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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18화 (18/277)

18화

그와 함께 스킬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떠올랐다.

자세한 설명은 아니지만, 개략적으로 어떤 스킬인지 알 수 있는 정도의 설명이었다.

'일반 공격과 함께 충격파를 발산한다.'

그 정도만으로도 내 마음이 혹하기에는 충분했다.

나는 앞으로 솔로 플레이를 주력으로 탑에 오를 예정이다.

그런 나에게 저런 능력이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수밖에.

그러니까 저 스킬을 포식하기로 마음먹었다.

꼭 AA등급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만약 저 스킬이 C등급, 혹은 D등급이라고 해도 망설임 없이 집어삼켰으리라.

지금 내게 중요한 건, 등급이 아니라 어떤 능력이냐에 달린 것이니까.

'같은 등급이라도 활용하기에 따라서 효과는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만약 여기에서 이 능력을 포식하고서 훗날 더 좋은 능력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후회는 할 필요가 없다.

그런 식이라면 그 어떤 능력을 포식하더라도 후회가 남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생각해 보더라도, 충격파라는 능력은 충분히 포식할 만한 능력이다.

어차피 무언가는 포기해야 한다면, 다른 능력을 포기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능력이라는 뜻.

"더 안 묻는다. 확실히 말해. 여기서 죽을래, 아니면 내 밑으로 기어 올래?"

놈이 다시 한번 내가 물었다.

나는 대답해줬다.

"우선 엿부터 까 잡수시고. 너만 조지면 대충 사냥꾼 박멸은 얼추 될 것 같군."

소란스럽게 사냥꾼들을 잡아 죽인 성과가 나타났다.

사냥꾼들의 우두머리가 나왔다는 건, 놈들도 슬슬 바닥이 났다는 뜻이니까.

"미친.. 새끼.. 흐으.."

놈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 순간.

부우웅!

놈의 거대한 몽둥이가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아아앙!

나는 재빠르게 놈의 막아냈고, 놈의 몽둥이는 내 검을 내리쳤다.

그때였다.

콰르르르!

내가 디디고 있던 땅이 흔들리며 나는 잠시 균형을 잃은 채 자빠질 뻔했다.

'이게 충격파.'

몽둥이로 내가 있는 방향의 땅을 한 번 내리쳤는데도 오히려 놈의 옆에 서 있던 사냥꾼들마저 타격을 입은 것 같아 보였다.

"호.."

놈은 조금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멀쩡히 서 있는 게 놀라운 모양이다.

당연히 나 역시도 타격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높은 체력 덕분에 다른 녀석들에 비해 피해가 적은 것이겠지.

"어떻게 버틴 거지?"

놈이 내게 물었다.

"조금 이상한데."

그러면서 다시 내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나는 검을 들어 놈의 몽둥이를 막아냈다.

피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피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나에게 충격파의 사용법을 알려줄 수 있는 건 녀석 밖에는 없으니까.

자고로 가장 좋은 선생님은 몽둥이다.

직접 맞으면서 배우는 것만큼 빠르게 배울 수 있는 방법도 없지.

콰아앙!

몽둥이와 검이 충돌했다.

이걸로 다시 한번 확실해졌다.

힘은 내가 더 세다.

하지만.

우우웅!

놈의 몽둥이가 작게 진동하더니.

찌릿!

내 전신이 크게 흔들렸다.

"크읍!"

나는 다급하게 검을 떼어낸 채로 기함을 토했다.

뇌가 흔들린 것만 같은 느낌이다.

현기증이 급격히 몰려온다.

하마터면 자빠질 뻔 했다.

충격파를 응집시켜 나에게만 쏘아 낸 모양이다.

조금처럼 땅이 흔들리거나 주변의 플레이어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은 펼쳐지지 않았다.

"후우.."

나는 숨을 골랐다.

아직도 머리가 아찔하다.

이렇게 숨을 고르는 내 모습을 보며 놈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무섭지? 형이 조금 세거든? 근데 늦었어. 이제는 너 받아 줄 생각 없어."

놈이 말했다.

나는 이클립스 하나를 꺼내서 씹었다.

진동하던 골이 슬슬 안정되어 가고 있다.

"지랄도 가지가지야. 그치?"

내 말에 놈이 다시 한번 광분하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뒤로 몇 번의 공방이 오고갔다.

놈은 내가 겁에 질렸다고 착각했는지 괴상한 웃음을 내지르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충격파의 다른 사용법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이제는 더 놀아 줄 필요가 없지.'

대충 충격파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냈으니까.

충격파의 사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범위 공격.

또 하나는 충격파를 컨트롤해서 상대를 스턴에 빠트리는 것.

충격파는 on/off 스킬이었다.

충격파를 켜 두면, 켜 놓는 대로 그 효과가 발동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더 이상 놈과 놀아 줄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됐다, 이제. 가라."

이제는 놈의 충격파를 포식할 시간이다.

[충격파 (AA)를 포식하시겠습니까?]

내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고.

나는 망설이지 않고 충격파를 포식했다.

[충격파 (AA)가 포식 슬롯에 각인됩니다.]

다른 조건 따위는 없었다.

하기야 이미 1만 포식 포인트를 지불했으니까.

여기에 또 포식 조건 따위를 걸어 놓는다면 그건 양심이 없는 짓이지.

그리고 지금, 내 손에 저 녀석의 필살기인 충격파가 들어왔다.

물론 놈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무슨 개소리야?"

놈이 물었지만 대답해 줄 필요는 없다.

대답 대신 나는 충격파를 on상태로 돌렸다.

그와 함께 검에서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뇌전검도 함께 사용했다.

타다닥-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충격파로 인한 진동 덕분에 손끝에서 짜릿한 감촉이 느껴졌다.

"어...?"

놈은 순간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고.

"이, 이거 뭐야! 내, 내 충격파가...!"

잠시 후 경악감이 가득한 괴성을 내질렀다.

내가 충격파를 포식한 순간 놈의 충격파가 사라졌겠지.

"이, 이게 뭔데! 왜 안 나가는 거야!"

놈은 계속해서 소리쳤다.

나는 잔뜩 당황한 녀석을 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나는 놈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고.

놈은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자.. 잠..."

잠시 후 충격파가 완전히 활성화 되었고.

"너, 무.. 무슨... 어떻게 충격파를...! 뭐, 뭐.. 뭐냐고!"

문답무용.

나는 몸을 날렸다.

내 몸이 한순간에 놈과 지척으로 가까워졌다.

놈은 내 움직임에 제대로 반응도 못 한 채 눈동자만 바쁘게 굴리고 있었고.

푸학!

검이 놈의 상체를 가로 질렀다.

"어...?!"

놈은 단말마의 탄식을 쏟아냈다.

멍한 눈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바라봤고.

잠시 후.

푸하악!

놈의 가슴팍에서 피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크아아아악!"

놈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와 함께 놈의 몸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처음이었는데도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이래서 직접 맞아 봐야 빨리 배울 수 있다는 거다.

"커어.. 어어억.. 으아아악!"

놈이 가슴팍을 부여잡고 바닥에 자빠진 채로 괴성을 내질렀다.

괴로울 거다.

가슴팍에서는 피와 함께 전류가 온몸을 타고 흐를 것이며 동시에 뇌를 흔드는 진동마저 놈을 괴롭힐 테니까.

"우억.. 우에에에엑!"

놈은 토악질을 해대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를 바라봤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렇겠지.

자신의 필살기인 충격파를 내가 사용 할 거라고는 감히 생각도 못 했을 테니까.

"너.. 너... 어떻... 충격파가 왜...!!!"

놈을 향해 발길질을 내질렀다.

빠각!

발끝으로 묵직한 감촉이 느껴졌다.

갈비뼈가 부러졌을 거다.

"커어어억!"

놈이 다시 한번 토악질을 하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자빠진 채로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몸에서 힘이 빠졌다.

풀썩

놈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내렸다.

손끝이 조금 저려왔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힘 5을 포식합니다.]

많은 플레이어들을 처치했음에도 무려 5의 힘이 증가하다니.

게다가 무려 레벨이 두 개나 올랐다.

20이후로는 레벨 올리는 쉽지 않은데.

아무래도 레벨 차이가 많이 나는 녀석을 처치했기 때문이겠지.

과연 이 층에서 오래 머물러 있던 썩은물 답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쨌든 하나 더 깨달은 게 있다.

충격파의 부작용.

'충격파를 오래 시용하면 사용자에게도 부작용이 따르는 것 같은데.'

충격파가 사용자의 신체에도 영향을 끼치는 모양.

스스로가 잘 조절할 수밖에 없겠지.

"너희들도.."

"뭐... 뭐..."

"이....이이이...!"

"뒈져야겠지?"

열 한 명의 사냥꾼들은 내가 다가가자 떨리는 눈으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튀, 튀어! 튀어어어!"

그 한 마디와 함께 뒤 돌아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어느새 다시 장전된 뇌전검.

덕분에 나의 속도는 감히 놈들이 달아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콰드드득! 쿠우웅!

검을 한 번 휘두르자 땅을 흔들며 달아나던 놈들이 나자빠졌다.

충격파의 위력은 아무래도 힘 스탯과 연관이 된 모양이다.

내 몸에 가해지는 충격은 체력과 반비례하는 것 같고.

"크아아악!"

몇 녀석이 나자빠졌다.

나는 몸을 재빠르게 움직이며 놈들을 베어 넘겼다.

[힘 0.11을 포식합니다.]

[체력 0.1을 포식합니다.]

[힘 0.08을 포식합니다.]

[민첩성 0.03을 포식합니다.]

.

.

.

놈들에게서도 스탯을 포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 그 녀석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

사람을 처치하면 포식하는 스탯의 수치가 급격하게 하락한다.

사람을 처치하며 스탯을 포식할 생각은 하지 말라는 일종의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남은 건 다섯.

"사, 살려.. 살려줘어어어!"

콰직! 콰아앙!

다시 한 녀석을 베어 넘기자 옆에 있는 놈마저도 몸을 부르르 떨며 나자빠졌다.

충격파의 효과가 아주 훌륭하다.

놈들은 바쁘게 도망쳤다.

하지만 결코 내 손을 벗어날 수 없었다.

80에 가까운 힘 스탯 덕분에 내가 땅을 한 번 내리칠 때마다 놈들은 바닥에 자빠지기 일쑤였고.

그 파동만으로도 놈들은 경련하며 게거품을 물고 눈을 까뒤집었다.

상황은 금세 종료됐다.

나는 검을 다시 검집에 꽂아 넣으며 내 몸 상태를 살폈다.

손끝이 조금 얼얼했고.

관절이 살짝 찌뿌둥한 것이 지금의 체력으로는 충격파를 오래 지속시킬 순 없을 것 같다.

'길어야 1분 정도.'

하지만 지금은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정도 위력이라면 전투 상황에서 1분 이상 충격파를 사용 할 필요도 없을 테니까.

'체력이야 앞으로 꾸준히 올려주면 될 거고.'

어쨌든 좋은 성과다.

생각지도 못하게 사냥꾼 놈들 덕분에 좋은 능력을 하나 손에 넣게 되었으니까.

'이제 남은 건 10층의 히든피스뿐이다.'

게다가 지금의 싸움 덕분에 사냥꾼들의 조직은 산산이 와해 됐을 게 분명하다.

'사실상 박멸이나 다름없지.'

물론 시간이 지나며 이런 쓰레기들이 다시 생겨날 것이다.

애초에 사냥꾼들이 생긴 건 누구의 의지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 만들어 낸 결과니까.

'하지만 마법 명가 놈들이 만들어 낸 시스템의 일부를 붕괴시켰다는 게 중요하지.'

파격적인 피해는 아니더라도 벽돌 하나를 빼낸 것이다.

그렇게 벽돌을 하나, 하나 빼내다 보면.

'놈들을 무너트리는 건 훨씬 수월해질 테니까.'

나는 파티원들을 바라봤다.

"가자. 레이더들 다시 가동하고. 끝날 때까지는 방심하면 안 된다."

"예, 예!"

"알겠습니다!"

레이더들은 다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분명 어딘가에서 살아남은 녀석이 있을 수도 있다.

100%로 박멸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다만 100%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노력할 뿐.

'한 놈이라도 더 짓밟아야지.'

***

"드디어 10층이군."

우리는 그 이후로 빠른 속도로 9층을 돌파했고.

지금 막 10층에 올라섰다.

'사냥꾼들은 이제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

9층부터는 오크뿐만이 아니라 트롤이나 웨어울프 등 다양한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당연히 난이도는 오크만 존재하는 오크 군락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충격파가 생겨난 덕분에 트롤이나 웨어울프 따위는 결코 내 적수가 될 수 없었다.

놈들은 충격파로 인한 공격 한 번에 즉시 스턴 상태에 빠졌고.

스턴에 빠진 몬스터는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내 스탯을 위한 자양분이 되어 줬다.

놈들의 질긴 가죽은 종잇장처럼 내 검에 찢겨 나가기 일쑤였다.

'체력하고 민첩도 이제 70을 넘었으니까.'

10층을 돌파하고 10층의 보스 몬스터가 나타나기 전까지 충분히 모든 스탯을 80까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잠시 쉰다."

내가 말했다.

파티원들은 죽는시늉을 하며 바닥에 앉았다.

6층에 올라선 뒤로 두 번째 휴식이다.

하루가 넘게 꼬박 강행군을 펼쳤으니 저들이 괜히 죽는시늉을 하는 건 아니다.

"시벌.. 전투식량이 맛있게 느껴지는 날이 올 줄이야..."

"그러게... 흑.."

그들은 전투식량을 꺼내들고 씹어댔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인지, 아니면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것인지 전투식량을 열심히 씹어대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쟁여뒀던 오크 고기를 꺼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약속이나 했다는 듯이 나에게로 꽂혔다.

나는 보란 듯이 오크 고기를 입에 넣고 씹었다.

"허..."

"하아..."

"학..."

탄성소리가 내 귀를 두드렸다.

나는 파티원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오크 고기를 최대한 맛있게 씹어줬다.

"맛이 좋군."

그 말에 파티원들의 입에서 침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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