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176화 (에필로그) (177/178)

에필로그

10년.

누군가에게는 까마득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강산이 변할 수 있는 시간.

“자자, 오늘치 일하고 일당들 받고 싸게싸게 집으로 갑시다!”

“크하하핫! 오늘은 회식이다! 회식!”

신과 악마.

그들의 사라짐으로 인해서 몬스터들은 더 이상 마구잡이로 튀어나오지 않게 되었다.

이미 만들어진 게이트와 같은 통로를 제외하면 말이다.

덕분에 세상은 꽤 살만하게 변했고, 그렇게 세상은 몬스터 없는 세상에 익숙해져갔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신과 악마가 부린 몬스터로 인한 피해는 세상을 병들게 하기엔 충분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풀어 병든 세상을 복구해나갔다.

“정령사 김씨. 빨리 돌아가야 하지 않나?”

“그러엄~ 오늘 내 딸래미가 정령 계약을 맺는다고 했거든!”

헌터만이 가졌던 힘은 신과 악마를 멸하기 위해 신계로 떠난 신에 비견되는 초월자들로 인해서 다른 이들 또한 가질 수 있게 변했다.

그 힘의 크기는 적을지언정 모두가 헌터이되 모두가 헌터가 아닌 세상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자, 그럼 모두 이강혁 헌터께 경례하고 돌아갑시다!”

“모두 경례!”

“오늘도 감사합니다, 이강혁 헌터님!”

“덕분에 밥 빌어먹고 잘 삽니다!”

이강혁.

지구로 돌아온 초월자들이 알린 신과 악마들과의 전쟁 승리의 중심임과 동시에 새로운 적을 막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존재.

올 마스터라는 이름은 그렇게 지구에서 신과 악마 그 이상의 존재가 되었다.

“후우, 관리하는 것도 힘드네.”

꽤 평화로워진 지구를 관리하는 건 당연하게도 강혁의 동료들이었다.

한수연은 꽤 나이가 든 얼굴로 눈앞의 보이는 패널들을 건드렸다.

신의 힘으로 만든 패널로 지구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을 확인하고 자동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었다.

본래 상태창만 볼 수 있던 패널을 루카스 폴른이 개조하여 다른 동료들에게 나누어진 마법과 신의 권능의 산물.

그걸 바라보며 한수연은 지끈거리는 눈가를 매만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엄마! 저 왔어요!”

“저도요!”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한수연은 환하게 웃음을 머금었다.

“아들~ 왔어?”

“응! 빨리 가자 오늘 애들 다 모이는 날이잖아!”

“그러게 벌써 1년이 지났구나.”

아들들.

한수연은 10년 동안 총 두 명의 아이를 낳았다.

물론 다른 남자를 남편을 맞이한 건 아니었다.

‘하나까진 예상했는데 아이를 낳은 뒤에 자연 임신이라니....정력도 신급이라니까.’

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강혁의 정자는 한 명의 아이를 잉태한 뒤에도 계속 남아 임신을 마친 뒤.

다시금 새로운 아이를 잉태시켰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강혁의 신위를 생각하면 정자마저도 남다른 게 퍽 당연하리라.

‘처음엔 깜짝 놀랬지만....다른 사람들도 다 비슷한 걸 보고 진정했었지.’

자신과 함께 강혁과 관계를 가졌던 이들 모두 자연적으로 둘째를, 나아가 셋째를 임신한 이들마저 있었으니까.

과거를 떠올리며 쓰게 웃음을 지은 수연은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가자, 늦기 전에 가서 준비라도 해야지.”

“응!”

“와아- 오늘은 아빠 본다- 아빠!”

1년에 한 번 강혁의 가족이자 자식들.

그리고 동료들 모두가 자리에 모이는 날.

“아빠 동상이잖니. 말은 똑바로 해야지.”

“오늘은 아빠 생일인데 왜 아빠는 안 와?”

강혁의 생일 날이었다.

홀로 무거운 짐을 진 강혁을 기리기 위해서 1년의 단 하루.

지구를 총괄하고 관리하는 이들이 한데 모여 서로를 축하하고, 치료하고, 힘을 얻어가는 시간.

뿐만 아니라 사라진 강혁에 대한 탐색 성과 또한 함께였다.

하지만 순진하게 아픈 곳을 찌르는 두 아들의 말에 한수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하늘을 가리켰다.

“저 하늘 위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시니까.”

“....아쉽다.”

“생일엔 선물도 많이 받고 좋을 텐데!”

“....그러게, 정말 와준다면 선물도 많이 줄 텐데.”

외우주라는 알 수 없는 차원으로 떠나버린 강혁이 돌아와만 준다면 그 어떤 것이든 줄 수 있을 텐데- 라고 생각하며 수연은 강혁의 생일 파티가 열리는 서울로 발걸음을 옮겼다.

*

서울.

강혁의 행방불명 이후, 그의 거주지였던 서울은 전 세계적인 관광 명소임과 동시에 성지로서 추앙 받았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실질적으로 신의 자리를 이어 받은 초월자들이 주로 생활하는 곳이 한국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런 서울은 지금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휘이이익! 올 마스터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콩~그레~츄~레이션~

-즐겁다! 신난다! 행복하다!

강혁의 생일 파티.

그건 전 세계적인 축제임과 동시에 그의 성지나 다를 바 없는 서울은 그런 축제가 가장 성대하게 열리는 곳이었다.

당연하게도 세계 곳곳에 퍼져 있던 이들이 서울로 모여 거대한 축제를 벌이고, 그 안에서 소규모 축제들이 추가로 열리는 세계 대축제의 장이 바로 서울에서 열리는 것.

다만 그런 시끌시끌함에서도 오로지 단 한 곳.

올 마스트의 길드 본부 만큼은 잔잔함을 유지했다.

“역시 대규모의 차음막을 치길 잘했군.”

“루카스, 네가 한 일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이야.”

“뭐? 니아, 그건 좀 용납할 수가 없겠는데.”

“꼬우면 주먹으로 말해.”

“....제발 애들 앞에서 그런 말 좀 하지 마. 니아, 애들이 대체 뭘 배우겠어.”

“루카스 삼촌! 주먹! 주먹!”

“....답도 없군.”

물론 그런 잔잔함도 외부의 시끄러움만 막아줄 뿐, 내부의 시끄러움만큼은 막지 못했다.

1년 내내 일만 하던 그들이 모인 이 자리는 그들에게도 참으로 특별한 일이었지만 아쉽게도 사람 수가 수인 만큼 시끄러움을 온전히 막을 순 없었다.

“자자, 그래도 다들 한 해 동안 수고 많았고, 경과 보고나 하지? 그 다음에 샴페인도 터뜨리고 생일 초도 불고. 오케이?”

“좋아요.”

니아 아리엘의 말에 한수연을 비롯한 다른 이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애들이야 한 켠에 마련된 놀이터에서 즐겁게 놀고 있으니 시끄러울 일도 없었다.

몇몇 나이가 있는 애들마저 놀이터로 보낸 뒤에야 1년에 한 번 있는 정기 보고 시간이 시작되었다.

“신계의 조사 결과는?”

“언데드가 되며 강혁의 권속이 된 신과 악마 몇몇 만이 관리를 위해서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걸 빼면 아무도 오지 않아.”

“....역시 강혁이는 안 왔다는 거고.”

“그렇겠지, 전쟁하느라 바쁠 텐데 모습을 드러내는 건 말도 안 되지.”

신과 악마마저 두려워하여 연합을 맺게 한 외우주의 존재들.

그들과의 전면전을 하는 와중에 신계를 방문하고, 지구를 방문한다?

어불성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걸 알기에 강혁은 자신의 권속인 언데드들만 보내며 신계의 관리를 맡겼다.

“결국 이번 년도 강혁의 생사여부만 안 셈인가.”

“아쉽지만 살아 있으며 언젠간 만나겠지.”

하지만 아쉽지 않았다.

강혁이 살아있는 한, 무한에 가까운 시간을 가지게 된 그들에게 시간은 그저 숫자에 불과했으니까.

그렇기에 그들은 미루지 않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다음 안건은 신계의 힘으로 현자의 돌을 만드는 안건이었지, 알케미?”

현자의 돌의 재생산.

그걸 위한 새로운 재료 발굴에 대한 안건이었다.

자신을 부르는 말에 알케미는 멋쩍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위로 올라갔다.

“그래, 신계의 조사차 방문했을 때. 신계의 흙, 건물 등 전부가 현자의 돌의 재료로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고- 그 결과....”

촤악-

말을 마침과 동시에 꺼내든 현자의 돌.

“오....”

“정말 해낼 줄이야.”

“그럼 이제 우리도 더 강해질 수 있는 건가?”

“잘 봐, 기운 자체는 훨씬 약해. 그래도 강해질 여지가 남아 있다는 건 좋군.”

신과 악마의 시체로 만들었던 최고급 현자의 돌에 비교하면 급이 떨어지다 못해서 바닥을 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에서 최상급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이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새로 제작한 현자의 돌은 그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에 불과했다.

“현자의 돌 대량 생산이 완료 되고, 우리가 강혁에게 짐이 되지 않을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려면 얼마나 걸리지?”

자신들이 최상급 그 너머로.

10년 전 강혁이 자신들을 떠나기 전, 상태에 도달할 정도면 충분했으니까.

“....흠, 못해도 5년. 조금 더 큼지막한 걸로 만들 수 있다면 3년.”

“....기네.”

“짧다면 짧지만....그 안에 강혁이에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텐데....”

하지만 10년의 세월도 무색하게 여기던 그들이 3~5년이란 시간 앞에서 작아졌다.

그냥 3~5년이 아닌 10년에 더해진 3~5년이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그에 도달하는 순간까지 강혁이 멀쩡할 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무사하겠지.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니까.”

그저 믿는 것 뿐이었다.

10년 동안 그런 것처럼 남은 시간 동안에도 강혁이 멀쩡하기를 바라는 것.

그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자자, 그럼 무거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오늘의 생일 케이크나 빨리 초 꼽고 불고 먹읍시다!”

밝은 목소리.

알케미의 부인인 세나의 것이었다.

물론 케이크는 세나가 만들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손을 대었다면 케이크가 아니라 케이크의 모습을 한 독극물이 탄생했을 테니 당연한 일.

다른 이의 손을 빌려 만들어진 커다란 케이크가 모습을 드러내고 모두가 놀람을 드러냈다.

“초를 몇 개를 꽂아야 하지?”

“38개? 강혁이가 28살 정도였고, 10년이 지났으니 38개가 맞겠지.”

“많기도 하네.”

케이크가 큰 덕분에 초를 하나하나 꽂아가며 38개 전부 꽂은 뒤.

“루카스, 불 붙여 줘.”

“....세상에서 나한테 케이크 초 불 붙여 달라는 인간은 너희들 뿐일 거다.”

딱! 화르륵!

세기의 대마법사 루카스 폴른이 손가락을 튕겨 38개의 초에 동시에 불을 붙였다.

붉게 타오르는 초.

그와 동시에 생일 축하 노래가 흘러나왔다.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이강혁의~ 생일 축하 합니다~

즐거움이 가득한 목소리.

하지만 장례식을 연상케하는 울적함에 모두가 침울한 얼굴로 초를 향해서 다가올 때.

후욱-

“....뭐야, 불이 왜 꺼져?”

“루카스, 제대로 불 안 켜? 뒤질래?”

“....내가 만든 불은 일반적인 바람으론 꺼지지 않는다. 누가 의도적으로 불을 끈 거다.”

갑작스레 꺼진 촛불에 모두가 우왕좌왕하며 범인 찾기 몰두했다.

바로 그때였다.

“초 있길래 껐는데 끄면 안 되는 거였나? 근데 누구 생일이야?”

“....!!!”

익숙하디 익숙한 목소리.

방금 전까지도 생각하던 누군가의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향했다.

“....강혁?”

“너....너가 대체 어떻게?”

이강혁.

올 마스터 이강혁.

신계에서 외우주로 떠난 그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

떠날 때와 그리 다르지 않은 얼굴로 서 있는 그의 모습에 모두가 놀란 얼굴로 강혁을 바라볼 때.

강혁은 담담하게 답했다.

“이겼으니까 여기 있지. 외우주 놈들 싹다 박살 내고 돌아오는 길인데. 여긴 별로 시간이 안 지났나 보네. 100년 넘게 지난 다음부터는 안 셌었는데.”

“....백년?”

“허, 정말 스케일이 다르군. 아무리 외우주라지만 시간 차이가 그렇게나?”

백 년.

정말 지구에서 몇 년 더 있다가 찾으러 갔다간 수백 년이 흘러 있었을지도 모를 뻔 했다는 것에 모두가 식은땀을 흘릴 때.

“그래서 이거 누구 케이크냐니까? 나도 좀 알자.”

강혁은 태연자약하게 케이크의 생크림을 찍어 먹으며 되물었고.

“....네 거야, 이 멍청아!”

“....아하.”

폭탄처럼 터지듯 들려오는 동료들의 목소리에 강혁은 당황한 얼굴로 그것을 바라보더니 피식 웃으며 늦은 인사를 건넸다.

“다녀왔어.”

“....너무 늦었잖아, 이 바보야!”

그에 눈물을 펑펑 흘리는 니아 아리엘의 외침과 함께 저 멀리 떨어진 놀이터에서부터 진동이 시작됐다.

-아빠?

-진짜 아빠야?

-아빠다! 아빠!

투두두두두-

“....음, 쟤들이 다 나를 아빠라고 부르는데 뭔가 잘못된 거 맞지? 누구 저 애들 아빠 되는 사람?”

“....다 네 애들이야.”

“....난 네 명하고 밖에 관계를 안 가졌는데 왜 10명이 넘어?”

“몰라, 네 정자가 너무 쎘나 보지!”

“하, 졸지에 열 명 넘는 자식을 두게 되었네.”

저 멀리서 먼지 구름을 일으켜 달려오는 아이들의 등 뒤에 나타난 천사의 날개, 악마의 날개, 용의 날개.

나아가 용의 뿔 등을 보며 강혁은 혀를 내둘렀다.

“빼도 박도 못하게 내 자식들이네.”

“그래서 뭐, 버리기라도 하게?”

샐쭉한 얼굴로 되묻는 니아 아리엘의 물음에 강혁은 씨익 웃으며 그런 그녀를 끌어 안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전쟁만 일평생 했는데 전업 주부나 하지 뭐.”

지구 최강 아빠의 탄생이 강혁의 실종 10년 만에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모든 일들이 마무리가 되고 평화만 남은 지구에서 열 명이 넘는 자식들을 키우는 올 마스터 아빠 이강혁.

‘요리나 배워볼까.’

그가 이제는 요리와 육아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는 뭐가 되었든 잘 할 터였다.

신과 악마를 쳐죽이고, 외우주의 괴물들을 쳐죽인 그는 무얼 하든 끝에 다다르는 재능을 지닌 ‘올 마스터’였으니까.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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