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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60화 (60/277)

60화

[27층에 진입하였습니다.]

[27층]

-인간 세계를 침범했던 골렘들은 발전한 인간 문명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마법사들의 강력한 마법과 기사들의 뛰어난 무술. 한 번 인간에게 패퇴한 골렘들은 자신들도 자신들만의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탑의 27층에는 그런 골렘들이 만든 골렘 투사들의 육성터입니다.

-클리어 조건 : 네임드 몬스터 [골렘 투사 백인장]을 처치하라!

27층에 진입하자마자 27층의 개략적인 컨셉과 클리어 조건이 명시됐다.

'마법 명가에서 27층을 실험실로 삼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지.'

27층에 존재하는 골렘 투사.

인간들에게 강탈한 각종 무술과 검술을 습득한 골렘이다.

당연히 강하다.

그것도 엄청나게.

인간보다 조금 큰 2m에서 3m 사이의 골렘.

쇳덩이와 같이 단단한 몸과 그 몸에서 나오는 말도 안 되는 파괴력.

'그런 괴물 같은 골렘 투사를 베이스로 흑암파를 육성하게 된다면. 진짜 괴물을 만들어질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서 반드시 놈들의 계획을 저지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면 훗날에는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당연히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는 않을 거지만.'

어쨌든 그만큼 27층의 난이도도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다.

그런 괴물들이 정형화된 무술을 배우기 시작했으니.

플레이어와 용사들이 함께 모여있다고 한들, 골렘 투사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게다가 백인장.'

그런 골렘 투사들 중에서도 27층에서 단 10마리만 존재하는 것이 바로 골렘 투사 백인장.

그리고 그 말은 즉, 수많은 골렘들 중에서 강한 열 마리라는 뜻이다.

그거야 뭐.

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일 뿐.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미 전생에서도 골렘 투사 백인장과 싸워 본 경험이 있으니.

지금의 나라면 충분히 놈을 이길 수 있다.

나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우선은 해야 할 일을 한 뒤에, 놈을 때려잡으면 될 일이다.

"강민 씨. 뭐 하십니까?"

파티원 중 한 명이 물었다.

"저는 지금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잠시 파티를 이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 아, 안 돼요! 강민 씨가 없으면…."

"걱정 마십시오. 파티를 나가겠다는 뜻은 아니니까. 나도 번거롭게 새로운 파티를 구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그러면 저희는…."

"뭐. 골렘을 사냥하고 계십시오. 백인장을 잡아도 괜찮고요."

"으음. 알겠습니다. 강민 씨가 파티를 나가시는 게 아니라면, 저희도 힘이 닿는 데까지는 해보겠습니다."

그들은 내가 무슨 일을 하려는 건지는 묻지 않았다.

어차피 대답해 주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겠지.

나는 파티원들에게 내 위치가 드러나지 않도록 설정했다.

"양해해 주십시오. 알려져서 좋을 건 없는 일이라."

"예. 저희는 위치를 남겨 둘 테니 일이 끝나시면 연락 주십시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제는.

'기다려라. 박살을 내 줄 테니까.'

마법 명가의 원대한 계획을 짓밟아 줄 시간이다.

***

"잘 전하고 왔느냐."

"예. 당연한 말씀을."

마법 명가의 본당에서 박승균과 그의 아버지 박호량이 마주하고 있었다.

"그래. 너의 일처리를 의심할 필요는 없겠지. 그 멍청한 근육 덩어리들이 정녕 한강민이라는 하찮은 플레이어 하나에 그리 목을 매더냐."

"예. 결국 제 놈들도 몸뚱이 하나로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겠지요. 무한한 지식과 힘의 원천인 마법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을 거부할 수 없었던 거겠죠."

박호량은 흡족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것은 되었다. 어차피 놈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터이니까. 우리의 실험실을 습격한 세력에 대한 추적은?"

"음…."

그 질문에는 박승균도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역시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검술 명가 밖에는 없겠지만…. 그 자들이 어찌 우리의 비밀을 알아냈는지. 정말 알고 있는 것인지는 캐내는 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렇겠지."

여전히 그들은 실험실을 습격한 범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만약 정말 검술 명가의 소행이라면 어찌하실 겁니까."

박승균의 물음에 박호량의 눈이 번뜩였다.

"놈들을 제일 먼저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 줘야겠지."

"……."

전쟁이라는 뜻이다.

두 거대 명가의 전쟁.

"허나 흑암파의 육성이 완성된 다음이다. 흑암파의 육성은 어찌 진행되고 있느냐."

박승균이 준비해 온 서류를 꺼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박호량에게 서류를 건넸고.

박호량은 서류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굉장히 순조롭습니다. 우리 실험실을 습격한 녀석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을 정도로요. 그렇지 않았다면 골렘 투사라는 훌륭한 실험 재료를 발견하지 못했겠죠."

"훌륭하구나. 벌써 이렇게나 진행이 되었다는 뜻이냐?"

박호량은 진심으로 놀라 물었다.

"예. 기존의 실험 데이터가 많이 사라져 시행착오를 겪긴 했습니다만. 골렘 투사가 의외로 인간의 신체와 훌륭한 교집합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제 흑암파를 세상에 드러내는 건 시간문제일 따름입니다."

"좋다. 조금 더 서둘러라. 그리고 무엇보다 보안에 철저해야 할 것이야. 이번 실험에 우리 가문의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어 있다."

그 말대로 이들은 흑암파 육성에 사활을 걸었다.

커다란 도박이다.

만약 성공만 한다면, 검술 명가를 찍어 누르고 다섯 명가의 맹주로 올라설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차질이 생긴다면…. 그 때에는 정말 우리 가문이 크게 휘청이게 될 것이야. 그러니 조금의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박승균은 책임감 가득한 얼굴로 답했다.

그리고 저건 단순한 염려 따위가 아니다.

수많은 인력과 자금을 투입한 만큼.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는 크다.

박호량의 말 그대로다.

최악의 사태에는 박씨 가문 전체가 크게 휘청이게 될 것이 분명했다.

"가 보거라."

"예."

박승균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

"몰른. 조심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나도 모르니까."

"아, 알겠습니다아!"

"목소리도 최대한 낮추는 게 좋을 거야. 싸움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명심하겠습니다아아!"

"조용히 하라니까…."

"네, 네에…."

저 앞에 마법 명가의 실험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조그마한 동굴처럼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위드 길드가 건네 준 정보에 따르자면.

'진짜는 지하에 있다고 했지.'

놈들의 자금을 엄청나게 투입한 만큼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이 정도 시설을 구축해 내다니.'

내가 놈들의 실험실을 공격했던 게 고작해야 한 달 정도밖에는 지나지 않았는데.

그동안 이 정도 규모의 시설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아무리 쓰레기 같다고는 해도 명가는 명가라는 거겠지.'

이 정도 자금력과 기술력을 가진 거대 집단.

그들과의 전쟁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건만 확실히 성공한다면, 마법 명가를 무너트리는 건 시간문제일 거다.'

이 한 방으로 무너질 마법 명가는 아니다.

하지만 놈들 역시 크게 흔들릴 것이 분명하다.

'승산 없는 싸움은 아니다.'

이미 시작된 명가들의 갈등.

그 갈등의 틈바구니를 잘 휘저으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나는 몰른과 함께 최대한 은밀히 놈들의 실험실 입구를 향해 접근했다.

'아직은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가까이에서 살펴보았지만, 역시나 평범한 동굴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걸 찾아낸 위드 길드는….'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누가 이 안에 마법 명가의 실험실이 있다고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

물론 내가 힌트를 준 건 맞지만.

위드 길드와 박명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랬으니 전생에서도 마법 명가에게 가장 먼저 숙청당한 거지만.'

그럼 이제.

저 안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나와 몰른은 최대한 기척을 숨기고 동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몰른도 나 정도는 아니지만 기척을 숨기는 데에는 꽤 일가견이 있다.

그 역시 오랫동안 떠돌아다니며 죽을 고비를 넘겼던 만큼.

본능적으로 터득한 기술이리라.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자연 동굴이 아닌, 인위적인 장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진짜 조심해야 한다, 몰른.'

나는 아주 작게 속삭였고.

몰른도 긴장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싸움이 일어나면 시끄러워 지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만.

싸움이 시작되기 전부터 발각 되서는 안 된다.

조금씩.

아주 천천히 실험실 내부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저 앞에 실험실로 향하는 문이 눈에 들어왔다.

파삭

저 앞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나와 몰른은 재빨리 자세를 낮춰 몸을 숨겼다.

'…흑암파. 아니, 저건 흑암파도 아니다.'

골렘과 흑암파.

그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는 이질적인 존재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내가 처음 봤던 흑암파 만큼이나.

더 놀라운 건.

정말 골렘의 장점을 잘 살렸다는 게 한눈에 보인다는 점이었다.

'벌써 이 정도로 실험을 완성시켰다는 건가.'

조금만 더 늦었다면.

이 녀석들의 계획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우선.'

'문 앞을 지키는 녀석은 열.'

이전 내가 놈들의 실험실을 습격했을 때보다 몇 배나 많아진 숫자다.

놈들이 보안에 철저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이겠지.

'놈들은 단 한 번에 처치해야 한다.'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하는 건, 내부로 잠입한 뒤.

'가능할까.'

저 실험체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모른다.

대략 추측해 본다면, 적어도 200레벨 수준은 될 게 분명하다.

골렘과 인간.

그리고 놈들의 실험 데이터가 축적된 결과물이니까.

'지금 내 스탯은 250레벨 이상의 수준.'

그렇다면 놈들을 순식간에 처치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물론 내 추측이 맞다는 가정 하에야 가능한 일이겠다만.

'해보는 수밖에 없겠지.'

나는 몰른을 바라봤다.

"……?"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몰른.

'지켜…. 지켜 주신다고….'

그래.

그렇게 말했었지.

그리고 반드시 지켜 줄 생각이다.

하지만 몰른이 착각하는 한 가지는.

'너는 안 죽는다.'

펫은 죽지 않는다.

주인이 죽기 전까지는 절대로.

그것이 탑의 불문율이었으니.

'1초. 1초만 시선을 끌면 돼. 너는 내가 지켜 줄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요오….'

몰른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걸음을 옮긴 순간.

"!!"

흑암파 녀석들이 한 번에 이곳을 바라봤다.

그들이 순식간에 무기를 꺼내 들었고.

몰른을 향해 달려들려는 그 순간.

나는 오러 블레이드와 뇌전검을 동시에 활성화시켰고.

타앗!

가볍게 발을 굴렀다.

현재 뇌점검의 효과로 증폭된 나의 민첩은 400에 가까웠고.

내 몸을 1초도 걸리지 않은 그 짧은 순간 놈들의 한 가운데에 서 있었다.

"…?!"

놈들이 나를 인지하기도 전.

촤라라라락!

오러 블레이드가 허공에 푸른빛을 흩뿌렸다.

그 순간 나는 직감했다.

'됐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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