뿐만 아니라, 마법 명가의 본당과의 통신이나 이동을 담당하는 시스템도 보인다.

'이 연구소의 컨트롤타워인 셈이겠지.'

중앙의 회의실만 완전히 점거한다면, 지금 내 계획의 절반은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으리라.

'그러면 먼저….'

이 바로 옆에 있는 실험실을 점거 할 차례다.

역시나 최대한 신속하고, 깔끔하게 처리해야 한다.

현재 1층에 배치되어 있는 흑암파의 숫자는 100을 훌쩍 넘는다.

이 정도 숫자라면 웬만한 길드 하나는 순식간에 궤멸시키고도 남을 정도의 전력이다.

'대부분은 후반에 배치되어 있으니, 빠르게 회의실까지 뚫고 간다.'

그 이후의 계획은 회의실을 점거하고 난 다음에 생각해 보기로 하자.

그와 함께 나는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5분. 늦어도 5분 안에 회의실에 도착해야만 해.'

속전속결.

시간을 끌어서 좋을 건 없을 테니까.

***

한 남자가 박승균을 찾았다.

"형님. 부르셨다고요."

"그래. 시킬 일이 좀 있다."

"뭡니까."

그는 박승균의 동생인 박정균이다.

"연구소에 좀 다녀왔으면 좋겠다."

"연구소 말입니까? 잘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안 그래도 한 번 둘러볼 때가 되긴 했어. 채찍질도 필요한 법이니까."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형님 말씀이라면 그런 거겠죠."

박정균의 순종적인 태도에 박승균이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의 사이는 좋은 편이다.

보통 명가의 형제들이 후계 다툼을 위해 견제하고 다투는 모습을 본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꽤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관계가 가능했던 이유는 박승균의 압도적인 능력 탓이다.

박정균은 어릴 적부터 마법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박승균을 동경했고.

박승균 역시 그런 박정균을 아끼는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박정균이 무능하다는 건 아니다.

박정균 역시 박승균보다 못나다 뿐이지, 현재 탑 내부에서 꽤 괜찮은 실력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특별히 점검해 볼 것이라도 있겠습니까."

"사실 뭐 그런 것보다는 말했듯이 채찍질 한번 해 주라는 뜻이야. 원래 아랫것들은 풀어주면 한없이 풀어지는 법이니까. 너도 알 것 아니야?"

그 말에 박정균도 싸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죠. 마법 명가의 일원이 됐다고 정말 제 놈들이 정말 우리 명가의 피를 이어받은 것 마냥…. 눈꼴 시려워 참을 수 없긴 합니다."

박정균.

그 역시 여느 명가의 플레이어들과 마찬가지로 선민의식을 지니고 있다.

혈계를 이었다는 자부심.

그러니 다른 플레이어와는 존재의 시작점부터가 다르다는 우월감.

"너도 항상 명심해 둬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벌레들과는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그들은 우리의 도구일 뿐이고, 결코 인간적인 자비를 베풀어 줘서는 안 돼."

"명심하겠습니다."

박정균이 답했다.

"그래. 가 봐. 한 번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즉시 내게 보고하고."

"예."

박정균은 그 말을 남기고 박승균의 방을 떠나갔다.

"흐흐흐."

박정균이 떠나간 자리에서 박승균은 홀로 웃음을 터트렸다.

벌써부터 대한민국의 탑이 자신의 손에 들어 온 것만 같았다.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일만 잘 끝내고 나면 검술 명가 네놈들은 내 발 앞에 무릎 꿇고서 목숨을 구걸하느라 바빠지겠지.'

그리고 당연히 그들의 최종 목적은 검술 명가의 굴복이 아니다.

명가들을 짓밟고 얻어 낸 힘을 발판으로 대한민국 탑을 손에 휘어잡는 것.

더 나아가 탑의 플레이어들을 착취하며 탑을 오르는 것.

'종국에는 타국의 플레이어들까지도….'

아직까지.

아니, 강민의 전생에서도 미스테리로 남아 있던 한 가지가 있다.

그건 탑에서 다른 국가의 플레이어들은 만날 수 없느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분명 탑 어딘가에서 타국과 만날 수 있는 연결점이 존재할 것이다.'

70층, 혹은 80층.

아니면 100층을 넘어서.

어디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모든 플레이어들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언젠가 타국의 탑과 자국의 탑이 연결될 날이 올 것이고.

그때야말로 진정한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바로 그것이다.

박승균.

그는 이번 일을 발판으로 빠르게 정복하고, 타국의 플레이어들마저도 자신의 발아래에 두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

'이제 곧 이뤄질 것이다.'

그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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