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이 달라졌다-23화 (23/277)

23화

놈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그리 어려운 상대는 아니지만 분명 유의할 점은 있다.

'절대 내 등 뒤를 보이면 안 돼.'

실수로 등 뒤를 공격당하면 나라고 해도 어쩔 수 없으니까.

휘이익! 콰앙!

충격파를 사용한 채로 앞선 녀석들 향해 검을 휘둘렀다.

다수와의 싸움에서는 뇌전검보다 충격파가 훨씬 유용하다.

검이 놈의 몸을 가로지른 순간 놈이 몸을 격렬하게 비틀며 쓰러졌다.

당연히 옆에 있는 서너 명의 산적도 함께 괴성과 함께 자빠졌다.

순식간에 여섯 일곱의 산적이 나자빠졌고, 그 모습에 산적들은 크게 당황했다.

"무, 무슨 짓거리를 한 거지?"

"서, 설마.. 저 녀석..!"

산적들이 무슨 말인가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끝까지 들어 줄 여유는 없다.

지금도 산채 안에서는 산적들이 장비를 챙기며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바쁘게 놈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진동하는 검이 놈들을 강타할 때마다 적게는 셋에서 다섯의 산적이 순식간에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충격파가 없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

물론 뇌전검 하나로도 충분히 싸울 수 있었겠지만, 다수와의 싸움에서 충격파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런 능력을 주고 떠나간 사냥꾼 녀석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고 싶을 정도였다.

카득!

"커어억...!"

마지막 한 녀석을 마저 베어 넘겼다.

나는 곧바로 충격파를 off 상태로 돌렸다.

알다시피 충격파는 내 몸에도 무리를 주기 때문에 1초라도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저기다! 저기야!"

"죽여! 우아아아아!"

산적들이 다시 한번 쏟아져 나왔다.

'많기도 하네.'

다시 한번 싸움이 시작됐다.

나는 놈들에게 내 등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리를 유지하며 조금씩 산적들을 베어 넘겼다.

그렇게 싸우는 중에도 내 스탯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물론 이들도 인간인지라, 포식할 수 있는 스탯은 빠르게 줄었고.

이제는 소수점 한 자릿수 단위로밖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말이다.

"커허윽!"

"크으으으아!"

산적들이 쓰러졌다.

어느덧 내가 쓰러트린 산적의 수는 육십을 훌쩍 넘었다.

덕분에 이제 한 녀석에게서 포식할 수 있는 스탯은 1밑으로 떨어졌다.

'그렇다고 해도 포식한 스탯이 엄청나다.'

하지만 아직도 레벨은 오르지 않았다.

현재 레벨은 24.

'이건 좋지 않은데.'

스탯이 오르는 것도 좋지만 분명 레벨도 중요하다.

바로 다음에 열린 포식 슬롯 때문이다.

'다음 포식 슬롯이 열리는 게 언제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처음에는 분명 20레벨에 열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20레벨 단위로 포식 스탯이 오르리라는 보장은 없다.

'뭐가 됐던 15층에 가기 전에 다음 포식 슬롯을 열어야 해.'

포식 슬롯의 개방이 레벨의 영향을 받는다는 걸 아는 이상.

레벨도 스탯 만큼 중요하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16층 이후로 존재하는 대륙의 강자들.

물론 그들은 플레이어가 아니다.

그럼에도 웬만한 플레이어들보다 훌륭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내가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전생에서 방랑 무사를 택했던 녀석들이 그렇게 말했었지.'

그 녀석들과 만나기 전에 반드시 다음 슬롯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녀석들의 능력을 빼앗을 수 있을 테니까.'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혈계를 계승한 녀석들이나 다른 S급 능력을 가진 플레이어의 능력을 빼앗고 싶지만.

그건 아직 시기상조다.

그 녀석들은 지금쯤 30층, 40층 정도를 오르고 있을 테니까.

'놈들을 만나기 전까지 20층 내에서 확실한 능력 하나를 얻어내야 해. 그래야 벌어진 격차를 더욱 빠르게 메꿀 수 있다.'

능력 하나를 얻고, 20층 내에 존재하는 히든피스까지 얻는 것.

이게 바로 21층에 오르기 전에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마지막 한 녀석을 베어 넘겼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힘 0.71을 포식했습니다.]

'이제 26레벨.'

그래도 아직까지는 꽤 준수한 레벨업 속도를 보이고 있다.

[상태창]

>이름: 한강민

>레벨 : 26

>스탯

-육체

힘 : 96.45

민첩성 : 92.18

체력 : 93.32

-정신

마력 : 5

>능력

1. 포식자 (S)

2. 뇌전검 (S)

3. 충격파 (AA)

4. 오우거의 신체 (AAA)

포식 포인트 – 19340p

포식 포인트는 2만에 가까워졌다.

육체 스탯도 말도 안 될 정도로 상승했다.

육체 스탯은 90을 넘었다.

이 정도의 스탯을 가진 채 11층에 올라선 플레이어는 역사상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가진 능력들도 말도 안 되는 것들뿐이지.'

단연코 압도적인 성장력이라고 자부할 수 있으리라.

'그나저나 이제 산적들도 바닥이 난 건가?'

산채 안이 조용해졌다.

산적들의 수가 많이 줄어들었는지 처음처럼 소란스럽게 달려 나오지도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 봐도 괜찮겠어.'

그렇다고 긴장을 늦출 순 없다.

나는 조심스럽게 산채의 입구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산채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때까지도 산적들의 습격은 없었다.

나는 조심히 문 앞으로 다가가 산채의 내부를 살폈다.

"흐음."

사람이 있었다.

산적은 아니다.

"사, 살려 주세요!"

"여기! 여기예요! 제발 살려주세요!"

아무래도 마을에서 잡혀 온 사람들 같다.

대부분 여자와 아이들이다.

간혹 보이는 남자들은 피골이 상접한 채로 허드렛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보자마자 내 쪽으로 달려왔다.

"마을에서 잡혀 온 이들인가?"

내가 묻자 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 집으로 가고 싶어요!"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밖에서 산적들을 처치한 분이시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됐다.

아무래도 아직 산적 대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고.

이들이라면 내부의 사정에 대해서 대충이라도 알고 있을 테니까.

"우선 산적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대로 내게 말해 봐라."

"아, 알겠습니다."

그들은 산채의 구조에 대해 나에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저 가장 꼭대기에 있는 곳이 두목의 집이라는 거고."

"예. 맞습니다."

"근데 왜 아직도 안 나타나고 있는 거지?"

"...그게..."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안색이 어두워졌다.

듣지 않아도 뻔하다.

저 안에서 무언가 끔찍한 일을 벌이고 있는 거겠지.

"알겠다. 우선 두목을 처치하고 올 테니, 여기에 잘 숨어 있도록."

내가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리려는 순간.

"조, 조심하세요. 산적 두목이라는 사람은 신비로운 능력을 사용하고 있거든요..!"

"음?"

신비로운 능력이라는 말에 나는 다시 몸을 돌렸다.

"자세히 말해 봐. 그 두목이라는 녀석에 대해서."

"그, 그게.. 자세히는 알지 못해요. 하지만 원래 산적들의 두목은 지금의 두목이 아니었어요."

"바뀌었다는 건가?"

"예. 몇 년 전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서 원래의 두목을 죽이고 이 산채를 차지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턱을 어루만졌다.

냄새가 난다.

"그리고 그 신비한 능력이라는 건?"

"그, 그건... 몰라요. 직접 본 적이 없으니까요. 다만 산적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어요."

"어떤 얘기였지?"

"말 그대로요. 두목이 신비한 힘으로 이 일대의 산적들을 모조리 정리하고 하나로 규합시켰다는 말이었어요."

"흐흠.. 그렇다는 말이지.."

재미있다.

저 말대로라면 산적 두목이라는 녀석은 탑의 원주민이 아니다.

'플레이어.'

몇 년 전에 모습을 드러냈고, 신비로운 능력을 사용하는 인물이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추측이다.

10층 아래에서 만났던 사냥꾼들과 같은 부류의 녀석일 것이다.

물론 사냥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탑 오르는 걸 포기한 채 이 산채에 눌러 앉은 거겠지.

그런 녀석은 탑의 곳곳에 존재한다.

그다지 새로운 일은 아니라는 뜻.

'가 보면 알겠지.'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내 뒤쪽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조, 조심하세요!"

***

"뭐가 이리 시끄러워? 이 망할 새끼들."

산적 두목이 눈앞에 있는 남자의 복부를 향해 발길질을 내질렀다.

빠각!

"커, 커허윽..."

남자가 배를 움켜잡고 기함을 토해냈다.

"재미없어. 맷집 좀 좋은 새끼 없어? 왜 죄다 약해 빠진 새끼들밖에 없는 건데?"

남자는 허공에 주먹을 내지르며 복싱선수처럼 폼을 잡으며 말했다.

"이것은 손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야~ 휘익! 휙!"

몇 번을 더 허공에 주먹을 내지르던 산적 두목이 자빠진 남자를 바라봤다.

"그래 안 그래? 이 새끼야!"

빠각!

"커헉! 사, 살려..!"

다시 한번 남자를 향한 발길질에 비명을 내질렀다.

"야."

그러면서 두목은 문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불러 세웠다.

"예, 형님."

"애새끼들 뭐 하는데 이리 시끄러워?"

"아까 보니까 술판 열었던 것 같습니다. 다들 술 취해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미친 새끼들. 살판났다 이거지? 너 이리 와 봐."

그 순간 문 앞에 서 있던 산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의 표정을 본 두목의 미간이 좁혀졌다.

"야. 표정 안 풀어?"

"아, 아닙니다."

짜악!

그 앞으로 다가온 산적의 뺨을 강하게 내리친 두목이 말했다.

"애들 관리 좀 하란 말이야. 응? 내가 저놈들 관리할 짬밥이야?"

"죄, 죄송합니다.."

툭툭

두목은 산적의 뺨을 몇 번 더 두드리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가서 난리 피는 놈 몇 놈 데려와. 맷집 괜찮은 것들로. 응? 요새 통 싸우질 못했더니 주먹이 굳는다, 굳어."

"알겠습니다."

그리고 산적은 재빨리 몸을 돌렸다.

두목과 단 한 순간도 붙어 있고 싶지 않았다.

'저 망나니 새끼.'

그렇게 읊조리며 산채를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으흐흐. 살맛 난다, 살맛 나. 이게 인생이지. 그나저나 조만간 마을 한 번 털어야겠네. 샌드백도 좀 구하고 여자도 좀 구하고.. 흐흐."

그의 입가에 탐욕이 물들었다.

그때였다.

콰아아앙!

순간 집 밖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크아아아악!"

"커어억!"

"누, 누구.. 커헉!"

그와 함께 산적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엉?"

'어떤 새끼가 감히 여기를 기어들어 와? 토벌대는 아닐 거고...'

이미 이 일대를 꽉 잡고 있는 두목이었다.

그러니 영지의 토벌대와도 이미 뒷거래를 통해 안전을 확보해 놓은 상태였으니.

'그러면 혹시.. 플레이언가?'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순간 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커다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플레이어라... 흐흐흐..."

조금도 겁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명성을 쌓으려는 플레이어들이 몇 번이나 그를 찾아왔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그의 주먹에 모두가 나자빠졌다.

"또 겁도 없이 찾아왔나 본데. 잘됐네."

그러더니 아공간에서 너클 하나를 꺼내 들었다.

까득

주먹에 너클을 장착한 두목이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어떤 놈이냐, 얼른 와 봐라. 형 심심하니까."

그의 탄력적인 근육이 쭉 늘어지며 그가 개운한 신음을 토해냈다.

그러는 중에도 바깥에서는 굉음과 산적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반년 만인가.. 흐흐흐."

산채가 엉망이 되었지만 조금도 긴장한 기색은 없다.

'이딴 놈들 뒈지면 다른 데로 가면 되니까. 얼마나 좋아. 힘만 있으면 참 좋은 세상이야. 흐..'

저벅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목이 그 방향에 대고 말했다.

"왔냐? 새끼야. 형이 조올라 기다렸잖아."

두목이 모습을 드러낸 강민을 보며 입꼬리를 치켜 올렸다.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던 맹수와 같은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두목을 마주하고 있는 강민의 표정에는 미세한 동요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