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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40화 (40/277)

40화

더 이상 포인트를 세는 건 의미가 없다.

당장에라도 20층에 올라갈 만큼 많은 포인트가 쌓였다.

나와 몰른은 지체없이 17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17층에 존재하는 마법 명가 놈들의 끄나풀을 먼저 칠 것인지.

아니면 다음 목표인 나폴리를 먼저 찾을 것인지.

'마법 명가 놈들의 위치는 이미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나폴리는 이 도시에 있다는 것만 알 뿐, 정확한 위치는 몰라.'

거기에 하나 더.

나폴 리가 언제까지 여기에 머물고 있으리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먼저 사안의 경중을 따져볼 필요가 있는데.'

둘 다 중요하다.

하지만 조금 더 중요한 쪽을 따져보라면 마법 명가 쪽이다.

놈들은 내가 반드시 부숴야 할 목표.

나폴리는 그 정도는 아니다.

대륙의 네임드가 꼭 그 녀석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놈을 놓친다고 해도 대안은 충분히 많다.

'그렇다고 코 앞에 있는, 다 잡은 고기를 놔 주기는 아까운데.'

그 순간 내 눈에 천진난만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는 몰른이 보였다.

'내가 멍청한 고민을 하고 있었군.'

이렇게 좋은 낚싯대가 있는데 말이다.

"몰른."

"예에에에?"

몰른이 눈을 껌뻑이며 나를 바라봤다.

어디서 좋은 냄새를 맡았는지 녀석의 코가 벌렁거리고 있다.

"이 도시에 내가 찾는 녀석이 있다."

"그래서요오?"

"너는 놈에게 내 이야기가 들어갈 때까지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거야."

"오호호!"

노래라는 말에 몰른이 특유의 웃음소리를 냈다.

검성 나폴리.

놈이 떠돌아다니는 이유는 하나다.

만족하지 못해서.

킬리만제르는 정착하고 강자들이 찾아오기를 바랐지만.

놈은 직접 돌아다니며 강자를 찾아다니는 녀석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몰른만큼 훌륭한 낚싯대는 없다. 떡밥은 당연히 나고.'

짤랑

나는 몰른에게 골드 몇 개를 건넸다.

"오오오오오!"

몰른의 눈이 번뜩였다.

"이 돈으로 여관 잡고, 괜찮은 주점이라도 가서 노래 부르고 있어. 그리고 무섭게 생긴 녀석이 나타나거든 조금만 기다리라고 전해라."

"무섭게 생긴 녀석이요오?"

"그래. 검성 나폴리 말이다."

"커헙!"

몰른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뭘 놀라? 싸우라는 것도 아니야. 다만 놈이 나를 찾거든 잠깐 어디 다녀온다고. 그 말만 전해. 그럼 될 거다."

"아, 알겠습니다요오…."

몰른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대답했다.

그동안 몰른을 보건대 어벙해 보여도 제 할 일은 충분히 하는 녀석이다.

'몰른을 통해 나폴리의 시선을 끌고 잠시 묶어 두고. 나는 먼저 마법 명가 놈들의 끄나풀을 친다.'

놈들의 본거지는 이 도시에서부터 대략 하루거리.

다녀오는 데 이틀이면 충분할 테고.

내가 알고 있는 나폴리의 성격이 왜곡되지만 않았다면, 놈은 반드시 이 도시에서 나를 기다릴 것이다.

'킬리만제르를 처치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의심의 여지는 없다.'

"나는 다녀올 테니 이 도시에서 가장 큰 여관에 가 있어."

"아, 알겠습니다요오오!"

몰른은 류트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녀석의 시선은 류트가 아닌 주점으로 향해 있었다.

'가자.'

나는 정보 길드로부터 입수한 정보대로 마법 명가의 끄나풀들이 숨어 있을 본거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로브를 입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암실에서 두런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마법 명가에 소속된 플레이어들이다.

직접 혈계를 계승한 이들은 아니지만, 마법 명가 아래에서 마법을 연구하는 플레이어들.

모두가 마력에 대한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이들이었다.

"끄으윽..."

"야, 얘 마취 풀렸다. 약 좀 줘 봐."

"여기."

그들의 앞에는 노예 매매로 거래한 실험체가 누워 있었다.

전에는 사람이었지만, 사람의 몰골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잠시 후 모두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것도 실패인가."

"그런 것 같군."

이마에 묻은 땀을 훔쳐낸 한 남자가 말했다.

"저 우중충한 놈들은 왜 와 있는 거야?"

"낸들 알어?"

"지금 아래층에서 우리 거점 몇 개가 습격당했다던데."

"엥?"

한 남자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요즘 실험체 공급량이 떨어진 것도 그것 때문이라더군."

"허어…."

"어떤 간 큰 놈이? 그놈 잡겠다고 저 우중충한 것들을 경비로 삼아 놓은 건가?"

"그렇겠지. 네 명이나 보낸 걸 보면 사태가 심각하긴 한 모양인데."

우중충한 것들.

그건 바로 실험실의 입구를 지키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들 역시 마법 명가의 실험을 통해 만들어낸 플레이어.

현재 마법 명가의 역작인 셈이다.

"잘못 걸렸군. 저것들이 이 아래층에 있을 녀석들은 아닌데 말이지."

"그래. 단단히 잘못 걸린 거지. 너희는 본 적 있나?"

"뭘?"

"저 녀석들이 싸우는 모습을 말이야."

그 말을 듣고 있던 마법 명가 소속의 플레이어들이 고개를 저었다.

"끔찍한 놈들이야."

남자는 혀를 내둘렀다.

"직접 봤다는 말인가?"

"그래. 봤지. 저 녀석들을 만드는 실험실을 우연히 본 적 있었으니까."

생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지는 모양인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땠는데?"

"…악마야. 놈들은 더 이상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어. 신체 능력은 당연하고 감정이란 것조차 남아 있지 않지."

"하기야. 놈들은 검술 명가 놈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만든 괴물들이니까."

"중요한 건 놈들이 아직도 미완성이라는 거지…."

"흐. 언제 완성되려나. 이 짓도 더는 못해먹겠어."

"동감이다."

그들은 서둘러 입을 다물었다.

그건 마법 명가의 기밀 사항 중 하나였으니까.

혹여라도 밖으로 새어 나가게 된다면 그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어쨌거나 이번 실험도 실패야. 당분간 실험체는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했으니."

"자, 자. 눈이라도 좀 붙이자고. 저 음침한 것들이랑 마주치지 않게 조심하고."

그들은 마법을 사용해서 실패한 실험체를 순식간에 불태웠다.

더 이상 이곳에서 생체 실험을 했다는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고.

그들은 서둘러 뿔뿔이 흩어진 채 어디론가 향했다.

***

'확실히 정보 길드 놈들이 대단하긴 해.'

어떻게 이렇게 숨어 있는 장소를 찾아낼 수 있었는지.

GPS나 위치 추적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덕분에 나는 마법 명가 놈들의 본거지를 빠르게 찾아낼 수 있었다.

'그나저나.'

실험실의 입구 앞에는 웬 검은 복면에 검은 옷을 입고 있는 녀석들 셋이 서 있었다.

'이거 그림이 조금 이상한데.'

나는 놈들의 면면을 살폈다.

분명 어디선가 본 듯한 녀석들이다.

놈들의 능력을 살펴봤다.

아직 능력을 포식하지 않은 덕분에 상대의 능력을 살피는 게 가능했다.

그때.

'…!'

내 눈을 의심할 뻔했다.

놈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 때문이다.

'암(暗)?'

분명 내가 알고 있는 능력이다.

나의 전생에서 마법 명가와 마찬가지로 나를 괴롭혔던 녀석들.

그리고 마법 명가와 가장 가까웠던 녀석들.

'흑암파.'

통칭 암살 명가, 혹은 암살자 집단이라고 불리던 음침한 녀석들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혈계가 아니야.'

분명 놈들의 능력인 '암' 옆에는 혈계가 아니라, AA라는 등급이 적혀 있었다.

'모두가 그들 역시 혈계를 계승했다고 알고 있었건만.'

그렇다는 건 내가 알던 흑암파 놈들에 대한 정보가 잘못됐다는 것.

분명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다.

누가?

뻔하지 않은가.

'마법 명가다.'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것 참.'

내 머릿속에서 퍼즐 조각 하나가 맞춰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법 명가와 흑암파.

두 집단의 긴밀한 관계에 대한 의문의 퍼즐이 말이다.

'어처구니가 없군.'

마법 명가 놈들이 실험체를 구하고, 실험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지금 그 실체에 닿았다.

어쨌거나 그 사건의 실마리를 여기에서 잡게 되다니.

흑암파는 베일에 싸인 존재였다.

흑암파를 두고서 명가인지 아닌지에 대한 많은 논쟁이 이어지기도 했다.

흑암파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부터 흑암파는 존재했지만, 그 세력은 미약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그들은 세력을 키우며 탑의 중심 세력으로 급부상했다.

다른 육체 계열의 명가와는 달리 마법 명가와 협력하며 검술 명가를 견제하기 시작한 것.

'이거였군.'

흑암파를 만들어 내고 길러낸 게 바로 마법 명가였고.

마법 명가는 흑암파를 이용해 검술 명가를 무너트리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잘 됐다.

놈들의 그런 원대한 계획을 조기에 뽑아낼 수 있는 기회를 붙잡은 셈이다.

아니, 그걸 넘어서 놈들에게 커다란 엿을 줄 수 있을 기회다.

'이를 어쩐다. 너무 큰 건을 물어 버렸는데.'

잠시 머리가 복잡해질 뻔했지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끼어들었을 뿐.

내 계획은 그대로다.

'부수면 그만이야.'

그것보다 다행인 건.

'놈들의 능력은 AA급. 아직 마법 명가의 실험이 완벽하지 않다는 뜻이겠지.'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놈들의 실험이 완성되기 전에 내가 놈들의 실험체 공급을 방해했고.

덕분에 흑암파 놈들의 능력을 개발하는 실험은 더욱더 지체될 수밖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소득이지만 잘된 일이지.'

흑암파의 능력인 암.

무서운 능력이다.

하지만 AA등급이라면, 그리 무섭지 않다.

나는 이미 S급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 외에도 저 정도 등급의 능력은 몇 개나 더 가지고 있으니까.

'흑암파 셋. 할 만한 싸움이다.'

나는 기척을 지운 채 놈들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놈들은 나를 아직도 발견하지 못했다.

역시나 놈들의 상태는 아직 완성되기 전인 게 분명했다.

신체 능력 역시도 내가 월등할 것이다.

'하나, 둘….'

나는 속으로 숫자를 셌다.

마지막 셋을 센 순간.

파앗!

몸을 날림과 동시에 뇌전검을 사용했다.

검 위로 뿜어져 나오는 전류가 허공을 수놓았고.

"...!"

그제야 흑암파 놈들이 나를 발견했다.

놈들이 무기를 꺼내들었다.

순식간에 주변이 어둡게 물들었고.

놈들의 모습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저것이 바로 놈들의 능력 '암'이 가진 힘.

주변을 검게 물들이고, 어둠과 동화된다.

그로 인해 공격 대상은 공포에 질림과 동시에 놈들을 시야에서 놓치게 되고.

'그 즉시 어둠 속에서 암살당하게 되지.'

하지만.

파각!

"커윽!"

어림도 없는 짓이다.

아직 완성도 되지 않은 능력이다.

게다가 모든 육체 능력이 놈들을 압도하는 나다.

놈들이 어둠 속에 채 사라지기도 전에 한 놈의 상체를 잘라냈다.

[민첩성 5를 포식합니다.]

스탯이 올랐다.

잠시 두 두 녀석의 모습이 어둠 속에 사라졌다.

'허술하군.'

AA등급.

훌륭하긴 하다만.

놈들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이 정도면 아무것도 아니지.'

나는 검을 들었고.

카아아앙!

허공에서 불똥이 튀어 올랐다.

"크읍!"

공격을 가로막힌 녀석이 기함을 토했다.

멍청한 새끼.

암살자가 공격 한 번 막혔다고 제 위치를 드러내다니.

파각!

나는 망설임 없이 한 녀석을 베어 넘겼고.

이제 남은 건 한 녀석이다.

마지막 녀석을 찾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두 번째 녀석을 베어내고 튀어 오른 피가 허공에 멈췄기 때문이다.

'다행이야. 이렇게 빨리 만날 수 있어서.'

나는 다시 한번 감사하며 마지막 녀석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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