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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50화 (50/277)

50화

"호오…."

이건 또 예상치 못한 소식인데.

마법 명가에서 위드 길드에 접촉을 했다니.

"어떻게 알고…. 혹시 우리 관계가 들통 난 걸까요?"

김민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당차게 그들과 대적하겠다고 소리쳤지만, 막상 마법 명가 앞에서는 그녀라도 주눅 드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아닐 겁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보다는 다른 쪽이 가능성이 크다.

"견제하려는 거겠죠."

"견제?"

"예. 검술 명가를 견제하려는 걸 겁니다."

내가 말했다.

둘은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물론 아직 추측에 불과하지만. 추측을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선 제가 알아야 할 게 몇 개 있습니다."

"어떤 거죠?"

"위쪽 층에 저의 존재가 확실하게 알려졌습니까?"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확실하다.

김민희가 내 20층 돌파 소식을 이미 알고 있던 것만 봐도 뻔하지.

내 이야기는 이미 명가 쪽, 혹은 상위 길드에 분명히 들어갔으리라.

그럼에도 묻는 건, 아직 내가 직접 확인하지 못했으니까.

저층에 있는 나는 위층의 소식을 전해 들을 수밖에 없다.

단지 확실히 하기 위해서다.

"예. 맞아요."

김민희가 대답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게다가 명가쪽에서 접촉하기 위해 노리고 있는 플레이어가 있다는 이야기도…."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말하는 김민희

"저겠죠."

"…태연하시네요."

"당연한 일이니까요."

"흐흠…. 그렇죠. 당연한 일이기는 하죠."

"그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아무튼 제 추측이 확신이 될 가능성은 조금 더 높아졌네요."

"자세히 설명해 주실래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나는 입꼬리를 비틀며 말을 이었다.

"마법 명가의 정보력 정도라면 이미 우리가 만났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겁니다."

"…어떻게요?"

"당연한 것 아닙니까. 당신들이 내게 접촉해 올 때 그곳에는 다른 길드의 플레이어들도 있었으니까요. 그 중에 마법 명가와 연이 닿지 않은 길드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아…."

한동희가 탄식을 내뱉었다.

"그, 그럼 큰일 난 거 아니에요?"

"큰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희소식이죠."

"예?"

김민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는다.

아무래도 너무 쫄아 있는 모양이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우리가 만난 목적이 세상에 까발려졌고, 그걸 눈치 챈 마법 명가가 자신들을 공격하는 것은 아닌지.

이런 고민을 하고 있겠지.

"간단하게 생각하십쇼. 나는 그냥 위드 길드에 가입했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우리가 급격하게 길드원을 줄이고 마법 명가의 뒤를…."

캤다고 말하려다 다급히 입을 닫는 김민희.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도 괜한 걱정이다.

"이 탑에 길드가 얼마나 많습니까?"

"엄청…. 많죠?"

"그렇다면 위드 길드는 그렇게 특별합니까? 모든 플레이어가 그 극소수의 길드에 들어갈 것이라고 인정할 만큼?"

"그, 그건…."

"그리고 그들이 위드 길드를 치려고 했으면 그냥 접촉만 했겠습니까? 벌써 흔적도 남지 않았을 겁니다."

"…."

모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말이지만 불쾌해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는 김민희.

"미안합니다. 깔아 내리려는 건 아니었습니다."

"알아요…."

"그리고 하나 더."

"…."

"위드 길드의 길드장, 박명철. 그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길드장님은…."

"훌륭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해내고, 쓸데없는 걱정 따위는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죠. 나는 그걸 알았고, 그래서 당신들을 택한 겁니다."

"……!"

"그런데 그런 박명철 씨가 한 일이 마법 명가에게 꼬리를 잡힐 거라고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내 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하!"

"그러게요.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아요."

한동희와 김민희의 안색이 조금 밝아졌다.

그러면 이제 본론이다.

"아까 오히려 기회라고 했던 말. 기억합니까?"

"예."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은 분명 나와 접촉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위드 길드에 접촉한 걸 겁니다."

"그러면 우리를 압박한다는 건가요?"

"그건 알 수 없죠. 압박일 수도, 회유일 수도.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나를 꼭 붙들고 있으라고 하겠죠."

"…?"

"다른 명가. 특히 검술 명가로 흘러 들어가지 않게요."

"아!"

두 사람의 눈이 번뜩였다.

"무조건 협조하겠다고 하시면 될 겁니다."

"예, 알겠어요."

김민희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힘차게 답했다.

"그럼 이제…."

이들이 수집한 정보를 건네받을 시간이다.

***

한동희와 김민희는 내게 그동안 수집했던 정보를 주고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랬다는 말이지.'

그들이 전해 준 정보는 꽤 흥미로웠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마법 명가는 다시 흑암파를 육성하기 위한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전보다 훨씬 더 강도를 높여서.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 중이라고 했다.

그 수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내가 불씨를 지핀 덕에 놈들이 조금 다급해졌기 때문이리라.

'미래가 바뀌었어.'

확실하다.

이로써 확실히 대한민국의 탑의 흐름은 과거와 틀어지기 시작했다.

마법 명가와 검술 명가의 대립이 첨예하게 충돌하기 시작했다.

비록 내 마지막 순간에 둘은 함께 있었지만, 둘 사이가 나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다.

서로의 이득을 위해 잠시 협력관계는 되었을 지언정, 결국 서로를 증오하는 존재들.

어쨌든 지금 벌어진 두 세력의 갈등은전생의 기억보다 더 빠른 시점이다.

두 집단은 경쟁하며 더욱더 자신들의 성과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일들은 결국 탑의 등반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게 될 거다.

'그보다 마법 명가가 생체 실험을 골렘 사원에서 하고 있다니.'

공교롭다.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 내가 있는 층은 아니다.

그들이 입수한 대로라면, 마법 명가의 실험실은 27층.

'차라리 잘 됐어. 25층에서 아이템을 확실히 장비하고 쳐들어가는 게 좋을 테니까.'

어쨌든 그들이 골렘 사원에 흑암파를 육성하기 위한 실험실을 만든 건 다 이유가 있다.

'골렘을 이용하겠다는 거지.'

26층 이후의 골렘은 25층 이전의 골렘과는 많이 다르다.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골렘은 거대한 암석 덩어리.

하지만 26층 이후에 등장하는 골렘은 오히려 인간과 가깝다.

'온몸이 금석 덩어리인 건 마찬가지지만….'

훨씬 더 빠르고, 관절의 기동도 자유롭다.

아마 그런 골렘의 속성을 연구하고 흑암파에 적응하려는 속셈일 것이다.

'누군진 몰라도 머리 좀 굴렸군.'

역시 전생과는 달라진 양상이다.

만약 놈들의 실험이 성공하게 된다면 분명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탄생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 실험이 성공할 일은 없을 거다.'

이제 실험을 새로 시작한다고 해도 완성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인간으로 하는 실험만도 그랬는데, 골렘을 섞으려면 그의 몇 배는 걸릴 테니까.

'그때까지 내가 가만둘 리가 없지.'

박살낸다.

다시 한번 놈들의 헛된 희망을 짓밟을 것이다.

'그럼 나는 이제.'

오리하르콘 골렘을 사냥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일 시간이다.

***

'됐다.'

백 마리의 강철 골렘 사냥을 끝냈다.

"후우…."

솔직히 말하면 힘들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체력이 무한은 아니었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나마 이렇게 빨리 끝낼 수 있었던 건 다 몰른 덕분이다.

"오호호! 오호호호!"

저 녀석은 지치지도 않는지 펄쩍 펄쩍 뛰고 있다.

하여튼, 덕분에 스킬의 지속 시간이 늘었고.

내 생각보다 빠르게 강철 골렘 백 마리를 사냥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오리하르콘 골렘을 불러낼 차례다.

22층에는 고층 길드의 플레이어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사냥당한 지 얼마 안 된 모양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그 동안 22층에서 헤매고 있는 신규 플레이어들은 몇 번 마주쳤지만 나는 빠르게 몸을 숨겼다.

괜히 알량한 동정심으로 그들을 도왔다가는 귀찮아질 게 뻔하지 않은가.

'사람이 모인 곳엔 늘 트롤이 있는 법이지.'

정치질.

혹은 질투와 시기.

그런 알량한 감정들은 정말 지긋지긋하다.

쿠르르릉!

나는 아공간에서 모아 놓은 강철 골렘의 잔해와 핵을 쏟아 넣었다.

"몰른. 나 좀 도와줘."

"알겠습니다요오오!"

나와 몰른은 골렘의 잔해를 차곡차곡 쌓아 올렸고.

꼭대기에 골렘의 핵을 얹었다.

화아아앗!

강렬한 빛과 함께 골렘의 핵에 담겨 있던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쿠득! 쿠드드득!

마력에 반응한 골렘의 잔해들이 꾸득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스릴 골렘을 불러냈을 때와 똑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잠시 후.

카득! 카드드득!

골렘의 잔해가 뭉쳐 거대한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금 빛.

일반 금보다는 투명하지만, 명백히 황금빛 골렘이었다.

'오리하르콘의 색.'

드디어 오리하르콘 골렘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와 함께 메시지도 떠올랐다.

[오리하르콘 골렘이 등장했습니다.]

쿠르르릉!

골렘이 육중한 몸을 움직이며 나를 응시했다.

"후우…."

천천히 숨을 골랐다.

놈은 강하다.

미스릴 골렘과 비교했을 때 최소 1.5배에서 2배가량.

'특히나 오리하르콘이라는 금속은 공격력에 특화된 금속.'

그러니 온몸을 오리하르콘으로 두르고 있는 녀석의 공격력은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무게 역시 가벼우니 빠르다.

미스릴 골렘만큼이나.

그 사실을 뽐내려는 듯이 오리하르콘 골렘의 몸이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거대한 몸집이 어색할 만큼 엄청난 속도였다.

하지만 나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저런 녀석에게도 분명 약점은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까.

"몰른!"

내가 몰른을 부른 순간 몰른은 연주를 시작했다.

[펫 스킬 '승리의 찬가'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모든 능력의 지속 시간이 1.5배 증가합니다.]

그 순간 나는 모든 능력들을 동시에 활성화시켰다.

콰콰콰!

폭포수 같은 에너지가 온몸에서 솟구쳤다.

'이 녀석은 한두 번의 공격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어.'

그렇다고 굳이 싸움을 길게 끌 필요는 없다.

내가 무너트릴 수 없다면,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면 된다.

나는 몸을 날렸다.

놈과 나의 거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놈의 주먹이 움직인다.

빠른 속도지만, 내 눈에는 느리게 보인다.

내가 훨씬 더 빠르니까.

타앗!

바닥을 가볍게 굴렀다.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고.

내 방향이 급변하자 놈은 애꿎은 허공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부우우웅!

무지막지한 괴력에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피했음에도 아찔하다.

그렇다고 흥분할 필요는 없다.

최대한 침착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휘릭!

검이 골렘의 옆구리를 향해 쇄도했고.

콰콰콰콰콱!

충격파로 거세게 진동하는 검이 놈의 옆구리를 훑고 지나갔다.

쿠쿠쿠쿵!

놈의 옆구리에서 오리하르콘 뭉치가 떨어져 내린다.

'아까운 것.'

어쩔 수 없다.

오리하르콘의 손실은 불가피한 것.

그리고 애당초 무기 하나 만들면 되니까 그리 많은 오리하르콘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작살을 내 주마.'

물론 내가 필요한 양 만큼은 남긴 채로.

놈이 방향을 틀었다.

다시 주먹을 휘두른다.

토옹!

나는 가볍게 놈의 주먹 위로 올라타 도약했고.

휘릭!

공중에 떠오른 채로 몸을 회전시켰다.

휘리리릭!

몸이 빠르게 회전하며 놈과 가까워졌다.

지금 내가 노리는 건, 놈의 눈.

그 순간.

콰가가가가각!

내 검이 놈의 번뜩이는 눈을 과격하게 훑고 지나갔다.

"그어어어어어!"

오리하르콘 골렘이 괴성을 내질렀다.

아파서 그러는 건 아닐 거다.

골렘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까.

다만, 이제 놈의 시야는 완전히 봉쇄됐다.

그와 함께.

꽈드드득!

발을 헛디딘 놈의 무릎이 기괴하게 뒤틀리며 거대한 몸체가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제 곧 끝낼 수 있겠어.'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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