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175
콰르르르릉-!
세상이 격변했다.
벼락이 한 번 떨어질 때마다 불똥이 튀고, 주변이 불바다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그런 재앙 속에서도 강혁은 멈추지 않고 돌아다니며 적들을 베어냈다.
스거거걱!
신검.
자신의 팔을 잘라 만든 만큼 그 효과만큼은 압도적임과 동시에 그 어떤 무기보다도 강혁과 궁합이 잘 맞는 무기가 신과 악마들을 베어낸다.
그건 비단 강혁만 그런 게 아니었다.
“번개는 내가 막겠다. 너흰 나머지 적들을 몰아쳐!”
대마법사, 루카스 폴른.
그는 제우스의 번개 다발을 막아내며 동료들을 지켜냈고.
콰앙! 쾅!
“성벽을 내가 부술테니 다들 빨리빨리 넘어가!”
니아 아리엘은 그들과 신계의 도시를 가로 막는 성벽을 부수었으며.
그들 말고도 동료들은 각자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또 나아갔다.
멈출 수 없는 파괴 전차와도 같은 상황에서 모두가 1인분 이상을 해내며 신계의 성벽을 뚫어냈다.
“멈춰라, 너희들은 그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제우스.
그의 청천벽력과도 같이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강혁과 그의 동료들을 막아섰다.
고작해야 목소리 만으로 대상을 멈추게 만든다는 것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지만 제우스가 누구인지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모두가 뻣뻣하게 굳은 몸을 풀기 위해서 안간힘을 쓸 때.
저벅저벅-
“하데스?”
“저 녀석과는 빚이 있다. 내가 맡도록 하지.”
하데스가 처음으로 앞으로 나섰다.
누가 말하지도 않았음에도 제 뜻대로 앞에 나서는 그의 모습은 난생 처음 보는 모습이었지만 그 누구도 하데스를 말리지 않았다.
“부탁할게.”
“드디어 한 건 하는구만!”
“해치우면 바로 따라와라.”
하나둘 제우스의 포효에서 깨어난 동료들이 하데스를 지나 무너진 성벽을 짓밟고 앞으로 나아갔다.
“멈추라고 했다!”
“네 상대는 나다, 제우스. 형도 못 알아보고 날뛰는 건 변하지 않았구나.”
“....누가 내 형이라는 거냐. 필멸자 따위에게 죽은 병신을 형으로 둔 기억 따윈 없다!”
콰르르르릉!
신계의 여러 지배자 중 하나이자 막강한 힘을 지닌 주신급 존재, 제우스.
그의 분노가 담긴 벼락이 하데스를 향해서 마구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그런 공격 앞에서 하데스는 덤덤하게 손을 뻗었다.
“막혀라.”
콰드드득-
고작해야 말 한 마디에 부숴진 대지가 벌떡 일어서며 하데스의 앞을 가로 막는다.
쾅쾅쾅쾅!!!
그런 하데스의 보호막 위로 제우스의 번개 다발이 쏟아졌지만 보호막은 거뜬하게 제우스의 공격을 막아냈다.
“....힘을 회복한 건가.”
“나쁘지 않은 힘이야. 죽고 나니 보이는 게 있더군. 그러니 너도 한 번 죽어보는 게 어떻겠나, 나의 동생이여.”
“....닥쳐라!”
동생이라는 말에 다시금 분노하는 제우스.
그와 동시에 다시금 번개다발이 떨어져 내리는 걸 보며 하데스가 중얼거렸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그래도 기대는 해도 되겠지.”
주사위는 이미 굴려졌다.
전쟁은 시작된 오래였고.
그렇기에 모든 일은 더 이상 멈출 수 없으리라.
모든 생각을 마치고 하데스는 이내 짓쳐드는 번개들을 막고, 나아가 제우스를 죽이기 위해서 손을 뻗었다.
“죽음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니라.”
쿠웅!
그와 함께 전 명계의 파편들이 신계를 향해서, 정확하게는 제우스를 향해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
신계 중의 신계.
그 도시 안에 발을 들인 이후부터는 계속해서 선택의 연속이고, 분단의 아픔을 느껴야만 했다.
“여긴 내가 맡지.”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두 남매신이 동료들의 앞을 가로 막았을 때는 루카스 폴른이.
“....우린 헤어질 시간이네.”
우락부락한 거인 이미르의 앞에서는 니아 아리엘이.
“큼, 나중에 보면....그때 다시 얘기나 나눠봐요, 오빠.”
그 뒤에는 한수연이, 발터 밀란이, 장 진이, 용용이가.
하나둘 떨어져가는 동료들의 모습을 눈에 담으면서 강혁은 나아가고, 또 나아갔다.
“....결국엔 혼자인가.”
여기까지 오는 데에 많은 인력과 힘을 소모했지만 정작 강혁은 멀쩡했다.
하지만 결국 혼자가 되어버린 강혁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성벽 바깥, 성벽 안, 외성, 내성, 중앙 도시 등.
다양한 곳을 거쳐가는 강혁은 동료들의 도움으로 앞으로 나아갔고, 동료들 덕분에 강혁은 이곳 심층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어리석은 불나방이 결국 신계를 어지럽히는구나.”
자애로운 목소리.
빛이 눈앞을 가득 메우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강혁은 이를 악물었다.
최고신.
신계를 지탱하는 거목 중 하나.
그리고 그런 그의 곁에는 다른 거목 또한 자리 잡고 있었다.
“흥, 저까짓 놈은 한 주먹거리도 안 되지. 빨리 처리하고 복구나 하자고. 외우주의 괴물들이 언제 쳐들어올 지 몰라. 오히려 지금이 놈들의 적기일 지도 모르지.”
“옳은 말이로군. 그러도록 하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맞장구를 치는 신과 악마.
“너흰 누구지?”
그에 강혁은 그들의 정체를 물었다.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존재들.
신계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만났더라면 제 아무리 강혁이라고 한들 제대로 상대조차 되지 못 했을 존재들이 눈앞에 서 있었다.
궁금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강혁의 질문에 두 신과 악마는 입을 뗐다.
“나는 모든 하늘의 주인이자 너희의 창조를 맡았던 ‘야훼’이니라.”
“모든 파괴를 주관하며, 악의 정점에 선 존재 ‘바알’이다. 고개를 조아려라, 미천한 인간아.”
고작해야 자신의 이름을 입에 담았을 뿐이건만 강혁은 전신이 짓눌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건 비단 기분만이 아닌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쿠구구구구-
“....큭-”
“그래, 그 모습에 네게 어울리는구나 아이야. 네가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우리는 태초부터 존재해왔던 창조신.”
“그리고 태초의 악이니라. 고작해야 수십 년 밖에 살지 못한 인간 따위가 여기까지 온 것이 대단하긴 하지만....고작 그뿐이지.”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담긴 거대한 힘.
항거할 수 없는 힘 앞에서 강혁은 무력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꽈득-
“....호오?”
“....고작 이 따위에 굴복할 거였으면 여기까지 올 생각도 안 했다.”
주먹을 말아쥔 강혁이 이를 악물고 눈앞에 있는 두 존재를 노려보았다.
자신을 대신하여 희생한 동료들.
그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뒤져라.”
푸화아아악!
여태까지 걸어오며 모아둔 모든 힘.
그것들을 개방한 강혁의 기세는 결코 두 존재에 밀리지 않았다.
“....놀랍군.”
“하핫! 인간들이란 이렇단 말이지. 저번의 올 마스터 놈도 그러했지. 하지만 그 끝은 처참했다. 너 또한 다르지 않을 거다, 인간!”
서늘한 기세에 두 존재가 강혁에 대한 평가를 수정할 때.
강혁은 자리를 박찼다.
세계의, 차원의 명운을 건 전투가 지금 이 자리에서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
쾅쾅쾅!
몇날 며칠이 흘렀는지 강혁은 알지 못했다.
그저 몸을 움직이고, 무기를 휘두를 뿐.
무한히 반복되는 전쟁의 구렁텅이 속에서 강혁은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쾅-
한 번.
쾅-
두 번.
폭음이 귓가를 때리고 발을 디딘 땅들이 터져나가는 모습을 눈에 담으며 강혁의 신형이 주욱- 늘어난다.
이윽고 엉망이 된 야훼의 모습이 눈에 담기는 순간.
스걱!
강혁의 검이 야훼의 목을 베고 지나갔다.
“....크르륵-”
피 가래가 끓는 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그럼에도 강혁은 멈추지 않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붙잡은 기회였다.
몇 년이란 시간 동안 찾아온 얼마 없는 기회를 두고 강혁은 그걸 무참히 날려버릴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푹-
목이 베인 야훼의 가슴팍에 날카롭게 갈린, 피를 머금은 신검이 무참하게 꿰뚫는다.
끝.
태초부터 존재해온 존재의 죽음.
그것이 강혁이란 인간의 손에서 이루어졌다.
“말도 안 되는. 고작해야 인간 주제에!”
“인간이기에 가능한 기적이다. 너희들이 무시한 인간에게 내재된 잠재력이, 너희들을 죽음으로 몰았던 거지.”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처음 전투 당시 바알이 짓던 비웃음이 아직까지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기 때문일까.
강혁은 쓴웃음을 머금으며 엉망이 된 지금의 바알이 짓고 있는 ‘두려움’이란 감정을 느끼며 파안대소했다.
“끝이다.”
셀 수 없는 시간이 지나가고, 까마득한 세월이 눈앞에 아른 거리는 것을 느끼며 강혁은 바알을 향해 검을 뻗었다.
“아....안 돼!”
처음 만났을 때의 당당함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 바알의 처참한 비명 소리를 끝으로 강혁은 바알의 목숨을 거두었다.
툭-
무너지는 바알의 몸뚱아리를 보며 강혁은 참아왔던 숨을 토해냈다.
“후우우우....끝이다....”
-....몇 년이 지난 건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결국 우린 해냈어.”
-그래, 정말로 해냈군. 놈들을 모조리 죽여버릴 줄이야.
시간 개념마저 사라질 정도로 긴 시간 내내 집중을 멈추지 않던 강혁이기에 지금 이 순간을 느끼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곳에 올 때부터 바래왔던 것.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허탈함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터벅터벅-
쓰러진 야훼와 바알의 시체를 뒤로한 채로 강혁은 천천히 그들의 거주지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딜 가는 거냐.
“익숙한 기운이 느껴져서.”
저들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느껴지는 아주 익숙한 기운.
그런 기운에 강혁은 발걸음을 재촉했고, 그곳에서 강혁은 찬란하게 빛나는 구를 볼 수 있었다.
“....전대 올 마스터.”
-....뭐? 그게 전대란 말이냐?
“그래, 결국엔 자아도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지만....그래도 그의 힘은 고스란히 남아 있지.”
쩌억-
말을 마침과 동시에 강혁은 식욕의 힘으로 전대 올 마스터의 힘을 흡수했다.
그를 흡수하기 무섭게 강혁은 자신이 완전해졌음을 느꼈다.
완벽한 올 마스터.
그가 차오르는 충만함에 몸을 부르르 떨 때쯤.
저 멀리서 동료들의 것으로 느껴지는 기운들을 느낄 수 있었다.
“동료들인가.”
-그래, 이제 끝이다. 모든 게 끝났으니 너도 이젠 지구로 돌아가야....
“아니, 끝이 아니야.”
다가오는 동료들에 분노는 이제 강혁도 지구로 돌아가 편히 쉬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이어진 강혁의 말에 분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강혁은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없이 청명한 하늘.
다만 그 너머는 무척이나 어두웠다.
쩌억-
하늘이 갈라지고 거대한 눈이 강혁을 내려다보았다.
-정말 해냈구나. 고작해야 필멸자 주제에 우리가 평생을 노력해 온 이들을....
“다음은 네 차례야.”
신과 악마가 손을 잡았던 가장 큰 이유.
외우주의 괴물의 주인.
그가 강혁을 바라보며 말했고, 강혁은 그들 또한 신과 악마들과 다르지 않게 될 거라고 말했다.
-크흐흐....그래, 기다리마. 네가 우리의 차원으로 오는 그 순간을 말이다!
웃음을 터뜨리며 광소를 흘리던 그 목소릴 끝으로 하늘에 나타난 거대한 눈을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강혁의 동료들이 무너진 신과 악마의 본거지로 쳐들어왔다.
“강혁!”
“괜찮은 거야?”
“오빠!”
“아빠!”
다양한 이름, 걱정, 염려 등이 담긴 동료들을 보며 강혁은 오랜만에 보는 그들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많이 변한 얼굴들.
상처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고, 멋진 그들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강혁이 말했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야.”
“뭐?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저들은 너희들에겐 버거운 상대야. 그러니 내가 해야 해. 다른 신과 악마들을 언데드로 되살려서 말이야.”
“....이강혁 너!”
두 눈을 부릅뜨며 자신을 바라보는 동료들의 모습에 강혁은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겠네.”
후웅-!
작별 인사.
그것이 끝나기 무섭게 동료들의 발 밑에 지구로 향하는 구멍이 생겨났다.
더 이상 동료들이 위험에 몸을 던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내린 결정.
“후우, 그럼 이제 가볼까.”
드드드득-
남은 것은 신과 악마가 다시 되살아난 존재들 뿐.
하데스, 라플라스, 크로노스 등.
이미 한 차례 죽었던 이들이 한층 더 강해진 강혁의 힘으로 다시금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모든 신과 악마가 되살아났을 때.
“외차원의 괴물들. 놈들을 토벌하면 그땐 정말 쉴 수 있겠지.”
신과 악마마저 어찌 할 수 없었던 괴물들이 도사리는 차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