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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7화 (7/277)

7화

코볼트 학살자.

사실 그렇게 희귀한 업적은 아니다.

업적 중에는 최초 달성 플레이어만 획득할 수 있는 업적이 있고, 후발주자들도 따를 수 있는 업적이 있다.

'코볼트 학살자는 후자야. 누구나 조건만 충족시키면 달성할 수 있지. 하지만...'

나의 전생에도 코볼트 학살자라는 업적을 욕심내는 유저는 많지 않았다.

그 이유는 뻔하다.

'실력이 부족하니까.'

코볼트 한정 공격력 50%라는 효과는 분명 훌륭하다.

2층부터 5층까지 이어지는 코볼트 숲에서, 이것만큼 훌륭한 옵션은 또 없을 테니까.

다만 문제는.

'코볼트의 집중 공격을 받게 된다는 것.'

기본적으로 코볼트는 선공 몬스터.

하지만 코볼트 학살자라는 업적을 달성하게 되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냄새를 맡고 코볼트가 모여들게 된다.

'그러면, 파티를 맺고 있다고 해도 위험에 빠지기 일쑤니까.'

바로 그 때문이다.

공격력 50% 추가라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하지만 나는 다르다.

'오히려 환영이지. 몬스터를 찾아다닐 시간을 줄여주는 거지.'

지금의 스탯에, 지난 생의 경험까지 더해진 이상 코볼트가 아무리 모여든다고 해도, 결코 나를 위협할 수 없다.

코볼트는 모두 나의 훌륭한 스탯 공급원일 뿐이다.

내가 할 일은, 그저 다음 층 입구를 향해 걸으며, 나에게 모여드는 코볼트를 처치하고 강해지는 것.

'자석 버그가 따로 없지.'

과거 유명 게임에서 화제가 되었던 자석 버그의 현실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때 마침, 코볼트들이 나의 냄새를 맡고 나를 향해 모여들고 있었다.

지금 나의 위치는 3층 후반부.

수많은 코볼트를 처치하고, 그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덕분에 사냥 속도는 더더욱 빨라지고 있었다.

'대충 열다섯 마리.'

평범한 플레이어들이었으면 꽁무니를 빼고 도망갔겠지만.

나는 놈들이 반가울 뿐이었다.

크르릉! 캉!

컹! 컹! 컹!

코볼트들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나는 최대한 바깥으로 돌았다.

일대 다수의 싸움에서, 한복판에 뛰어드는 건 자살 행위다.

휘익! 파각!

코볼트 한 마리의 팔을 잘라낸 뒤, 옆에 있는 코볼트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푸학!

검이 놈의 목을 순식간에 관통했다.

[힘 0.2를 포식했습니다.]

[포식 포인트 23을 포식했습니다.]

동시에 놈들의 공격이 나를 향해 쏟아진다.

나는 빠르게 눈을 굴리며 놈들의 공격 루트를 파악했다.

재빨리 발을 움직여 공격을 피한다.

카앙!

피하지 못하는 공격은 검으로 쳐냈다.

쳐내는 동시에 그 반동을 이용해 공격을 이어간다.

한 순간도 낭비하지 않는다.

모든 공격은 방어로 이어지고, 동시에 방어는 다시 공격으로.

특별한 검술도, 능력도 없던 내가 살아남기 위해 연마한 생존 밀착형 검술이다.

검뿐이 아니다.

발과 손.

심지어는 놈들이 죽으며 떨어트린 무기까지 아끼지 않고 활용한다.

팔을 잘라내고, 코볼트가 떨어트린 단검을 주워 들었다.

휘익!

빠가각!

내가 집어던진 단검에 코볼트의 갈비뼈가 무너져 내렸다.

콰직!

자빠져 있는 코볼트의 가슴팍을 짓밟고.

그 추진력을 이용해 몸을 띄운다.

코볼트들의 무기가 내가 조금 전 서 있던 허공을 가르고 지나간다.

하지만 나는 이미 놈들의 머리 위다.

휘이익!

카가가가각!

내가 몸을 회전하며, 검이 함께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선풍기처럼 돌아가는 검이 허공에서 놈들의 머리와, 팔, 그리고 온몸을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크라라락!

크어어엉!

코볼트들의 괴성이 쏟아졌다.

벌써 반이 넘는 코볼트들이 내 손에 죽어가고 있다.

계속해서 나는 놈들의 스탯을 포식했고, 포식 포인트가 빠르게 쌓여가고 있었다.

[체력 0.2를 포식했습니다.]

[포식 포인트 23을 포식했습니다.]

[힘 0.13을 포식했습니다.]

[포식 포인트 23을 포식했습니다.]

사냥하는 코볼트의 숫자가 늘어갈수록, 포식하는 스탯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푸훅! 파각! 콰드득!

내가 검을 휘두르고, 발을 움직일 때마다 코볼트의 숫자가 줄어든다.

예외는 없다.

한 번에 한 마리씩.

이미 모든 스탯이 코볼트를 압도하고 있는 와중에, 코볼트 학살자의 옵션까지 더해진 결과였다.

그렇게 나는 나를 향해 다가온 코볼트를 모두 처치했다.

열 마리가 넘는 코볼트를 사냥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5분."

괜찮은 속도다.

나는 다음 층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오도독

나는 인벤토리에 쌓아 둔 이클립스 한 뿌리를 꺼내 씹었다.

다 먹을 필요는 없다.

1/3 정도만 먹어도 작은 상처쯤은 빠르게 회복되니까.

지금 내 위치는 4층 중후반부.

이제 5층 입구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아무리 나라고 하더라도 조금의 부상도 없이 다수의 코볼트를 사냥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아직 2뿌리밖에 사용하지 않았어.'

총 60뿌리 중, 58뿌리나 남아 있다.

아마 당분간 물약 살 일은 없을 거다.

'심지어 맛도 좋잖아.'

단맛 나는 과자를 먹는 느낌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바삭해지는 게, 바로 꿀에 절인 이클립스의 참맛이다.

이런 소소한 기쁨이라도 있어야 척박한 탑을 헤쳐나갈 수 있지 않겠는가.

잠시 후, 체력이 회복되고 상처가 아물었다.

현재 내 레벨은 14.

이미 모든 스탯이 40에 가까워졌다.

힘은 이미 40을 넘었다.

'지금 레벨이라면, 충분히 히든피스를 달성할 수 있을 거다.'

사실 진즉에 히든피스를 얻을 수 있었겠지만.

완벽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조금 시간을 투자했을 뿐.

70층에 도전해서 죽어가던 그 순간은 아직도 머리에서 잊히지 않는다.

나를 증명하기 위해 객기를 부렸고.

그 결과 나는 죽었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빠르되, 섣부르지 않게.

"됐어, 이제."

몸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었다.

먹고 남은 뿌리는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고.

나는 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5층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다.

'히든피스, 뇌전 코볼트.'

놈을 처치해야 한다.

놈을 처치하면, 일시적으로 무기에 속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죽기 전.

뇌전왕이라고 이름을 떨쳤던 플레이어가 획득했던 히든피스.

'네놈의 기술은, 이제 내가 갖는다.'

내가 놈의 히든피스를 뺐는 것에 대해서 망설임은 없다.

나와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놈은 아무 능력도 가지지 못한 나를 무시하고, 멸시하기 일쑤였으니까.

나에게만 그랬으면 또 모르겠지만.

놈은 스스로를 뇌전왕이라고 부르며 수없이 많은 만행들을 저질렀던 놈이다.

녀석에게는 커다란 열등감이 있었다.

놈 역시 기초 스탯과 각성 능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히 히든피스를 얻고.

그 진정한 힘을 개방한 이후로, 정말이지 미친놈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마음에 안 드는 플레이어를 죽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놈의 능력은 너무도 사기적이라, 랭커들도 쉽사리 대할 수 없었지. 심지어 거대 길드와 명가의 혈계들까지도.'

이런 능력을 5층에서 얻을 수 있다니.

훗날 녀석이 그 사실을 밝혔을 때, 수많은 이들이 배 아파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황금 같은 히든피스를 놓쳤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감히 이루 말할 수 없었으니까.

어쨌든, 이제 뇌전왕의 뇌전검은 내 차지다.

그 능력만 있다면, 10층에 있는 보스 몬스터도 혼자 쉽사리 처치할 수 있게 된다.

지금 나에게는 무엇보다 절실한 능력.

'잘 써 주마, 뇌전왕.'

아직은 탑에 오르지도 못했을 뇌전왕.

나는 놈에게 감사와 애도를 동시에 표하며 5층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압도적인 속도다.'

최민철의 입가에 웃음이 떠나갈 줄 몰랐다.

그는 강민에게 나름 감사하는 중이었다.

'멍청한 새끼. 탑에서 다른 사람에게 생존법을 알려주다니. 물러도 한참 물렀어.'

그는 지금 3층에서 코볼트를 학살하는 중이었다.

강민보다 한 층 아래.

그때 세 마리의 코볼트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제 코볼트 세 마리 정도는 혼자서도 처치할 수 있어.'

최민철이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블린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해진 코볼트.

사냥 방법이 같다고는 해도, 코볼트는 고블린보다 훨씬 까다로운 상대였다.

그래도 이제 최민철은 세 마리의 코볼트 정도는 혼자서 상대 할 수 있게 되었다.

휙!

코블트의 무기가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카앙!

그는 다급하게 코볼트의 무기를 쳐냈고.

'크윽.'

손아귀에서 저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재빨리 발을 움직여 방어구가 없는 곳에 검을 박아 넣었다.

깨개갱!

"이 똥깡아지 새끼!"

그는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남은 두 마리의 코볼트와 전투를 시작했다.

중간중간 조금은 위험한 장면도 펼쳐졌지만.

최민철을 위협하지는 못했다.

빠른 속도로 세 마리의 코볼트를 처치한 그는 파티원들을 돌아봤다.

파티원들은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시선에 최민철의 어깨에 더욱더 힘이 들어갔다.

'흐흐. 약해 빠진 놈들.'

아직 파티원들은 한 마리의 코볼트를 상대하는 것만 해도 벅찼고.

이런 상황에서 혼자 3마리의 코볼트를 사냥하는 최민철은, 대단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더 이상 파티원들을 파티원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말 잘 듣는 따까리들.'

파티원들은 그가 빠르게 성장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그는 교묘하게 파티원들을 이용하여 빠르게 레벨업했다.

대부분의 막타는, 자신이 독식했고.

그럴수록 그는 더 빠르게 강해졌으니.

점점 파티원들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파티원들은 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제일 강하니까.'

힘의 논리가 적용되는 탑에서, 강한 이의 말은 곧 법이었다.

그에게 불만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런 상황에 안정감을 느끼고 적응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그는 이런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파티원들 사이에 계급을 만들기 시작했다.

계급은 당연히 그의 마음대로.

'실력이 괜찮은 최현서와 최기훈, 이혁준을 중심으로.'

아무래도 강민과 함께 왔던 세 명이 이 중에서 가장 뛰어났다.

가장 실력이 모자란 이들은, 결국 노예와 다름없는 신분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나저나, 한강민 그 새끼는 왜 안 보이지?'

강민이 이미 5층에 진입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다.

3층을 벌써 몇 바퀴나 돌았지만, 강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혼자서 우리보다 더 빨리 탑을 오르지는 못했겠지. 뒈졌나 보군. 멍청한 놈. 그렇게 나대더니, 꼴좋다.'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그가 파티원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자, 이제 슬슬 다음 층으로 갑시다. 이제 성장은 충분한 것 같으니."

물론 충분한 성장은 오로지 자신의 기준이었고.

아직 10레벨도 채 달성하지 못한 플레이어들까지 신경 쓸 이유는 없었다.

"저, 아, 아직..."

한 플레이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지만.

"갑시다!"

그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의 말에 저항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없었다.

적어도 이 파티 내에서 그의 입지는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최민철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4층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자, 빨리 20레벨만 찍어 보자.'

그의 입가에 탐욕이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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