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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6화 (6/277)

6화

2층에 존재하는 코볼트 숲.

여기에서 내가 해야 할 건 딱 두 개다.

우선 첫 번째.

'코볼트들이 모아 놓은 꿀을 채집하고 이클립스 허브를 절여두는 것.'

코볼트들은 꿀을 좋아하고.

그들의 아지트에 꿀을 숨겨 놓는다.

그런데 그 꿀에 이클립스 허브를 잘 절여 놓으면.

훌륭한 포션이 된다.

게다가 놈들의 침이 들어간 꿀에는, 또 특별한 능력이 생긴다.

이게 히든피스를 클리어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게 될 거다.

탑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모르고 지나칠 만한 것들.

하지만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 스노우 볼을 굴리게 되겠지.

'두 번째는, 코볼트 학살.'

2층에서 최대한 많은 코볼트를 사냥해야 한다.

'30분 이내에 혼자서 코볼트 50마리 사냥.'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파티원이 처치한 코볼트는 카운팅되지 않으니까.

보통 세 명의 플레이어가 코볼트 하나를 처치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걸 혼자서 30분 이내에 해치운다는 건, 2층의 유저들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게 내가 1층에 사람들을 두고 혼자 올라 온 이유다.

혼자 사냥해야, 업적을 최대한 빠르게 달성할 수 있을 테니까.

'그 업적이 바로 코볼트 학살자. 이 업적과 꿀에 절인 이클립스만 있으면.. 10층을 클리어하는 건 정말 식은 죽 먹기야.'

계획은 완벽하다.

내가 얻을 수 있는 모든 이득을 취하고.

그 이득을 굴리고 굴리며 더 크게 불린다.

과거에는 내가 차지하지 못했던 모든 것을 독식하고 포식해서 이 탑을 올라서리라.

이건 기회다.

정말 천금 같은 기회.

포식이라는 사기적인 능력에, 또 최상급의 기초 스탯.

거기에 혼자만 알고 있는 탑에 대한 지식들까지.

'가자.'

나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코볼트 무리가 나타났다.

10레벨만 달성하면 5층까지 오르기 어렵지 않은 이유.

그 이후로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대부분 습성이 비슷하다.

'달라지는 게 있다면, 육체 능력 정도.'

코볼트는 고블린보다 강하다.

그게 전부다.

'사냥 방법은 똑같지.'

코볼트 다섯 마리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고블린보다 강하고 빠르지만, 딱 그 정도.

결코 위협적인 상대는 아니다.

푸훅!

내가 코볼트의 무릎에 검을 박아 넣었고.

코볼트가 쓰러졌다.

옆에 있는 녀석의 옆구리를 내 검이 깊게 스치고 지나간 순간.

녀석은 고꾸라졌다.

그 순간.

[코볼트를 처치했습니다.]

[힘 0.8을 포식합니다.]

[포식 포인트 11을 포식했습니다.]

'역시.'

내 예상대로다.

0에 가깝게 감소했던 스탯 포식 수치는 다시 원상태를 되찾았다.

한 층에 오래 머물러 있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보통의 플레이어들은 같은 층에 오래 머무르며 레벨을 올린다.

새로운 층에서, 새로운 환경을 마주하는 것보다는 익숙한 환경에서 사냥을 반복하며 강해지는 것이 편하니까.

전생의 나도 그랬다.

최대한 한 층에서 많은 몬스터를 사냥하고 레벨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렸다.

하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

아니, 오히려 그러는 건 손해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레벨이 아닌, 사냥 속도다.

'시간을 낭비하면 안 돼. 최대한 효율적이고 빠르게 사냥하자.'

언제 1층에서 최민철이 무리를 이끌고 올라올지 모른다.

놈이 올라온다면, 내 계획에 분명히 차질이 생길 거다.

그 녀석 눈빛이 꽤 오묘했거든.

그런 눈은 탑에서 많이 봐 왔다.

아직은 내게 먼저 공격하지 않아서 살려 뒀지만.

내 예상대로라면, 조만간 분명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았다.

'우선 그때 가서 생각하자. 지금 내가 할 일은, 코볼트를 사냥하는 거니까.'

어차피 2층에서 업적을 달성하면, 놈은 결코 내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다.

나는 결코 놈이 넘보지 못할 만큼 강해질 테니까.

그렇게 나는 모든 코볼트를 다 쓰러트렸고.

이제는 목숨을 끊을 차례다.

[코볼트 – 방패를 처치했습니다.]

[체력 0.7을 포식합니다.]

[포식 포인트 10을 획득했습니다.]

[코볼트 – 단검을 처치했습니다.]

[민첩성 0.9를 포식합니다.]

[포식 포인트 12를 획득했습니다.]

고블린과 비교해서 포식하는 스탯과 포식 포인트가 큰 차이는 없다.

그래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치다.

대략 30마리만 사냥해 줘도, 남들의 1레벨을 올린 것에 비견될 수치를 포식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나는 모든 코볼트를 다 처치하고, 다시 움직였다.

'꿀단지를 찾자.'

가장 먼저 꿀단지를 찾아서 이클립스를 절여 놓아야 한다.

'오래 절여 놓을수록 효과가 좋아지니까.'

미리 절여 놓고, 코볼트를 학살해야 한다.

나는 코볼트를 처치하며 계속해서 나아갔다.

어느 정도 움직였을 때.

코볼트의 아지트가 시야에 들어왔다.

주변이 돌과 나무로 싸여 있는 움푹 파인 공간.

그 가운데에 조악한 솥과 불을 붙인 흔적이 보인다.

주변에 코볼트 세 마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처치하고, 이클립스를 절이자.'

나는 놈들을 향해 조용히 다가갔다.

최대한 기척을 숨기고 다가갔다.

아무리 만만한 코볼트라도 매 순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 어떤 순간에도 방심하지 않을 것.

그게 탑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놈들이 나를 눈치 채지 못한 지금.

푸훅!

코볼트 한 마리의 목에 검을 박아 넣었다가 뽑았다.

"크르릉!"

그 순간 남은 두 녀석이 나를 발견했다.

두 녀석 정도는, 눈 감고도 처치할 수 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민첩성 0.7을 포식했습니다.]

[포식 포인트 13을 포식했습니다.]

나는 순식간에 두 마리의 코볼트를 처치했고.

마찬가지로 스탯과 포인트를 포식했다.

거기에 레벨도 하나 올랐다.

'단지 하나에 이클립스 열 뿌리.'

이게 가장 적절한 비율이다.

열 개의 이클립스 뿌리를 꿀단지 안에 담가뒀다.

'이제 꿀단지 다섯 개만 더 찾으면 돼. 남은 코볼트는 38마리.'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조금씩 눈앞의 목표에 다가가고 있었다.

***

그 무렵 1층.

최민철은 지금 잔뜩 화가 난 상태였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을 따르는 무리는, 자신의 한 마디에 복종했다.

마치 왕이라도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었다.

적어도 강민과 그를 따르던 세 명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가 가장 강했으며, 탑의 환경에 가장 빠르게 적응한 플레이어였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순식간에 무리의 권력이 최현서와 두 사람에게로 넘어가 버렸다.

그들은 한강민이 가르쳐 준 대로 고블린을 능숙하게 사냥하고 있었다.

조금의 피해도 없이, 단 세 명이서!

"와.. 진짜 대단해요. 강민 씨가 가르쳐 준 거라고요?"

"예. 맞아요. 이렇게 쉬운 걸 왜 몰랐던 걸까요."

"쉽다고는 해도. 그걸 가장 먼저 생각해 낸다는 게 대단한 거죠. 그것도 이런 무시무시한 환경에서..."

"그러니까요. 저도 그게 정말 대단해요. 다 죽어가던 사람이. 어떻게 다시 살아나서..."

최현서가 신이 나서 떠들었다.

진심으로 강민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내가 강민 씨였다면... 나 같은 사람은 신경도 쓰지 않고 버렸을 텐데.'

조금 전 몹몰이를 하며 헐떡거리던 자신의 모습은 완전히 잊어버렸다.

지금 그녀에게 강민은, 마치 구세주와도 같은 존재였다.

사실 그가 아니었으면, 고블린을 사냥하기는커녕.

한참 전에 고블린의 밥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하하. 정말 대단하신 분이었군요."

그때 최민철이 앞으로 나섰다.

어느새 표정을 바꾼 채 방긋 웃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의 속내는 표정과는 딴판이었다.

'한강민. 반드시 넘어서 주마. 어떻게 고블린 사냥법 하나 우연히 발견했다고 나댔던 모양인데, 이까짓 거. 나라고 못 할 것 같아?'

물론 그런 업적은 최민철도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탑에 올라와 혼란스러운 와중에, 침착하게 고블린의 약점을 분석하는 건.

최민철 자신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강민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생각도 없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야.'

그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저쪽에서 다가오는 고블린들을 향해 다가갔다.

무려 세 마리.

'혼자 사냥한다.'

절대 강민에게 뒤지고 싶지 않았다.

그 역시 몸을 쓰는 일에는 일가견이 있는 남자였다.

"조, 조심해요! 세 마리나 있다구요!"

뒤쪽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걱정 마세요! 저도 강민 씨의 방식대로 연습해 보려고 하는 거니까. 제가 모두 처치하겠습니다!"

최민철은 검을 뽑아 들고 세 마리의 고블린과 대치했다.

쐐액!

고블린의 검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는 재빠르게 공격을 피했고.

바로 옆으로 다가가서.

푸학!

고블린의 옆구리를 공격했다.

키르르륵!

고블린이 쓰러졌다.

'쉽잖아?'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다시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반복.

나머지 두 마리를 처치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쉬운데? 한강민 그 새끼. 고작 이런 거 가지고 그렇게 생색냈다는 거야?'

그는 고개를 돌렸다.

플레이어들은 최민철의 모습에 놀란 듯했다.

"와아... 대단해요."

"혼자서 세 마리를..."

아직 여기 있는 이들은 세, 네 명이 모여 고블린을 상대하는 게 고작이었는데.

그는 혼자서 세 마리를 처치했으니 대단해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

그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조금 대단해 보였던 강민이 이제는 마치 자기 발아래에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었지만.

그는 지금 플레이어들의 칭찬에 크게 들떠 버렸다.

하지만, 최현서와 두 명의 생각은 달랐다.

'미숙하네.'

'강민 씨에 비하면...'

'강민 씨가 진짜 대단했구나.'

하지만 그런 것도 모른 채, 최민철은 다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자, 갑시다! 어서 고블린 처치하고 우리도 2층으로 올라가는 겁니다!"

그는 다시금 리더의 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크게 소리쳤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상태창을 펼쳤다.

[상태창]

>이름: 최민철

>레벨 : 11

>스탯

-육체

힘 : 25

민첩성 : 16

체력 : 17

-정신

마력 : 6

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지금 그는 자신의 성취에 크게 만족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중에서 단연코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는 없을 테니까.

게다가 기초 스탯도 꽤나 높았던 최민철.

덕분에 동 레벨에 비해서도 꽤 높은 수치의 스탯을 보유하고 있었다.

'좋아. 이 정도면 2층에 올라가도 되겠는데? 기다려라, 한강민. 아직 뒈지지는 말고. 흐흐.'

그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

좋다.

벌써 여섯 개의 꿀단지 안에 이클립스를 모두 다 절여 놓았다.

아직 20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남은 코볼트는 12마리.

이제 다시 그쪽으로 가며 코볼트를 사냥하면.

대충 30분이 될 거다.

업적도 딱 달성할 수 있을 테고.

그 전에, 나는 스탯을 분배하기 위해 상태창을 펼쳤다.

[상태창]

>이름: 한강민

>레벨 : 8

>스탯

-육체

힘 : 29.8

민첩성 : 24.2

체력 : 26.8

-정신

마력 : 5

>능력

1. 포식자 (S)

포식 포인트 – 1960p

"사기다."

내 눈으로 봐도, 말도 안 되는 상태창이다.

이게 어떻게 8레벨의 상태창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이 정도면 20레벨이나 되어야 대충 넘볼 수 있는 스탯인데."

벌써 내 레벨의 2배 이상의 전투력을 보유한 셈.

빨라도 너무 빠르다.

하지만, 이 정도에 만족할 수는 없다.

아무리 초창기라고 하더라도.

지금 랭커들은 지금의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할 테니까.

포식 포인트가 이제 2000에 가까워졌지만 아직 그 사용법은 알지 못한다.

어딘가에 유용하게 쓸 수 있을 텐데.

S급 능력으로 얻어낸 포인트다.

그렇다면, 분명히 남들은 상상도 못 한 일들을 해낼 수 있어야만 한다.

그게 바로 탑의 생리.

포식 포인트의 용도에 대해서 몇 가지 추측은 하고 있다만.

아직은 확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조급해할 필요까지는 없지."

적절한 때가 되면, 탑은 그 사용법을 알려줄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탑은, 분명히 그렇다.

이제는 담아뒀던 이클립스를 모두 회수하고, 업적을 달성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 뒤에는, 5층까지 빠르게 돌파할 생각이다.

지금은 레벨업과 스탯 보다도, 5층에서 얻어야 할 히든피스가 더 중요한 순간이다.

나는 다시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싸움은 벌이지 않았고.

꿀단지에 담가뒀던 이클립스들을 하나하나 회수한 뒤, 아공간에 잘 포개어 넣어뒀다.

꿀을 잘 흡수한 허브는, 단단하게 굳어 과자 같이 변한다.

코블트의 침이 들어간 꿀은, 굳으면 더 이상 끈적거리지도 않으니 보관하기에 편리하다.

처음 지급된 물약을 모두 땅에 쏟아 버리고.

그 병 안에 코볼트의 꿀을 담을 수 있는 대로 담았다.

꿀은 비상식량으로도 적절할뿐더러.

히든피스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이기도 했다.

꿀 조금을 찍어 입에 넣었다.

"달다."

코볼트는 정말 좋은 친구다.

지금 나는 막 업적을 달성했다.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업적 달성 – 코볼트 학살자]

[코볼트가 플레이어를 보고 달려듭니다.]

[코볼트 한정 공격력이 50% 증가합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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