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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45화 (45/277)

45화

강민과 트라팔의 싸움은 금세 소문이 퍼졌다.

강민의 예상대로다.

트라팔은 싸움의 진상이 낱낱이 밝혀지는 걸 원치 않았으니.

자신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그 결과 세상에 알려진 소식은 다음과 같다.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으나, 트라팔과 강민의 승부는 무승부로 끝이 났다.'

싸움 장면을 본 건 고작해야 트라팔의 부하들.

트라팔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은 그들도 원치 않았다.

덕분에 트라팔과 강민의 싸움은 결국 무승부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나아가 처참하게 부상 당한 강민의 모습을 본 이들의 목격담까지 더해졌으니.

일부에서는 강민이 패배한 게 아니냐 하는 말까지 들려 올 지경이었다.

그런 소문을 들으며 강민은 생각했다.

'이렇게 내 계획대로 움직여 줄 줄이야.'

내심 트라팔에게 감사의 선물이라도 보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동안 강민도 충분한 휴식과 돈을 들여 치료에 매진했고.

덕분에 이미 상처와 누적된 피로는 완벽하게 해소된 상태였다.

'예상대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어.'

지금의 강민은 너무나 적절한 먹잇감이다.

그런 만큼 수많은 초청장이 강민에게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뷔페가 따로 없군.'

자신 앞으로 도착한 편지들을 읽으며 강민은 조소했다.

자신들의 미래도 모른 채 그물 속으로 몸을 내던지는 피라미들과 다를 바 없는 자들이다.

'다음은 어떤 놈을 요리해 먹을까.'

강민은 두 개의 편지를 골랐고, 동시에 답장을 적었다.

'이 녀석들은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마지막 상대가 될 두 명.

트라팔과 싸울 때에는 나름 연기를 했지만 두 번 다시 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몰른을 이용해야지.'

강민이 정한 표적 두 명과 싸움이 예정되었다는 것을 몰른을 통해 세상에 알린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강민의 덫에 발목을 붙들리게 될 것이고.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도망칠 수 없겠지.'

강민이 답장을 다 작성한 뒤 서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몰른."

"예에?"

"너에게 맡길 일이 있다."

골드 몇 개를 건네며 강민이 말했다.

"맥주 마시면서…."

강민은 몰른에게 다음 일을 지시했고.

몰른은 신이 나서 류트를 들고 근처의 주점으로 향했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곳을 벗어날 때도 그리 멀지 않았어.'

히든피스를 손에 넣고 곧바로 21층으로 올라설 생각이었다.

***

"흐하하하! 좋아, 아주 좋아. 이번 기회에 다른 머저리들을 짓밟고 올라설 수 있겠어!"

한 남자가 호쾌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그는 강민이 네 번째로 지목한 소드 마스터다.

그가 앉은 의자는 화려함의 극치를 달렸다.

그의 앞에는 각종 산해진미가 차려져 있었고, 남자는 음식들을 음미했다.

한눈에 봐도 사치를 좋아하는 성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앞으로 다가올 강민과의 싸움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심지어 그 트라팔과의 싸움에서 무승부로 끝났다고 했으니…. 흐흐흐. 내가 놈만 이기면 콧대 높은 트라팔 위라는 뜻이렸다!"

그가 직접 트라팔과 마주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타국의 소드 마스터.

전쟁터가 아니라면 싸우기는커녕 만날 일조차 없다.

실제로 전쟁터라고 하더라도 두 사람이 직접 싸울 일은 사실상 없다시피 할 테니까.

"이런 기회가 나에게 굴러오다니…. 크흐흐흐."

그가 강민으로부터 도착한 답신을 읽으며 중얼거리던 중이었다.

"송구하오나…."

그의 가신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무엇이냐."

"세간에 이상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는 소식이…."

"이상한 소문?"

"예. 듣자 하니 한강민이라는 모험가가 주군과 헤스톤을 함께 지목하였다고 합니다."

"으음?"

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동시에 말이냐?"

"예. 그렇습니다."

"확실한 소문인가?"

"저도 의문스러운지라 급히 알아본 결과… 헤스톤의 진영에서도 이미 한강민 모험가와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옵니다."

그 말에 남자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헤스톤 이 망나니 같은 자식이…."

헤스톤은 남자 다음의 상대다.

그렇다는 건 헤스톤이라는 자가 이미 자신의 패배를 상정하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이것은 명백히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헤스톤. 네 놈에게 떨어질 떡고물 따위는 없을 거다.'

그가 이를 갈았다.

안 그래도 타오르던 투지였건만 헤스톤의 소식은 그의 투지에 장작을 던졌고.

'한강민 네 놈이 뭐 하는 놈인지는 모르겠다만, 하나는 확실하다. 내 손에 너는 죽는다.'

그의 모든 분노가 강민에게로 향했다.

며칠이 지났고, 남자는 여전히

그렇게 그가 강민을 향한 분노의 칼날을 갈고 있을 무렵.

"도, 도착했다고 합니다!"

드디어 강민이 그의 성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

'화려하네.'

성을 보며 강민이 생각했다.

나폴리 역시도 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화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남자의 성은 온갖 사치를 다 부려 놓아 화려하기 그지없다.

'가끔 한 번 정도는 편하게 쉬어 가는 것도 좋겠지.'

강민은 그의 편지를 보자마자 생각했다.

허세에 찌든 속 빈 강정.

그게 그를 네 번째 상대로 택한 이유기도 했다.

그동안 너무 강행군을 달려오지 않았던가.

'그래도 마지막 녀석은 쓸만한 놈으로 골랐으니.'

잠시 후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민의 예상에서 조금도 빗나가지 않은 모습으로.

화려한 망토와 각종 장신구.

그리고 옆으로는 시종들이 보좌하고 있는 모양새다.

기사라기 보다는, 그저 허영심 많은 귀족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최근에 검이나 제대로 잡아 봤는지 모르겠군.'

당연히 일반인에 비하자면 훌륭한 몸매다.

소드 마스터라는 이들은 모두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존재들이었으니까.

허나 강민이 보기에는 영 아니다.

'오우거의 신체를 쓰기도 아까울 정도야.'

"네놈이로구나!"

남자가 강민을 보자마자 고함을 내질렀다.

강민은 그저 코웃음치며 허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다.

철거덕 철걱

가만히 서 있는 남자 주변으로 시종들이 모여들었고.

남자의 몸에 달린 장신구를 떼어내고 갑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갑옷을 입은 남자는 영 불편한지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었다.

'저런 놈이 일국의 기사라니.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야.'

쿵!

남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화려하고 묵중한 갑옷의 무게에 땅에 그의 발자국이 찍혔다.

"빨리 끝내자고."

그를 보며 강민이 말했다.

"건방진…!"

남자가 검을 치켜들었다.

역시나 화려한 보석으로 수놓인 검.

콰륵!

검 위로 오러 블레이드가 치솟았다.

자신이 소드 마스터라는 사실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위풍당당하게 검을 치켜들었고.

"오오오…!"

"오러 블레이드!"

주변에 있는 그의 시종들은 약속이나 된 듯이 이런 리액션을 터트렸다.

'지랄도 가지가지야.'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남자가 강민을 향해 걸어왔다.

하지만 소드 마스터는 거저 된 게 아니다.

어색했던 모습도 잠시, 어느새 그의 눈에 총기가 뿜어져 나왔고, 호흡도 안정됐다.

검을 들고 자세를 취하자 허술했던 자세는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 봐야, 허영에 찌든 돼지다.'

치지직!

강민의 검에서 오러와 함께 전류가 뿜어져 나왔다.

"허, 헛!"

오러에 뒤덮인 뇌전검을 본 순간 남자가 눈을 부릅떴다.

"어디서 잔재주를!"

그렇게 외치며 강민을 향해 몸을 날린 그 순간.

카가가가각!

"?!"

투욱

무언가 떨어져 내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세 명의 네임드를 처치하며 모든 육체 스탯이 60이나 증가한 강민이다.

지금 강민의 속도는 감히 남자가 따를 수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다, 다리가.. 다리가!"

"끄아아아아악!"

남자의 다리는 지금 몸에서 잘려 나간 채 힘없이 바닥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쿠우우웅!

그와 함께 남자의 몸이 순식간에 바닥에 고꾸라졌다.

"으, 으아아악! 이노오오옴! 대체 무슨, 무슨 짓을 한 것이야아아아!"

남자가 고함을 내질렀다.

붉게 달아오른 남자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동시에 이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의문도 함께 떠올랐다.

강민은 그의 앞으로 다가섰다.

"아직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건가?"

강민이 물었다.

"무, 무슨…."

"아직도 네가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말이야."

아직 승리했다는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눈앞의 남자가 아직도 승복하지 않았다는 뜻.

"너, 너 같은 놈은!"

그 순간 강민이 발을 들었다.

잘린 그의 다리 위로 발을 살포시 얹었고.

"할 수 있으면 해 봐. 더 싸우겠다면 이 다리는 저 먼 곳으로 치워도 괜찮겠지?"

"그, 그…!"

이쪽 세상에선 의학으로는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케 하는 힘이 있다.

마법과 신성력.

잘린 신체 부위도 붙일 수 있는 신비한 힘이다.

'그것도 어느 정도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하는 거지만.'

그러니까 남자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패배를 승복하고 잘린 다리를 붙일 것인지.

아니면 한쪽 다리로 강민과 싸워 이길 것인지.

"그래. 더 싸워보는 것도 괜찮겠지."

강민이 검을 치켜들었다.

남자를 향해 검을 휘두르려는 그 순간.

[상대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합니다.]

[네 번째 대륙의 네임드와의 싸움에서 승리했습니다.]

[민첩성 11을 포식했습니다.]

[히든피스 – 수많은 강자들 4/5]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강민의 눈앞에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음속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걸 인정 하면서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는 모습에 강민은 조소했다.

'이런 건방진 놈들은 확실하게 교육을 해 줘야지.'

강민이 메시지창들을 치우고 다시 남자를 바라봤다.

"자, 말해라. 네가 졌다고."

"그, 그…."

당황한 시종들을 흘끔흘끔 바라보며 머뭇거리고 있는 남자.

"시간은 흐르고 있어. 굳이 시간이 흐르지 않아도 네 잘린 다리를 완전히 뭉개 버릴 수도 있겠지."

남자가 다급해졌다.

그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렸고.

이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내, 내가… 내가 졌…다…."

"멍청한 새끼."

강민은 남자의 다리를 남자 쪽으로 걷어찼고, 몸을 돌렸다.

"겸손하게 살아. 네 분수에 맞게 말이야."

강민의 마지막 말에 남자는 멍하니 강민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엔 화가 났지만, 이제는 화조차 나지 않는다.

강민의 행동과 말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여유.

그건 결코 자신이 어찌 넘볼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 순간 자신의 잘려 나간 다리가 보였다.

강민을 보며 그조차도 잠시 잊고 있었던 끔찍한 통증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가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멍하니 서 있는 시종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사제, 사제를 들라 하라! 어서! 지금 당장 사제를 들라하라아아아아!"

시종들이 그 외침을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들 모두가 강민의 모습에 압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 알겠습니다! 자, 잠시만! 너, 너는 어서 응급 처치를 해라!"

"예, 예!"

남자의 성 안에 짧은 소란이 벌어졌고.

다시 소문은 빠르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헤스톤의 귀에 이 소식이 들어가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흥미롭네."

모든 전말을 전해 들은 뒤 헤스톤이 내뱉은 한 마디였다.

하지만 그런 헤스톤 역시도 강민 앞에서 무참하게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헤스톤을 쓰러트린 그 순간, 강민의 눈앞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상이 떠올랐다.

[업적 – 히든피스 '대륙의 강자들'을 클리어했습니다.]

[막대한 양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S등급의 아티팩트를 획득했습니다.]

총 3주.

위드 길드와 약속한 시간에서 1주일이나 앞당겨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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