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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19화 (19/277)

19화

고기를 다 씹은 뒤 오크 고기를 한 점 더 꺼내 씹었다.

고기를 먹기 위해서라면 간이라도 빼내어 줄 것 같은 표정들이다.

몇몇은 아예 눈물을 쏟아낼 기세다.

파티원들의 콧구멍이 쉴 새 없이 벌렁거렸다.

그러면 이제.

투욱

아공간에서 가장 커다란 오크 고기 한 덩이를 꺼냈다.

"허.. 허억..."

"흐어억!"

"으아아악!"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지금까지는 잘려진 고기 조각만을 꺼내 씹었으니, 이렇게 많은 고기가 있다는 건 몰랐을 테지만.

직접 허벅지만 한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보고 나니 파티원들의 눈이 돌아가기 직전이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내가 말했다.

"먹고 싶어?"

"허억.."

"네, 네... 제발...."

"고기.. 고기 한 점이라도..."

파티원들이 나를 향해 홀린 듯이 다가오고 있었다.

"멈춰."

나는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딱 선을 그었다.

"우선 줄을 서라."

내 말에 파티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내 앞에 줄을 섰다.

리더인 주강현도 여지는 없었다.

그 역시도 넋이 나간 표정으로 고깃덩어리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꺼내라."

내가 말했다.

"...?"

파티원들이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꺼내라고."

"뭘... 말입니까...?"

10층에 더 이상 오크는 없다.

트롤의 고기는 애초에 식용이 아니고, 웨어울프 고기 역시 마찬가지다.

즉, 먹을 만한 고기는 내가 가지고 있는 오크 고기뿐.

내가 기다려 왔던 순간이다.

오크 고기의 가치가 하늘을 뚫고 치솟을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 말이다.

나는 손가락 크기로 고기를 잘라내며 말했다.

"한 점에 1000골드."

잠시 정적이 맴돌았다.

뭔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서로를 살피더니 다시 나를 바라본다.

"처, 천..."

"비싸요! 너무 비싸잖아!"

"그래. 고기 하나에 천 골드라니..."

나를 향한 원성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떡밥을 충분히 뿌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배가 덜 고픈 모양이다.

"그럼 말고."

나 역시 아쉬울 건 없다.

돈 조금 못 번다고 탑을 못 오를 이유도 없다.

이미 내 능력은 충분하고, 상점에서 파는 장비 따위야 고작 '보조 수단' 정도일 뿐이니까.

고깃덩어리를 아공간 안에 집어 넣으려는 시늉을 했다.

그때.

"자, 잠깐!"

"기다려 봐요! 생각.. 생각할 시간을.."

생각할 시간이라.

나는 손가락을 펼쳤다.

"다섯 센다."

손가락 하나를 접었다.

"넷."

그리고 다시.

"셋."

그때.

"나, 나... 사, 살게요!"

"에라이! 나도 산다! 줘요! 고기!"

"그래. 먹고 뒈진 귀신이 때깔도 곱다는데. 먹고 뒈져 보자!"

"고기 줘요! 고기!"

한 명이 시작하자 파티원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렇게 파티원들은 내게 골드를 건넸고, 나는 그들에게 고기를 선물했다.

거래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153,405G]

현재 내가 가진 골드.

고기를 팔아서 5만 골드를 벌었다.

이 정도면 꽤나 괜찮은 수익이다.

6층부터 10층에 오기까지 몬스터를 사냥하고 번 돈이 10만 골드니까.

거기에 1/3에 해당하는 돈을 순식간에 벌어 낸 게 아닌가.

게다가 장사는 이게 끝이 아니다.

지금 고기를 씹는 파티원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쾌락은 한순간이고 욕망은 끝이 없지.'

고기는 아직도 많이 남았고, 파티원들의 탐욕은 더욱더 커질 수밖에 없다.

몇몇은 어떤 고기냐고 내게 물었지만 말해 줄 생각은 없다.

오크 고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분명 큰 충격에 빠질 것이고, 그렇다면 잠재적 고객을 잃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들이 눈물에 겨운 만찬을 즐기는 동안 나는 잠시 상태창을 펼쳤다.

[상태창]

>이름: 한강민

>레벨 : 22

>스탯

-육체

힘 : 88.03

민첩성 : 83.98

체력 : 85.03

-정신

마력 : 5

>능력

1. 포식자 (S)

2. 뇌전검 (S)

3. 충격파 (AA)

포식 포인트 – 9640p

엄청난 성장이다.

특히 플레이어 사냥꾼들을 처치하며 포식 포인트와 스탯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결과다.

물론 찝찝한 감정이 남아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웬만해서는 살인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물론 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는 있지만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약해지면 안 된다.'

냉정하고 또 냉정해져야 한다.

약해지면 죽는다.

그건 변하지 않는 탑의 규칙이다.

그렇게 10분 조금 넘게 더 휴식을 취한 뒤 나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다 먹었으면 출발하지."

파티원들의 얼굴에 작게나마 행복감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

10층에서는 9층과 같은 몬스터가 등장한다.

하지만 역시나 난이도는 더 높다.

몬스터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트롤과 웨어울프를 필두로 간혹 트윈 헤드 트롤이나 거대한 늑대를 타고 다니는 오크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이쪽 도와줘요!"

"기다려! 여기도 미쳤다고!"

"힐! 힐 좀!"

"탱커 어디 갔어!"

뒤쪽에서는 트롤과 웨어울프를 상대하느라 파티원들이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웨어울프의 두꺼운 가죽은 웬만큼 힘을 주지 않고서는 무기를 간단히 막아 버린다.

게다가 트롤의 끔찍한 재생 능력은 플레이어들을 기겁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으니까.

하지만 내게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충격파 덕분이다.

충격파를 이용해서 놈들의 관절을 공격하면 순식간에 관절이 파괴된 채로 바닥에 쓰러진다.

나는 그 틈을 노려 놈들의 머리를 박살냈다.

모든 스탯은 80을 넘어서 90을 향하고 있었다.

이 정도의 스탯이라면 일격으로 웨어울프의 두꺼운 가죽을 꿰뚫고 트롤이 재생하기 전에 목숨을 끊을 수 있다.

'충격파 덕분에 훨씬 수월한 건 사실이지.'

이건 부정할 수 없다.

알다시피 뇌전검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30초.

하지만 지금은 충격파 덕분에 30초의 공백을 충분히 메꿀 수 있다.

'게다가 충격파를 30초 정도 사용하는 정도로는 몸에 큰 무리도 없어.'

완벽한 궁합이다.

안 그래도 뇌전검을 다시 사용하기 위한 30초의 공백이 조금 아쉬웠던 차였는데 말이다.

'게다가 웨어울프와 트롤의 조합도 훌륭하다.'

트롤은 체력을 올려줬고, 웨어울프는 민첩성을 올려줬다.

게다가 간혹 등장하는 울프 라이더는 힘을 올려줬다.

마치 나를 위해 모든 상황이 준비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조금이라도 스탯을 더 올려 둘수록 좋을 테니까.'

10층에서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인 오우거.

녀석을 처치해야 한다.

'그것도 혼자서.'

그게 바로 10층의 히든피스.

오우거를 혼자 처치해야만 얻을 수 있다.

'미친 짓이지.'

6층에 진입하기 위해 10명의 파티원이 필요하다는 조건은 사실 오우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롤의 재생력에 웨어울프의 민첩성. 게다가 오크 수십 마리를 모아 놓은 것 같은 괴력까지.'

바로 그 때문이다.

물론 6층에서 10층까지의 난이도 자체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오우거는 감히 혼자서 사냥 할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다.

열 명, 스무 명이 모여야 겨우 한 마리를 사냥 할 수 있는 괴물 중의 괴물이다.

'그걸 해냈던 그 녀석은 정말 미친놈이지.'

처음으로 오우거 솔로 클리어를 달성했던 괴물.

지금의 시간으로부터 대략 5년 후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 녀석은 검술 명가의 혈계를 계승한 녀석이었어.'

그뿐이 아니다.

혈계를 계승했고, 동시에 검술 명가 내에서도 촉망받는 기대주.

'놈조차도 애를 먹었다고 했으니까.'

과거에 나도 오우거를 처음 사냥했을 때 13명의 파티를 이뤄서 사냥했다.

그것도 간신히.

그만큼 오우거라는 보스 몬스터의 난이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우거를 솔로로 클리어한 녀석의 스펙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후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었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측은 가능하다.

'오우거를 혼자서 사냥하기 위해선 최소 육체 스탯이 80은 넘어야 해.''

당연히 S급 능력이나 혈계가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근거다.

'능력이 없으면 올스탯이 80을 넘어도 무용지물이지.'

물론 그게 다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전투 센스다. 아무리 좋은 스탯과 능력을 가졌어도 센스가 없다면 활용 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모든 걸 갖췄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신 있는 건 바로 마지막 전투 센스.

이거야말로 나의 가장 큰 무기니까.

'게다가 이미 오우거를 상대해 본 경험도 있어. 히든피스를 달성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뒤쪽에서는 계속해서 비명들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사망자가 생긴 건 아니다.

내가 반 이상의 몬스터를 홀로 처치하고 있었고, 저들 역시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성장한 덕이다.

"으아아악! X벌!"

"개 같은 놈들!"

"뒈져! 뒈져!"

뒤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을 뒤로 한 채 나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파득!

검이 웨어울프의 심장을 관통했고, 충격파의 파동과 함께 허공에 피가 터져 나왔다.

***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 무렵이었다.

"강민 씨! 사냥꾼이 나타났어요!"

파티원 중 한 명이 다급하게 외쳤다.

"내가! 내가 먼저 발견했어! 이 새끼야! 어디서 스틸이야!"

나는 몬스터를 처치하고 그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돌아왔다.

거기에는 그들의 말대로 플레이어 열 명 정도가 서 있었다.

아직도 레이더라는 본분을 잊지 않은 파티원들이다.

"음."

나는 저 앞에 서 있는 이들을 살폈다.

그리고 눈치챘다.

레이더들의 역할 수행은 좋았지만, 틀렸다.

"사냥꾼이 아니다."

내가 말했다.

"예..? 아니라고요?"

"그래. 저 녀석들은 사냥꾼이 아니야."

그리고 그때.

"잠깐. 그러고 보니까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리더의 말이 이어졌다.

"음?"

"익숙한 얼굴이야. 우리 바로 앞 파티의 파티원들 두 명. 그 앞의 파티원 한 명."

"미친.. 그걸 다 기억해?"

"기억하지. 그리고 저 사람들은 절대 사냥꾼이 아니야. 여기까지 살아남아서 탑을 오른 생존자들이다."

파티원 몇몇이 리더의 기억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 말이 맞아."

내 말에 잠시 파티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오우거를 처치하지 못해서

다음 파티의 파티원들을 기다리고 있는 플레이어였다.

그때 앞에 서 있던 무리들이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그들도 우리가 사냥꾼이 아니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열 명,, 이럴 수가."

"파티 전원이 생존한 것입니까?"

그들은 우리의 생존율에 경악하면서도 일말의 희망을 느꼈는지 눈을 빛내고 있었다.

몬스터와 사냥꾼들을 뚫고서 여기까지 모두가 생존했다는 건, 그만큼 실력 있는 파티라는 뜻이고.

그렇다는 건 오우거를 사냥 할 수 있는 확률이 증가한다는 말이니까.

"예. 그렇습니다."

리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생존자들은 기뻐하는 얼굴로 쾌재를 지르기 시작했다.

"잘 됐어! 다 같이 오우거를 잡으면 되겠어요!"

"힘을 합쳐 봅시다!"

"벌써 두 번 오우거에게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어요. 동료 역시 많이 잃었고요."

"오우거가 그렇게 강합니까?"

우리 파티원의 질문에 생존자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말도 안 될 정도로..."

결국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 순간 우리 파티원들의 안색도 어두워졌다.

"하지만 힘을 합친다면 분명히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저희는 이미 경험이 있으니, 함께 해 봅시다."

저쪽의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저들과 힘을 합칠 생각이 없다.

말했듯이 나는 혼자서 오우거를 처치해야 하니까.

내가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잡는 건 나 혼잡니다."

"...?"

순식간에 이십 명이 넘는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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