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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29화 (29/277)

29화

[명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헬 난이도의 포인트 가중치가 적용됩니다.]

[1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24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12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12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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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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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들이다.

이곳에 잡혀왔던 이들은 이제 정신을 차렸는지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몰른은 어느새 그들의 옆에 가서 류트를 퉁기며 써 놓은 가사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그 가사는...

차마 내 입으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민망할 지경이니 생략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효과는 충분했는지 포인트가 빠르게 증가했다.

이렇게 말은 해도 몰른의 노래 실력은 뛰어났다.

'가사만 빼면 말이야.'

그래도 내 정서에 맞지 않을 뿐, 듣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지 벌써 몇몇은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이제 포인트는 7000포인트를 넘었어.'

아직 마을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3000포인트도 채 남지 않았다.

엄청난 속도다.

'오늘, 아니면 내일까지 1만 포인트를 넘을 수 있어.'

내가 처음 목표했던 대로 3일 안으로 12층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기염을 토할 만한 속도.

내가 기억하기로 11층을 가장 빠르게 돌파한 녀석이 5일이라고 했으니까.

그러면 이제는 놈들의 배후를 털 시간이다.

'내가 빙의하기 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후에도 놈들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들이 파다했지.'

하지만 누구도 직접 그 비밀을 캐내지는 못했다.

그 당시의 마법 명가는 검술 명가와 투톱을 달리는 거대한 가문으로 발전했고.

감히 누구도 건드릴 수 없을 정도의 세력을 구축했으니까.

'음흉한 놈들.'

각종 명가의 플레이어들은 으레 그렇지만 마법 명가의 배타성은 다른 이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나에 대해서 가장 심한 멸시를 보냈던 것도 바로 놈들이고.'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

심지어 놈들은 나를 생체 실험까지 하려고 했다.

능력도 없이 탑을 오르는 나를 마법으로 개조해 보겠다며 말이다.

'쳐 죽일 놈들이지.'

그 당시에 놈들의 손을 벗어나기 위해 끔찍한 경험을 해야만 했었지.

반드시 쳐부수리라 다짐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탑의 초장기.

분명 놈들은 지금도 강하겠지만, 그때만큼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강하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이대로 성장만 한다면, 지금의 마법 명가를 때려 부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만약 이런 식으로 노예를 거래하는 게 마법 명가인 게 맞다면 내게도 명분이 생긴다.'

놈들을 때려 부수면서 동시에 놈들의 악행을 까발릴 수 있는 증거가 생길 테니까.

하여간 음흉하기 그지 없는 녀석들.

'내가 어리석었지.'

그런 놈들의 제안을 덥석 물고 스스로 실험체가 되었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전생의 내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 편으론.'

얼마나 절실했기에 그랬을지.

순간 나에 대해서 연민의 감정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하긴. 마법 명가만 내게 손을 내밀었으면 결코 승낙하지 않았을 거다.'

내가 놈들의 제안을 승낙했던 데에는, 검술 명가도 함께 나에게 제안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 역시 검을 쓰는 플레이어로서 검술 명가라는 존재들은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제 지나간 일.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내가 아니다.

그리고 더 이상 명가에 대한 일말의 환상조차 남아 있지 않다.

그들은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없애야 할 적이다.

어쨌든.

고작 플레이어 사냥꾼을 박멸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소득인 셈이다.

"자 그럼."

나는 하긴과 플레이어를 바라봤다.

하긴은 정신은 차렸지만 넋이 나간 얼굴이었고.

플레이어 역시 얼굴을 붉히며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불어 봐. 니들이 알고 있는 거. 하나씩. 그리고 전부."

"내, 내가.. 내가 말할 것 같..."

플레이어의 말이다.

나는 조소하며 그의 손가락 위로 발을 올렸다.

빠직!

"끄아아아악!"

놈의 손가락 하나를 짓밟았다.

"5초 후에 하나 더."

"허.. 허억..."

"하나, 둘..."

놈이 다급하게 숨을 들이켰다.

그 순간.

"제, 제가.. 제가 먼저 불겠습니다!"

하긴이 묶인 몸을 들썩이며 소리쳤다.

"그래. 한 번 불어 봐."

완벽하게 교차 검증을 하기 위해서 플레이어를 잠시 한쪽으로 치웠다.

그 후 하긴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걸 불기 시작했다.

***

"마을에 도착하면 깨워."

"알겠습니다! 오호호!"

심문은 끝이 났고, 나는 지금 마차 위에 올라타서 몸을 뉘었다.

플레이어는 노예로 끌려온 이들의 손에 죽었다.

그들은 결국 하긴도 죽여버렸다.

그것까지는 내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그들에게 하긴을 죽이지 말라고 말릴 자격은 내게 없었다.

지금 마차를 몰고 있는 건, 상단에서 마부로 일하던 일꾼.

그는 지금 아마 겁에 질려 있으리라.

잡혀 온 이들이 마부들마저 때려죽이겠다고 이를 갈고 있으니까.

나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플레이어의 증언과 하긴의 증언은 많은 부분이 일치했다.'

놈들의 배후에 대한 결론은 내 예상대로다.

'마법 명가가 맞았어.'

노예를 구입하는 목적은 마법 실험을 위한 재료를 수급하기 위한 것.

생체 실험이라는 뜻이다.

잡혀 온 노예들 중 선별된 인간들을 마법 명가로 보냈으며, 나머지는 이곳에서 하인과 노예로 쓰고 있었던 것.

'자금 역시도 마법 명가의 자금이었던 거고. 당연한 일이야. 고작 11층에서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으니까.'

놈들이 층을 오가며 노예를 매매할 수 있는 건 놈들 혈계로 계승되는 '층간 이동'이라는 능력 덕분이다.

값비싼 아티팩트 없이도 자유롭게 층을 넘나드는 특별한 능력.

'그 능력으로 돈을 모으고, 실험 재료를 모으고 마법을 발전시켰지. 그게 바로 놈들이 훗날 명가들의 정상에 설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고.'

어쨌든 지금 나에게는 명분이 생기고, 증거가 생겼다.

'분명 20층 이내에 놈들이 실험 재료를 수급하는 곳이 또 있다고 하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탑에서 가장 인간 실험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11층부터 20층이기 때문이겠지.

이곳은 말 그대로 인권이란 존재하지 않는 중세 시대니까.

그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하긴과 플레이어 모두 다 그 위치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거짓말 같지는 않았어.'

그만큼 마법 명가 녀석들도 은밀하게 이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결국 밝혀내면 될 일.

꼬리를 잡은 이상 밝혀내지 못할 이유는 없다.

아니, 설사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도 반드시 밝혀내리라.

마법 명가 그 양아치들을 잡아 족칠 수만 있으면,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갈 생각이다.

'하나씩. 하나씩 깨부수면 돼.'

지금 당장 마법 명가를 부술 힘은 내게 없다.

어차피 놈들의 본거지는 현재 40층 이후.

40층에 올라갈 때쯤이면 나는 압도적인 무력을 갖게 될 거다.

그때면 마법 명가의 마법사들 수십이 달려들어도 내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리라.

'잘 됐어.'

생각만 해도 이가 갈리는 놈들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도구나 가축으로 여기는 존재들.

그들에게 인간은 혈계를 계승한 명가의 플레이어들 뿐이다.

'심지어 S급 능력을 가진 이들도 깔보기 일쑤였지.'

지금까지 내가 얻어 낸 정보를 통해 놈들을 쳐부술 계획을 머릿속에 그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쉽지 않은 싸움이겠지만, 자신 있다.

반드시 해내리라.

나는 잠시 눈을 뜨고 아공간에 넣어뒀던 장부를 살폈다.

그동안 놈들이 노예상과 거래하며 기록해 놨던 장부.

그리고 마법 명가의 일원들에게 노예를 건네줬던 물증까지.

'천천히 씹어 먹어 주마.'

***

몇 시간 후 다시 우리는 도시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잡혀갔던 이들은 내게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마부를 죽이겠다며 이를 갈던 이들은 마부에 대한 생각은 잊어버렸는지 급히 어디론가 달려갔다.

아마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것일 테다.

"자, 그럼 우리도 가지."

내가 몰른에게 말했다.

"오호호! 어디로 가는 것이지요? 우리 앞에 또 다른 모험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몰른은 신이 났는지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아직은 아니지. 네가 할 일이 남아 있잖아."

"할 일이요?"

"노래 불러야지. 그게 네 일이라고 하지 않았나?"

"아하! 그렇군요! 혹시.. 술을 한 잔 마실 수 있는 겁니까? 맥주.. 그 짜릿한 맥주를.. 오호.. 호오오!"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공짜로 부릴 생각은 없으니.

맥주 몇 잔 정도야 충분히 사주고도 남을 만큼 돈이 있다.

'놈들의 본거지에서 장신구를 얻었으니 장비를 살 돈에 대한 부담감은 크게 줄었어.'

거기에 마을에서 장인이 손봐 준 장비까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다들 뛰어난 아이템들이다.

덕분에 15층 마을에서 써야 할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다.

나는 몰른을 이끌고 도시에서 가장 큰 주점으로 향했다.

역시나 많은 손님들이 모여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포인트가 조금씩 쌓이고 있었다.

내가 구해준 이들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나의 무용담을 떠들어 대고 있기 때문일 거다.

'게다가 마차 안에서도 몰른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지.'

몰른이 만든 후렴구의 중독성은 꽤나 뛰어났다.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다 흠칫 놀랄 지경이었으니까.

분명 그 효과도 있을 것이다.

말은 더 큰 말을 낳고, 나에 대한 이야기는 부풀려지겠지.

잠시 후 주문한 맥주를 점원이 내왔다.

나는 맥주를 삼켰다.

탄산이 목을 스치고 넘어갔다.

"맥주 몇 잔 마시고 열심히 떠들어 봐. 아, 참고로."

"으음?"

"마을 밖에 나가서 불러 줬으면 좋겠군."

몰른의 노래를 내 귀로 들을 용기는 없다.

듣기만 해도 오그라드는 가사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오오호! 알겠습니다! 그것은 제가 바라는 바죠!"

몰른은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원이 내온 안주도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열심히 노래 부르고 여기 있는 여관으로 와서 나를 찾아. 들어가 있을 테니까."

"맡겨만 주십시오! 오호호!"

몰른은 맥주 몇 잔을 연거푸 마시고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반쯤은 취한 눈빛.

몰른은 의미심장한 눈빛과 함께 류트를 꺼내 들었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저의 시간이 다가왔군요."

마치 전투에 임하는 비장한 전사의 뒷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잔에 담긴 맥주를 천천히 음미했고.

음식을 먹으며 배를 채우고 있었다.

몰른은 이미 신이 나 밖으로 나갔다.

'몸을 좀 씻어야겠어.'

나는 계산을 마치고 여관으로 향했다.

이 도시에서 가장 값비싼 여관이었다.

욕실에 들어가자 여관의 주인은 이미 따뜻한 물을 준비해 뒀다.

장비를 다 벗은 채 물 안에 몸을 담갔다.

천천히 몸을 녹이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다시금 짚어가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플레이어 '한강민'의 업적을 칭송합니다.]

[도시의 주민들이 플레이어 '한강민'에 대해 궁금증을 갖기 시작합니다.]

[11층의 플레이어들의 플레이어 '한강민'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명성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헬 난이도의 가중치가 적용됩니다.]

[명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반복해서 몇 번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결국.

[1만 포인트를 달성했습니다.]

[12층으로 올라갈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됐다.

11층에 올라선 지 이틀.

첫 번째 관문을 넘어갈 수 있는 포인트를 획득했다.

그 이후로도 포인트는 꾸준히 올라갔다.

'1만 포인트 이후로 증가하는 양이 1/10 이하로 줄긴 했지만..'

다음 층으로 올라서면 다시 빠르게 포인트가 증가할 것이다.

'11345 포인트.'

그 이후로도 꾸준히 포인트가 오른 덕분이다.

'지금 바로 12층으로 올라간다.'

더 이상 쉬고 있을 시간은 없다.

나는 다시 장비를 갖추고 몰른을 찾아 움직였다.

'우선 다음 도시에 도착하기 전, 30레벨을 만들어야겠어.'

30레벨에 포식 슬롯이 열리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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