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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11화 (11/277)

11화

가장 가까이 있는 무기에 손을 뻗었다.

[300p]

이런 글자가 위에 떠 있었다.

여기 있는 것들 중 가장 높은 포인트가 필요한 무기였다.

무기를 손으로 만진 순간.

[초보자를 위한 철도]

>공격력 : 10

>추가 능력치 : 없음

>잠재 옵션 : 힘 + 3

[포식 포인트 300을 사용하여 잠재 능력을 포식할 수 있습니다.]

"하하.."

나는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

우선 포식 포인트의 사용법은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

'이 무기를 구매하면 잠재 옵션을 개방하고, 그 능력을 포식할 수 있다는 뜻이겠지.'

나는 다른 무기들을 살폈다.

모두가 각자 잠재 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포인트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섣부르게 포인트를 사용할 수는 없다.

혹시나 횟수 제한이 걸린다면 큰일 날 테니까.

'역시 이게 가장 낫다.'

다 둘러봤지만, 무기 중에서는 이 무기가 가장 높은 잠재 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나중에 고층에 존재하는 마을에 진입하거나, 보스 몬스터에게서 좋은 아이템을 얻으면 상황은 달라질 거야.'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가장 뛰어난 잠재 옵션을 가진 무기가 바로, 내가 원하는 무기라는 점.

"이 무기로 하겠습니다."

"흐음... 5000골드일세."

5000골드.

꽤나 비싸다.

지금 가지고 있는 골드는 총합 2만 골드.

혼자 사냥했으니 망정이지, 파티 사냥을 했다면 아마 반도 모으지 못했을 거다.

망설이지 않고 5천 골드를 꺼냈다.

5천 골드를 본 순간 상점 주인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풀렸다.

무기를 받아 든 순간.

[포식 포인트 300p를 사용하시겠습니까?]

메시지 창이 떠올랐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힘 3을 포식합니다.]

[현재 포식자의 숙련도가 낮습니다.]

[무기류에서 포식할 수 있는 포식 횟수가 0이 되었습니다.]

[힘 스탯 3이 각인됩니다.]

역시나.

망할 탑이 이런 트랩을 설치해 놨다.

잘못해서 다른 스탯을 포식했으면 크게 손해 볼 뻔했다.

어쨌든 충분히 만족스럽다.

한 번에 힘이 3이나 증가하다니.

안 그래도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스탯은 힘이었으니까.

게다가 한 번에 3개의 힘이 증가한다는 건, 다른 플레이어들이 1레벨을 올리는 노력을 한 번에 뛰어넘었다는 뜻.

물론 이게 끝이 아니다.

'무기류라고 했으니까 다른 장비에서 스탯을 얻을 수 있을 거다.'

착용할 수 있는 장비에는 고작 무기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상의, 하의, 그리고 신발.

상점에서는 얻을 수 없지만 각종 장신구까지.

'이런 식이라면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압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어.'

레벨의 벽을 한참이나 뛰어넘어서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곧바로 다른 장비를 살폈다.

여기에서 구매할 수 있는 남은 장비는 말했듯 상의와 하의, 신발뿐.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 가죽 위주의 방어구를 골랐다.

상의는 체력을 3 올려줬고, 하의는 체력 2.

신발에서는 3의 민첩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역시나 같은 종류의 장비에서 포식할 수 있는 횟수는 1이 최대,

상의에서 하나, 하의에서 하나, 그리고 신발에서 하나.

이제는 다른 장비를 살펴도 잠재 옵션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군.'

쇼핑 한 번 했을 뿐인데 총 11개의 스탯이 증가했다.

레벨로 따지자면 4레벨에 근접한 수치.

'덕분에 돈은 탈탈 털렸지만.'

그래도 괜찮다.

이 정도의 돈을 쓸 만한 가치가 있는 투자다.

곧바로 상태창을 펼쳤다.

[상태창]

>이름: 한강민

>레벨 : 16

>스탯

-육체

힘 : 48.11

민첩성 : 45.25

체력 : 46.63

-정신

마력 : 5

>능력

1. 포식자 (S)

2. 뇌전검 (S)

포식 포인트 – 8860p

포식 포인트 여전히 많이 남아 있었다.

이런 곳에서 포식 포인트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

'분명 포식 포인트는 다른 데에도 쓸 수 있을 거다.'

아직 드러난 건 아니지만 분명하다.

무려 S급 스킬이다.

내가 아는 S급 스킬의 효과는 고작 이 정도가 아니다.

물론 지금 보여준 것만으로도 '고작'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는 게 우스웠지만.

그만큼 S급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으니까.

"그럼. 고생하십시오."

"하하. 그래. 또 오게.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2만 골드에 가까운 돈을 받은 주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웃고 있었다.

하지만 주인의 말처럼 이곳에 다시 올 일은 앞으로 전혀 없을 것이다.

나는 미련 없이 돌아섰다.

'우선은.. 좀 씻어야겠군.'

여전히 내 몸에서는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다.

'남은 돈은 1400골드. 이걸로 하루 정도는 충분히 숙박할 수 있을 테니까.'

어서 쉬고 싶었다.

1층부터 5층까지 쉬지 않은 채 달려왔으니 제아무리 나라고 한들 지칠 수밖에 없는 일이다.

***

"후우..."

남은 1300골드 중 1000골드를 털어 가장 고급스러운 여관에 들어왔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놓은 채 몸을 녹이고 있었다.

"참..."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자 몸이 늘어지며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런 일이 정말 가능하다니."

탑은 신비로운 곳이다.

상상도 못 하는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곳.

조금도 예측할 수 없고, 모든 추측을 망가트리는 그런 곳.

그럼에도 내가 겪은 일은 그중에서도 단연코 허무맹랑한 일이기도 했다.

"빙의라니."

그만큼 내게 엄청난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물 밖으로 손을 꺼내어 바라봤다.

굳은살도 아직 제대로 박이지 않았다.

검을 거의 잡아 본 적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길게 뻗은 손가락은 검을 잡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아직은 조금 어색한 신체다.

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익숙해져야만 한다.

앞으로 탑을 올라야 할 몸이니까.

"할 수 있어."

다시 한번 나를 다독였다.

나라고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이 죽어 나간다.

살육에 미쳐 있는 플레이어와 몬스터들이 판을 치는 곳이다.

한순간이라도 정신을 놓는다면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그런 곳.

분명 두렵지만, 그래서 더 오르고 싶다.

모두의 머리 위에 군림하고 싶다.

탑의 비밀을 밝히고 싶다.

그것뿐이다.

꽈악

주먹에 힘을 주었다.

주먹이 가늘게 떨려온다.

"푸후.."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

이런 안락한 휴식도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

부족한 수면을 잠시 보충하고 나는 바로 6층으로 향할 생각이다.

'우선은 힘을 위주로 키워야 해.'

민첩과 체력 역시 중요한 스탯이지만, 빠르게 탑을 오르기 위해서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등장할 몬스터들의 두꺼운 가죽을 뚫고 빠르게 처치하기 위해서다.

부족한 체력과 스탯은 나의 기술로 어찌어찌 극복하겠지만.

'힘은 기술로 어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러니 최대한 빠르게 힘을 올리고, 그 이후로 민첩성과 체력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6층.'

나는 잠시 기억 저편에 묻어뒀던 6층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사냥감을 골랐다.

'힘이 가장 높은 몬스터.'

머릿속에 오크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직접 오크의 스탯을 확인해 본 적은 없지만, 분명하다.

6층에서 등장하는 몬스터 중 가장 힘이 센 녀석은 오크다.

빠르게 오크를 학살하며 힘 스탯을 올려야 한다.

'6층에서 힘을 최소한 70까지 만들어야 해.'

10층까지 존재하는 몬스터를 '원 킬'로 사냥하기 위한 최소 수치다.

'한 번에 숨을 끊는 것과 두 번, 세 번의 공격이 필요한 것과는 천지차이니까.'

원 킬로 몬스터를 처치하게 되면, 사냥의 속도 자체가 달라진다.

그만큼 성장 속도도 당연히 달라질 것이고.

'6층부터는 정말 쉽지 않다.'

1층에서 5층은 게임으로 치면 고작 튜토리얼일 뿐.

본격적인 탑의 시련은 6층부터 시작된다.

'탑의 시련만이라고 하기엔, 마법 명가 놈들의 악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나는 물속으로 더 깊게 몸을 담갔다.

계획은 완벽하다.

이제는 내 계획을 현실로 만들면 된다.

쉽진 않겠지만 반드시 해내리라.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뜨거운 물에 온몸을 맡겼다.

***

"하.. 진짜 쓸만한 놈들이 이렇게 없어?"

"그러게요. 우리가 많은 걸 바라는 건 아니잖아? 최소한 15레벨만 달성하고 와도 좋은데..."

6층으로 가는 입구 앞에서 여섯 명의 남녀가 모여 있었다.

그들은 지금 6층으로 가기 위한 파티원을 모집하는 중이었다.

"왜 죄다 4층에서 고작 10레벨도 안 만들고 온 거지? 대체 무슨 깡으로?"

"낸들.. 그나저나 대충 4명 때워서 가면 안 돼요?"

"절대 안 돼. 5층에서 그 꼴을 당하고도 모르겠어? 무조건 15레벨로 채운다."

"하아.."

그들이 6층에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6층에 가기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6층에 가기 위한 조건이란, 파티원 열 명을 모으는 것이었고.

지금 파티의 리더는 15레벨 이상의 유저 열 명을 꽉꽉 채울 생각이었던 것.

"이러다 우리 평생 탑에 못 갈 것 같아요."

"하루만. 딱 하루만 더 기다려 보자. 내가 촉이 와서 그래. 굉장한 놈이 올 것 같거든."

"...제기랄."

어느덧 7일째.

15레벨 이상의 파티원을 모으겠다는 일념 하나로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들을 비웃으며 6층으로 향했다.

다른 이들은 대충 10명의 파티원을 모집하고 빠르게 6층으로 향했던 것.

"그놈들 분명히 후회할 거다. 10레벨 10명 모여 봐야, 6층 가면 다 죽어."

"어떻게 알아요?"

"내 감이 그래. 감이."

"그놈의 감은..."

리더의 말에 파티원들을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저 감 덕분에 우리가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으니까.'

각성하며 '감'이라는 능력이라도 각성했는지, 리더의 감은 그들을 결국 마을까지 도착할 수 있게 만들어 줬으니까.

'게다가 우리 모두 20레벨까지 달성할 수 있었고. 이것도 기적이라면 기적이지.'

그들은 모두 1층에서 같은 시작점에서 만난 이들이었고.

단 한 명의 사망자 없이 모두가 20레벨까지 올린 채 마을에 진입했다.

덕분에 리더에 대한 신뢰는 하늘을 찌르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 15레벨이라는 조건도 타협에 타협을 거친 결과였다.

리더가 초반에 걸었던 조건은 20레벨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말도 안 된다는 사실을 납득한 리더 역시 가입 조건을 15레벨로 설정해 둔 것이었다.

"정말 능력으로 예언 같은 거 각성한 거 아니에요?"

"아니라니까. 나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

그 말은 사실이다.

리더에게 그런 능력은 없었다.

다만 매사에 신중을 기하는 그의 성격 덕분이었다.

그러니 아무런 정보도 없이 모든 파티원을 이끌고 탑을 오를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그때.

"저..."

누군가 그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음?!"

리더는 눈을 번뜩이며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세 명으로 된 무리가 서 있었다.

최현서와 최기훈, 이혁준이었다.

"혹시..."

"예. 맞습니다. 파티원을 구하고 있어요."

리더는 계속해서 눈을 번뜩이며 최현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가입 조건이 있죠. 제 손을 잡아 보세요."

파티를 가입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들이 설정한 조건에 맞으면, 손을 잡는 순간 파티에 가입이 되는 것이다.

최현서는 남자의 손을 잡았고.

[플레이어 최현서 님이 파티에 가입했습니다.]

"와! 나이스!"

"드디어!"

파티원들의 입에서 기쁨 가득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남은 두 명 역시도 문제없이 파티에 가입할 수 있었다.

"와! 진짜 촉 미쳤어요! 대박이잖아. 한 번에 세 명이라니!"

파티원들은 리더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칭찬했다.

하지만 아직 리더의 표정은 잠잠했다.

"왜요. 뭐 문제 있어요?"

파티원의 물음에 리더는 잠시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내 감은 이게 다가 아니었어. 무언가 더 올 거다. 진짜로 거대한 무언가가..."

그렇게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 리더와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팀원들.

그런데 그때였다.

"어, 어…!"

방금 파티에 가입한 최현서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가, 강민...씨...!"

지금 모습을 드러낸 건 강민이었다.

"음? 아직 6층에 올라가지 않았나?"

"예. 레벨을 조금 더 올리려고 4층에 남아 있었어요. 강민 씨가 다 사냥해서 그런가 코볼트는 거의 없었지만요. 하하.."

최현서가 머쓱하게 웃었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군. 그나저나 파티를 구하고 계십니까."

강민이 파티원들을 향해 물었다.

그 순간 리더의 눈이 번득였다.

'심상치 않아. 분명히 무언가 있다. 저 남자.'

그의 날카로운 촉이 곤두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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