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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24화 (24/277)

24화

내 눈앞에서 자신만만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녀석.

보아하니 주무기는 너클인 것 같고.

내가 왔다는 사실을 알고도 크게 놀라지 않는 걸 보면, 이런 일을 몇 번이나 겪은 모양이다.

아마 이전 산채의 주인도 플레이어였을지도 모를 일이고.

'어쨌거나 중요한 건. 2년 동안 놈은 산채를 지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놈을 공격한 플레이어들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것.'

쉽게 말해서, 놈은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깨나 갖고 있는 녀석이라는 말이다.

"안 오냐?"

그때 놈이 나를 향해 말했다.

입을 쫘악 벌리고 송곳니를 드러낸 채로.

나는 녀석보다 강하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11층에 있는 플레이어 중, 나보다 강한 플레이어는 존재할 수 없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여기서 10년이고 100년이고 사냥해 봐야 70레벨 이상은 올리기가 힘들 테니까.'

하지만 말했듯 나의 스탯은 80레벨 수준.

거기에 가지고 있는 능력까지 더하면 능히 80레벨 이상의 전투력을 뿜어낼 수 있다.

"쫄았어? 그치? 막상 싸우려니까 무섭지? 너 같은 새끼 많이 봤거든, 내가!"

콰득!

"커허억!"

놈이 그렇게 소리치며 자신 앞에 있는 남자의 다리를 짓밟았고.

남자는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충격에 기절했던지 숨이 끊어진 모양이다.

그때.

콰앙!

녀석의 몸에서 증기가 피어올랐다.

그와 함께 내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들었다.

엄청난 속도다.

저게 녀석의 능력인지도 모르겠다.

신체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순간적으로 민첩성을 증폭시키는 능력 말이다.

'뇌전검의 하위 호환인가.'

내 추측이 맞다면 분명 쓸만한 능력인 건 맞다.

육체 강화 능력은 플레이어들이 가장 선호하는 능력이기도 했으니까.

게다가 움직임이 재빠른 걸 보니 여기에서 단순히 놀고먹기만 했던 것은 아닌 모양.

하지만 그래 봐야 뇌전검의 하위 호환.

게다가 기본 스탯 자체가 월등한 내가 사용하는 뇌전검이라면, 민첩성 역시 내가 압도적이라는 뜻.

타다닥-

이미 조금 전부터 튀어 오르기 시작한 전류가 검신 전체를 감쌌고.

쐐애액!

나는 발을 조금 움직이며 허공으로 검을 휘둘렀다.

푸른 전류가 아무것도 없는 공기 중에 흩뿌려졌고.

그 순간 손끝에 뭉툭한 감촉이 걸려들었다.

파직!

짧게 울려 퍼지는 파육음.

"어..?"

무언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쿠웅!

의문 가득한 짧은 탄식과 함께, 내가 서 있는 곳 조금 옆으로 놈이 멈춰 섰다.

"어.. 어..?"

의문 가득한 탄식이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

잠시 후 짧은 정적이 이어졌고.

놈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바닥과 자신의 왼팔을 번갈아 살폈다.

순간 놈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려오기 시작했다.

잠시 후.

"끄, 끄아아아악!"

놈은 다급하게 괴성을 내질렀다.

그제야 고통이 몰아치기 시작했는지 남아 있는 반대쪽 팔로는 잘려나간 어깨를 부여잡았다.

"멍청한 새끼."

나는 놈을 바라보며 한껏 비아냥댔다.

내 말에 놈이 나를 바라봤다.

놈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리고 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마치 괴물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이다.

나는 한껏 입꼬리를 비틀어줬다.

놈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저벅

나는 놈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아, 안..."

계속해서 놈과 가까워졌다.

지척으로 가까워진 그 순간.

휘이익!

다시 검을 휘둘렀다.

파직!

놈의 가슴팍 위로 커다란 검상 하나가 만들어졌다.

다시 한번.

콰득!

울려 퍼지는 파육음.

"끄아아아악!"

쿵!

놈은 비명과 함께 자빠졌고.

놈의 하체에서 덩어리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으악! 으아아아악! 아파, 아파, 아프다고오오!"

귀 떨어지겠네.

"살려.. 살려 줘.. 제발. 제바아아알! 크아아악!"

꽈악!

나는 놈의 가슴팍 위로 발을 올렸다.

"커헉!"

가슴이 짓눌리자 호흡이 가빠진 놈이 기함을 터트렸다.

"네 세상인 것 같았지? 좋았을 거야. 그치?"

"아, 아니.. 아니야... 제발..."

놈은 거세게 고개를 흔들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기는.

"차..차카게.. 차카게.. 사게...스니..."

꽈직!

"커헉!"

"개 같은 소리 지껄이지 말고."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다.

마지막에 한다는 소리가 착하게 살겠습니다, 라니.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그냥 운이 없는 거야. 나는 산적 두목을 처치하러 왔을 뿐인데. 이 자리에 네가 있었을 뿐이고."

푸훅!

놈의 가슴팍에 검을 박아 넣었다.

몸을 가늘게 떨더니 이내 움직임이 사라졌다.

[민첩성 2를 포식합니다.]

검을 뽑아 들었다.

쉬웠다.

너무 쉬운 상대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적어도 20층 이내에 존재하는 대륙의 강자들이 아니고서는 내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을 테니까.

'우선 쓸 만한 게 있지 않나 뒤져 봐야겠어.'

나는 두목이 사는 집을 살폈다.

쓸만한 장비는 없다.

고작해야 산적들이 쓰던 박도나 낡은 검 따위.

방어구도 제대로 된 것 없다.

'골드는 꽤 있어.'

그나마 쓸만한 건 두목이 모아 뒀던 골드.

그마저도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다.

대략 20만 골드.

아무래도 얼마 전에 어디 가서 돈을 허비한 모양이다.

어쨌든 덕분에 지금 내 돈은 총 50만 골드를 넘었다.

'마법 명가와 관련이 있는 녀석은 아니었던 건가.'

플레이어라고 하기에 이 녀석 역시 마법 명가와 관련된 녀석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이곳에서 마법 명가 녀석들에 대한 흔적을 찾지는 못했다.

'아쉬워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나는 지금 어떤 단체에도 묶여있지 않으니 놈들의 흔적을 자유롭게 추적할 수 있다.'

***

"정말.. 그분이 우리를 구해 주실까요?"

"못 봤어? 혼자서 그 많은 산적 놈들을 모조리 죽여버렸잖아!"

"그렇다고는 하지만..."

산적들에게 납치당해 온 이들이 모여서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목을 처치하겠다며 산채 꼭대기로 올라선 강민.

분명 그 뒷모습은 믿음직했지만, 그것만으로 상황은 변할 수 없다.

"두목... 분명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잖아요."

"그래요. 1년 전에는 산적들 수십 명이 달려들었다가 모두 혼쭐이 났대요."

"그건 방금 올라간 사람도 마찬가지잖아!"

그들의 논쟁은 끝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대다수는 강민의 패배를 점쳤다.

분명 강민의 실력을 보기도 했지만, 그들의 뇌리에는 산적들과 산적 두목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두려운 존재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두목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한 그들에게 두목은 세상 누구보다 강한 존재로 여겨질 수밖에.

"제발.. 제발... 어머니가 보고 싶어요."

"내 아들.. 내아들은...."

"흐흐흑.. 만약... 그 분이 지면.. 우리는..."

"흐흐흐흑!"

결국 사람들은 눈물마저 흘리기 시작했다.

한 명이 눈물을 쏟기 시작하니, 울음은 금세 번졌다.

아직 결과가 나타나지도 않았건만 벌써 죽음을 앞둔 것 같은 감정뿐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동안 몇 번이나 플레이어들이 두목을 처치하겠다며 올라왔었고, 그때마다 번번이 패배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두목은 플레이어를 죽이고 마을 사람과 산적들에게 분풀이를 해왔던 것.

그 과정에서 죽어나간 이들만 해도 셀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어떻게 두려움에 떨지 않을 수 있을까.

"크흐으으윽!"

한참이나 그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무렵.

저벅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헛!"

"허억!"

모여 있던 사람들이 몸을 움찔 떨었다.

감히 고개를 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다가오고 있는 것이 만약 산적들의 두목이라면, 그들은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들이 살고 있는 마을로 안내해라."

"...!"

두목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들은 천천히 목소리가 들려 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 해?"

다시 한번 강민이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눈앞에 보이는 강민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봤다.

두 손 두 발이 격하게 떨려왔다.

다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살 수 있다.

아니, 살았다.

살아 갈 수 있다.

"저.. 정말... 두목을..."

"허어억..."

전신에 없었던 기운들이 솟구쳤다.

그들은 빠르게 강민의 몸을 살폈다.

더 놀라운 건 다름이 아니라 강민의 몸 상태였다.

싸운 게 맞는가 싶을 정도로 멀쩡한 강민의 몸에는 상처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싸웠다는 걸 추측할 수 있는 건, 강민의 옷에 묻어 있는 아직 채 마르지 않은 핏자국뿐.

"맙소사..."

"정말... 살아오신 것입니까? 두목을 처치하고.."

강민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에게 있어서는 준비 운동조차 안 될 정도로 쉬운 상대였고.

감흥에 빠질 이유도 없었다.

"이 산채는 너희가 태워 없애건 집으로 쓰건 알아서 하고. 어서 너희 마을로 가고 싶은데."

"아, 알겠습니다. 따, 따라오십시오!"

마을 주민은 다급히 일어서며 앞장섰다.

그와 함께 강민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명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헬 난이도의 보정치가 적용됩니다.]

[1230의 관문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한 번에 1230이라니.'

강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

1230포인트는 엄청난 수치다.

그것도 고작 마을 주민 몇 명을 구하고 얻은 포인트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헬 난이도를 택하길 잘했어.'

물론 단순히 헬 난이도 때문만은 아니다.

포인트가 오르는 기준은 꽤 주관적이다.

명성이라는 건, 결국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그런다는 말은 지금 산을 내려가고 있는 주민들이 내 업적에 대해서 그만큼 크게 놀랐다는 뜻이었다.

'마을에 가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면 더 많은 포인트가 오를 거다.'

그게 바로 내가 마을에 가자고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저들이 열심히 내 이야기를 떠들수록 포인트는 더 빠르게 오를 테니까.

'이 속도라면 11층을 통과하기까지 일주일도 안 걸릴지도 모르겠어.'

한 번에 1230포인트나 오를 거라고는 나도 생각하지 못했다.

고작해야 5~600정도 오를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낙관할 수만은 없어.'

레벨 때문이다.

아직 레벨은 26밖에 되지 않았다.

포식 슬롯이 30에 열려 준다면 좋겠지만 만약 40에 열린다면 포인트를 아무리 많이 모아도 16층에 진입하면 안 된다.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하면 안 된다.

'16층에 가는 건 무조건 포식 슬롯이 열리고 나서야. 언제 대륙의 강자들을 만나게 될지 모르니까.'

30레벨에 다음 슬롯이 열리기를 바랄 수밖에.

마을 주민들은 산을 내려가면서도 몇 번이나 넘어지고 굴렀다.

그만큼 그동안 영양 상태도 부실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제 막 긴장이 풀리며 몸에 힘이 빠지기도 했을 거고.

그렇게 한 시간을 조금 넘게 산을 내려갔을 무렵.

"저, 저곳입니다!"

한 사람이 손가락을 뻗어 한 곳을 가리켰다.

그 끝에는 허름한 마을 하나가 보였다.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았다.

사람들은 바쁘게 마을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이라!"

"아이라! 내가 돌아왔다! 딸아!"

"올리스! 올리스! 내가 돌아왔소!"

그들은 자신들이 두고 온 가족을 향해 크게 외치기 시작했고.

그 소리에 마을에서 몇몇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 아아아!"

"아아아아! 돌아왔다! 산적에게 잡혔던 이들이 돌아왔습니다!"

산에서 내려온 이들이 그들을 발견하고 기쁨에 겨워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동안이나 서로를 붙잡고 눈물을 흘렸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겠지.

그리고 잠시 후.

몇몇 사람이 나를 돌아봤다.

그 순간 눈앞에 다시 한번 메시지가 떠올랐다.

[명성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헬 난이도의 보정치가 적용됩니다.]

[2300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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