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169화 (170/178)

나 혼자 올 마스터#169

위험.

사실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었다.

천족과 마족들끼리 부대끼며 싸울 때에도.

최하위 신과 악마와 싸울 때에도.

언제나 위험은 강혁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 모든 위험을 모으더라도 지금 상황보다 더한 위험을 아니었으리라고 강혁은 확신했다.

‘....일단 시선은 나한테 집중 된 것 같으니 다른 애들이 위험할 것 같진 않고.’

눈앞의 꼬마가 두들겨 패는 것이 아프긴 했지만 위험할 수준은 아니다.

다만 이 꼬마 악마가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로 향한다면 유혈사태가 발생될 터.

짜증나고 아프지만 그래도 묶어둬야 할 상대라는 얘기.

그렇기에 최대한 방어에 집중하며 강혁은 정보 수집을 위해서 노력했다.

‘주위를 멈춘 건 꼬마 악마가 아니라 노인으로 보이는 쪽인가. 그리고 시간을 멈추고 있는 동안 움직이기 힘든 것 같군.’

첫 번째로 강혁이 파악한 것으로 지금 자신들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든 이가 누구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을 멈춘 것으로 추정되는 존재는 눈앞에서 자신을 두들겨 패고 있는 꼬마 악마 쪽이 아닌 노인 쪽이라고 확신했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최소한의 움직임만 보이는 데다가 공격까지도 전부 이 녀석에게 전담시키는 걸 보면 거의 확실하군.’

나타날 때부터 한 말을 더하더라도 열 마디가 채 되지 않는 말만 한 채로 식은땀만 줄줄 흘리며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누가 이 상황을 만들었는지는 훤히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이 주변을 완전히 멈추고도 마음껏 움직이며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이기에 눈앞의 꼬마 악마가 한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곧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정보 수집이 끝나고 난 뒤.

강혁이 할 일은 이미 정해진 것과 다르지 않았다.

‘....정신 집중을 깨고, 일단 속박에서 풀려난 뒤에 꼬마 놈을 쳐부순다.’

첫째, 시간을 멈추고 공간을 붙들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이적을 벌이는 신의 집중을 깨부수는 것으로 지금 이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꾼다.

둘째, 지금 자신을 샌드백마냥 두들기고 있는 꼬마 악마의 면상을 짓뭉개준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 계획은 스물스물 시작되는 중이었다.

저들도 모르는 사이에.

빠각! 빡! 빠악!

섬뜩한 타격음이 멈춘 세상 속에서 울려퍼지는 동안 강혁은 분노와 대화를 나누었다.

-더 버틸 수 있겠느냐?

꼬마 악마의 공격을 더 버틸 수 있겠느냐는 말에 강혁은 당연하다는 듯이 웃으며 대꾸했다.

‘하루 종일이라도 할 수 있어. 걱정 말고 가기나 해.’

-....오만한 놈. 하지만 널 믿겠다.

어떤 영화의 주인공의 명대사.

그걸 떠올리며 답한 강혁의 말에 분노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강혁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강혁을 공격하는 꼬마 악마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고 은밀한 움직임.

그리고 그렇게 빠져나온 분노는 그대로 노인에게로 다가갔다.

푸화아아악!

“....이런, 라플라스!”

“젠장, 저건 또 언제 간 거야?”

갑작스레 발밑에서 터져나온 붉은 마기에 노인은 당황하며 라플라스라는 이름의 꼬마 악마를 불렀다.

그런 노인의 부름에 이를 악문 꼬마 악마가 당황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곤 몸을 돌려 노인을 공격하는 분노를 막아서려는 찰나-

꽈아아악-

“어딜가지?”

“....너어, 이 자식이-”

몸을 돌린 라플라스의 가녀린 팔을 거칠게 붙잡은 존재가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는 강혁이었다.

라플라스의 가녀린 팔이 부숴져라 힘을 준 강혁 때문에 노인에게로 향하지 못한 라플라스가 이를 악물며 강혁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강혁은 그런 라플라스의 시선 따위에 겁 먹지 않았다.

우드드득!

“....끄아아아악!!!”

“아프냐? 아쉽게도 네 주먹은 아프지 않았는데 아쉽게 되었군.”

그대로 라플라스의 가녀린 팔을 수수깡처럼 꺾어버린 강혁이 이죽거렸다.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비틀린의 라플라스의 팔에서 색깔을 제대로 특정할 수 없는 피가 흘렀다.

뼈가 살을 찢고 피가 주위로 비산하는 장면은 퍽 끔찍하기 짝이 없었지만 강혁은 개의치 않았다.

“샌드백 노릇은 끝이다, 꼬마.”

“....할 수 있으면 해보던가!”

타다다닥!

순식간에 팔을 회복한 라플라스가 자리를 박찼다.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로 빠른 라플라스의 움직임에 강혁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전투 예지를 사용했다.

키이잉!

두 눈이 타오르듯 뜨거워지며, 뇌가 과부하가 된다.

하지만 그 대가로 강혁은 빠른 속도로 쇄도하는 라플라스가 보일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오른쪽, 왼쪽, 정면, 위.’

몇 초 간의 짧은 미래 또한 라플라스가 보인 여러 공격들을 눈에 담은 강혁은 전투 예지를 해제하고 어느새 다가온 라플라스를 맞이했다.

탁- 타닥- 탁!

“....내 공격을 피해?”

“느려터진 걸 피하는 데에 능력이 필요하진 않지.”

물론 전투 예지를 사용했지만 조그마한 도발도 이런 전투에서 크게 작용하는 법이다.

그걸 모르지 않는 강혁이기에 필요할 때마다 라플라스를 긁어대는 걸 잊지 않았다.

그런 강혁의 도발은 성공적으로 먹혀 들어갔다.

분노로 점철된 라플라스의 공격이 커지고, 힘이 실렸으니 말이다.

당연하게 큰 공격은 강하지만 이미 라플라스의 공격을 훤히 보고 있는 강혁에겐 그저 나 좀 때려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빠악!

그렇게 큰 공격을 하며 텅 빈 공간에 주먹을 때려 박은 강혁은 연속적으로 라플라스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두!!!

마치 기관총을 쏘듯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주먹 세례의 라플라스의 조그마한 몸이 거칠게 들썩거렸다.

충격을 해소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전신에 남은 처참한 결과물.

하지만 라플라스는 쓰러지지 않았다.

“끄으으.....지금부터....지금부터야....”

“....독한 놈 같으니. 그렇게 쳐맞고도 쓰러지질 않네.”

분명 어지간한 신 한 명 정도는 가볍게 담궈버릴 정도의 힘을 담아서 한 공격이건만 그런 공격 앞에서 라플라스는 거뜬히 그 공격을 버텨냈다.

서서히 상처와 피해를 회복해가는 라플라스의 모습은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그런 모습에 혀를 내두른 강혁은 그대로 주먹을 말아쥐며 다시금 공격했다.

하지만-

스윽-

“....피해?”

“다를....거라고....했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웃는 라플라스의 모습에 심기가 불편해진 강혁은 쉴틈 없이 공격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이후에 벌어진 일은 좀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탁- 타닥- 탁-

가벼운 발걸음으로 강혁의 공격을 피하는 라플라스는 점점 더 여유로워지고, 공격을 하는 강혁은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그제서야 무언가 이상함을 깨달은 강혁이 몸을 뒤로 살짝 빼며 라플라스를 노려보았다.

“너, 나와 비슷한 걸 가지고 있구나.”

“키히힛, 이제 알았어? 그리고 말은 바로 해야지. 내가 가진 걸 네가 따라하는 것에 불과해. 빌어먹을 필멸자 놈이 감히 내 능력을 제 것인 것마냥 꺼드럭대는 모습이 보기 좋진 않네.”

전투 예지.

그것과 같거나 비슷한 능력이 라플라스에게 존재함을 깨달은 강혁은 이를 살짝 악물었다.

‘이러면 살짝 힘들어지겠는데.’

전투 예지를 사용하는 헌터였기에 강혁은 전투 예지가 지닌 막대한 효용과 능력을 잘 알았다.

상대방보다 한 박자 내지 두 박자는 빠르게 공격을 파악하고 미리 위치를 선점하여 자신만 유리하게 전투를 풀어나가는 것.

하지만 상대방 또한 그걸 사용할 수 있다면-

나아가 자신보다 더 뛰어난 전투 예지를 사용할 수 있다면 말이 다를 터였다.

‘아카식 레코드를 사용해?’

다행히 강혁에게도 그걸 파훼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아카식 레코드.

지식의 보고인 그곳은 전투 예지보다도 한 단계 더 나아간 미래를 보여준다.

그걸 사용한다면 라플라스의 예지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터.

이른 바 예지의 예지의 예지인 셈.

다만 마냥 아카식 레코드에 의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걸 사용하면 정말 뒤가 없다, 얼마나 오래 사용해야 할 지도 미지수인 판국에 아카식 레코드의 힘은 위험해.’

확실하지만 위험한 힘.

오래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어찌될 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힘.

아무리 강혁이 강철보다 단단한 육체를 지녔다고 한들 신들조차도 제대로 범접할 수 없는 힘을 오래 사용한 대가는 육신의 붕괴로도 모자랄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강혁은 이를 악물었다.

‘최대한 아카식 레코드의 힘은 빌리지 않는 선에서 끝낸다.’

전투 예지의 급이 다르다고 한들 같은 힘이라는 건 변치 않는다.

그리고 전투 예지 말고도 강혁에겐 다른 힘들이 많았기에 승리한다는 사실에 변함은 없을 터.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강혁은 그대로 자리를 박찼다.

팡! 파앙! 팡!

공기막을 터뜨리며 주먹을 내뻗고.

촤자자작!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발차기가 라플라스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다만 그런 날카로운 공격들 모두가 라플라스에게는 닿지 않았다는 점이 강혁에게는 안 좋은 일이었다.

“이게 전부냐?”

이죽대는 라플라스의 목소리가 강혁의 고막을 두들겼다.

짜증이 절로 이는 상황이었지만 강혁은 침착하게 공격을 이어나갔다.

날카롭고, 강력하며, 힘이 실린 공격들.

그것들이 라플라스의 요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안 좋은 소식이 먼저 들려왔다.

-....크헉!

“....고작해야 찌꺼기에 불과한 것이 감히 나 크로노스에게 덤비느냐! 이노오오옴!”

분노.

노인으로 보이는 신, 크로노스를 막으러 갔던 분노가 거칠게 튕겨내며 강혁에게로 되돌아갔다.

척 보기에도 멀쩡해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강혁이 그를 걱정했다.

‘괜찮아?’

-네 꼴부터 보고 말해라. 네가 더 상태가 안 좋아 보이니까.

‘....그런가. 뭐,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아직 할 만해. 놈을 죽일 수 있는 순간은 언제든 온다.’

-네 몸은 더럽게 튼튼하니 그렇겠지.

‘좋아, 그럼 이제 다시 한 번 움직여볼까.’

되돌아온 분노가 멀쩡하다는 사실도 깨달았을 때.

강혁은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젠장, 이래서 빨리 끝내려고 한 거였는데.”

다시금 세상이 멈추었다.

분노가 물러섬에 따라 크로노스가 다시금 이를 악물며 세상을 멈춘 것이다.

덕분에 지박령처럼 자리에 꼿꼿하게 서게 된 강혁은 오도가도 못한 채로 가만히 서 있어야만 했다.

그건 비단 강혁의 뒤에 있는 동료들도 마찬가지일 터.

“단번에 죽여주지. 너 때문에 맞은 부분이 아직까지 시큰거린다고.”

이를 악문 라플라스의 말에 강혁은 무어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

다시금 시간이 멈춘 세상에서 강혁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다만 세상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는가?

-아빠를 건들지마!!!

시간을 멈추는 힘이 강혁에게 집중된 탓일까?

약해진 힘을 뚫고 용용이가 시간이 멈춘 세상에서 날갯짓을 하며 크로노스에게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솟아날 구멍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로 막혔다.

“도마뱀 따위가 감히....외차원으로 꺼져라!”

후웅!

날아들던 용용이를 괴상한 포탈로 던져 넣는 크로노스의 모습이 눈에 담기는 순간.

“....너, 뒤질 준비 해라.”

강혁의 분노가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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