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171
용용이.
“....네가 어떻게?”
그 이름을 가진 어린 해츨링의 등장에 비단 놀란 건 브레스를 쳐맞은 라플라스나 크로노스만이 아니었다.
용용이의 주인이었던 강혁마저도 놀람을 금치 못 했다.
첫 번째로는 크로노스라는 상위신이 직접 처리한 용용이가 자력으로 그의 공격에서 벗어났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는-
“....크아아악!”
“크로노스!”
“....위력이 장난 아닌데.”
차원을 찢어발기며 등장한 용용이의 브레스에 크로노스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린다는 점이었다.
불타오르는 신체가 거세게 들썩인다.
물론 불길은 차츰 잦아들고, 라플라스마저 가세하자 더더욱 빨리 줄어들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용용아!”
-아빠!
차원을 찢어발긴 브레스에서 튀어나온 용용이가 강혁에겐 더욱 중요했다.
갑작스레 튀어나온 용용이였지만 강혁은 그런 용용이를 반갑게 맞이했다.
“....용용이, 너 몸이?”
“히히, 좀 많이 커졌지?”
바깥에 나온 용용이는 아까 전과는 매우 달랐다.
유치원생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쯤 되어 보였던 아이가 이제는 성인 여성에 육박할 정도로 자라 있었다.
그리고 드래곤의 폴리모프 상태는 곧 드래곤의 현재 나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모를 강혁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곧바로 용용이에게 일어난 변화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너....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우응....세진 않았어. 세면 머리가 아팠거든. 그래도 용용이는 용용이야!”
하나둘, 손가락을 접어가며 숫자를 세던 용용이는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생각을 포기했다.
하지만 까마득히 오랜 세월을 외차원이라는 괴상한 공간에서 보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괜찮아, 그래도 용용이는 용용이니까.”
“....히히, 그렇지?”
용용이가 몇 년을 보냈든 강혁이 아는 용용이는 귀엽고, 착했으며 강했다.
그리고 지금 강혁의 앞에 있는 용용이 또한 마찬가지.
그렇기에 얼마나 오랜 시간을 보냈든지 결국 용용이는 강혁의 펫이었고, 자식 같은 존재였다.
“이 자식! 곱게 죽이지 않고 추방 정도로 봐줬더니 이런 통수를 쳐!”
“끄으으....라플라스, 저 두 놈을 모조리....모조리 찢여 죽여야만 해.”
그러나 라플라스와 크로노스는 용용이를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장이라도 찢어 죽이고 싶어 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할 수 있으면 해보던가. 이젠 나도 둘이거든?”
여태까지 얻어 맞던 것은 분명 라플라스의 전투 예지가 강혁보다 뛰어나서라는 가장 큰 이유가 했지만 가장 큰 것은 쪽수였다.
하데스는 동료들을 지키고 있고, 분노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 상황.
그런 상황에 라플라스와 크로노스에게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 있는 자원이 추가된 것.
당연하게도 강혁 쪽에 무게추가 확 실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자, 어디 한 번 신나게 놀아보자고. 물론 이번엔 내가 놀 거니까 각오해.”
여태까지 맞았던 모든 공격들.
그것을 강혁은 잊지 않았다.
“용용아.”
“응!”
“가자.”
“알았어!”
당차게 외치는 용용이의 외침을 끝으로 강혁의 신형이 총알처럼 라플라스를 향해 튀어 나갔다.
*
“....크로노스, 회복하는 데에 시간은?”
강혁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라플라스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크로노스에게 물었다.
용용이의 브레스에 당한 상처가 어느 정도나 지난 뒤에야 나올 수 있느냐는 물음.
그에 크로노스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고룡급을 가뿐하게 넘어서는 브레스였다. 오래 걸릴지도 몰라.”
“젠장,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고작해야 해츨링 아니었어?”
오래 걸린다.
추가로 고룡급을 가뿐하게 넘어서는 브레스라는 말에 라플라스마저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크로노스보다도 더욱 찌푸린 인상만 보자면 라플라스가 지금 상황에 더 큰 짜증을 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라플라스도 크로노스도 한 가지 만큼은 알고 있었다.
“저 드래곤, 위험해.”
“....인정하지.”
용용이의 위험성.
그것이 결코 강혁과 비견되진 않더라도 무시해선 안 될 성질의 강함이라는 것을 말이다.
“외차원에 쳐박아둔 녀석이 어떻게 나온 거야?”
“....그건 나도 모른다. 다만 외차원에 박힌 존재는 나이는 먹지만 죽진 않지. 대부분의 존재들은 바깥에서 수십 분도 지나지 않는 사이에 흘러버린 수천, 수만 년이란 시간에 짓눌려 뇌가 죽어버린다.”
“그럼 저 꼬맹이는 그걸 버텼다는 거야?”
“그것 말고는 지금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겠지.”
“....빌어먹을.”
죽이려고 보낸 것에서 더 강해져서 돌아오다니.
참으로 소설 같은 얘기라고 생각하며 라플라스는 이를 갈았다.
“일단 놈은 내가 막을 테니까 치료에나 전념해.”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네만.”
“젠장, 빌어먹을 늙은이.”
“....겉모습만 늙었지 자네랑 나랑 나이 차이는 그리 나지도 않을 텐데 늙은이라니 섭섭하군.”
신과 악마.
대부분 상위 혹은 최상위에 존재하는 이들은 모두 아주 오래 전부터 세상에 존재해왔다.
당연하게도 특이한 부류를 제외하면 대부분 나이가 엇비슷하다는 얘기.
그리고 신들의 세상에서 수천 살, 수만 살 차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신들의 세계는 약육강식.
힘이 모든 걸 지배하는 세상이었으니 말이다.
“닥치고 치료해. 놈들은 내가 막아볼 테니까.”
짜증이 솟구쳤다.
거의 다 왔는데, 거의 다 죽였는데, 곧 죽일 수 있었는데!
그런 생각이 라플라스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얼마만에 상위, 어쩌면 최상위에 달한 놈의 시체를 먹어치울 수 있었는데!’
신과 악마 사이의 전쟁과 전투가 금지 되고 나서부터 신과 악마의 시체를 탐할 수는 없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그런 과정 속에서 라플라스는 굶주림을 느꼈다.
언제나 식탁을 가득 채우는 산해진미와 미남미녀를 옆구리에 끼고 살았지만 그런 종류의 배고픔은 고작 그것들로 채울 수 있지 않았다.
결국 라플라스는 이런 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조건 죽인다. 오히려 잘 됐어. 고룡보다도 오래 산 드래곤은 과연 어떤 맛의 피를 지니고 있을까.’
핥짝-
마른 입술을 혀를 훑으며 촉촉하게 적신 라플라스는 생각을 마치고 자리를 박차며 강혁과 정확하게 중간 지점에서 마주했다.
파앙!
공기막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다가온 서로를 마주한 강혁과 라플라스는 서로를 향해서 주먹을 날렸다.
당연하게도 두 사람은 서로에게로 향한 주먹을 가볍게 피해냈다.
전투 예지.
비슷하면서도 정도가 다른 두 개의 힘은 빛보다 빠르게 쏘아진 주먹을 피해내는 데에 성공했다.
당연하게도 그런 공격과 회피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파바바바박!
서로 눈이 보이지도 않는 주먹들을 육감에 가까운 힘과 전투 예지를 통해서 피해내고 내지르길 반복했다.
하지만 그런 공격들이 쌓이면 쌓일수록 그 공격들에 피해를 입는 정도는 강혁이 훨씬 많았다.
“....큭.”
“역시 넌 나한테 안 돼! 저급한 눈으로 내 눈을 따라올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훨씬 많다는 정도는 어디까지 두 사람의 공격 횟수에 비교했을 때일 뿐이었다.
강혁이 라플라스보다 더 강했고, 더 많은 공격을 퍼부은 만큼 라플라스가 더 많이 피했음에도 더 많은 피해를 입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보이는 모습은 분명 라플라스가 우위인 모습이었기에 라플라스는 기세등등한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뭐, 강혁은 그에 개의치 않았지만.
“아까였다면 조금 거슬렸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
고개를 갸웃거리는 라플라스.
그와 동시에-
“안뇽!”
“....!!!”
푸화아아악!
강혁의 등 뒤에 숨어 있던 용용이가 까꿍-! 하는 얼굴로 튀어나오더니 이내 브레스를 뿜어댔다.
전신을 불살라 버릴 듯한 압도적인 화력에 라플라스는 고통 어린 얼굴로 물러나야만 했다.
“크흑, 비겁하게!”
2대1.
그 상황을 비겁하다며 호통을 치는 라플라스의 피부는 시뻘겋게 그을려 있었다.
하지만 강혁은 그에 고개를 끄덕이기는커녕 오히려 코웃음을 쳤다.
“여태까지 니네가 해온 게 그런 비겁한 짓이야. 그걸 나도 하겠다는데 뭐 어쩌라고? 꼬우면 알지?”
이죽이며 말을 잇는 강혁의 모습에 라플라스가 분노로 벌벌 떨리는 손을 간신히 억눌렀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파바바방!
순식간에 상처를 대부분 회복한 라플라스가 전방을 향해 무거운 주먹을 다발로 뻗어냈다.
터져나간 폭발과도 같은 주먹들이 강혁의 눈앞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실드.”
“실드.”
강혁과 용용이.
둘이 동시에 사용한 수십 겹의 실드 세례 앞에선 그런 폭격과도 같은 주먹질 세례는 강혁에게 닿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라플라스의 주먹은 강혁의 털 끝 하나 건드리지 못 했고, 그 결과-
“이제 우리 턴이지?”
“웅!”
턴이 넘어가는 가볍고 즐거운 소리.
그와 함께 파상적인 공세가 터져나왔다.
“죽어라.”
콰아아아아!
죽음 선고하는 사신처럼.
가볍게 상대의 죽음을 선고한 강혁은 그대로 라플라스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물론 그건 용용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후읍....푸화아아아!!!”
입을 쩍 벌린 아름다운 여성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침도 뭣도 아닌 닿는 모든 것을 지워버릴 파멸의 브레스였다.
그것도 고룡의 그것과도 비교조차 되지 않는 막강한 브레스.
당연하게도 그런 브레스 앞에서 라플라스에게 두 번이란 존재할 수 없었다.
“....끄으아아아악!!!”
고통스런 비명과 함께 으스러져 사라져가는 라플라스의 몸.
전투 예지를 쓴다고 한들 전방위를 뒤덮어 오는 공격을 피할 방법이라곤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라플라스는 이를 악물고 공격을 막아내는 걸 택했다.
우드드드득-
파괴적인 브레스에 점차 밀려나기 시작하는 라플라스의 몸.
그에 따라 서서히 라플라스의 몸이 갈려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상위 악마라고 한들 세상을 지우는 브레스 앞에서 멀쩡하기란 불가능한 까닭.
결국-
푸스스스....
반쯤 부스러져 흩날리는 라플라스의 모습과 함께 라플라스의 하반신이 모습을 감추었다.
물론 그게 끝은 아니었다.
“아직 한 발 남았다.”
“....! 이 자식!”
브레스가 사라진 자리에서 튀어나온 강혁의 굳건함이 담긴 주먹.
그것이 그대로 남은 라플라스의 상반신.
그것도 정확하게 얼굴을 강타했다.
쩌억!
무언가 박살나고 으스러지는 소리가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수십 번 들려왔다.
당연하게도 그건 전부 라플라스에게서 나는 소리였다.
그렇게 라플라스가 죽을 때까지, 숨을 멈출 때까지 강혁은 주먹을 내지르는 걸 멈추지 않았다.
몇 분?
고작 몇 분도 되지 않는 사이에 신계를 주름잡던 상위 악마 라플라스가 숨을 멎었고.
“이....이런 말도 안 되는.”
때마침 피해를 입은 크로노스가 회복을 마친 시점이기도 했다.
그 말은 곧.
“샌드백이 하나 늘었군.”
강혁이 두들겨 팰 놈이 하나 더 늘었음을 의미했다.
“각오는 되어 있겠지, 영감탱이. 결과적으로 이득이 되었지만 용용이를 외차원으로 날려보낸 건 절대로 용서할 수 없지.”
“맞아!”
강혁의 서슬퍼런 말과 용용이의 활기찬 대답이 서로 맞물린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맞물리는 대화처럼 두 사람이 신형이 태극처럼 맞물리며 크로노스에게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