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오러 블레이드 – S]
>1단계 (2단계 해금 조건 : 마력 50)
>육체 / 정신 복합계 스킬
-힘과 마력 수치의 영향을 받는다.
>추가 공격력 : 17.323
>지속시간 : 30.45초
>재사용 대기 시간 : 1분
오러 블레이드가 내 손에 들어왔다.
공격력은 힘의 1/10에 비례하여 증가하고, 지속 시간은 마력 1당 1초씩 추가.
현재 내가 사용하는 무기의 공격력이 30이다.
여기에서 무려 17의 공격력이 증가하게 된다.
파격적인 증가율이다.
'앞으로 힘 스탯을 꾸준히 포식해 주면, 공격력 역시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될 거다.'
마력 역시 문제없다.
내가 이번에 손에 넣으려는 히든피스가 바로 마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열쇠니까.
'어쨌든 깔끔하군.'
나폴리를 만나지 못했다면 일이 복잡해 질 뻔했다.
S급 능력을 포식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죽여야 한다는 그 조건 말이다.
'다른 소드 마스터들은 이미 국가의 중역들이다. 그런 놈들을 죽였다가는….'
나라고 해도 뒷감당이 쉽지는 않을 거다.
'지금 당장 오러 블레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는 없겠지만. 아쉬운 대로 잘 활용해 보면 되겠지.'
없는 것보단 낫다는 말이다.
나는 상태창을 펼쳤다.
[상태창]
>이름: 한강민
>레벨 : 36
>스탯
-육체
힘 : 173.13
민첩성 : 169.11
체력 : 170.51
-정신
마력 : 30.45
>능력
1. 포식자 (S)
2. 뇌전검 (S)
3. 충격파 (AA)
4. 오우거의 신체 (AAA)
5. 오러 블레이드 (S)
포식 포인트 – 30231p
훌륭하다.
레벨도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킬리만제르를 쓰러트리고 3레벨, 나폴리를 쓰러트리고 3레벨.
다른 플레이어들과 감히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다.
아무래도 괴물 같은 녀석들만 골라서 사냥하고 있으니, 일반 잡몹을 사냥하는 것보다는 빠르게 오를 수밖에 없지.
만약 내가 네임드들과 싸우지 않았다면 아직도 30레벨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40레벨에 포식 슬롯이 또 열리게 될지도 모르지.'
경험치도 꾸준히 올려야 한다.
히든피스에만 너무 집중하느라 레벨을 등한시한 것도 사실이다.
'언제 또 쓸만한 능력을 가진 녀석을 만나게 될지 모르니까.'
전생에서 홀몸으로 탑을 누볐지만, 탑은 여전히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투성이다.
수많은 변수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 곳.
항상 준비를 갖춰 놔야 한다.
'그럼 이제는 다음 상대를 정해야 할 텐데….'
마음은 가볍다.
이제 내 앞에 놓인 선택지는 너무나 다양하니까.
"몰른."
"예에에?"
"튀자."
"예에?"
"튀자고. 곧 경비원들이 올 거다."
나는 몰른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18층을 향해서.
***
그 이후의 상황은 강민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그 킬리만제르와 나폴리를 처치한 모험가가 있다고? 그 말이 사실이렷다!"
"그러하옵니다. 현재 전 대륙이 그 모험가 한 명으로 들썩이고 있습니다!"
"흐하하하하!"
한 남자가 포효를 터트렸다.
웃기만 했을 뿐인데 그 옆에 도열해 있는 기사들이 몸을 움츠렸다.
"재미있군. 재미있어! 어디서 그런 괴물 같은 녀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그가 자신의 왼쪽 뺨을 가로지르는 상처를 어루만졌다.
이미 한참 전에 아문 상처지만 왜인지 모르게 시큰거렸다.
그가 젊었던 시절 나폴리에게 입었던 상처다.
그는 아직도 그 날을 잊지 못했다.
'살면서 겪었던 가장 처참한 패배.'
그 날의 울분을 억누르며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다.
언젠가 꼭 나폴리를 만나고 싶다는 일념을 가지고서 말이다.
한 군대의 총대장.
백이 넘는 기사를 이끄는 기사장.
그리고 소드 마스터.
수많은 전장을 누비며 싸웠고, 승리했다.
그의 온 몸에 수놓은 상처들이 그의 역사를 증명한다.
'네놈이 정녕 그자를 죽었다는 것이냐.'
젊은 시절의 나폴리를 떠올렸다.
괴물이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기술과 힘을 쏟아부어도 나폴리를 이기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지금의 나라면 어느 정도 네 놈과 검을 겨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하지만 나폴리와 다시 싸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행방조차 묘연했으니까.
'아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마음만 먹으면 나폴리를 못 찾을 이유가 없다.
지금 그는 나는 새도 떨어트릴 수 있을 만큼 높이 올라섰으니까.
'마음 한구석에 잠자고 있던 나폴리에 대한 두려움.'
그것이다.
자신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선물했던 나폴리라는 인물.
지금의 자신이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나폴리를 떠올리면 과거의 야수 같았던 그의 모습이 목을 조여오곤 했으니까.
'하지만 나폴리가 아니라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그가 두려워하는 건, 지금의 나폴리가 아니라 과거의 기억이다.
그렇다면 강민은.
'내가 질 이유가 없다.'
나폴리를 이긴 모험가, 강민.
그를 이기고 과거의 치욕을 씻는다.
아직도 스스로를 괴롭히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씻어내고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른다.
결정은 끝났다.
"그를 찾아라."
"…?"
"나폴리를 처치했다는 그 모험가를 찾아 내 앞으로 대령하라. 내 그와 직접 검을 마주할 것이다!"
"!!"
기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를 향했다.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인가."
"아, 아닙니다!"
"움직여라. 다른 녀석들에게 그 모험가를 빼앗겨서는 안 돼! 분명 나 말고도 놈을 노리고 있는 녀석들이 있을 것이니."
남자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런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나폴리와 킬리만제르.
두 사람에게 뼈저린 패배를 느꼈던 대륙의 수많은 강자들이 현재 강민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
위드 길드와 약속한 한 달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고.
덕분에 나는 18층에 도착하자마자 몬스터를 사냥하며 레벨을 꾸준히 올리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나의 레벨은 38.
40까지는 이제 고작 두 개의 레벨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그나저나 그보다 큰 수확이 있다.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나는 내 앞으로 도착한 편지들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터트려야만 했다.
당연히 나를 초청하겠다는 편지들이다.
기사단, 용병단, 왕, 혹은 상인.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나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왔다.
그들의 목적은 직업만큼이나 다양했다.
자신을 지켜달라거나 거액을 줄 테니 자신 밑에서 일해 달라거나.
아니면 기사단을 통째로 맡길 테니 훈련을 시켜 달라는 이들도 있었다.
'만약 내가 다른 플레이어였다면 이런 제안들이 혹했을지도 모르지.'
하나같이 거액이다.
웬만한 플레이어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의 액수.
20층 이내에 눌러앉아도 평생을 호의호식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이 보장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돈 따위.'
이미 내가 쓸 정도로 충분히 벌어 뒀다.
게다가 앞으로 돈은 벌고 싶은 만큼 벌어들일 수 있다.
나는 그런 능력이 있으니까.
'그리고.'
나는 편지 중 몇 개를 골라냈다.
내가 기다리던 편지들이다.
'한 번 볼까.'
사실 이제부터는 누구와 싸워도 상관없다.
남은 세 개의 숫자만 채워주면 될 테니까.
나폴리와 킬리만제르라는 괴물들을 가장 앞에 배치한 이유도 그것이다.
뒷일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놈은 별 볼 일 없어. 네임드라고 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녀석이다.'
나는 편지 하나를 구석에 치웠다.
네임드라는 기준은 '별명'을 가지고 있느냐다.
검성, 야만왕과 같이 말이다.
그런 네임드라면 으레 이런 편지에 자신의 별명을 적기 마련이건만.
방금 치워 버린 녀석의 편지에 그런 건 없었다.
그저 길고 진부한 수식어들 뿐.
'이 녀석도 마찬가지고.'
죄다 어느 왕국 어디 소속의 어떤 직위를 가진 누구누구.
이런 식이다.
'그런 놈들은 붙어 볼 필요도 없어.'
손쉽게 이겨 버리고 통과하면 나야 고맙지만, 그런 놈들은 히든피스의 숫자를 채우지 못하니까.
그러던 중이었다.
"호오."
괜찮은 먹잇감이 하나 걸려들었다.
'중검'의 트라팔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는 편지였다.
투박한 편지지와 자신의 인장.
그 내용물은.
'깔끔하다.'
장소와 날짜만이 적혀 있었다.
다른 수식어는 없다.
이런 녀석이야말로 진짜배기다.
다음 상대는 정해졌다.
'중검.'
들어 본 적 있는 녀석이다.
나와는 정반대의 전투 스타일을 고수하는 녀석.
온몸을 두꺼운 갑옷으로 두르고, 웬만한 사람은 들지도 못하는 거대한 검을 자유자재로 흔드는 녀석.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이미 그런 적은 수없이 많이 상대해 봤다.
대응법 정도야 이미 머릿속에 깔끔하게 담겨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지금의 나는 오러 블레이드를 손에 넣었다.
오래 지속시킬 수는 없지만 놈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큰 힘을 발휘하리라.
'재밌겠어.'
출발은 내일.
초반에 빠르게 달려 둔 덕분에 시간의 여유는 충분하다.
***
"네 놈이로구나."
거구의 남자가 나를 내려 보고 있었다.
놈이 바로 트라팔.
트라팔은 내가 도착하기까지 기다리기조차 싫었는지 나를 모시기 위해 사람까지 보냈다.
덕분에 놈이 있는 여기에 도착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쨌든 덕분에 시간과 돈도 아낄 수 있었지.'
우리 주변에는 놈의 수하로 보이는 기사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다들 트라팔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는 모습들이다.
그러는 중에도 나를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 녀석이 정말 나폴리를 죽였다고?"
"그렇게는 안 보이지만…. 진짜라고 하더군."
나와 트라팔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고 오묘한 표정을 짓는다.
체급이 다르다는 뜻이겠지.
누누이 말하지만, 플레이어에게 체급은 의미가 없다.
물론 저들은 모르겠지.
지금 내 스탯이 결코 트라팔에 비해서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거기에 능력까지 활성화한다면.'
내가 압도한다.
놈은 나폴리보다 약하다.
내 눈에는 보인다.
'싸움이 어렵지 않겠어.'
그리고 그때.
"너는 이 자리에서 죽는다."
트라팔이 말했다.
어처구니가 없다.
어떤 자신감인지.
"나폴리를 죽였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너는 죽는다."
"…."
대충 각이 나온다.
나폴리에 대한 진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모양.
"그러거나 말거나."
"죽을 각오로 임해라. 꽁무니 빼는 것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니까."
"……."
고맙다.
혹시라도 다치지 않게 살살 해야 하는가 걱정하고 있었는데.
죽이지는 않더라도 팔이나 다리 한쪽 정도는 잘라 줘도 나쁘지 않겠다.
그 순간.
쿠우웅!
놈이 자신의 무기인 대검을 꺼내 들었다.
중검이라는 이름이 조금도 아깝지 않은 위용이다.
휘잉! 휙!
허공에 대검을 휘두른다.
기선제압이라도 하려는 모양인데.
웃기지도 않는다.
"자아아아아! 받아라!"
쿠웅!
놈이 도약했다.
덩치에 걸맞지 않은 빠른 속도다.
동시에 대검위로 짙푸른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무섭지 않다.
조금 흥분되고, 조금 들뜰 뿐이다.
가볍게 발을 굴렀다.
검을 치켜들었고.
놈을 바라봤다.
'한 번에 터트린다.'
고오오오!
내가 가진 모든 능력들이 동시에 활성화됐다.
오러 블레이드와 뇌전검이 뒤엉키며 기묘한 풍경을 만들어냈고.
내 모습에 놀랐는지 탄성들이 쏟아졌다.
놈이 나의 지척으로 가까워졌다.
'지금.'
몸을 날렸다.
파아앙!
나와 트라팔의 몸이 교차했다.
손끝으로 묵직한 감촉이 느껴졌다.
깔끔하다.
그리고 깊다.
"허어어억!"
"트, 트라팔니이이이임!"
"마, 말도 안 돼!"
기사들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몸을 돌렸다.
트라팔의 등이 보였다.
커다란 등판이 가늘게 들썩였다.
'뭐야. 분명….'
팔을 잘라냈다고 생각했는데.
"놀랐다."
트라팔이 몸을 돌렸다.
그의 오른팔.
내가 베어냈다고 생각했던 그 부분의 갑옷 위로 푸른 기운이 일렁였다.
'그 짧은 새에 갑옷 위에 오러를 둘렀다고?'
놈이 내뱉은 말들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놈은 미친놈이었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